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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천마신교는 이상하다-95화 (95/275)

제95화

제95장 거짓된 마를 참하다 僞魔斬

“형님!”

“아…… 그래.”

이른 아침.

나는 방문을 벌컥 열고 들어오는 왕일의 부름에 침대에서 몸을 일으켰다.

“아…… 죄송합니다.”

막 잠에서 깨어난 나의 모습에 그제야 자신의 무례를 파악한 왕일.

녀석이 미안한 표정을 지으며 사과하자 나는 피식 미소를 지었다.

전생에서도 늘 이랬다.

좋은 일이 있거나 급한 일이 있으면 항상 이렇게 방문을 벌컥 열고는 했던 것이다.

밤이든, 낮이든 그런 것에 전혀 구애받지 않고 말이다.

그로 인해 전생에서는 주의를 몇 번이나 주었지만 고쳐지지 않았기에 나는 현생에서 깔끔하게 포기하기로 했다.

안 고쳐질 것이 뻔하니 말이다.

아무튼, 그런 나의 말에 왕일이 배시시 웃었다.

그러고는 의자를 끌고 와 침대 옆에 놔두고는 의자에 앉았다.

“찾았습니다.”

“뭐를?”

주어 없이 말하는 왕일의 모습에 내가 묻자 왕일이 다시 입을 열었다.

“색마, 그 새X 찾았습니다.”

“그래? 위치가 어디야?”

“여기 근처입니다.”

“흐음…….”

왕일의 말에 나는 턱을 쓰다듬었다.

오늘 감숙으로 떠나려고 했는데…… 아무래도 조금 더 미뤄야 할 것 같았다.

“오늘 바로 움직이시겠습니까?”

그런 나의 모습에 왕일이 목소리를 낮추며 물었다.

그에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피해자가 더 생기기 전에 쓰레기를 처리해야지.”

“바로 준비하겠습니다.”

“그래.”

왕일의 말에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고는 침대에서 몸을 일으켰다.

왕일은 왕일 나름대로.

나는 내 나름대로 해야 할 일이 있었다.

“아, 죽립과 면사는 저희가 준비하겠습니다.”

“아…….”

“그리고, 옷도 멋들어진 흑의로 준비했습니다. 소교주의 위치에 어울리는 그런 의복으로!”

“아…… 그래.”

이 녀석.

전생보다 일을 더 잘하는 것 같았다.

* * *

“주군이시여.”

늦은 밤.

술에 취한 상태로 방에 들어선 윤문은 자신의 앞에 나타난 염승의 모습에 의문 어린 표정을 지었다.

자신이 부르지 않는 한 나타나지 않는 존재.

그림자와도 같은 존재가 염승이었다.

헌데 스스로의 의지로 자신의 앞에 모습을 나타낸다?

급한 일이라도 있단 말인가?

평소와 너무 다른 상황에 윤문이 의문을 표한 것도 잠시.

“극신, 그자의 정체를 알아냈습니다.”

“…….”

염승의 입에서 나온 말에 윤문의 표정이 차갑게 식어 갔다.

“그자는 바로.”

“염승.”

염승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

염승은 자신을 부르는 싸늘한 윤문의 목소리에 고개를 깊게 숙였다.

본능적으로 자신이 잘못했다는 것을 깨달은 것이다.

“내가 뭐라고 했지?”

“그것이…….”

“염승.”

“예.”

“쓸데없는 짓 하지 마라.”

“알겠습니다.”

윤문의 경고에 염승이 고개를 깊게 숙였다.

그러고는 그대로 사라졌다.

스윽.

그렇게 염승이 사라지고, 윤문은 걸음을 옮겨 창가 앞에 위치한 의자에 앉았다.

은은한 달빛만이 비치는 창가 너머의 모습.

그 모습을 바라보며 윤문은 복잡한 표정을 지었다.

* * *

“네…… 네 이놈!”

늦은 밤.

아버지와 정적인 가문의 사내라는 이유로 몰래 밀회 密會를 즐기던 여인은 집으로 돌아가는 자신의 앞길을 막아선 노인을 바라보며 겁에 질린 표정으로 소리를 질렀다.

“킬킬.”

겁에 질린 여인의 모습에 기분이 좋은 것일까?

그녀를 막아선 노인이 기괴한 웃음소리를 내었다.

저벅.

그러고는 여인을 향해 한 걸음 앞으로 다가섰다.

“무…… 물러가라! 내가 누구인 줄 아느냐!”

그런 노인의 행동에 본능적으로 뒷걸음질 친 여인.

그녀가 호통치듯 말하자 노인이 걸음을 멈추었다.

그러고는 고개를 들어 여인을 바라보았다.

“종사품 좌참의 홍학의 여식 홍문혜.”

“아는 놈이 이러는 것이냐! 어서 물러거라!”

노인의 입에서 나온 여인의 신상명세.

그에 여인, 홍문혜가 애써 겁을 감추며 소리쳤다.

사천성에서는 그 누구도 무시 못 하는 사람이 바로 자신의 아비이다.

그에 노인이 자신을 향해 해코지를 못 할 것이라 판단한 홍문혜가 다시 입을 열었다.

