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나의 천마신교는 이상하다-92화 (92/275)

제92화

제92장 독황 당독 毒皇

“아아…….”

사천성의 패자.

정파 무림맹의 주축인 오대세가 五大世家 의 일원이면서 독과 암기의 지배자라고 불리는 가문.

사천당가 四川唐家.

그곳의 이장로라는 자부심으로 세월을 살아온 당노는 자신의 눈앞에 펼쳐진 끔찍한 광경에 믿을 수 없다는 듯 두 눈을 부릅떴다.

“아악!”

콰드득!

“꺼헉!”

빠각!

“악!”

“…….”

끔찍한 소리, 그리고 처절한 비명 소리.

오랜 역사를 간직한 사천당가에 울려 퍼지는 소리에 당노는 멍한 표정을 지었다.

자신의 인생이자 전부인 사천당가.

내심 천하제일가라고 자부하던 당가의 무인들이 쓰러지고 있었다.

평생을 자랑으로 여겨 왔던 사천당가.

자신의 자부심이 무너지고 있었다.

믿기지가 않았다.

어떻게 단 세 명이서?

저들이 무슨 십대고수라도 된단 말인가?

콰콰쾅!

아니, 가장 선두에서 검을 휘두르고 있는 중년 사내, 청룡신군은 그렇다고 치자.

저자는 차세대 십대고수라 불리는 육천신군이었으니 말이다.

하지만.

살랑!

콰앙!

“후후.”

채채챙!

“빨리 죽어! 나 술 먹고 싶다고!”

부드러운 미소를 지으며 옥색의 섭선을 휘두르는 미남자와, 붉은색 검을 난폭하게 휘두르는 미남자.

이제 약관으로 보이는 저 핏덩이들은 도대체 무엇이란 말인가!

가장 선두에서 검을 휘두르는 청룡신군에게도 뒤지지 않을 정도로 막강한 힘을 보여 주며 무인들을 무력화시키는 두 명의 모습에 당노는 무력감을 느꼈다.

그리고 생각했다.

“잘못되었구나.”

무협공자 武俠公子.

저자를 건드렸던 행동은 최악의 실수였다고 말이다.

그렇게 무인들과 고수들이 무력하게 쓰러져 가는 가운데.

당노는 두 눈을 질끈 감았다.

그러고는 검을 뽑았다.

“멈춰 주시오!”

모든 내공을 담아 소리친 당노.

그런 당노의 외침에도 불구하고 천풍과 윤문, 위극신의 행동은 멈추지 않았다.

아니.

콰쾅!

오히려 더 가속화되었다.

그에 당노는 두 눈을 질끈 감았다.

그러고는 검을 들었다.

자신의 왼팔.

왼팔을 자르고 용서를 구한다면 무협공자가 용서를 해 주지 않을까?

만약 안 된다면 이 못난 늙은이 목숨이라면 가능할까?

당노.

사천당가가 전부인 그는 사천당가가 멸망하지 않기를 바랐고, 그에 결단을 내렸다.

부웅!

이를 악물고 검을 휘두른 당노.

그는 두 눈을 질끈 감았다.

스윽!

그때.

“멍청한 놈.”

당노의 검이 허공에서 멈추었고 뒤에서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

잊으려야 잊을 수 없는 목소리.

사천당가 그 자체였으며, 사천당가 역사상 가장 호황기를 이끌었던 사내.

장로들의 숙부이자 사천당가 모두의 아버지이고, 스승이었던 사내.

“가관이구나.”

“아아…… 태상가주님…….”

사천당가의 전 가주.

전대고수로서 독황 毒皇이라는 별호로 불렸던 화경의 절대고수.

당독의 등장이었다.

* * *

스윽.

전방에서 느껴지는 은은한 기운.

강력하지는 않지만 강력한.

묘한 그 기운에 나는 물론 천풍과 윤문도 행동을 멈추었다.

그러고는 고개를 돌려 기운의 근원지를 바라보았다.

그러자 보였다.

우리들을 바라보며 은은한 미소를 짓고 있는 노인이 말이다.

그 노인의 모습에 나는 살짝 놀란 표정을 지었다.

‘살아 있네.’

신교를 나서기 전.

사마천이 건넨 용모파기에서 본 노인네였다.

바로 사천당가의 전 가주이자, 전대고수인 독황 당독.

그의 등장에 나는 물론 모두가 놀란 표정을 지었다.

“…….”

아 윤문 빼고 말이다.

아무튼, 갑작스러운 당독의 등장에 우리의 전투는 잠깐 소강상태에 접어들었다.

그리고.

“오랜만에 뵙습니다. 후배 천풍이 당노 선배에게 인사드립니다.”

정파의 고수인 천풍이 정중히 예를 취하였다.

