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89화
제89장 비열한 당가의 행동 卑劣
“하아, 단주! 좀 쉽시다!”
사천성이 보이는 높은 언덕.
그곳에 올라선 한 사내가 소리치자 선두에 있던 사내가 걸음을 멈추었다.
그러고는 고개를 돌려 소리친 사내를 바라보았다.
“하하! 이 정도 가지고 힘드냐?”
“아씨! 단주가 괴물이라고요!”
사내, 청룡단의 단주이자 청룡신군 靑龍神君 이라는 별호로 유명한 천풍.
그의 말에 청룡단의 부단주인 민규가 소리쳤다.
그에 천풍이 씨익 미소를 지었다.
“네가 약한 것이다.”
“아씨! 아니라고!”
“단주에게 대드냐?”
“예, 계급장 때고 한판 붙읍시다!”
천풍의 말에 민규가 신경질적으로 대답했다.
그에 천풍이 진한 미소를 지었다.
“그래, 서열 정리 다시 좀 하자.”
흠칫.
천풍의 몸에서 뿜어져 나오는 매서운 기운.
그 기운에 흠칫한 민규가 어색한 미소를 지었다.
“농입니다, 단주.”
“하하, 괜찮으니 덤비거라. 네가 이긴다면 나는 단주 자리를 양보하마.”
민규가 꼬리를 내리며 말하자 천풍이 사람 좋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그에 민규가 격하게 고개를 가로저었다.
“농이라니까! 육천신군 중 하나인 사내가 어찌 평범한 무인을 압박하십니까!”
육천신군 六天神君.
중년이라는 젊은 나이에 초절정의 경지에 오른 고수들로서 차세대 십대고수라 평가되는 고수들을 묶어 부르는 호칭이다.
그런 호칭까지 꺼내며 민규가 거절하자 천풍이 피식 미소를 지었다.
그러고는 입을 열었다.
“어서 가자.”
“하아…….”
“규야, 시간이 없다.”
“아 알겠습니다!”
천풍의 말에 민규가 신경질적인 어조로 대답했다.
그러고는 걸음을 옮기며 입을 열었다.
“망할 당가 새X들. 왜 애먼 젊은 놈을 괴롭히려 들어 가지고…….”
무림맹의 행사가 아닌, 무림맹주 천진의 개인적인 부탁으로 사천으로 이동한 천풍과 민규.
그들이 사천으로 들어섰다.
* * *
“당가가 조용하네.”
이른 아침.
나의 맞은편에서 얼큰한 탕으로 해장하는 윤문의 말에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보름.
초록초록하던 녹영대와 마찰이 있고 나서 보름이라는 시간이 지났다.
꽤 긴 시간임에도 불구하고 고수들을 모으기만 할 뿐 아무런 행동을 취하지 않는 사천당가의 행동에 나 또한 궁금했다.
이놈들.
뒤에서 무슨 더러운 수작을 부리는 것일까?
궁금하고, 솔직히 조금 기대되었다.
어떤 수작을 부릴지 말이다.
그런 나의 여유로운 모습에 윤문이 피식 미소를 지었다.
“기다리는 것 같다?”
귀신이다.
나의 본심을 읽은 녀석의 말에 나는 피식 미소를 지었다.
“이제, 정리해야지.”
빨리 정리하고 사천을 뜰 생각이다.
그런 나의 생각을 읽었는지 윤문이 숟가락을 내려놓았다.
그러고는 나를 바라보았다.
“어디 가려고?”
“감숙.”
사천의 옆에 위치한 감숙성.
그곳을 언급하자 윤문이 흥미로운 표정을 지었다.
“그곳에는 왜?”
“약혼녀 만나러.”
“호오?”
나의 대답에 윤문이 흥미로운 표정을 지었다.
그에 나는 피식 웃으며 입을 열었다.
“설마 따라올 거는 아니지?”
“응? 따라가야지. 바늘 가는 데 실이 안 갈 수가 있나.”
“내 실은 은설인데?”
윤문의 말에 내가 장난스레 대답하자 윤문이 진한 미소를 지었다.
“나의 실은 극신, 너야.”
“아우.”
징그러운 윤문의 말에 나는 몸서리치며 질색했다.
그에 윤문은 소리 내 웃었다.
질색하는 나의 모습이 재미있다는 듯 말이다.
“감숙 어디로 가는데?”
그런 나를 보며 웃던 윤문이 다시 말하자 나는 싱긋 미소를 지었다.
“사황성.”
“오, 아는 사람 있어?”
“응.”
“재밌겠다.”
이놈은 참 신기했다.
사파의 본거지인 사황성에 간다는데도 두려운 기색 없이 그저 재미있겠다고 평가한다.
참, 신기한 놈이 아닌가?
그에 나는 피식 미소를 지으며 다시 입을 열었다.
