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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천마신교는 이상하다-80화 (80/275)

제80화

제80장 해장은 국물 解腸燙

“하하!”

“후후, 한 잔 더 받으시오.”

천하제일가 天下第一家 남궁세가의 소가주로서 어렸을 때부터 벌모세수를 받아 왔으며 상급과 최상급 영약을 섭취하며 상승의 무공을 익혀 온 남궁정.

그는 자신의 앞에서 호쾌하게 웃으며 술을 나누고 있는 두 명의 사내를 가만히 바라보았다.

‘나보다 강하다.’

사천당가의 망나니를 상대하던 가벼운 손속.

무림에서 병기로 잘 사용하지 않는 섭선을 병기로 사용한 사내, 위극신의 손속을 제대로 보지 못했다.

즉, 청녹색의 아름다운 섭선이 자신을 향했다면 피하지 못했을 것이라는 뜻이다.

그리고.

‘…….’

그런 위극신의 공격을 가볍게 흘려버린 윤문까지.

남궁정은 무공을 익혔음에도 불구하고 자신이 파악하지 못할 정도로 뛰어난 손속을 주고받은 두 명의 무인을 보며 복잡한 표정을 지었다.

분명 자신과 비슷한 또래이다.

헌데, 어찌 또래 중 최고라 불리는 자신이 짐작할 수 없을 정도로 강하단 말인가?

“남궁 공자.”

자신이 늘 최고라 생각해 왔던 남궁정이 혼란스러움에 복잡해 하던 그때.

가만히 있던 위극신이 남궁정을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아…… 예.”

위극신의 부름에 그제야 상념에서 벗어난 남궁정.

그가 대답하자 위극신이 싱긋 웃으며 잔을 건네었다.

“한 잔 하시겠소?”

“아…….”

“아, 혹시 더럽소?”

자신이 먹던 잔을 가볍게 닦아 건넨 위극신.

그런 위극신의 행동에 남궁정이 당혹스러운 표정을 짓자 위극신이 당황한 표정을 지었다.

“미안하오.”

그러고는 담백하게 사과를 건네었다.

“아닙니다, 주십시오.”

그런 위극신의 사과에 남궁정은 고개를 가로젓고는 손을 내밀었다.

그리고.

쪼르르.

꿀꺽!

위극신이 따라 준 술을 받아 들고는 시원하게 들이켰다.

“크으!”

화끈한 흔적을 남기며 넘어가는 술로 인해 당황해하며 신음을 내뱉은 남궁정.

그런 남궁정의 모습에 윤문과 위극신이 두 눈을 크게 떴다.

“혹, 술이 처음이시오?”

놀란 음성의 윤문.

그의 물음에 남궁정이 어색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 남궁정의 대답에 놀라며 서로를 바라본 윤문과 위극신.

두 눈이 마주친 그들이 이윽고, 씨익 미소를 지었다.

마치, 흥미로운 장난감을 발견한 짓궂은 어린아이처럼 말이다.

* * *

“드시지요.”

사천당가의 가주실.

소가주인 당첨이 문 앞에 당도하자 문을 지키고 있던 사내가 문을 열며 고개를 숙였다.

끄덕.

그에 당첨은 고개를 살짝 끄덕이고는 안으로 들어섰다.

쿠웅.

당첨이 안으로 들어서자 다시 닫힌 가주실의 문.

“왔느냐.”

문이 닫힘과 동시에 당첨의 맞은편, 의자에 앉은 중년 사내가 당첨을 맞아 주었다.

사천당가의 가주로서 독군 毒君이라는 별호를 가지고 있는 절정의 고수.

사천당가의 역대 가주 중 가장 약하다고 평가되고 있는 당사독이었다.

그런 당사독의 인사에 당첨이 정중히 고개를 숙이며 입을 열었다.

“소자가 아버지를 뵙습니다.”

“예는 간단히 하고 여기 앉거라.”

아들이자 소가주인 당첨의 예의 바른 인사에 가볍게 고개를 끄덕인 당사독이 옆의 빈 의자를 가리키며 말했다.

그에 당첨은 고개를 살짝 숙여 보이고는 걸음을 옮겨 당사독이 권한 의자에 앉았다.

“들었느냐.”

“못난 놈의 소식 말입니까.”

“네 동생이다.”

당첨의 대답에 당사독이 날카로운 눈으로 당첨을 보며 말했다.

그에 당첨이 피식 미소를 지었다.

“그런 쓰레기가요?”

“그런 쓰레기가 내 아들이지.”

“…….”

“첨아.”

“예, 아버지.”

잠깐의 침묵도 잠시.

당사독의 부름에 당첨이 대답했다.

그에 당사독은 부드러운 눈빛으로 당첨을 바라보았다.

“너에게 거는 기대가 크다.”

“…….”