“그래, 아주 훌륭하게 자랐군. 맹주가 자랑스러워하겠어.”

그런 천풍의 예에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한 당독.

그가 이번에는 고개를 돌려 나와 윤문을 바라보았다.

“안녕하세요.”

“처음 뵙겠습니다.”

정중히 포권을 취하며 자신을 소개하던 천풍과 달리 그저 웃어른에게 인사를 건네는 듯한 자세로 고개를 숙인 나와 윤문.

예의에는 전혀 벗어나지 않았지만 무림 선배에게 취할 행동은 아닌 인사였다.

그에 남아 있던 당가의 무인들이 두 눈에 불을 켰지만.

“허허!”

당독은 아무런 상관 없다는 듯 미소를 지었다.

그러고는 나를 바라보았다.

“자네가 무협공자인가?”

“예.”

당독의 물음에 나는 짧게 대답했다.

그에 고개를 끄덕인 당독이 다시 입을 열었다.

“이만하지 않겠는가?”

“…….”

“부탁하네.”

당독의 입에서 나온 부탁이라는 말.

하늘 같은 무림 선배가 고개를 숙이며 부탁까지 해 왔지만 글쎄…….

나는 좀 마음에 들지 않았다.

그에 나는 불퉁한 표정을 지으며 입을 열었다.

“한 어린아이가, 다쳤습니다. 그리고 수많은 사람들이 마비독에 중독되어 하루의 삶을 살아가지 못했습니다.”

“그에 대한 충분한 보상은 하겠네.”

“보상이라…….”

“금자 한 냥.”

호오.

당독의 말에 나는 살짝 놀란 표정을 지었다.

그에 당독이 다시 입을 열었다.

“마비독에 중독된 모든 인물들에게 금자 한 냥씩을 지급하겠네. 그리고.”

당독의 말이 끝나고.

우웅!

덥석!

벽에 처박혀 기절해 있던 당사독이 허공을 날아 당독의 손으로 빨려 들어갔다.

허공섭물 虛空攝物.

기운으로 물건을 자유자재로 움직이는 절대고수의 비기를 보여 주며 당사독의 목을 움켜쥔 당독이 나를 똑바로 바라보았다.

“이 망할 녀석이 한 명 한 명 찾아가 용서를 구하도록 하겠네.”

“…….”

솔직히, 충분했다.

더 이상 무엇을 바랄까.

“그리고, 당첨 그 아이는 내가 직접 돌볼 것이며. 녀석이 가주가 되는 동안 내가 가주의 위를 다시 받도록 하겠네.”

“…….”

“이 정도면 용서가 되겠는가?”

당독의 물음.

그 물음에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에 당독이 살짝 미소를 지었다.

“다행이군. 그럼 이제 정리…….”

“어르신.”

당독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

나의 입에서 나온 부름에 당독이 의문 어린 표정을 지으며 나를 바라보았다.

그에 나는 살짝 미소를 지었다.

“저에게는 사과 안 하십니까?”

“……?”

“엄밀히 따지면 제가 제일 피해자입니다.”

망할 사천당가 때문에 얼마나 귀찮았는가?

그것을 언급하며 내가 당당하게 말하자 옆에 가만히 서 있던 윤문이 슬그머니 앞으로 나섰다.

“저도 피해자입니다.”

은근슬쩍 숟가락을 얹는 윤문.

그런 우리 둘의 모습에 당독이 당황한 것도 잠시.

“푸하하!”

박장대소를 터뜨렸다.

그리고.

서걱.

“크아악!”

자신의 손에 쥐어진 당사독.

그자의 오른팔을 잘라 내었다.

오른팔에서 느껴지는 화끈한 고통에 기절에서 깨어난 당사독.

그가 괴로운 소리를 내질렀지만, 당독은 그런 당사독을 무시했다.

그러고는 우리를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이제, 용서가 되겠는가?”

“거참…….”

할 말 없게 만드네.

자기 자식의 팔까지 자르는 행동을 보여 주는 당독의 모습에 나와 윤문은 어색한 미소를 지었다.

돈이나 조금 뜯어먹을까 생각했는데 사천당가주의 팔을 줘 버린다.

이것 참.

쓸데없는 것을 줘 버리네.

-마의에게 이야기 들었네.-

움찔.

그때, 나의 귀로 전음 소리가 들려왔다.

생각지도 못한 언급에 내가 움찔하자 다시 전음이 들려왔다.

-걱정 말게, 다 늙어서 정파고 마도고 나눌 생각 없으니.-

“…….”

당독의 전음.

그 전음에 내가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자 다시 전음 소리가 들려왔다.

-그나저나, 이번 세대의 소교주는 정말 괴물이군. 자네 정녕 스물두 살이 맞는가?-

그에 나는 고개를 들어 당독을 바라보았다.

