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나의 천마신교는 이상하다-83화 (83/275)

제83화

제83장 무협공자 武俠公子 (2)

“괜찮으시오?”

나의 손을 잡고 일어선 당첨.

분한 기색 없이 내가 내민 손을 잡고 일어난 당첨을 보며 내가 묻자 당첨이 어색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괜찮다는 뜻이다.

그래, 괜찮겠지.

이 위대하고 착하신 내가 손속에 사정을 두었으니 말이다.

“저기, 소협.”

“왜 그러시오?”

그렇게 쓸데없는 생각을 하던 것도 잠시, 나를 바라보며 조심스럽게 묻는 당첨의 모습에 내가 입을 열었다.

그에 당첨이 살짝 주저하더니 이내 결심한 듯 단단한 눈빛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사천을 뜨시오. 곧 본가에서 무력대가 동원될 것이오. 본가는 내가 최대한 막아 주겠소.”

“흐음…….”

뜻밖의 조언에 나는 가만히 턱을 쓰다듬었다.

이거 참, 착하게 나오네.

요즘 애들 왜 이렇게 순수해?

우리 애들은 어릴 때부터 썩어 있어서 고친다고 고생 좀 했는데 말이다.

“소협의 실력을 의심하는 것은 아니오!”

아무튼, 생각에 빠진 나의 모습에 지레 오해한 당첨이 화들짝 놀라며 입을 열었다.

손사래까지 치는 모습이 퍽 웃겼고, 그런 순수한 모습에 나는 피식 미소를 지으며 입을 열었다.

“오해하지 않소.”

귀여웠다.

그리고 풋풋했다.

당첨의 말에 내가 부정하자 당첨이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러고는 다시 입을 열었다.

“곧, 가주님에게 소식이 갈 것이오. 사천을 뜨시오. 그 이후의 추적은 내가 최대한 막겠소. 그렇게 시간을 벌다 보면 잊힐 것이오. 내가 그렇게 만들 테니 말이오.”

나를 향해 진정으로 조언을 해 주는 당첨의 모습에 나는 묘한 표정을 지으며 입을 열었다.

“왜 나를 돕는 것이오?”

사천당가는 원한을 열 배로 갚는 독한 가문으로 유명하다.

헌데, 그런 가문의 소가주가 돼서 나를 걱정한다고?

심지어, 나에게 패배했는데도 말이다.

‘자존심도 없나?’

아무리 순수하더라도 이건 좀 이상하다.

호구가 아닌 이상 말이다.

아니, 그냥 호구였나?

어쩐지, 이름부터 이상하긴 했다.

당첨이 뭔가? 그러면 경품에 당첨되었을 때는 당첨이 당첨된 거네.

그렇게 시답잖은 생각을 할 때.

“그대가 나의 목표이기 때문이오.”

“……?”

뜻 모를 당첨의 말에 나는 생각을 그만두고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갑자기?

“남궁정, 저 녀석은 내가 따라잡을 수 있소. 하지만 소협은 불가능할 것 같소.”

“…….”

그렇지, 불가능하지.

인생을 다시 한번 더 살아도 부족할걸?

아니 두 번도…….

“해서 소협을 목표로 잡을 것이오. 나와 비슷한 또래의 목표.”

“…….”

“마음이 나약해지면 소협을 떠올릴 것이오, 소협을 이기는 그날까지. 나는 또 강해지고, 더 강해지겠지.”

“허…….”

이거 참…….

야룡이를 닮은 또라이네.

두 눈을 반짝이며 진정으로 그렇게 생각하는 듯 나에게 말하는 당첨.

연모하는 여인에게 고백하듯 자신의 마음을 이야기하는 녀석의 모습에 나는 오글거리는 것을 넘어 소름이 돋는 것을 느끼며 입을 열었다.

“알겠소.”

물론, 사천을 뜨지는 않을 것이지만.

당첨의 조언에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이러지 않으면 계속해서 달라붙을 것 같았기 때문이다.

아무튼, 그런 녀석을 내버려 두고 나는 몸을 돌리고는 걸음을 옮겼다.

그리고.

“와아아!!”

“무협공자! 무협공자!”

광장에 모여 있던 수많은 사람들이 환호를 지르며 새로 생긴 나의 별호를 연호했다.

