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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천마신교는 이상하다-81화 (81/275)

제81화

제81장 의형제 義兄弟

찰싹!

깊은 잠에 빠져 있던 남궁정.

그는 등짝에서 느껴지는 따가운 고통에 무거운 두 눈을 떴다.

그리고.

“크윽!”

밀려오는 두통에 신음을 흘렸다.

“정신이 들어요?”

그런 남궁정의 모습에 그를 깨우기 위해 방으로 찾아온 남궁연화.

그녀가 팔짱을 끼고 고개를 삐딱하게 기울인 채 날카로운 목소리로 물었다.

“여…… 여긴……?”

“어디기는! 사천에 있는 분가지요!”

주변의 광경을 둘러보며 멍청한 표정을 짓는 남궁정.

평소의 차갑고 진중한 모습과는 너무나도 다른, 멍청이처럼 풀어진 그의 모습에 남궁연화가 신경질을 내며 대답했다.

“아…….”

그런 동생의 날카로운 목소리에 남궁정이 탄식을 내뱉었다.

그러고는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어제…….”

“기억나요?”

“…….”

남궁연화의 날카로운 물음에 남궁정은 입을 다물었다.

그러고는 조용히 어제의 기억을 떠올렸다.

웃으며 계속해서 자신을 향해 술을 따라 주던 윤문과 위극신.

그 둘의 권유에 남궁정은 거절하기가 조금 그래서 계속 마셨고, 결국 쓰러졌다.

아니, 솔직히 기억이 나지 않았다.

분명…… 중간까지는 기억이 나는데 말이다.

“일단 이거 마시고 운기나 해요!”

그런 남궁정의 모습에 살짝 한숨을 내쉰 남궁연화.

그녀가 서리가 앉은 물잔을 내밀며 말했고, 남궁정은 컵을 받아 들었다.

그러고는 시원하게 들이켰다.

“!!”

남궁정의 목을 타고 빠른 속도로 넘어가는 시원한 물.

가뭄으로 인해 메말라 버린 대지에 떨어진 단비와도 같이.

너무나도 맛있는 물에 남궁정이 두 눈을 크게 떴다.

“이…… 이게 무엇이냐!”

생전 처음 느껴 보는 맛있는 물맛에 남궁정이 놀란 음성으로 물었다.

그에 남궁연화가 피식 미소를 지었다.

“뭐긴 뭐예요? 그냥 물이지.”

“아…….”

그렇다.

과도한 음주로 인해서 몸속의 수분이 많이 빠져나간 남궁정.

시장이 반찬이라는 말이 있듯이 수분이 빠진 남궁정의 몸이 곧 반찬이었다.

아무튼, 그렇게 물을 시원하게 들이켠 남궁정이 물잔을 내려놓았다.

그러고는 가부좌를 틀었다.

“에휴.”

그런 남궁정의 모습에 한숨을 내쉰 남궁연화.

그녀가 몸을 돌렸다.

그러고는 몸을 돌려 혹시 모를 상황을 대비하여 남궁정의 호위를 섰다.

물론 이곳은 남궁세가의 사천분가.

습격을 당할 리는 절대 없지만 말이다.

아무튼, 그렇게 약 일각(약 30분)의 시간이 지나고.

“후우…….”

운기를 마친 남궁정이 기운을 거두어들이며 두 눈을 떴다.

운기조식으로 인해 몸속에 남아 있던 주독 酒毒을 모두 털어 버린 남궁정.

그가 정신을 차리고 원래의 차가운 모습으로 돌아왔다.

“어제, 큰일은 없었느냐?”

자리에서 일어난 남궁정.

그런 오라비의 물음에 남궁연화가 한숨을 내쉬었다.

그러고는 남궁정을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기억 안 나요?”

“……?”

남궁연화의 물음.

그 물음에 남궁정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리고.

‘형님으로 모시게 해 주십시오!’

‘허허! 천하의 남궁세가 소가주가 동생이라니! 과분하오!’

‘그것이 무슨 상관입니까! 사랑합니다, 형님들!’

‘허허! 이 친구! 애정 표현이 풍부하군!’

‘친구가 아니라 동생입니다 형님!’

자신의 머리를 관통하는 한 편의 그림.

그 믿기지 않는 기억에 남궁정이 설마 하는 표정을 지었다.

그런 남궁정의 모습에 피식 미소를 지은 남궁연화.

그녀가 입을 열었다.

“기억났네.”

“아…….”

망했다.

* * *

끼익.

“동생!”

설이와 윤문 그리고 나.

이렇게 셋이서 닭볶음탕을 먹고 있던 그때.

열리는 문소리와 함께 안으로 들어서는 남궁정의 모습에 윤문이 환한 미소를 지으며 손을 흔들었다.

움찔.

그런 우리의 모습을 발견한 남궁정이 움찔했고, 이내 한숨을 내쉬고는 우리를 향해 다가왔다.

“동생, 잘 잤는가?”

“…….”

“하하! 부끄러운 겐가?”

우리의 앞에 도착한 남궁 남매.

