제108화
제108장 쓰레기 廢棄物 (1)
“쓰레기 새X!”
“꼴좋다! 병X 같은 새X!”
퍼억!
퍼억!
사천성 성도인 청두의 한 골목.
골목의 끝자락, 인적이 드문 구석진 곳에서 세 명의 사내가 한 사내를 둘러싼 채 말 그대로 발로 짓밟고 있었다.
“…….”
세 명의 사내에게 둘러싸여 발길질을 당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당연히 튀어나와야 할 신음 소리가 튀어나오지 않았다.
“크크큭.”
아니, 오히려 재미있다는 듯 웃음소리가 튀어나왔다.
그에 세 명의 사내는 발길질을 멈추었다.
“미친 새X…….”
세 명의 사내 중 한 명.
남궁세가 사천분가의 하위무사인 일무는 계속된 구타에도 불구하고 미친놈처럼 웃는 남궁영, 아니 이제는 남궁의 성조차 허락되지 않은 쓰레기를 내려다보며 질린 표정을 지었다.
“그만 가세.”
“하지만…….”
“어서!”
그런 세 명의 사내 뒤.
전신을 붕대로 둘러싸고 있는 사내의 말에 세 명의 사내가 입맛을 다시며 뒤로 물러섰다.
“이렇게 될 줄 모르셨소?”
그런 사내를 지나쳐 앞으로 나선 붕대의 사내.
바로 사천분가의 수위무사이자 남궁영에게 맞았던 무사, 사무였다.
조롱기가 가득한 사무의 물음.
그 물음에도 불구하고 남궁영은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았다.
“크큭.”
그저 다시 음침한 웃음소리를 흘릴 뿐이다.
그에 사무는 인상을 찌푸리고는 몸을 돌렸다.
“가세.”
“자네는 억울하지도 않은가!”
붕대 사내의 말에 이무라는 이름을 지닌 무사가 언성을 높이며 물었다.
사무를 며칠간 병석에 눕게 한 장본인이다.
그로 인해 사무가 얼마나 괴로워했는가?
헌데 이렇게 그냥 넘어간다고?
자기가 무슨 대인배라도 된단 말인가?
그런 이무의 물음에 사무가 피식 미소를 지었다.
그러고는 폐인과도 같은 남궁영을 내려다보며 입을 열었다.
“저런 쓰레기는 이제 상대하지 말자고.”
조롱과 무시가 가득한 사무의 눈빛.
이제는 정말, 신경도 안 쓴다는 듯한 사무의 눈빛에 남궁영이 웃음을 멈추었다…….
스윽.
그러고는 고개를 들어 사무를 바라보았다.
흠칫.
아무런 감정도 느껴지지 않는 남궁영의 투명한 두 눈빛.
그 눈빛에 사무는 본능적으로 흠칫하며 뒤로 물러섰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단전이 부서져 무공을 잃은 쓰레기에게 겁먹은 사실이 부끄러웠던 사무가 얼굴을 와락 찌푸렸다.
퍼억!
퉷!
그러고는 남궁영의 얼굴을 그대로 걷어차 넘어트리고는 침을 뱉었다.
“쓰레기 새X.”
쓰러진 남궁영을 보며 사무는 경멸 어린 목소리로 말하고는 다른 사내들을 데리고 사라졌다.
사내들이 사라지고, 어두운 골목에 남궁영 혼자 남게 되었다.
그렇게 멍하니 누워 있던 것도 잠시.
“크크크.”
그가 작은 소리로 웃으며 얼굴에 묻은 침을 닦았다.
그러고는.
“푸하하하!!”
이내 큰 소리를 내며 웃기 시작했다.
언젠가 이렇게 될 줄 알았다.
남궁세가에 있어서 자신은 이제 더 이상 쓸모없는 존재이니 말이다.
헌데 이렇게 빨리 버려질 줄은 몰랐다.
그 망할 놈이 이렇게 빨리 극복할 줄도 몰랐고 말이다.
“크크큭…….”
쓰레기 같은 놈에게 소가주의 자리를 빼앗긴 것도 모자라 이제는 분가의 말단 무사에게도 무시당하는 자신의 처지가 너무 짜증 났던 남궁영.