“늘 이야기하지만 현재 본가의 위치가 애매하다. 다 못난 아비 때문이지.”

“아버지.”

“그러니!”

당사독의 자책에 당첨이 입을 열었지만 당사독이 그런 당첨의 말을 막아섰다.

그러고는 이글거리는 눈빛으로 당첨을 바라보았다.

“네가, 당가의 미래다! 네가 이 못난 아비의 한을 풀어 주어야 한다.”

“…….”

“왜 대답이 없느냐.”

아무런 대답이 없는 당첨의 모습에 당사독이 인상을 찌푸리자 당첨이 내키지 않는다는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알겠습니다.”

“그래.”

당첨의 대답이 돌아오자 그제야 당사독은 만족스럽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고는 다시 당첨을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첨아.”

“네.”

“사천당가의 가훈이 뭐지?”

“…….”

“대답.”

이번에도 대답이 없는 당첨의 모습에 당사독이 인상을 찌푸리자 당첨이 살짝 한숨을 내쉬었다.

그러고는 고개를 들었다.

“은혜는 두 배로, 원한은 열 배로입니다.”

짜증과 분노가 뒤섞인 두 눈빛.

그런 당첨의 두 눈빛은 아비를 바라보는 눈빛으로서 상당히 무례했지만 당사독은 씨익 미소를 지었다.

“그래! 그 자세다!”

도전적이고 공격적인 당첨의 모습이 마음에 들었던 것이다.

“그럼, 다녀오거라.”

“이번 일은 그 쓰레기가 먼저 잘못…….”

“당첨!”

“…….”

분노한 당첨이 언성을 살짝 높이자 당사독이 더욱더 언성을 높였다.

그러고는 입을 다문 당첨을 무서운 눈빛으로 노려보며 입을 열었다.

“본가가 무시당했다. 다른 이유가 필요하나?”

“녀석이 먼저 잘못한 일입니다.”

“다시 말하지만 본가가 무시를 당했다.”

“하아…….”

도저히 말이 통하지 않는 당사독.

그런 당사독의 모습에 당첨은 한숨을 내쉬었다.

그러고는.

“알겠습니다.”

마지못해 아비, 아니 찌질한 가주의 명을 수락했다.

“물러가거라.”

그에 당사독은 당첨에게 축객령을 내렸고, 당첨은 미련 없다는 듯 바로 자리에서 일어나 고개를 숙여 보이고는 물러났다.

그렇게 가주실에서 당첨이 물러가고.

“가주님.”

약 일다경(15분)이 지나고 밖에서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자신을 부르는 익숙한 목소리에 의자에 기대어 두 눈을 감고 있던 당사독이 두 눈을 떴다.

“들게.”

끼익.

당사독의 허락과 동시에 열린 가주실의 문.

그 문 사이로 외눈의 중년 사내가 안으로 들어섰다.

“부르셨습니까.”

사천당가의 무력대 중 제일이라 불리는 녹영대 綠影隊의 대주이자 절정의 고수인 당후.

그가 예를 갖추며 말하자 당사독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고는 입을 열었다.

“그 사내를 죽이게.”

“…….”

“지금 가주인 나의 말을 무시하는 것인가?”

가주의 명에 당혹스러워하던 당후.

그가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자 당사독이 기세를 일으키며 당후를 죽일 듯이 노려보았다.

그에 당후가 화들짝 놀라며 입을 열었다.

“아닙니다!”

“그대도 내가 역대 가주 중 가장 약해서 한심해 보이는가?”

“가주님…….”

콰앙!

열등감이 가득한 당사독.

그의 물음에 당후가 안타까운 표정을 지었고, 그에 분노한 당사독이 탁자를 강하게 내려쳤다.

그러고는 매서운 눈빛으로 당후를 바라보았다.

“만약, 소가주가 그 사내를 죽이지 못한다면 네가 죽여서 가문의 명예를 되찾아라!”

“명을 받들겠습니다.”

분노가 가득한 당사독의 명령.

그 명령에 당후가 두 눈을 감고는 고개를 숙였다.

* * *

움찔.

이른 아침.

나는 나의 옆에서 꼼지락거리는 기척에 두 눈을 떴다.

그러고는.

“일어났니?”

나의 옆에서.

두려운 표정으로 나를 올려다보고 있는 아이를 보며 싱긋 미소를 지었다.

“아…… 아!!”

그런 나의 미소에 당황한 것도 잠시.

아이가 두 눈을 크게 뜨며 소리쳤다.

그에 나는 싱긋 미소를 지으며 아이의 두 손을 부드럽게 두드려 주었다.

“괜찮아. 안전해.”

“아…….”

그런 나의 말에 아이가 주변을 살펴보았다.

그러기를 잠시, 곧 안전한 장소라는 것을 깨달은 것인지 아이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나는 극신이라고 한단다. 너는 이름이 뭐니?”

