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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천마신교는 이상하다-106화 (106/275)

제106화

제106장 탄로 나다 綻露

짹짹!

찌르르!!

“아! 개운하다.”

이른 아침.

떠오르는 따뜻한 햇살을 보며 나는 기분 좋은 미소를 지었다.

인적이 드물다 못해 아예 끊겨 버려 천혜의 자연이 되어 버린 깊은 산속.

그곳에 위치한 드넓은 계곡에 몸을 담그고 아침을 시작하는 해를 바라보니 기분이 아주 좋았다.

“오랜만이라 그런가? 진짜 좋네.”

신강에 있을 때는 한 번씩 아이들과 계곡에 나와 목욕을 하고는 했었다.

하지만 무림으로 나와, 한 달이라는 시간 동안 계속 객잔에서 머물다 보니 이렇게 차가운 계곡물에 몸을 담그는 것이 아주 오랜만이었다.

전신을 차가운 물에 담그니 머리가 맑아지는 것 같고, 시원한 바람이 얼굴을 식혀 주니 기분이 좋아져 저절로 콧노래가 흘러나왔다.

그에 나는 다짐했다.

아무리 바쁘더라도 한 번씩은.

이렇게 인적이 없는 계곡에서 자연을 마음껏 느끼자고 말이다.

그렇게 거대한 바위에 등을 기대며 두 눈을 감은 것도 잠시.

“헐.”

새벽.

흡혈마를 죽이기 위해 입었던 옷을 아무렇게나 침대에 던져두고 온 것이 기억났다.

한창 꿀잠을 자고 있는 왕일과 객잔의 직원들을 깨우기도 미안하고, 갑자기 새벽 감성이 터져 혼자 있고 싶기도 해서 입고 있던 옷을 벗어 아무렇게나 침대 위에 던지고는 편한 옷으로 갈아입고 바로 계곡으로 나섰었다.

평소에는 절대 없을, 허술한 나의 행동들이 갑자기 떠올랐지만 이내 나는 피식 미소를 지었다.

설마, 그 짧은 시간에 누가 내 방에 들어가겠는가?

아니, 애초에 내 허락 없이 방에 들어갈 인물은 오로지 왕일뿐이었다.

그렇다고 왕일이 주인 허락 없이 방에 함부로 들어갈 성격도 아니고 말이다.

수상한 자가 침입하려면 하오문도들이 막아설 것이다.

거기까지 생각이 미친 나는 다시 여유로운 미소를 지으며 바위에 몸을 기대었다.

그러고는 두 눈을 감고 전신에서 느껴지는 시원함에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아…….”

진짜 시원하다.

* * *

“형님!”

응?

뭐지?

목욕을 마치고 평소와 다를 바 없이 은하객잔으로 들어선 나는 놀란 표정을 지으며 나를 반기는 왕일의 모습에 고개를 갸웃거렸다.

“방에 계신 것 아니었습니까?”

“응? 아닌데?”

놀란 왕일의 물음에 나는 고개를 가로저으며 대답했다.

그에 왕일이 다시 입을 열었다.

“주무시는 줄 알았는데……. 이른 아침부터 어디를 다녀오십니까?”

“아. 찝찝해서 계곡에 몸 좀 담그고 왔다.”

“네? 저희를 깨우지 않으시고…….”

나의 대답에 왕일이 섭섭하다는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진정으로 아쉽다는 듯 말하는 왕일의 모습에 나는 피식 미소를 지었다.

그러고는 왕일의 어깨를 두어 번 두드리며 입을 열었다.

“이른 새벽부터 굳이 깨울 필요 있겠느냐? 그리고 너만이 아니라 아침부터 고생해야 할 직원들을 깨워야 한다. 그 무슨 민폐냐?”

“그래도…….”

“되었다.”

아쉬운 마음에 계속해서 입을 열려는 왕일을 막아선 나는 걸음을 옮겼다.

“식사 안 하시구요?”

“방에 먼저 가 보려고.”

왕일의 물음에 나는 가볍게 대답했다.

절대 다른 사람이 볼 일은 없겠지만 계속해서 거슬렸다.

침대 위에 아무렇게나 던져두었던, 위마참군의 상징과도 같은 검은색 옷이 말이다.

그렇게 계단으로 걸음을 옮기던 나는 반가운 인물을 마주하고 말았다.

“오셨습니까.”

“어, 그래 정아.”

바로, 나의 의제인 남궁정이었다.

나와 눈이 마주친 남궁정이 고개를 꾸벅 숙이며 인사를 건네었고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인사를 받아 주었다.

그러고는 남궁정의 뒤, 이 층을 한번 올려다보고는 다시 남궁정을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왜 이 층에서 내려오느냐?”

“형님이 방에 계신 줄 알고 함께 조반을 들기 위해 찾아갔었습니다.”

“어……?”

헐?

하필 지금?

침대위에 아무렇게 던져두었던 옷이 떠올랐던 나는 순간 얼굴을 굳혔다.

