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나의 천마신교는 이상하다-79화 (79/275)

제79화

제79장 인연 因緣

“이…… 이!!”

나의 눈앞.

작고 약한 어린아이를 무자비하게 때리던 사내가 머리에 피를 흘리며 분노 어린 표정을 짓고 있었다.

금방이라도 눈앞의 존재를 죽여 버릴 듯한 살벌한 눈빛.

그 눈빛으로 나를 바라보는 사내의 행동에 나는 가소롭다는 듯 피식 미소를 지었다.

감히 나를 향해 저런 눈빛을 해?

감히?

가소로웠고, 또 사내가 괘씸했던 나는 걸음을 옮겨 사내에게 다가갔다.

그런 나의 행동에 저도 모르게 움츠러든 사내.

그가 무서운 표정을 지으며 나를 향해 소리쳤다.

“네 이놈! 내가 누군지 아느냐!”

“어쩌라고.”

“나는 사천당가의 이공자 당익이다!”

“근데.”

“이익! 나는 사천당가의 직계라니까!”

“그래.”

진짜, 어쩌라고.

사천당가?

은혜는 두 배로, 원한은 열 배로 갚는다는 심보가 못된 가문으로서 독과 암기를 주로 다루는 사천의 절대자이다.

헌데 그게 왜?

“나의 형님은 바로 독룡 당첨이다!”

“근데.”

우리 아빠는 천마인데 말이다.

자신의 형 이름을 들먹이는 사내의 모습에 나는 가소롭다는 미소를 지으며 물었다.

우뚝.

그러고는 사내의 바로 앞에 멈추어 섰다.

“야.”

움찔!

천마와도 같은 차가운 나의 목소리.

그 목소리에 녀석이 움찔했고, 나는 나보다 키가 작은 쓰레기를 내려다보며 입을 열었다.

“너는 세 개의 잘못을 했다.”

“허? 꼴에 협이라도 행하겠다는 것이냐?”

나의 말에 쓰레기, 아니 사천당가의 이공자 당익이 재미있다는 목소리로 말했다.

그에 나는 고개를 돌렸다.

그러자 보였다.

탁자와 의자의 잔해 속.

움찔!

그 속에 쓰러져 기절해 있는 아이가 말이다.

이제 갓 일곱 살은 되었을까?

어머니의 품에 안겨 어리광을 부릴 아이가 다 큰 무인에게 맞아서 저렇게 기절해 있었다.

“야.”

그에 나는 오리탕을 못 먹은 것보다 더 화가 났다.

“허억!”

나의 부름과 동시에 나의 몸에서 뿜어져 나온 얕은 기운.

고작 삼성에 지나지 않는 기운이었으나 이류 무사인 당익에게는 거대한 기운이었다.

그에 당익은 두려워하며 뒤로 물러섰고, 나는 그런 당익의 흔들리는 두 눈을 보며 입을 열었다.

“지금부터 네가 잘못한 것을 읊어 주마.”

“뭐?”

“첫째. 약자를 보호하기 위해 무를 익힌 무인으로서 힘없는 아이를 괴롭혔다.”

착!

말이 끝남과 동시에 펼쳐져 있던 부채를 접었다.

그리고.

퍽!

콰드득!

“끄아악!”

당익의 어깨를 내려쳤다.

가볍게 내려쳤지만 결과는 달랐다.

살벌한 소리와 함께 당익이 소리를 내지르며 어깨를 부여잡았던 것이다.

그런 당익의 불쌍한 모습에도 불구하고 나는 흔들리지 않은 채 다시 입을 열었다.

“둘째, 아무런 연관 없는 객잔의 물품을 부쉈으며 이곳에 있던 모든 사람들의 즐거운 식사 시간을 방해했다.”

퍽!

콰드득!

“끄아악!”

이번에는 다리.

왼쪽 다리뼈가 부러져 땅바닥에 널브러진 당익을 내려다보며 나는 다시 입을 열었다.

“그리고 마지막.”

“그…… 그만…….”

단 두 번.