그에 나는 미소를 지으며 사람들에게 손을 흔들어 주었다.

이렇게 환호해 주니 화답은 해야 되지 않겠는가?

그것이 도리라고 생각했다.

절대, 잘난 척하거나 사람들의 관심이 좋은 것이 아니었다.

“와아!”

그런 나의 화답 덕분이었을까?

사람들이 더욱 크게 환호했다.

뭐, 이제는 익숙하다.

천마신교에서는 모두가 나를 신 받들듯 찬양했으니 말이다.

그렇게 사람들이 비켜선 길을 따라 걸음을 옮겨 미소를 짓고 있는 윤문에게 다가갔다.

“깔끔하더군.”

“고맙네.”

윤문의 칭찬에 나는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고는 윤문의 품에 안긴 설이를 안아 들었다.

“설아, 이제 씻으러 갈까?”

끄덕.

나의 물음에 고개를 끄덕이는 설.

그에 나는 싱긋 웃으며 걸음을 옮겼다.

“고생하셨습니다.”

“대단해요!”

“그래.”

그런 나를 향해 인사를 건넨 남궁정과 남궁연화.

그들의 인사에 나는 가볍게 대답하며 걸음을 옮겼다.

그때.

“…….”

나를 찬양하던 수많은 사람들이 순식간에 조용해졌다.

환호성으로 가득 찼던 광장이 순식간에 조용해지자 의문이 들었던 나는 고개를 갸웃거리며 몸을 돌렸다.

몸을 돌리자 보이는 길.

뚜벅뚜벅,

어느새 갈라진 인파 사이로 십여 명의 사내가 매서운 기운을 내뿜으며 나를 향해 걸어오고 있었다.

제법 무서운 기세였기에 사람들은 겁을 먹으며 물러섰지만 나의 눈에는…….

‘초록초록하네.’

촌스러운 초록색의 무복을 입고 있는 사내들로밖에 보이지 않았다.

나뭇잎 같은 모양새를 한 사내들의 등장에 나는 옆에 있던 남궁정에게 설이를 건네었다.

아무래도 나를 찾아온 손님 같았기 때문이다.

그렇게 윤문과 남궁정이 뒤로 물러서고, 나는 걸음을 옮겨 사내들의 앞으로 걸어갔다.

“녹영대주!”

“소가주님은 물러서십시오.”

그렇게 나와 대치하게 된 중년인.

녹영대주라 불린 그가 당첨의 부름에 매서운 기세로 그를 향해 경고했다.

‘호오?’

기세에서 느껴지는 기운이 제법이었다.

아마…… 완숙한 절정?

무력대의 대주를 하기에는 아까운 실력이었지만 뭐, 오대세가 중 한 곳인 사천당가이니 이상할 것도 아니었다.

아무튼, 그런 사내의 기세에 일류인 당첨은 신음을 흘리며 입을 다물었다.

선택권이 없었다.

자기보다 강자가 기세를 내뿜으며 조용하라는데 어쩌겠는가?

입 닫아야지.

그렇게 당첨을 조용히 시킨 사내는 다시 고개를 돌려 나를 바라보았다.

“당후라 하오.”

“위…….”

아차차, 나 가명 쓰고 있지.

“극신, 극신이 내 이름이오.”

귀찮아질 뻔했다.

나의 수상한 대답에도 불구하고 당후는 그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고는 허리춤에 걸려 있던 검을 빼 들었다.

스르릉.

“미안하오.”

검을 빼 들면서 나에게 사과를 건네는 당후.

이중적인 그의 모습에 나는 피식 미소를 지었다.

그러고는 입을 열었다.

“이중인격자요? 미안하다면서 검을 빼 들다니, 웃으면서 사람을 베겠군.”

“충분히 가능하오.”

“이거 참…….”

당후의 대답에 나는 난감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러기를 잠시.

나는 진한 미소를 지으며 당후를 바라보았다.

“나도 가능한데.”

꽈드득!

“끄아악!”

대답과 동시에 나는 몸을 움직였다.

소교주가 되는 날.

천마비동에 들어섰던 나는 그곳에 있던 비급을 하나 발견했다.

호접선무 虎蝶仙舞 라 적힌 낡디낡은 비급.