그에 입을 열려던 순간.

“인기척을 내어도 대답이 없기에 주무시는 줄 알고 그냥 내려왔습니다. 헌데, 어디 나갔다 오셨나 보군요.”

남궁정의 말이 더 빨랐다.

남궁정의 물음에 나는 입을 다물었다.

‘당황스럽네.’

많이 당황스럽다.

못 본 것인가?

내가 궁금한 내용을 콕 짚어 설명하는 남궁정을 보며 나는 어색한 미소를 지었다.

“응, 잠깐 계곡에서 목욕을 하고 왔다.”

“그렇습니까? 참, 창천단주가 와 있습니다. 혹 함께 식사하시겠습니까?”

나의 대답에 남궁정이 고개를 끄덕이고는 다시 물었다.

그에 나는 싱긋 미소를 지었다.

“그래, 방에 들렀다가 내려가마.”

“네 형님. 기다리겠습니다.”

나의 말에 남궁정이 싱긋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

그러고는 계단을 내려갔고, 나는 미소를 지으며 그런 남궁정의 뒷모습을 바라보았다.

평소보다 말이 많고, 행동이 재빠른 남궁정의 행동.

그 행동을 보며 나는 짐작했다.

‘X 됐다.’

남궁정이 나의 방 안에 있는 옷을 보았다고 말이다.

* * *

“처음 뵙겠습니다. 극신이라고 합니다.”

“오! 반갑습니다! 남궁무입니다.”

방에 올라가 옷을 정리하고 다시 일 층으로 내려온 나는 걸음을 옮겨 남궁무에게 다가가 인사를 건네었다.

그에 뚝배기째로 국물을 들이켜고 있던 남궁무가 뚝배기를 내려놓고는 반가운 표정으로 자리에서 일어나 나를 반겨 주었다.

“창천단주시라고 들었습니다.”

“그렇습니다.”

나의 물음에 남궁무가 시원하게 대답했다.

그에 나는 어색한 미소를 지었다.

“그…… 부단주의 일은.”

“괜찮습니다.”

나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

남궁무가 고개를 가로저으며 대답했다.

그에 나는 살짝 놀란 표정으로 남궁무를 바라보았다.

자신의 직속 부하인 남궁패의 팔을 자른 존재가 바로 나다.

헌데 괜찮다고?

창천단은 남궁세가의 주요 무력대 중 한 곳이다. 즉 그곳의 부단주가 팔을 잃었다는 것은 그가 속한 창천단은 물론 남궁세가에게도 큰 피해가 되었다.

헌데 이렇게 시원하게 용서를 한다고?

생각지 못한 시원한 반응에 내가 살짝 놀란 표정을 짓자 남궁무가 시원스러운 미소를 지었다.

“워낙 깨끗하게 잘라 주신 덕분에, 붙일 수 있었습니다.”

“아……?”

“마침, 성수의선 대협이 본가에 계셨거든요.”

남궁무의 이어진 말에 나는 두 눈을 크게 떴다.

성수의선 聖手醫仙.

마도에 마의가 있다면 무림맹에는 성수의선이 있다.

화타의 현신이라 불리며 뛰어난 의술과 마의도 한 수 접어 줄 정도로 뛰어난 부술로 수많은 무림인들을 절망으로부터 구해 낸 의원으로 중원 전역은 물론, 마의 어르신 또한 인정하는 뛰어난 의원이었다.

“그거 다행이군요.”

남궁패.

그자는 아둔했지만 무인으로서 꽤 괜찮은 사내였다.

그런 사내의 팔을 잘라 내심 불편했는데 다시 붙였다니 다행이 아닐 수가 없었다.

그에 내가 진심을 담아 말하자 남궁무가 시원스럽게 웃음을 터뜨렸다.

“하하! 역시, 무협공자 또한 신경 쓰이셨군요?”

“아…… 예, 뭐.”

남궁무의 물음에 나는 어색한 표정으로 대답했다.

솔직히 그렇게 신경 쓰일 정도는 아니었다.

그냥, 조금 안타까운 정도?

하지만 남궁무는 다르게 받아들였나 보다.

“역시! 영웅의 풍모를 보여 주십니다!”

영웅은 개뿔.

나는 개인적으로 영웅을 좋아하지 않는다.

남을 위해 자신의 모든 것을 포기하는 진정한 호구가 아닌가?

내 취향 아니었다.

“숙부님, 우선 식사부터 하시지요.”

계속해서 대화를 나누는 나와 남궁무.

그런 둘을 지켜보던 남궁정이 남궁무에게 말하자 남궁무가 화들짝 놀란 표정을 지었다.

“어서 앉으십시오!”

그러고는 자리도 권하지 않은 자신의 실책을 알아채고는 나를 향해 자리를 권했고, 나는 웃으며 자리에 앉았다.

그에 남궁무 또한 다시 자리에 앉았다.

“여기 있습니다.”