그러고는 멋들어진 나의 미소.

그 미소를 보여 주며 입을 열었다.

“회귀까지 해서 쉰두 살입니다.”

“에잉…….”

나의 얼토당토않은 말.

그 말에 당독이 전음 하는 것도 잊은 채 인상을 찌푸리며 혀를 찼다.

자신을 놀린다고 생각한 것이다.

그런 당독의 반응에 나는 그저 싱긋 미소를 지어 보였다.

뭐, 사실인데 어쩌겠는가?

믿기 싫으면 말라지.

내 알 바 아니다.

* * *

“…….”

은하객잔에 위치한 방으로 돌아온 윤문.

그는 창가에 위치한 의자에 앉아 복잡한 표정을 지었다.

툭. 툭. 툭.

복잡한 표정으로 탁자를 검지손가락으로 세 번 두들긴 윤문.

스르륵.

그런 윤문의 행동에 아무것도 없던 바닥에서 갑자기 한 사내가 솟아올랐다.

그림자처럼 나타난 사내.

그가 윤문을 향해 부복을 하며 고개를 숙였다.

그런 사내의 등장에도 전혀 놀라지 않은 윤문.

그가 사내를 내려다보며 입을 열었다.

“극신에 대한 조사는?”

“조금만 더 기다려 주십시오.”

윤문의 물음에 사내가 대답했다.

헌데 조금 이상했다.

사내의 입에서 나온 음성.

그 음성은 도저히 사내라고는 믿기지 않을 정도로 얇은 목소리였다.

그렇다고 여인도 아니었다.

사내도, 여인도 아닌 미묘한 존재의 사내.

그런 사내의 보고에 윤문이 인상을 찌푸렸다.

“그만두도록.”

“예……?”

윤문의 명.

그 명에 사내가 놀란 듯 고개를 들어 윤문을 바라보았다.

“그만두라 했다.”

“하지만 폐하…….”

“호칭.”

사내의 입이 열림과 동시에 인상을 찌푸린 윤문, 아니 명제국의 이대 황제. 혜제 惠帝 주윤문.

그의 지적에 사내가 황급히 고개를 숙였다.

“송구하옵니다 주군!”

“조심하도록 하라. 아무튼, 극신에 대한 조사는 모두 멈추도록 하거라.”

“주군, 그자는 주군의 최측근에 있는 인물로서 위험한 자입니다.”

“안다.”

사내의 충언에 주윤문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고는 다시 입을 열었다.

“극신은 너의 존재를 알고 있나?”

“부끄럽습니다.”

사내의 대답에 주윤문은 가만히 고개를 끄덕였다.

황궁 제일의 고수.

현재 개편되고 있는 조직, 동창의 제독이 될 사내인 염승의 은신술을 극신은 파악해 내었다.

화경의 고수이더라도 집중하지 않으면 느끼지 못할 정도로 뛰어난 은신술을 지닌 이가 바로 염승이다.

헌데, 극신이 그런 염승을 발견했다?

아무리 뛰어난 무재를 지녔다 하더라도 극신의 나이는 스물두 살이다.

조금 과장을 해서 어머니의 배 속에서부터 수련을 해 왔다 하더라도 이십이 년이다.

그 이십이 년 만에 그렇게 강해질 수가 있을까?

초절정?

피식.

웃기는 소리.

피식 미소를 지은 주윤문 그가 다시 입을 열었다.

“극신, 녀석은 최소 화경이다.”

“…….”

염승이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자 주윤문은 다시 창가로 고개를 돌리며 입을 열었다.

“나는 스물두 살에 화경에 오른 것이 도저히 믿기지가 않았다.”

그 말에 염승은 이번에도 아무런 말도 하지 않고 고개를 숙였다.

주윤문의 의견에 동의한다는 뜻이었다.

그런 염승의 행동에 주윤문이 다시 입을 열었다.

“하지만…… 회귀라면 가능하지.”

“…….”

좀 전.

당독의 앞에서 장난스레 꺼냈던 단어, 회귀.

주윤문이 장난스러운 목소리로 그 단어를 꺼내었다.

장난스러운 어조와는 달리 창가에 비친 그의 모습은 싸늘하기 그지없었다.

그때.

“형님!”

방문 너머로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술 깔아 놨습니다! 어서 오십시오!”

은하객잔의 주인이자 자신의 의제인 왕일.

황제의 의제가 되어 버린 녀석의 목소리에 주윤문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

이미 염승은 사라진 지 오래.

홀로 남게 된 주윤문이 방문을 나섰다.

벌컥!

“크하하! 오늘 죽어 보자!”

평소와도 같은 장난스러운 미소를 지으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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