윤문의 물음에 남궁정이 아무런 말을 하지 않자 윤문이 유쾌하게 웃었고 옆에 있던 남궁연화가 남궁정을 보며 비웃었다.

그에 더더욱 고개를 숙인 남궁정.

그가 힘겹게 입을 열었다.

“어제는…… 죄송했습니다.”

한 마리의 개가 되었던 전날 밤.

그런 자신의 모습에 대해 사과를 건네는 남궁정의 모습에 나는 살짝 미소를 지었다.

솔직히 남궁정이 뭘 잘못했겠는가?

처음 술을 마셔 본다는 그의 이야기에 장난기가 돌아 그를 괴롭힌 것이 우리이니 오히려 우리가 사과해도 모자랄 판이었다.

“괜찮소, 그리고 어제의 일은 모두 잊을 테니 편하게 식사하시오.”

어제, 억지로 술을 마시게 한 것 같아 미안하기도 했고, 또 술에 취해서 동생으로 삼아 달라 했지만 그것은 술기운으로 인한 실수, 즉 진심이 아니었을 것이라고 생각되었다.

그에 내가 예를 지키며 말하자 윤문이 어색한 미소를 지으며 나를 바라보았다.

“극 공자가 그러면 내가 뭐가 되오?”

“하하, 뭐기는 그저 무례한 사람이 되는 거지요.”

“거참.”

장난스러운 나의 대답에 윤문이 턱을 긁적였다.

할 말이 없었던 것이다.

“아닙니다.”

그렇게 우리 둘이 농을 주고받을 때.

남궁정이 고개를 들어 우리를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응?”

“호오?”

굳건한 남궁정의 두 눈빛.

그 눈빛에 윤문과 나는 흥미로운 표정을 지었고, 그런 우리들의 눈빛을 받으며 남궁정이 입을 열었다.

“남아일언 중천금 男兒一言重千金입니다. 아무리 술기운이었다 하더라도 저의 입에서 나온 말! 남궁정이 의형들에게 정식으로 인사드립니다.”

재미있는 아이였다.

비록 술기운이었다 하더라도 자신의 행동에 책임지는 남궁정의 모습에 나는 물론 윤문까지 진한 미소를 지었다.

괜찮은 동생을 거둔 것 같아 기분이 좋았던 것이다.

“극 공자.”

“말하시오.”

“공자의 나이가 나와 같지 않소?”

“그렇소.”

윤문의 물음에 내가 고개를 끄덕였다.

어제 술잔을 주고받으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 보니 나이 이야기까지 했던 것이다.

그에 윤문이 특유의 매력적인 미소를 지으며 나를 바라보았다.

“같은 동생을 두게 되었으니 우리도 친구를 하는 것이 어떻소? 나이가 같으니 말이오.”

“…….”

윤문의 물음에 나는 가만히 턱을 쓰다듬었다.

친구라…….

윤문.

그는 정말 괜찮은 사내였다.

절로 호감이 가는 유쾌한 사내 말이다.

나로서는 그런 윤문이 싫지는 않았다.

하지만 친구라는 관계는 조금 걸렸다.

나는 윤문의 정체를 모르고, 윤문도 나의 정체를 모르니 말이다.

혹 나의 정체를 알게 된다면 그가 후회하지는 않을까?

반대로, 그의 정체를 알게 된다면 내가 후회하지 않을까?

“극 공자.”

“말하시오.”

그런 나의 모습에 다시 입을 연 윤문.

그의 부름에 나는 고개를 들어 윤문을 바라보았다.

“뜻이 통하고, 마음이 맞는데 무엇을 망설이는 것이오?”

“…….”

“이것이 강호의 낭만. 우리는 아직 청춘 靑春을 즐기는 세대이오.”

“…….”

윤문의 말이 맞았다.

우리는 아직 청춘이었고, 또 청춘들이 동경하고, 그들만이 느낄 수 있는 낭만이 있었다.

젊은 청춘으로서 흔들릴 수밖에 없는 윤문의 말.

너무나도 유려한 윤문의 말솜씨에 나는 피식하고 미소를 지었다.

그러고는 윤문을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그러세.”

“하핫! 그래, 그래! 자, 정이도 앉거라!”

“예, 형님.”

나의 허락에 윤문이 크게 웃음을 터뜨리고는 빈 의자를 들고 와 남궁정 앞에 놔 주었다.

“저는요?”

그런 윤문의 행동에 인상을 찌푸린 남궁연화.

그녀가 윤문을 바라보며 날카로운 어조로 물었다.

“응?”

그런 남궁연화의 행동에 당황한 윤문.

남궁연화는 그런 윤문을 보며 다시 입을 열었다.

“오라비의 형님이라면 저에게 오라비지요. 어여쁜 여동생을 이렇게 세워 두기만 할 거예요? 어제부터 계속 저만 따돌리고…….”

“연화야.”

남궁세가의 여식이라고는 믿기지 않을 정도로 친근하고 편한 남궁연화의 행동.

그 행동에 남궁정이 주의를 주듯 인상을 찌푸리자 되레 남궁연화가 그런 남궁정의 등짝을 쳤다.

짝!

어우, 소리가 아주 찰진 것이, 보는 내가 다 시원했다.