삼백 년 전 십대고수 중 한 명이자 당대의 천마와 호형호제 呼兄呼弟 하던 별종, 바로 괴선 怪仙의 독문무공이었다.

천마와 호형호제하는 것은 극비였기에 사람들은 그를 정파 최고의 고수로 찬양했고 지금까지 부채를 사용하는 무인 중 가장 강한 자였던 자로 꼽힌다.

그런 정파 고수가 말년에는 천마신교로 귀화하였고 또, 그의 비급이 천마비동에 보관되었으니 인생 참 재미있지 않은가?

아무튼, 중원에서 마공을 보이면 조금 귀찮아질 것이라 생각했던 어린 나는 이 무공을 보며 환호했고, 십 년 전부터 틈틈이 수련을 해 왔었다.

전생에서도 섭선을 조금 사용했었기 때문일까?

나의 경지는 꽤 괜찮았고, 무공 또한 상승의 무공이었으니 초절정고수에게도 밀리지 않을 정도로 나는 성장해 있었다.

검이 아닌 섭선으로 말이다.

아무튼.

나의 행동과 동시에 가장 끝자락에 있던 나뭇잎 사내가 어깨를 부여잡으며 소리를 질렀다.

‘거참…….’

목청도 좋다.

퍽!

그의 비명에 귀가 아팠던 나는 짜증스럽게 그의 복부를 후려쳤고, 사내는 그대로 주저앉아 버렸다.

터억.

주저앉은 사내의 등에 발을 올린 나.

차르륵!

그런 내가 부채를 멋들어지게 펼치고는 입가를 가렸다.

왜, 그림이나 소설에서 표현되는 그 흔한 자세 있지 않은가?

바로 그 자세였다.

아무튼, 멋들어진 자세를 잡은 나는 어머니를 닮은 눈웃음을 지으며 입을 열었다.

“들어와, 들어와.”

다 처발라 줄 테니 말이다.

“…….”

나의 도발에도 불구하고 녹영대라는 사내들은 주춤거리며 당후의 눈치를 살폈다.

겁을 먹은 것인가?

마인들이라면 겁을 먹었더라도 용감하게 달려들었을 텐데…….

한심했다.

“크윽…… 차라리 죽여라…….”

그렇게 녹영대 무사들을 보며 속으로 혀를 찰 때, 발아래에서 분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거참, 목숨 소중한 줄 알아야지.

저러면서 진짜 죽이려 하면 살려 달라고 용서를 구할 거면서 말이다.

쓸데없이 자존심을 챙기는 사내의 모습에 피식 미소를 지은 것도 잠시.

콰득!

“크아악!”

나는 발에 힘을 주었다.

내가 발에 힘을 줌과 동시에 들려오는 끔찍한 소리.

그 소리와 함께 사내가 다시 괴성을 내질렀다.

퍼억.

“이보시오 당 무인.”

“말……하시오.”

그런 사내의 옆구리를 걷어차 저 멀리 치운 다음 나는 당후를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순식간에 수하가 전투 불능이 된 모습을 보았기 때문일까?

긴장한 그가 검을 강하게 쥐면서 대답했다.

거참, 절정고수가 저런 모습을 보이니, 상당히 보기 흉했다.

“사천당가는 계속해서 나를 쫓을 것이오?”

“물론이오.”

나의 물음에 당후가 당연하다는 듯 대답했다.

“하아…….”

귀찮았다.

그냥 다 죽여 버릴까?

사천에도 마교의 지부는 있다.

그것도 꽤 큰 지부 말이다.

게다가 사장로인 환마마저 사천 지부에 있다.

사천이 술법 수련하는 데 좋다나 뭐라나?

아무튼, 초절정의 고수인 환마와 함께한다면 하룻밤 만에 멸문시킬 자신이 있다.

물론 복면 뒤집어쓰고 말이다.

그렇게 귀찮음에 한숨을 쉬고 짜증을 내던 나의 모습에 당후가 갑자기 나긋한 목소리로 나를 향해 말했다.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소. 함께 본가로 갑시다. 그런 다음 용서를 구하십시오. 그렇다면 용서해 줄 것입니다.”

“…….”

“내가 최선을 다해 변호해 줄 터이니 걱정 마시오.”

“…….”