단 두 번의 공격으로 세상 두려울 것 없던 쓰레기 당익이 나에게 용서를 구했다.

눈물 콧물을 질질 흘리며 용서를 구하는 당익의 모습은 상당히 불쌍해 보였지만 나는 용서를 받아 줄 정도로 착한 성정을 지니고 있지 않았다.

스윽.

그렇기에 녹색의 섭선, 뇌선 雷扇 을 들어 올렸다.

그러고는 싸늘한 눈빛으로 당익을 내려다보며 입을 열었다.

“나의 식사 시간을 방해한 것이다.”

내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식도락 食道樂.

그 행복한 시간을 방해한 것은 죽어 마땅한 큰 죄였고, 나는 녀석을 용서하지 않을 것이다.

그렇게 녀석의 목숨을 거두기 위해 내가 손을 내려치는 순간!

스윽.

“그만하시는 것이 어떻겠소?”

한 사내가 나타나 내려치는 나의 섭선을 부드럽게 흘려 보냈다.

“…….”

굵고 진한 눈썹과 이목구비가 매력적인 미남자.

나의 두 눈을 바라보며 미소를 짓고 있는 미남자의 모습에 나는 묘한 표정을 지었다.

비록 삼성의 힘이라고 하지만 정순한 내공이 담긴 나의 공격이다.

완숙한 일류의 고수이더라도 이렇게 부드럽게 나의 공격을 흘려 보낼 수는 없었다.

헌데, 나와 또래로 보이는 젊은 청년이 보란 듯이 나의 공격을 막아 낸다고?

흥미로웠다.

“누구시오?”

나의 손을 막아선 사내.

그런 사내를 보며 뇌선을 거두어들인 내가 묻자 사내가 매력적인 미소를 지으며 입을 열었다.

“윤문이라고 하오.”

“…….”

“그대는?”

사내 윤문의 말에 나는 가만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에 윤문이 나를 향해 물었고 나는 피식 미소를 지으며 입을 열었다.

“극신.”

“좋은 이름이군.”

“그대야말로.”

윤문의 말에 나는 조금은 차가운 말투로 대답했다.

그러고는 다시, 입을 열었다.

“비키시오.”

“그만하는 것이 어떻소?”

저 망할 당익을 죽여 버리기 위해 내가 비켜 줄 것을 권하자 윤문이 미소를 지으며 다시 나를 막아섰다.

그에 나는 차가운 눈빛으로 윤문을 바라보았다.

“비키시오.”

“무섭구려.”

나의 차가운 눈빛.

좀 전의 당익에게 뿜었던 삼성의 기운이 담긴 나의 눈빛에도 불구하고 윤문은 미소를 지어 보이며 대답했다.

무섭다는 말과 달리 여유로운 미소를 지어 보이는 윤문.

그런 윤문을 보며 나는 살짝 한숨을 내쉬었다.

마음에 안 든다고 무작정 무기를 휘두를 수는 없는 일이었기에 나는 다시 입을 열었다.

“그대와 상관없는 일이니 비키시오.”

“나는 극 공자가 귀찮아지는 것이 걱정되어 이러는 것이오.”

“오지랖이오.”

“극 공자 또한 오지랖으로 아이를 구하지 않았소?”

아니다.

나는 순전히 오리탕 때문에 빡이 돌아서 나선 것이다.

그리고 기절한 아이를 보고 더 화가 난 것이고 말이다.

아무튼, 나의 말에 한마디도 지지 않고 대답하는 윤문의 모습에 나는 진한 미소를 지었다.

흥미로웠다.

나와 대화를 여유롭게 이끌어 가는 윤문의 모습이 말이다.

천마신교에서는 이런 사내가 있었던가?

‘아 있군.’

사마천.

능글맞게 번지르르하게 말을 늘어놓던 녀석이 떠올랐다.

그렇게 잠시 딴생각을 하는 순간, 윤문이 나를 바라보며 다시 입을 열었다.

“이렇게 만난 것도 인연이고, 나는 극 공자에게 호감이 생기니, 내가 전부 살 테니 합석하시겠소?”