그런 아이의 모습에 싱긋 미소를 지은 나는 먼저 나를 소개하면서 아이의 이름을 물었다.

그에 아이가 고개를 푸욱 숙이더니 이내, 작은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설…….”

“설?”

끄덕.

나의 물음에 아이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에 나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한 글자가 이름이라고?

이름을 알려 주기 싫은 것인가?

아직 아이가 낯을 가리는 것 같았다.

그렇게 생각을 하며 고개를 끄덕이는 것도 잠시.

꼬르륵!

아이의 배에서 들려오는 천둥소리에 나는 씨익 미소를 지었다.

그러고는 아이를 보며 입을 열었다.

“형아, 배고픈데 밥 먹으러 가자.”

“…….”

“응?”

나의 말에 아이가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자 나는 아이의 옆구리를 살짝 찌르며 다시 물었다.

움찔.

그런 나의 행동에 움찔한 설.

그런 설이의 모습이 귀여웠던 나는 씨익 미소를 지었다.

콕! 콕!

“응? 응?”

그러고는 설이의 옆구리를 집중 공략하며 계속해서 물었다.

“꺄하하! 알았어요!”

계속되는 나의 공격에 설이의 낯가림은 무너져 내리고 말았다.

크게 웃으며 자지러진 설이가 큰 목소리로 대답했고, 나는 싱긋 미소를 지으며 그런 설이를 안아 들었다.

“아…… 저 더러워요…….”

오랫동안 씻지 못해 때가 가득한 설.

그런 자신을 깨끗한 옷을 입은 내가 안아 들자 설이가 화들짝 놀라며 몸을 뒤로 뺐다.

그에 나는 싱긋 미소를 지었다.

“그것이 무슨 상관이겠느냐.”

이제 와서 무슨, 그 상태로 같이 잠도 잤는데 말이다.

설이의 말에 웃어 보이며 대답한 나는 설이를 안은 채로 방문을 나섰다.

그렇게 이 층의 복도를 지나 계단을 내려가니.

“극 공자!”

어제 앉았던 창가 자리에서 윤문이 나를 불렀다.

손을 흔들어 보이며 나를 부르는 윤문의 모습에 나는 피식 미소를 지었다.

그러고는 나를 향해 다가온 왕일을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침대가 더러울 것이다. 따로 챙겨 줄 테니 깨끗이 부탁한다.”

“네.”

“아, 그리고 식사가 끝나면 따뜻한 물도 부탁하지.”

“알겠습니다.”

나의 말에 왕일이 정중히 고개를 숙였다.

그러고는 나와 함께 창가 자리로 옮겼다.

“안녕~”

그런 내가 창가 자리에 도착하자 윤문이 나의 품에 안긴 설이를 향해 손을 흔들어 보였다.

그에 설이는.

숙!

나의 품에 얼굴을 묻었다.

그에 윤문는 어색한 미소를 지으며 입을 열었다.

“내가 아이들이 싫어하는 얼굴은 아닌데.”

“어제 일로 낯을 많이 가리니 신경 쓰지 마시오.”

“흐흠, 알겠소.”

나의 위로에 윤문가 고개를 끄덕였다.

“식사하시겠습니까?”

그렇게 내가 자리에 앉자 왕일이 물었고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입을 열었다.

“매콤한 닭볶음탕 국물 많이 해서. 그리고 쌀밥 두 공기 부탁할게.”

“엇? 그 음식은 어떻게 아십니까?”

나의 주문에 왕일이 놀란 듯 두 눈을 크게 뜨며 물었다.

닭볶음탕.

중원의 음식이 아닌 약 이십 년 전 멸망한 동쪽 고려의 음식으로, 주방장이 고려 출신이기에 가능한 숨겨진 음식이었다.

단골들만 아는, 그런 음식 말이다.

아무튼, 그러한 이유로 놀란 왕일의 모습에 나는 싱긋 미소를 지었다.

“다 아는 수가 있지, 부탁할게.”

“알겠습니다!”

미소를 지은 나의 말에 왕일이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고는 주방을 향해 달려갔다.

“아니, 아침부터 탕이오?”

나의 주문에 놀란 윤문이 나를 향해 물었다.

그에 옆 의자에 설이를 앉히며 입을 열었다.

“해장은 탕이 법이오.”

“흐음…….”

“윤 공자는?”

“점소이! 나도 같은 걸로!”

나의 물음에 윤문가 고개를 돌려 소리쳤다.

“네!”

그에 주방에서 대답 소리가 들려왔고, 주문을 완료한 윤문가 나를 바라보며 씨익 미소를 지었다.

“극 공자의 의견을 따르겠소.”

“훗. 새로운 세계에 오신 것을 환영하오.”

미소를 지은 윤문을 보며 나 또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해장은 얼큰한 국물.

진리를 따르는 새로운 동지를 반기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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