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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천마신교는 이상하다-94화 (94/275)

제94화

제94장 남궁세가의 쓰레기 汚

“하하! 정말 재미있군!”

“그러게 말입니다! 사해가 동도라더니, 이렇게 좋은 인연을 만나 즐겁기 그지없습니다!”

“껄껄! 그것이 낭만일세!”

사천성의 은하객잔.

왕일의 배려로 객잔을 통으로 전세 내 버린 나는 나의 앞에서 붉어진 얼굴로 떠드는 천풍, 윤문, 그리고 당독을 보며 고개를 가로저었다.

오늘 처음 만났음에도 불구하고 같은 전투를 지낸 전우라며 어깨동무를 하는 천풍과 윤문.

그런 둘과 나 때문에 가문이 박살 났는데도 불구하고 그저 좋다며 허허 웃는 노인 당독까지.

도대체 어쩌다가 이런 조합이 되었단 말인가.

참으로…… 난감했다.

“그나저나, 극 후배.”

“예, 말씀하십시오.”

술에 얼큰하게 취한 채 나를 친근히 부르는 천풍.

그런 천풍을 보며 나는 싱긋 미소를 지었다.

“희한하게 말이야. 나는 극 후배가 너무 마음에 들어. 왜 이러지?”

핏줄이니까 그렇지요.

나를 향해 의문 어린 표정을 지으며 말하는 천풍을 보며 나는 살짝 미소를 지었다.

우리 어머니와 닮은 외숙부.

그런 숙부를 보며 나는 장난스레 입을 열었다.

“저는 여자 좋아합니다.”

“떽! 나도 여자가 좋아!”

나의 장난스러운 대답에 기분 좋은 미소를 지으며 말하는 천풍.

그런 천풍을 보며 윤문이 씨익 미소를 지었다.

“천하의 청룡신군이 여자를 좋아합니까?”

“당연하지!”

“허어…… 여자에 빠져 무를 등한시한다라…….”

“이보게, 윤 후배. 왜 이야기가 그리되나?”

“아닙니까?”

“후우…… 선배님, 요즘 후배들 기강이 왜 이럽니까?”

윤문의 장난스러운 대답에 천풍이 한숨을 내쉬며 당독을 바라보았다.

그에 당독이 술잔을 한 모금 마시며 입을 열었다.

“껄껄! 나 때도 다 똑같았네.”

“엥? 저는 바람직한 후배였지 않습니까?”

“껄껄! 자네가 위지세가의 망나니를 반 죽이고, 그의 아버지인 세가주에게 대들던 모습이 아직도 기억나는군.”

“…….”

“선배고 나발이고, 존경받을 만해야 선배지. 당신 같은 무인은 쓰레기라고. 그 당시 수많은 선배들이 가슴 찔려 했지 말이야.”

“이야. 천풍 선배님. 멋지십니다.”

당독의 말에 천풍은 가만히 입을 다물었고, 윤문이 엄지를 치켜세우며 그런 천풍을 향해 말했다.

장난기가 다분한 윤문의 말에 천풍은 한숨을 내쉬었다.

그러고는 입을 열었다.

“술이나 마시세.”

이것 참.

우리 외숙부 분명 엄청난 고수인데…… 상당히 인간적인 사람이었다.

전생에서 알지 못했던 외숙부, 천풍의 성격.

나는 그런 외숙부가 마음에 들었다.

* * *

“크하하하!”

“호호!”

안휘성 安徽城 성도의 합비 合肥.

그곳 최고의 홍등가에 위치한 천산루 天産樓 에 들어선 사내는 자신의 귀를 어지럽히는 소리에 인상을 찌푸렸다.

술에 취한 사내의 목소리와 그런 사내의 비위를 맞추며 정말 행복하다는 듯 웃는 여인들의 교성.

천하제일가 대남궁세가의 핏줄로 태어나 평생을 무예를 단련해 온 무인인 남궁패에게 있어서 경멸스럽기 짝이 없는 장소에 들어선 그는 서둘러 걸음을 옮겼다.

어서 자신에게 주어진 임무를 마치고 이곳에서 벗어나고 싶었기 때문이다.

그렇게 남궁패가 급하게 걸음을 옮기던 도중.

퍼억!

술에 취해 비틀거리던 한 사내의 어깨를 치고 말았다.

꾸준한 수련으로 단련된 남궁패의 몸은 철벽과도 같았기에 술에 취한 사내는 그대로 뒤로 넘어지고 말았다.

그런 사내의 엉덩방아에도 불구하고 남궁패는 차가운 표정을 지으며 사내를 내려다보았다.

“꺼져라.”

남궁패의 입에서 나온 싸늘한 말.

그 싸늘한 말에 사내가 멍한 표정을 지었다.

그것도 잠시.

이내 상황 파악이 된 사내가 무서운 표정을 지으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아니, 당신이 부딪……. 헙!”

“아이고! 죄송합니다, 무사님!”

분노한 사내가 따지듯 두 눈에 불을 켜며 소리치자 옆에 있던 동료가 황급히 그의 입을 막으며 고개를 숙였다.