“오라버니는 조용히 해요!”

“…….”

시원하고 맑은 소리와 함께 들려오는 날카로운 남궁연화의 경고.

그 경고에 남궁정은 조용히 입을 다물었다.

녀석, 그렇게 안 보이는데 여동생에게 약한 것 같았다.

저 모습은 또 야룡이 같네.

“하하! 그래, 소저도 앉으시오!”

아무튼, 그런 남매의 모습에 소리 내 웃은 윤문이 의자를 갖고 오며 말했고 남궁연화가 웃으며 자리에 앉았다.

“속은, 괜찮으냐?”

그렇게 모두가 앉고.

나는 어색한 자세로 앉아 있는 남궁정을 보며 물었다.

어제 마신 술의 양이 꽤 되었다.

세 명이서 술 한 동이씩을 잡고 마셨으니 말이다.

그렇기에 처음 술을 마신 남궁정이 걱정되었던 나의 물음에 남궁정이 살짝 미소를 지었다.

“네, 아침에 운기를 하여 주독 酒毒을 뺐습니다.”

“그래도 장은 허하지 않느냐.”

남궁정의 대답에 나는 인상을 찌푸리며 말했다.

그러고는 고개를 돌려 우리를 바라보고 있는 왕일을 보았다.

“여기, 같은 걸로 준비해 줘.”

“알겠습니다!”

나의 주문에 씨익 미소를 지은 왕일.

그가 고개를 끄덕였다.

“왕일아 술도! 이런 날 술이 빠질 수는 없지!”

그런 나의 주문이 끝이 나고 뒤이어 윤문의 목소리도 들려왔다.

어느새 왕일의 이름을 친숙하게 부르는 윤문의 목소리에 나는 피식 미소를 지으며 그를 바라보았다.

“이제 진시(07시~09시)인데?”

이른 아침부터 술을 시키는 윤문을 보며 내가 말하자 윤문이 진한 미소를 지었다.

“벗과 동생이 생겼는데 이런 날을 그냥 보내기에는 섭하지 않은가?”

“저녁도 있지 않나?”

변명과도 같은 윤문의 말에 나는 피식 웃으며 말했다.

그에 윤문이 다시 입을 열었다.

“해장으로 자네가 알려 준 이 탕도 좋지만 역시, 해장술을 따라올 수는 없지 않은가?”

“이것 참, 역시 내 벗이군.”

나와 너무나도 마음이 잘 맞는 벗이었다.

* * *

“분가주님!”

남궁세가의 사천분가.

분가주이면서, 남궁세가주인 남궁준광의 사촌이기도 한 남궁청은 문을 열고 들어오는 수하의 모습에 고개를 갸웃거렸다.

“어제 당가의 망나니를 저지한 사내, 기억하십니까?”

“그래, 영웅에 굶주린 사람들이 그를 무협공자 武俠公子라고 부른다지?”

무협공자 武俠公子.

무와 협을 추구하는 귀한 집 자제처럼 보인다 하여 붙여진 별호.

아직 사천성도에서만 알려진 별호를 언급하며 남궁청이 말하자 수하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고는 다시 입을 열었다.

“그런 무협공자와 소가주님이 의형제를 맺었다고 합니다.”

“뭐라?”

“연화 아가씨가 하인을 통해 알려 왔습니다. 혹 사천당가와 부딪칠 수도 있으니 준비하라고.”

“하아…….”

수하의 말에 남궁청이 이마를 짚었다.

그러고는 입을 열었다.

“지금 정이는 어디 있느냐.”

공식적으로는 소가주이지만 사사로이는 조카이기도 한 남궁정.

그를 언급하며 남궁청이 묻자 수하가 고개를 숙이며 입을 열었다.

“현재, 은하객잔에서 식사를 하고 있습니다.”

“지금 갈 테니 청검대 靑劍隊 를 소집해라.”

“알겠습니다.”

사천분가의 최고 무력대인 청검대.

열 명의 일류고수로 이루어진 무력대를 남궁청이 언급하자 수하가 깊이 고개를 숙였다.

그렇게 수하가 청검대를 소집하기 위해 물러나고, 홀로 분가주실에 남게 된 남궁청이 이마를 짚으며 입을 열었다.

“귀찮게 하는구나…….”

강호에서 의형제란 가벼운 것이 아니다.

피가 섞인 형제와도 같은 것.

즉, 가족이라는 뜻이다.

남궁세가의 소가주인 남궁정.

그의 의형이라면? 남궁세가의 가족과도 마찬가지이다.

만약 남궁정의 의형이 사천당가에게 죽임을 당한다면 그것은 곧 남궁세가의 망신이 되어 버린다.

가족 하나 못 지키는 무능한 집안으로 말이다.

아무튼 그런 복잡한 관계가 되어 버리는 것에도 불구하고 의형제를 맺어 버리다니?

그 똑똑하고 잘난 녀석이 그런 하책을 두다니…… 의외였다.

“하아…… 아직은 어린 건가?”

강호의 경험이 아직 부족한 조카.

그런 조카의 행동에 실망한 남궁청이 나지막이 중얼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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