“고맙다.”

그렇게 내가 자리에 앉자 기다렸다는 듯이 왕일이 매콤한 닭볶음탕과 함께 쌀밥을 나의 앞에 내려놓았다.

그에 나는 싱긋 미소를 짓고는 숟가락을 들었다.

나의 코를 자극하는 매콤한 향기가 침샘을 자극했다.

아, 맛있겠다.

그렇게 숟가락을 집어 김이 모락모락 나는 쌀밥을 가득히 푸는 순간!

“정말, 무림의 홍복이 아닐 수가 없습니다!”

흥분 어린 남궁무의 목소리가 다시 들려왔다.

아니, 밥 먹는 거 아니었나?

밥 먹을 땐 개도 안 건드린다는데…… 이걸 창천단주가 건드리네.

답도 없다.

아무튼, 식사를 방해하는 남궁무의 목소리에 나는 애써 미소를 지으며 숟가락을 내려놓았다.

그러고는 고개를 들어 초롱초롱한 눈빛으로 나를 바라보고 있는 남궁무를 바라보았다.

“무엇이 말입니까?”

너무나도 부담스러운 눈빛에 내가 어색한 어조로 묻자 남궁무가 기다렸다는 듯이 입을 열었다.

“협을 추구하던 무인들이 사라져 가는 추세인 지금! 거짓말처럼 나타나 무인들의 가슴에 불을 지른 영웅! 젊은 나이에 뛰어난 무위를 지니고 있으며, 마도의 소주 小主, 위마참군과 비견되는 고수가 아닙니까?”

“아…….”

“그런 무협공자 대협과 뜨거운 우정을 나누며 등을 맞대고 사천당가와 맞서 싸운 적협공자 대협도 보고 싶은데, 없다는 것이 참 아쉽습니다.”

남궁무.

이 양반도 보통이 아니었다.

침을 튀겨 가며 흥분해서 말하는 남궁무를 보며 나는 어색한 미소를 지었다.

그러고는 고개를 돌려 남궁정을 바라보았다.

스윽.

그런 나의 눈빛에 남궁정은 조심스럽게 고개를 돌려 나의 눈빛을 피했다.

‘이 자식 봐라?’

그에 눈가를 꿈틀거린 것도 잠시.

나는 이번에 고개를 돌려 남궁연화를 바라보았다.

밝은 기운이 너무나도 매력적인 그녀라면 남궁무를 진정…….

“맞아요! 오라버니가 있어서 다행이에요! 오라버니도 위마참군 이야기 들었지요? 아니 글쎄…….”

쫑알쫑알.

아…… 남궁연화가 더했다.

나와 두 눈이 마주치자 기다렸다는 듯이 남궁연화가 침을 튀겨 가며 말을 하기 시작했다.

진짜 말도 안 되는 속도로 말이다.

그런 그녀의 모습에 나는 살짝 한숨을 내쉬었다.

그에 남궁무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어디 불편합니까? 말만 하십시오. 더우십니까? 아니면 추우십니까?”

네가 불편합니다.

그런 나의 마음을 전혀 모르는 남궁무가 당장이라도 겉옷을 벗으려는 행동을 취했다.

내가 춥다고 하면 당장 벗어 줄 기세였다.

그런 남궁무의 행동에 짜증이 나던 것도 잠시. 나의 눈과 마주친 그의 두 눈에 담긴 순수한 호의에 나는 다시 한숨을 내쉬었다.

웃는 얼굴에 침 못 뱉는다고, 진심 어린 호의에 어떻게 화를 내겠는가?

내가 그렇게 야박한 사람은 아니었다.

“밥 좀 먹읍시다.”

“아, 미안합니다! 어서 드십시오!”

나의 말에 남궁무가 화들짝 놀라며 나를 향해 말했다.

그러고는.

스윽.

탁자 위에 양손을 올려 턱을 괴고는 흐뭇한 미소를 지으며 나를 바라보았다.

마치, 사랑스러운 손자가 밥을 먹는 것을 구경하는 할아버지처럼 말이다.

“…….”

그에 숟가락을 다시 들었던 것도 잠시.

나는 다시 내려놓으며 남궁무를 바라보았다.

“안 드십니까?”

“나는 이미 배가 부릅니다.”

“밥이 그대로십니다.”

처음과 같은 남궁무의 밥공기.

숟가락은커녕, 젓가락 자국도 없는 공기를 내려다보며 내가 말하자 남궁무가 여전히 흐뭇한 미소를 지으며 입을 열었다.

“나는 대협이 먹는 것만 봐도 배가 부릅니다.”

아이 진짜.

우리 아버지…… 아니 그 양반은 당연히 제치고, 우리 어머니도 안 하는 말을 하는 남궁무의 모습에 나는 인상을 찌푸리며 탁자에서 손을 내렸다.

밥맛이 뚝 떨어졌기 때문이었다.

“제가 먹여 드릴까요?”

에라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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