그에 남궁패는 싸늘한 눈빛으로 그런 둘을 노려보았다.

더러운 쓰레기들의 모습에 살심이 치솟았던 것이다.

‘짜증 나는군.’

하지만, 이내 살심을 애써 누르며 걸음을 옮겼다.

빨리 자신에게 주어진 임무를 마치고 이곳을 벗어나고 싶은 마음이 더 컸던 것이다.

그렇게 남궁패가 빠른 속도로 사라지자 동료가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사내의 입을 풀어 주었다.

“왜!”

그런 동료의 행동에 사내가 인상을 찌푸리며 신경질적으로 묻자 동료가 무서운 표정으로 사내를 바라보았다.

“멍청한 놈아. 방금 너 죽을 뻔했어.”

“뭐?”

“창궁 蒼穹이라 적힌 무복 못 봤어?”

“헉!”

동료의 설명에 사내가 두 손을 들어 입을 틀어막았다.

창궁이라는 글귀가 적힌 무복.

그 무복을 입고 있다는 뜻은 그가 곧 안휘성의 패자, 남궁세가의 무인이라는 뜻이었다.

그에 사내가 놀라자 동료가 혀를 차며 입을 열었다.

“술이나 사라.”

“아…… 고맙다…….”

“그래.”

동료가 자신의 목숨을 살려 주었다는 것을 깨달은 사내.

그런 사내의 감사 인사에 동료가 피식 미소를 지었고, 사내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게 두 명의 사내는 다시, 어깨동무를 하며 기루를 벗어났다.

“호호호!”

“어머! 공자님!”

“아이잉!”

‘하아…….’

천산루의 귀빈만이 출입 가능한 최상층에 도착한 남궁패.

그는 문 너머로 들려오는 여인들의 교성에 한숨을 내쉬었다.

어찌, 사내로 태어나 삶을 저렇게 허무하게 보낼 수 있단 말인가?

너무 경멸스러웠고, 한심했다.

그렇게 부정적인 생각을 하던 것도 잠시.

남궁패가 고개를 흔들고는 표정을 가다듬었다.

그러고는 예의 진중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공자님.”

“응?”

남궁패의 낮은 목소리.

그 목소리에 문 너머에서 소리가 들려왔다.

그에 남궁패가 다시 입을 열었다.

“들어가겠습니다.”

“응? 싫어. 꺼져.”

남궁패의 말에 문 너머에서 대답이 들려왔다.

싫다는 사내의 대답.

그 대답에도 불구하고.

벌컥.

남궁패는 문을 열었다.

그러고는 다섯 명의 여인들을 품에 안고 있는 사내.

동생에게 소가주의 자리를 빼앗긴 멍청이.

남궁세가 역사상 최악의 망나니라 불리는 대공자 남궁영을 바라보았다.

“가주님이 부르십니다.”

“하하! 이게 누구야! 창천대 蒼天隊의 부대주 남궁패가 아닌가!”

“…….”

남궁패의 등장에 남궁영이 자리에서 일어나 환한 미소로 그를 맞이했다.

가주가 부른다는 남궁패의 말은 신경 쓰지 않으며 말이다.

오히려 무시에 가까운 남궁영의 행동에 남궁패가 다시 입을 열었다.

“가주님이 부르십니다.”

남궁영의 환대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차가운 어조로 다시 자신의 용건을 말한 남궁패.

그런 남궁패의 말에 남궁영이 섭섭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우리, 창천 부대주는 내가 반갑지 않은가 봐?”

“가주님이 부르십니다.”

남궁영의 섭섭하다는 말투에도 여전히 변함없는 남궁패의 말.

그에 남궁영이 고개를 끄덕였다.

스윽.

그러고는 옆에 있는 술병을 들었다.

“공자님.”

가주의 부름에도 불구하고 계속해서 술을 마시려는 남궁영의 행동에 인상을 찌푸린 남궁패.

그가 남궁영을 바라보자 남궁영이 씨익 미소를 지었다.

그러고는.

쨍그랑!

“꺄악!”

옆에 있던 기녀의 머리통을 그대로 내려쳤다.

건장한 사내의 힘으로 내려쳐진 술병.

그 술병은 산산조각이 났으며, 머리통을 맞은 기녀는 날카로운 소리를 지르며 그대로 쓰러졌다.

스윽…….

바닥을 적시는 기녀의 피와 깨진 병에서 나온 술.

순식간에 젖은 바닥을 내려다본 남궁영이 고개를 들었다.

씨익.

그러고는 남궁패를 바라보며 미소를 지었다.

그에 남궁패는 얼굴을 굳혔고, 남궁영은 다시 환한 미소를 지으며 입을 열었다.

“내가 반갑지?”

“……네.”

장난을 치는 어린아이 같은 남궁영의 물음.

그 물음에 남궁패가 마지못해 짧게 대답했다.

그런 남궁패의 대답에 남궁영이 아쉽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러고는 고개를 돌려 화려하게 차려진 술상을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아직 술병이 세 개나 더 있는데.”

움찔.

남궁영의 웃음 섞인 말.