사내에 대한 나의 감정은 흥미에서 호감으로 바뀌었다.

너무나도 매력적인 윤문의 제안에 나는 당익에게 향한 나의 기운을 거두어들이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고는.

“으아…….”

“병X 같은 놈.”

침을 질질 흘리며 괴로워하고 있는 당익을 내려다보며 냉소를 지었다.

“왕일!”

“예…… 예! 공자님!”

나의 부름에 멍한 표정을 지은 채 상황을 살피고 있던 왕일이 화들짝 놀라며 나에게 다가왔고 나는 차가운 표정으로 당익을 턱 끝으로 가리키며 입을 열었다.

“이 자식 처리해 줘.”

“의원으로 보내겠습니다.”

“고맙다.”

왕일의 대답에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스윽.

그러고는 걸음을 옮겨 기절해 있는 어린아이를 안아 들었다.

“…….”

너무 가벼웠다.

그리고 작았다.

나의 품 안에 쏙 안긴 작은 아이.

그런 아이를 내려다보며 나는 슬픈 표정을 지었다.

움찔!

그런 나의 품에 안기자 두려운 듯 다시 아이의 몸이 움찔거리기 시작했다.

기절하여 의식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깊이 잠식된 두려움으로 근육이 놀라고 있는 어린아이의 모습에 나는 아이를 부드럽게 안았다.

그러고는 천천히, 아이의 등을 쓰다듬어 주었다.

“이제…… 괜찮다.”

“…….”

나의 위로가 효과가 있었을까?

움찔거리던 아이의 행동이 멈추었고, 이내 아이의 호흡이 일정하게 바뀌었다.

“윤 공자.”

“말하시오.”

“이 아이도 합석해도 되겠소?”

아이를 안은 채 묻는 나의 모습에 윤문이 남자다운 미소를 지어 보이며 힘차게 고개를 끄덕였다.

“물론이오!”

* * *

“와아…….”

그 모든 모습을 지켜본 남궁세가의 남매.

그중 동생인 남궁연화는 가슴 앞에 손을 모으며 몽롱한 표정을 지었다.

고강한 무공을 지닌 잘생긴 젊은 무인.

그가 죄 없는 어린아이를 위해 사천당가라는 거대한 위세에도 겁먹지 않고 나서서 협을 행하는 모습이 너무나도 멋있었다.

소설 속에서나 나올 법한 너무나도 멋진 모습.

그 모습에 남궁연화는 감동을 받았고.

“와아아!!”

짝짝!

객잔 안에 있던 모든 사람들이 박수를 치며 환호를 보내었다.

정마대전이 끝이 나고.

진정한 협을 행하던 무인들은 차츰 사라졌고, 그에 사람들은 아쉬워했다.

하지만 오늘.

그들의 눈앞에 모든 것이 완벽한 협객이 등장했다.

마치 소설 속의 주인공처럼 말이다.

그에 사람들은 흥분했고, 또 환호했다.

그런 사람들의 환호에 어색한 미소를 지은 위극신.

그가 아이를 안은 채 고개를 살짝 숙여 보였고.

“와아아!”

그로 인해 객잔 안은 더 시끄러워졌다.

그런 사람들의 환호를 받으며 어색한 표정으로 자리를 옮긴 위극신이 윤문와 함께 자신의 자리에 앉았다.

그리고.

스윽.

갑자기 조용히 있던 남궁정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오라버니……?”

갑작스럽게 자리에서 일어난 남궁정의 행동에 고개를 갸웃거린 남궁연화.

그녀가 놀란 표정으로 남궁정을 올려다보았다.

저벅.

그런 남궁연화의 시선 따위는 무시한 남궁정.

그가 걸음을 옮겼다.

우뚝.

그러고는 위극신과 윤문의 앞에 멈추어 섰다.

* * *

“허어, 멋진 자리군.”

나의 뒤를 따라 창가 자리에 앉은 윤문.

그가 자리에 앉자마자 창가 너머로 보이는 저잣거리의 풍경에 살짝 감탄한 표정을 지었다.