“내 오늘 일은 없었던 일로 해 줄 터이니 어서 물……. 커헉!”

홍문혜의 경고가 담긴 말이 채 끝나기도 전.

“킬킬.”

홍문혜의 목을 움켜쥔 노인이 기괴한 웃음소리를 내었다.

“츄릅, 맛있겠다.”

그러고는 괴로워하는 홍문혜를 바라보며 입맛을 다시었다.

너무나도 끔찍한 노인의 행동에 몸서리친 것도 잠시.

구름에 가려졌던 달이 세상 밖으로 드러났고 드러난 달빛으로 인해 노인의 얼굴을 보게 된 홍문혜가 두 눈을 크게 떴다.

흰자로 뒤덮인 한 개의 눈.

그 눈을 보고는 사내가 누구인지 깨달은 것이다.

“새…… 색마…….”

귀한 집안의 여식만을 노리는 색마.

무림공적으로 구분되어 있으며, 절정의 고수인 색마의 용모파기와 같은 노인의 모습에 홍문혜는 절망했다.

그에 두 눈을 질끈 감았다.

앞으로 어떤 끔찍한 일이 벌어질지 상상되었던 것이다.

그에 명문가의 여식으로서 순결을 지키기 위해 혀를 깨물려던 순간!

텁!

“케케.”

색마가 홍문혜의 입에 손가락을 집어넣었다.

“커컥!”

그런 색마의 과격한 행동에 홍문혜는 괴로운 듯 소리를 내었고, 색마는 그저 좋다는 듯 계속해서 기괴한 소리를 내며 웃었다.

입에 넣은 손가락을 돌리며 희롱까지 해 버리는 색마.

그렇게 잠깐 가지고 논 색마는 홍문혜의 혈을 점하고는 손을 내렸다.

스윽.

손가락에 묻은 그녀의 침을 아무렇게나 닦은 색마. 그가 다시 손을 들어 홍문혜의 옷고름을 풀려는 순간!

서걱.

두 눈을 꼭 감고 있던 홍문혜의 귀로 묘한 소리가 들려왔다.

그리고.

턱.

피슈숙!

색마의 목이 바닥에 떨어지며 그의 목에서 피 분수가 뿜어져 나왔다.

초절정의 고수로서, 무림공적으로 수많은 사람들을 공포에 떨게 했던 대마두 색마.

그의 거창한 이름과는 달리 그의 죽음은 너무나도 허망했다.

“아…….”

그에 홍문혜가 달뜬 소리를 내었다.

색마의 목에서 뿜어져 나온 피.

그 피가 자신의 얼굴과 몸에 튀자 차가운 감촉에 두 눈을 떴고, 이내 바닥에 쓰러진 채 꿈틀대는 색마의 시체에 안도감이 들었던 것이다.

그리고.

스르릉, 턱.

그녀의 두 눈앞.

검은색 바탕의 비단으로 만들어진 무복이었으나, 금색의 수실로 용을 장식하여 튀지 않는 화려함을 표현한 무복과 눈 아래를 가린 검은색의 면사, 마지막으로 검은색 죽립을 깊게 쓴 무인을 볼 수 있었다.

“가…… 감사합니다.”

자신의 목숨을 구해 준 고마운 은인.

그런 은인을 향해 그녀는 감사의 인사를 전하였다.

진심이 가득 담긴 홍문혜의 감사에 고개를 돌린 사내.

그가 홍문혜의 두 눈을 바라보았다.

“아…….”

검은색의 면사로 인해 자세한 얼굴은 알 수 없었지만 두 눈이 너무나도 아름다운 사내였다.

차가운 눈빛임에도 불구하고 너무나도 아름다운 두 눈동자에 홍문혜는 그만 입을 벌리며 감탄하고 말았다.

“거짓된 마를 참할 뿐이다.”

그리고 사내의 입에서 나온 매력적인 음성에 몽롱한 표정을 지었다.

사람을 홀린다는 요괴가 있다면 아마, 자신의 두 눈앞에 있는 사내가 아닐까 싶었다.

“아가씨!”

그때, 저 멀리서 수많은 횃불로 인한 불빛과 사내들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에 홍문혜가 정신을 차리고는 고개를 돌렸다.

“여기예요!”

자신을 찾기 위한 사람들이라는 것을 파악한 홍문혜가 다급하게 소리를 지르며 자신의 위치를 알리자 횃불을 들고 그녀를 찾던 수많은 사람들이 그녀가 있는 곳으로 달려왔다.

그리고.

“아…….”

바람처럼 사라진 자신의 은인.

이제는 없어진 은인의 모습에 홍문혜는 아쉬운 표정을 지었다.

* * *

“꺼억!”

이른 아침.

낡은 거적때기를 걸친 한 거지 청년이 트림을 아무렇게나 해 대며 천천히 걸음을 옮기고 있었다.

동네 산책을 하듯 가벼운 걸음과, 나른한 표정.

세상만사가 평화롭고 따분한 거지의 모습을 그대로 보여 주는 청년의 모습에 사람들은 인상을 찌푸렸다.