그 말에 몸을 떨고 있던 기녀들 모두가 움찔했다.

두려움에 질려 그만 실례까지 하고 말아 버린 기녀들.

그런 기녀들을 보며 피식 미소를 지은 남궁영이 걸음을 옮겼다.

그러고는 목석같은 남궁패의 어깨에 팔을 둘렀다.

“자 그럼 가 볼까?”

자신의 어깨에 팔을 얹은 남궁영의 입에서 나는 술 냄새.

그리고 여인의 분 냄새.

자신이 경멸하는 모든 냄새를 담고 있는 남궁영의 말에 남궁패는 힘겹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게 남궁패는 자신에게 주어진 명령을 이행 할 수 있었다

* * *

“사천으로 가라.”

“싫습니다.”

남궁세가의 가주실.

그곳에 들어선 남궁영은 다짜고짜 용건을 말하는 아버지, 남궁세가주를 보며 대답했다.

그에 십대고수 중 삼황을 제외한 칠왕七王 중 한 명이자, 검왕 劍王이라는 별호를 가지고 있는 남궁준광이 싸늘한 표정으로 남궁영을 바라보았다.

“네놈에게 선택권이 있는 것 같으냐?”

“이유가 뭡니까?”

남궁준광의 싸늘한 물음.

그 물음에 남궁영이 기죽지 않고 대답했다.

천하제일가라고 불리는 남궁세가의 가주 앞에서도 여전히 당당한 남궁영.

그런 남궁영의 모습은 얼핏 용감해 보이기까지 했다.

“네 동생이 거기 있다.”

“…….”

“가라, 그리고 자극해라.”

“하.”

남궁준광의 명령.

그 명령에 남궁영이 헛웃음을 지었다.

그러고는 다시 입을 열었다.

“포기한 것 아니었습니까?”

“아니? 네놈을 극복하면 그놈은 스무 살의 나이에 절정에 오를 것인데 어찌 포기한단 말이냐?”

남궁영의 물음에 남궁준광이 대답했다.

그에 남궁영이 피식 미소를 지었다.

“절대 저를 극복하지 못하도록 더 괴롭히고 와야겠군요.”

“그래 봐라.”

남궁영의 도전적인 말에 남궁준광이 피식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

그에 남궁영이 인상을 찌푸렸다.

기분이 더러웠다.

남궁세가의 망나니 남궁영.

소가주 지위를 동생에게 빼앗긴 머저리이기까지 한 남궁세가의 수치인 그가 지금까지 대공자의 지위를 유지할 수 있는 이유는 단 하나였다.

바로, 소가주인 남궁정의 경지를 위한 발판.

그는 옛날부터 어린 남궁정을 학대해 왔다.

뛰어난 무재를 선보이며 어른들의 관심을 끌던 동생.

그런 남궁정이 곱게 보일 리 없는 남궁영은 매일매일, 남궁정을 때리고, 괴롭혀 왔으며, 동물들의 사체가 가득한 방에 가두기도 했다.

남궁준광은 그런 남궁영의 행동을 묵인했고, 남궁정을 낳다가 죽은 어머니는 일가친척 하나 없는 시녀였기에 정실의 아들, 남궁영은 말 그대로 미친놈처럼 자신의 동생을 괴롭혀 왔다.

지독하고, 또 기발하게 말이다.

그렇게 처참하고 끔찍한 어린 시절을 보내온 남궁정.

그런 남궁정은 창궁검룡이라 불리며 오룡의 일인이라 불리는 일류고수가 되었지만 여전히 남궁영의 앞에서는 고양이 앞의 쥐가 되었다.

남궁영의 경지가 소주천도 이루지 못해 이류에 머물러 있음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그에 남궁준광은 직감했다.

어린 시절의 기억이 남궁정을 붙잡고 있다는 것을 말이다.

그리고 예상했다.

남궁정이 남궁영에 대한 두려움을 극복한다면 새로운 경지를 밟게 될 것이라고 말이다.

그에 남궁준광은 망나니인 남궁영의 지위를 인정하며 계속 남궁세가에 지낼 수 있게 하였다.

그리고 일부러 틈틈이 남궁정과 부딪치게 하였다.

남궁정이 남궁영을 극복할 수 있도록 말이다.

지금도 마찬가지였다.

남궁정이 그를 극복할 수 있도록 일부러 사천에 보내는 것이다.

그것을 누구보다 잘 아는 남궁영은 더러워진 기분에 이를 갈았다.

그러고는 다시 고개를 들어 남궁준광을 바라보았다.

“그 녀석이 저를 극복하면 저는 더 이상 쓸모가 없어지겠군요…….”

남궁영의 물음에 남궁준광은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았다.

아무런 대답도 없는 남궁준광의 모습에서 남궁영은 느낄 수 있었다.

그가, 자신의 물음에 긍정을 표했다는 것을 말이다.

그에 남궁영은 몸을 돌렸다.

“대답하고 가라.”

문을 열고 나서려는 남궁영의 귀로 들려오는 남궁준광의 목소리.

그 목소리에 남궁영이 싸늘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바로 출발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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