그의 웃음소리가 곧, 흐느낌으로 변하기 시작했고.
“으아아!”
이내 분노 어린 괴성으로 바뀌었다.
“오라……버니?”
그때.
남궁영의 귀로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에 남궁영은 고개를 들었고.
이내.
“…….”
두 눈을 크게 뜨고 놀란 표정을 짓고 있는 자신의 유일한 피붙이.
남궁연화를 발견할 수 있었다.
* * *
“바보라니까.”
분가를 나선 남궁연화.
그녀는 평소와 다른 모습을 보여 주던 남궁정의 모습을 떠올리며 인상을 찌푸렸다.
차가운 표정을 지으면서 주변 그 누구에게도 곁을 내주지 않았던 남궁정.
정말 말 그대로 인형과 같았던 남궁정이 최근에는 꽤 괜찮은 모습을 보여 주고 있었다.
술을 마시며 실수하기도 했고, 웃기도 했으며, 자신의 의지를 가지고 행동하기 시작했다.
그 모습이 동생으로서 보기가 좋았고, 또 흐뭇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오늘 아침부터 계속해서 얼굴을 찌푸리고 있는 남궁정의 모습은 꼴 보기가 싫었다.
그에 자신이 조언을 건네었다.
머릿속에 떠오른 대로 아무렇게나 내뱉었는데도 불구하고 자신의 조언이 먹힌 것 같기도 해서 남궁연화는 살짝 기분이 좋은 상태였다.
아니, 남궁정에게 가르침을 준 거 같아 우쭐하달까?
아무튼, 그런 심정이었다.
“아가씨!”
그렇게 힘차게 발걸음을 옮기던 것도 잠시.
남궁연화는 자신을 부르는 익숙한 목소리에 고개를 돌렸다.
“왜?”
자신의 유모이자 친어머니의 시녀였던 희정.
그녀의 부름에 남궁연화가 고개를 갸웃거리며 물었다.
그에 희정이 남궁연화의 눈치를 살피며 입을 열려다가 다시 다물었다.
마치, 이것을 말해도 되는지, 안 되는지 안절부절못하는 모습이었다.
그에 남궁연화가 한숨을 내쉬었다.
“정말, 오늘 다들 왜 이래?”
주변 사람들 모두가 평소와 다른 모습을 보여 주고 있었다.
남궁정은 그렇다 치고, 유모인 희정까지 왜?
그에 남궁연화가 두 눈에 힘을 주고 희정을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말해. 괜찮으니까.”
“그게…….”
“나 간다?”
남궁연화의 말에도 불구하고 희정은 계속해서 망설이며 우물쭈물했다.
그에 짜증이 난 남궁연화가 신경질적으로 말했고, 그제야 희정이 황급히 입을 열었다.
“남궁영 공자님을 보살펴 주세요!”
멈칫.
“…….”
두 눈을 질끈 감은 희정의 입에서 나온 말.
그 말에 남궁연화가 그대로 굳어 버렸다.
그런 남궁연화를 보지 못한 희정이 두 눈을 질끈 감은 채 다시 입을 열었다.
“남궁세가에서 제명당한 도련님을 도와주면 안 된다는 것 압니다. 하지만…… 사모님이 돌아가시면서 마지막으로 부탁하신 것이 영이 도련님을 잘 보살펴 달라는 것이었습니다. 아가씨에게 있어서 친오라비가 아닙니까? 유일한 피붙이입니다.”
“…….”
“그러니 부디…… 도련님을 보살펴 주십시오. 아니 도움만 주십시오. 제가 도련님을 모시고 보살필 테니.”
두 눈을 질끈 감고 고개를 숙이며 부탁을 하는 유모, 희정의 모습에 남궁연화는 복잡한 표정을 지었다.
희정.
그녀는 남궁연화에게 있어서 어머니와 같은 존재였다.
자신이 태어나자마자 어머니가 죽었기 때문에 남궁연화는 어머니의 얼굴도 모르고 그녀의 품이 얼마나 따뜻한지도 몰랐다.
그런 남궁연화에게 있어서 그런 어머니의 빈자리를 챙겨 준 존재가 바로 희정이었다.