“진짜, 네 정체가 궁금하다. 도대체 뭐길래 사황성을 두려워하지 않는 거야?”
“나도 그래, 사천당가를 두려워하지 않고 사황성이랑 친분이 있으니…… 참 신기해.”
녀석도 나와 같은 마음이었을까?
나의 말에 윤문이 대답했다.
그에 우리 둘은 그저 웃기만 했다.
아직은 아니다.
서로 느끼고 있었다.
서로의 정체를 공유하는 것은 나중이 될 것이라는 것을 말이다.
그렇게 우리는 서로의 선을 지켜 나갔다.
그래서 친하게 지내는 것이고 말이다.
벌컥!
“형님!”
그때, 나는 객잔의 문을 부술 듯이 벌컥 열고 들어서는 남궁정의 모습에 고개를 갸웃거렸다.
“왜 그래?”
나와 같았는지 숨을 몰아쉬는 남궁정에게 다가가 물은 윤문.
그런 윤문의 물음에 남궁정이 숨을 고르고는 다시 입을 열었다.
“은하객잔의 단골들이 쓰러졌어요!”
“응?”
“엥?”
갑자기?
남궁정의 말에 나와 윤문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에 남궁정이 다시 입을 열었다.
“그것뿐만 아니라, 극신 형님과 관련된 모든 사람들이 쓰러졌어요!”
“…….”
“혹시…….”
“네! 이 미친 사천당가가 죄 없는 사람들에게 독을 썼습니다!”
미친놈들이…….
남궁정의 대답에 나는 인상을 찌푸렸다.
내가 아닌 나와 연관된 사람들을 공격하여 나를 압박하려는 사천당가의 술수.
그 저급한 술수에 나는 치가 떨려 왔다.
이 새X들.
정말 정파가 맞는 것일까?
사파는 물론, 마인들도 안 하는 비열한 행동에 이를 간 것도 잠시.
나는 옆에서 느껴지는 매서운 기세에 흠칫했다.
“윤문……?”
천마신공을 운용한 나의 기세에도 밀리지 않을 정도로 막강한 기운.
그 기운의 원인인 윤문을 바라본 나는 흠칫하며 물었다.
처음이다.
내 또래의 상대에게 긴장감을 느낀 것이 말이다.
그런 나의 물음에도 반응하지 않은 윤문이 계속해서 남궁정을 바라보았다.
“죄 없는…… 일반 사람들에게까지 독을 사용했다고?”
“아…… 네…….”
매서운 윤문의 기세.
그 기운에 압도당한 남궁정이 대답했다.
그에 윤문이 고개를 돌려 나를 바라보았다.
“어쩔 거야?”
살기마저 담긴 윤문의 물음.
그 물음에 나는 살짝 한숨을 내쉬었다.
“일단 진정해.”
“…….”
“윤문.”
이어진 나의 충고에 윤문이 심호흡을 했다.
그러자 윤문의 매서운 기세가 차츰 사라져 갔다.
“우선, 정아, 사람들의 상태는 어때?”
“사지가 마비된 것을 보니 일종의 마비독 같습니다. 우선 분가로 사람들을 모았고, 분가의 의원들이 진료를 하고 있습니다.”
“하아…….”
남궁정의 대답에 나는 한숨을 내쉬었다.
일반 백성들에게 있어서 하루의 삶은 아주 중요하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하루의 노동으로 다음 하루를 먹고사니 말이다.
헌데, 그런 사람들에게 마비독을 쓴다고?
그 사람은 물론 그들이 부양하는 가족들에게까지 피해를 끼친다.
정말 악독하기 이를 데가 없었다.
“고맙다, 정아.”
“아닙니다, 형님.”
화를 내기 전.
나는 가장 먼저 빠르게 정리를 해 준 남궁정에게 감사를 표했다.
그에 남궁정은 고개를 가로저었다.
“저…… 형님들.”
그리고 우리의 눈치를 살피며 입을 열었다.
그런 남궁정의 말에 나와 윤문이 그를 바라보았다.
“정파가 모두 그런 것은 아닙니다.”
“…….”
“형님들이 실망한 것은 압니다. 그리고 정파의 무인이 아닌 것을 압니다. 부디 정파 모두에게 실망을 하지 않았으면 합니다. 본가는 명문정파로서 죄 없는 사람들을 수호하고 그들의 편이 될 것입니다.”
의협심이 가득한 남궁정의 말.
그 말에 나는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고는 고개를 돌려 윤문을 바라보았다.
“……?”
나의 표정과 달리 묘한 표정을 짓고 있는 윤문.
어딘가 기분이 나빠 보이기까지 하는 윤문의 표정에 나는 의문 어린 표정을 지었다.
“윤문?”
“아…… 그래.”