“본가가 아무리 원한을 열 배로 갚는다 하더라도 실제로 그러겠소? 조금 진정하시고 함께…….”

“뭐래, 시X.”

듣자 하니까 어이가 없네.

뭐? 내가 사과를 해? 그리고 용서? 변호?

X 까고 있네.

“내가 뭘 잘못했소?”

“…….”

내가 내뱉은 욕설에 당황했을까?

당후가 당혹스러운 표정으로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았다.

그에 나는 다시 입을 열었다.

“혹, 그대 가문의 쓰레기를 처리해서 그렇소?”

“말조심하시오!”

나의 말에 당후가 분노하며 경고했다.

“어이가 없네.”

그에 나는 피식 미소를 지었다.

그러고는 가소로운 표정으로 당후를 바라보았다.

“어린아이를 때리던 자였소. 아니, 죽이려 했지.”

“…….”

“죄 없는 아이였소, 고작 여섯 살. 그런 아이를 죽이려 한 자가 쓰레기지 무엇이오?”

“그만! 더 이상 하면 본가의 공적이 될 것이오.”

피식.

하찮았다.

사천당가의 공적?

어쩌라고.

우리 가문은 대대로 무림공적인 가문이다.

시X, 어디 사천당가 따위가 까불어?

아…… 말하다 보니 좀 이상하네.

아무튼, 당후의 공격에 피식 웃은 나는 부채를 접었다.

타앗!

멋들어지게 접히며 맑은 소리를 낸 나의 섭선.

나는 그 섭선을 들어 당후를 가리켰다.

인상을 찌푸린 채 나를 바라보고 있는 당후, 그런 녀석의 모습에 나는 씨익 미소를 지었다.

“무인이면 무인답게, 무공으로 승부 봅시다. 쫄지 말고 들어오십시오.”

검은 뒀다 뭐 하는지 모르겠다.

계속 입만 털고 있으니 말이다.

그런 나의 경고에 입술을 잘근 씹은 당후.

그가 검을 들었다.

그리고.

스르릉!

당후의 눈치를 살피던 모든 녹영대원들이 검을 뽑아 들었다.

“손속에 자비를 기대하지 마시오.”

검을 뽑아 든 채 날카로운 눈빛으로 나를 노려보는 당후.

그의 경고에 나는 피식 미소를 지었다.

그러고는 입을 열었다.

“이미, 자비를 두지 않았구려.”

챠르륵!

부웅!

그러고는 섭선을 펼치고는 강하게 휘둘렀다.

나의 의지에 의해 움직여진 나의 뇌선.

휘리릭!

뇌선이 휘둘리자 바람이 불었고, 그 바람은 나의 의지대로 하늘 높이 솟아올랐다.

솨아아…….

그러자 이상한 소리를 내며 흩어지는 하얀색의 연기.

바로 마취독이었다.

독의 가문답게 내가 입을 여는 동안 은밀하게 독을 푼 당후.

그런 당후를 보며 나는 씨익 미소를 지었다.

“꽤 귀여웠소.”

진짜 귀여웠다.

이런 허접한 수를 쓰니 말이다.

그런 나의 말에 당후는 모멸감을 느꼈는지 얼굴을 붉혔다.

그러고는 나를 향해 달려들었다.

채앵!

“…….”

나를 향해 휘둘러지는 당후의 검.

초록색의 검기가 펼쳐진 당후의 검이 나의 앞에 멈추어 섰다.

나와 당후.

그리고 우리 둘 사이로 들어온 의문의 붉은 검.

“왜?”

바로, 나의 벗 윤문의 검이었다.

쓸데없이 나서는 윤문을 보며 내가 묻자 윤문이 씨익 미소를 지었다.

“벗이 집단 폭행 당하는데 가만히 있어야 쓰겠나?”

“엥? 집단을 폭행하려고 했는데?”

“그러면. 같이 폭행하지.”

나의 말에 윤문이 대답했다.

그에 나는 피식 미소를 지었다.

“내기하겠나?”

“무슨 내기?”

나의 물음에 고개를 가로저은 윤문.

그에 나는 진한 미소를 지었다.

“누가 더 찰지게 패는지.”

씨익!

나의 제안에 씨익 미소를 지은 윤문.

그가 고개를 끄덕이며 입을 열었다.

“그거, 내 전문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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