자신에게 젖을 물렸으며, 자신을 안아 주었고, 때로는 혼내며 훈육을 시켰던 여인.
그 여인이 바로 희정이며, 희정이 바로 남궁연화에게 있어서 어머니였다.
그런 희정의 부탁에 남궁연화는 복잡한 표정을 지었다.
“누가 네 오라비냐!”
“괴물 같은 년!”
“어머니를 잡아먹은 망할 년!”
어린 시절.
다른 아이들에게는 당연히 있는 어머니의 사랑이 그리워 남궁영에게 매달리던 시절이 있었다.
하지만 남궁영에게 있어서 남궁연화는 그저, 자신의 어머니를 죽인 괴물 같은 년이었다.
그렇다 보니 남궁연화는 어린 시절부터 남궁영에게 무수한 상처를 받아 왔다.
어릴 때는 자신이 정말 괴물인 줄 알았으나, 남궁정과 희정의 따뜻한 사랑으로 남궁연화는 남궁영이 잘못되었다는 것을 알 수 있었고, 또 그를 친오라비로 생각하지 않았다.
아니, 자신의 오라비인 남궁정을 괴롭히는 원수라고 생각하며 자라 왔다.
헌데 이제 와서 같은 핏줄이라는 이유로 그를 도우라고?
싫었다.
하지만.
“제발…….”
자신의 앞에서 눈물을 흘리며 도움을 요청하는 희정의 모습에 남궁연화의 마음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그에게 있어서 남궁영은 남보다 못한 쓰레기지만 희정은 아니었으니까 말이다.
그에.
“하아…… 알겠어.”
남궁연화는 결국 지고 말았다.
“내가 찾아볼게. 찾으면 연락할 테니 기다리고 있어.”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아가씨!”
남궁연화의 말에 희정이 환한 미소를 지으며 계속해서 고개를 숙였다.
그에 남궁연화는 살짝 미소를 지었다.
“유모, 유모는 그 쓰레기가 밉지 않아?”
“아니요, 사모님의 아들인걸요. 제가 어찌 미워하겠어요?”
남궁연화의 물음에 희정이 웃으며 대답했다.
그에 남궁연화는 한숨을 내쉬며 고개를 가로저었다.
이 멍청한 사람을 어떻게 하면 좋을까.
남궁영 그 쓰레기 새끼는 자신을 돌봐 주던 희정에게 몹쓸 짓을 했던 놈이다.
물건을 집어 던지는 것은 기본이요, 욕설과 폭력까지 서슴지 않았다.
심지어, 희정의 친아들을 불구로 만들기까지 했다.
그랬음에도 불구하고 희정은 그런 남궁영을 보듬어 주었다.
그 회생 불가능한 쓰레기를 말이다.
그 사실이 남궁연화는 너무나 답답했지만 어쩌겠는가.
희정이 그것을 원하는 것을.
그에 다시 한번 한숨을 내쉰 남궁연화가 걸음을 옮겼다.
“안 됩니다!”
“괜찮다니까요!”
“아가씨!”
홀로 저잣거리를 나서게 하지 않기 위해 따라붙은 분가의 호위무사들.
그런 호위무사들을 향해 남궁연화가 괜찮다며, 혼자 가게 해 달라고 했으나 씨알도 먹히지 않았다.
남궁연화.
그녀는 무공에 크게 관심이 없었기에 아직 삼류, 아니 그냥 평범한 남성과 비슷한 수준의 전투력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에 남궁연화는 두 눈가를 찌푸리다가 이내 두 눈을 크게 뜨며 입을 열었다.
“오라버니랑 같이 나갈 거니 비키세요!”
분가의 정문.
그곳을 통해 밖으로 나가는 남궁정을 가리키며 말한 다음 남궁연화가 빠른 속도로 정문을 나섰다.
“아…….”
그에 무사들은 당혹스러운 표정을 지었지만 이내 어깨를 으쓱이며 원래의 업무로 돌아갔다.
소가주인 남궁정과 함께라면 안심이니 말이다.