그런 나의 부름에 그제야 표정을 지운 윤문.
수상한 녀석의 모습에 나는 의문을 가졌지만 우선 내가 가진 의문을 집어넣었다.
“가자.”
“어디로?”
“당가로.”
끄덕.
나의 대답에 윤문이 고개를 끄덕였다.
“형님들!”
그렇게 윤문과 함께 사천당가로 걸음을 옮기려는 그때!
나는 옆에서 들려오는 목소리에 고개를 돌렸다.
십 대 중반의 소년.
바로 얼마 전에 나의 의제가 되었으며 우리의 막내가 된 왕일이었다.
녀석의 부름에 나는 물론 윤문과 남궁정 또한 왕일을 바라보았다.
“뒷일은 신경 쓰지 말고 행동하십시오. 저 또한 형님들을 돕겠습니다.”
“말이라도 고맙구나.”
아직 왕일의 정체를 모르는 윤문.
그가 웃으며 왕일에게 말했다.
그에 왕일이 고개를 가로저었다.
“하오문의 소문주. 제가 형님들이 불리하지 않도록 도울 것입니다.”
“!!”
정체를 이렇게 공개해 버리는군.
주먹을 쥐고 가슴팍에 올리며 당당하게 자신의 정체를 밝힌 왕일.
그런 왕일의 행동에 윤문과 남궁정이 두 눈을 크게 떴다.
“남궁 형님.”
“그…… 그래.”
천하제일 세가라 불리는 명문정파 남궁세가의 소가주.
졸지에 사파인의 의형이 되어 버린 남궁정이 어색한 어조로 대답했다.
아니긴 몰라도 남궁정으로서는 상당히 당황스러울 것이다.
평범한 점소이로 알았던 동생이 알고 보니 사천에서 잘나가는 객잔 사장이었고, 또 알고 보니 사파의 정보책이며 중원 무림의 음지를 장악한 하오문의 소문주이다.
어찌 당황스럽지 않겠는가?
그리고 정이는 모를 것이다.
자기의 의형이 천마신교의 소교주라는 것을 말이다.
문득 나중에 나의 정체를 알게 되었을 때가 궁금해졌다.
실망을 하려나? 아니면 배신감에 치를 떨 수도 있다.
조금은 걱정이 되었다.
“만약, 형님이 거북하시다면 공자님으로 모시겠습니다.”
“…….”
당황한 남궁정을 보며 왕일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배려심 깊은 왕일의 말에 남궁정이 묘한 표정을 지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였다.
“아니, 저번에도 형님들에게 말했지만 말에는 책임이 있는 법. 나는 너의 의형이다.”
왕일을 향해 굳은 어조로 말했다.
남궁정의 믿음직스러운 모습에 왕일이 살짝 미소를 지었다.
그러고는 고개를 돌려 윤문을 바라보았다.
윤문의 의중이 궁금했던 것이다.
“천향루 공짜로 갈 수 있지?”
그런 왕일의 시선에 윤문은 아무 상관이 없다는 듯 어깨를 으쓱이며 말했다.
오히려 농까지 던지는 윤문의 모습에 왕일이 씨익 미소를 지었다.
“형님들은 하오문 소속 모든 기루의 귀빈이 될 것입니다.”
“아싸!”
그에 윤문이 주먹까지 쥐어 보이며 좋아했다.
방금까지 화를 내던 모습과는 다른 녀석의 모습에 나는 피식 미소를 지었다.
그러고는 다시 입을 열었다.
“윤문.”
“응?”
“정말 같이 갈 거야?”
“당연하지.”
나의 물음에 윤문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에 나는 진지한 어조로 다시 입을 열었다.
“네 실력이 드러나면 더 이상 조용히 살지 못할 거야.”
“이미 나의 외모 정도면 조용히 살 수 없어.”
나의 물음에 잘난 듯 머리칼을 흔들어 보이며 대답하는 윤문.
그런 녀석의 모습에 나는 피식 미소를 지었다.
“가자.”
윤문.
그는 나에게 있어서 사천 지부에 있는 환마보다 더 든든했다.
-형님.-
걸음을 옮기는 나의 뒤로 들려오는 왕일의 전음.
그 전음에도 나는 걸음을 멈추지 않았다.
-신교의 무인들을 부르지 말고 형님이 직접 움직이세요. 그리고 살인은 하지 말아 주세요. 그렇다 하더라도 절대 형님이 다치는 일은 없을 테니까요.-
녀석, 재미있는 일을 꾸미고 있나 보다.
뒤에서 들려오는 왕일의 전음에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자 그럼.
이제 나는 사천당가를 조지러 가야겠다.
이 나쁜 놈들.
정의의 협객!
무협공자가 나가신다!
음…….
조금 오글거리나?
아무튼 내가 간다.
다 뒈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