그에 나는 살짝 미소를 지었다.

“늘 내가 찾는 자리요.”

“자주 오셨나 보구려.”

“국물을 좋아해서.”

윤문의 물음에 나는 눈으로 오리탕을 가리키며 대답했다.

그에 윤문이 흥미로운 표정을 지었다.

“허어…… 소면으로 대충 식사를 때우고 있었는데……. 극 공자의 추천이니 푸짐하게 먹어 보겠군.”

“어차피 윤 공자가 사는 것 아니오?”

“하하! 그렇지!”

장난스러운 나의 말에 윤문이 소리 내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호쾌하고 남자다운 웃음.

그리고 성정과 행동까지.

모든 것이 시원시원한 윤문의 모습에 나는 살짝 호감이 생겼다.

마치…….

‘스승님과 닮았군.’

패천황이라 불리는 호쾌한 사내.

스승 백리관과 닮은 사내였다.

아무튼.

“한잔하시겠소?”

“하하! 좋은 인연을 만났는데 축하는 해야 하지 않겠소?”

죽엽청을 든 나의 물음에 윤문이 웃으며 대답했다.

그러고는 옆의 빈 탁자에서 잔을 가지고 와 옷으로 대충 닦고는 내밀었다.

너무나도 자유로운 윤문의 모습에 나는 더욱더 호감을 느끼며 병을 기울였다.

쪼르르.

그렇게 맑은 소리와 함께 윤문의 잔이 채워졌고, 곧 나의 잔도 채워졌다.

그리고 잔을 부딪치기 위해 들려던 순간!

스윽.

한 사내가 우리에게 다가오더니 우리의 옆에서 걸음을 멈추었다.

“응?”

갑작스러운 사내의 등장.

젊은 미청년의 등장에 나와 윤문이 의문 어린 표정으로 청년을 바라보았다.

“초면에 실례합니다. 저는 남궁세가의 남궁정이라고 합니다.”

‘흐음…… 남궁가의 아이로군.’

정파 최고의 후기지수 오룡 중 첫 번째로 손에 꼽히는 남궁세가의 소가주.

남궁정의 소개에 나는 흥미로운 표정을 지었다.

그리고.

“무슨 일이시오?”

남궁세가라는 이름을 들었음에도 불구하고 흔들림 없는 윤문이 물었다.

그런 윤문의 모습에 나는 진한 미소를 지었다.

나의 눈앞에 있는 사내.

분명 무림인이 아니다.

왜냐고?

전생에서 이런 사내를 본 적이 없었으니 말이다.

나와 같은 또래에 뛰어난 무공을 지녔으며 시원한 성정을 지닌 진국의 사내다.

이런 사내라면 응당 뛰어난 인물이 되었을 터.

사황으로서 수많은 무인들을 만났던 내가 모르는 자라면 무림인으로서가 아닌 다른 자리에서 뛰어난 인물이 되었을 사내이다.

그렇기에 나는 확신할 수 있었다.

윤문이라는 이 사내는 무림인이 아니라는 것을.

그리고 비밀이 많은 사내라는 것을 말이다.

아무튼, 그런 윤문의 물음에 남궁정이 정중한 자세로 고개를 숙이며 입을 열었다.

“저도, 합석할 수 있게 해 주십시오.”

차가운 목소리와 얼굴과는 너무나도 다른 정중한 남궁정의 목소리.

그 목소리에 나는 살짝 놀란 표정을 지었다.

‘이놈…….’

차가운 인상이 꼭 누군가를 떠올리게 만들었다.

차가운 인상과는 달리 순진하고 착했던 놈 말이다.

아무튼, 그렇게 내가 생각에 빠져들자 윤문이 고개를 돌려 나를 바라보았다.

“극 공자는 어쩌겠소?”

“나야 뭐, 얻어먹는 입장 아니오? 윤 공자가 알아서 하시오.”

윤문의 물음에 생각에서 벗어난 내가 웃으며 대답했다.

그에 싱긋 미소를 지은 윤문이 남궁정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그러고는 특유의 매력적인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앉으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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