그렇게 겨우 무사들을 따돌린 남궁연화는 먼저 정문을 나선 남궁정과 거리를 두기 위해 외진 골목으로 몸을 숨겼다.
그렇게 몸을 숨긴 지 약 일다경(15분).
이 정도면 남궁정이 더 이상 없을 거라 생각한 남궁연화가 골목에서 벗어나기 위해 몸을 움직였다.
그때!
“푸하하!”
남궁연화는 맞은편 구석진 곳에서 들려오는 익숙한 웃음소리에 인상을 굳혔다.
“그 쓰레기군.”
틀림이 없었다.
남궁정 오라버니는 물론 다른 죄 없는 사람들을 괴롭힐 때마다 내었던 웃음소리이다.
어찌 잊겠는가?
그에 남궁연화가 걸음을 옮겼다.
그리고.
“!!”
흐느끼며 울고 있는 남궁영을 발견할 수 있었다.
늘 악독한 모습을 보여 주던 평소와 달리 달리 자신의 무능과 상황에 슬퍼하고 절망하며 흐느끼는 남궁영의 모습은 강한 괴리감이 들 정도였다.
그에 남궁연화는 다시 그를 부르고 말았다.
“오라……버니?”
스윽.
그녀의 입에서 나온 오라버니라는 말.
그 말에 남궁영이 고개를 들었다.
눈물이 흘러내리고 있는 남궁영의 얼굴.
그 얼굴을 보자, 남궁연화는 깨닫고 말았다.
남궁정보다 더 자신을 닮아 있는 남궁영의 얼굴을 말이다.
“연화…… 연화야…….”
그의 입에서 자신의 이름이 처음으로 불리었다.
그 어디에도 기댈 곳이 없는 막막한 상황에서 한 줄기 빛을 찾은 듯한 목소리.
마치 구원을 받은 듯 떨려 오는 남궁영의 목소리에 남궁연화는 자신도 모르게 걸음을 옮기고 말았다.
“오라버니…….”
괴로워하며 슬퍼하는 남궁영.
자신에게 무수한 상처를 주었던 그에게 말이다.
“내 동생…… 내 동생 연화야…….”
그런 남궁연화를 보며 남궁영은 눈물을 흘리며 처음으로 남궁연화를 동생이라 칭하였다.
그 모습.
자신과 너무나도 닮은 얼굴로 동생이라 칭하는 남궁영의 모습에 남궁연화는 그만 울컥하고 말았다.
그러고는.
스윽.
손을 내밀어 남궁영이 내민 손을 잡았다.
“오라버니…….”
“연화야…….”
떨려 오는 남궁연화의 목소리, 그리고 희열이 가득한 남궁영의 목소리까지.
두 남매 사이에서 수많은 감정이 오갔다.
그에 남궁연화가 다시 입을 열었다.
“제가…… 제가 보살펴 드릴게요.”
“연화야…….”
“제가…… 동생인 제가……. 그러니 걱정하지 말아요. 가족인 제가 있잖아요.”
계속해서 떨려 오는 남궁영의 전신을 보며 남궁연화는 눈물을 흘리며 남궁영을 안아 주었다.
그러고는 진정하라는 듯 남궁영의 등을 다독여 주었다.
“걱정하지 말아요…….”
“연화야…….”
그런 남궁연화의 다독임에 안도감을 느꼈을까?
남궁영이 조금은 진정된 목소리로 그녀를 불렀다.
그리고.
스윽.
퍽!
그대로 남궁연화의 몸을 돌려 제압하고는 목에 칼을 겨누었다.
비록 단전을 잃었다 할지라도 그는 경험이 있었기 때문에 평범한 사람보다 조금 강한 남궁연화를 제압하는 데 크게 문제가 없었던 것이다.
“……?”
갑작스러운 남궁영의 기습.
그 기습에 남궁연화는 아무런 반응도 하지 못한 채 두 눈을 크게 떴다.
“오라버니……?”
도저히 믿기지 않는 지금 이 상황.
그에 남궁연화가 그를 불렀지만…….
“내가 왜 네 오라비냐? 어미를 잡아먹은 괴물 년이.”
돌아오는 것은 어린 시절과 같은 남궁영의 차갑고 경멸 어린 목소리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