그들의 눈에는 일을 하지 않고 지내는 거지의 모습이 한심해 보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어느 정도 무림에 대한 지식이 있는 사람들은 거지 청년을 보며 두 눈을 반짝였다.

세상을 다 산 듯한 표정을 짓고 있는 젊은 거지 청년.

그의 허리춤에 여섯 개의 매듭이 보란 듯이 걸려 있었기 때문이다.

“오셨습니까?”

그런 청년 거지가 걸음을 옮겨 한 곳에 도착하자 심각한 표정을 짓고 있던 거지.

개방의 사천 분타주 홍구가 거지 청년을 향해 고개를 깊게 숙였다.

“헤헤, 오랜만입니다. 홍 숙부.”

“하하. 그러게 말입니다.”

그런 홍구의 인사에 거지 청년은 나른한 표정을 지우고는 친근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홍구의 예의 바른 인사에 거지 청년이 친근한 말투로 화답하자 홍구 또한 마주 웃으며 대답했다.

“좀 어떻습니까?”

“흉수를 알아내었습니다.”

그렇게 인사를 주고받고, 거지 청년이 미소를 지우며 묻자 홍구 또한 미소를 지우며 대답했다.

“어느 정의의 협객이랍니까?”

하룻밤 사이에 죽어 버린 무림공적 색마 色魔.

그 현장에 조사를 나온 홍구를 보며 거지 청년이 물었다.

그에 홍구가 난처한 미소를 지었다.

“에? 왜 그러십니까?”

난처한 미소를 지으며 대답을 하지 않는 홍구.

그런 홍구의 모습에 거지 청년, 아니. 개방의 소방주이자 장차 방주가 될 취걸이 고개를 갸웃거리며 물었다.

그에 홍구가 볼을 긁적이며 입을 열었다.

“그게…… 협객이 아닙니다.”

“응? 색마를 죽였습니다. 협객이 아니더라도 이제 협객이라고 불려야지요.”

홍구의 말에 취걸이 고개를 갸웃거리면서 대답했다.

취걸의 말이 맞았다.

자그마치 무림공적, 색마다.

완숙한 절정고수로서 괴상한 성벽과 엄청난 악명으로 수많은 백성들을 공포에 떨게 했던 인물.

뛰어난 무공과 기발한 은신법으로 인해 무림맹에서도 잡아들이지 못한 골칫덩어리였던 색마.

그런 색마를 죽인 자가 설령 산적이라 할지라도 사람들은 그를 협객, 그리고 영웅이라 칭할 것이다.

무림맹 또한 그에 대한 보상을 내릴 것이고 말이다.

그것을 누구보다 잘 아는 취걸의 말에 홍구가 살짝 한숨을 내쉬었다.

홍구도 십만 방도, 개방의 간부이다.

그것을 어찌 모르겠는가?

하지만 말이다, 이번 경우는 다르다.

“그게…… 천마신공입니다.”

“응……?”

생각지도 못한 홍구의 말.

중원에서는 공포와도 같은 무공의 이름이 홍구의 입에서 나오자 취걸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자신이 잘못 들었나 해서였다.

그에 홍구가 다시 한번 한숨을 내쉬고는 입을 열었다.

“색마의 목에 남겨진 검흔. 천마의 독문무공인 천마신공입니다.”

“…….”

“색마를 죽인 협객. 아마 그 협객은 사황성과 혼약을 위해 무림에 나선 천마신교의 소교주라 짐작…….”

“홍 분타주.”

홍구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

홍구는 취걸의 입에서 나온 낮은 어조에 자세를 바로 하며 고개를 숙였다.

늘 웃는 얼굴로 모든 분타주들에게 숙부라 칭하며 애교를 부리는 소방주이지만, 한 번씩 보여 주는 그의 진지한 모습은 수많은 방도들에게 믿음을 주었다.

그런 취걸의 모습에 홍구가 예를 갖추자 취걸이 다시 입을 열었다.

“저는 지금 당장 방주님에게 달려가 소식을 전하겠습니다. 홍 분타주는 최대한 정보를 통제해 주십시오.”

“네, 알겠습니다.”

“하오문에서는?”

“아직 아무런 움직임이 없는 것으로 보아, 모르고 있는 것 같습니다.”

취걸의 물음에 홍구가 대답했다.

그에 고개를 끄덕인 취걸이 다시 입을 열었다.

“절대, 하오문이 알아서는 안 됩니다.”

“네.”

“그럼, 저는 가 볼 테니 부탁드리겠습니다.”

홍구의 믿음직한 대답에 취걸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하고는 그대로 사라졌다.

정보를 다루는 조직답게 뛰어난 신법을 지니고 있는 취걸.

홍구는 어느덧 저 멀리 점이 되어 버린 취걸을 보며 다부진 표정을 지었다.

절대, 이 정보가 새어 나가지 않도록 할 것이며, 정적인 하오문에게 일말의 빌미도 주지 않겠다고 말이다.

그렇게 홍구가 각오를 다지던 그 시각.

“고생하셨습니다.”

“에휴, 피곤하다.”

사천성의 은하객잔에서 하오문의 소문주가 천마신교의 소교주와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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