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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천마신교는 이상하다-78화 (78/275)

제78화

제78장 분노 忿怒

“어서 오십시오!”

전생에서 내가 자주 다니던 사천성도의 한 객잔.

익숙한 객잔 정문을 열자 익숙한 소년이 달려와 나를 반기었다.

“왕일아…….”

표면적으로는 이 객잔 주인의 아들이지만 실제 정체는 하오문주의 제자인 왕일.

전생에서 나의 의동생이기도 했던 녀석의 모습에 나는 무심코 녀석의 이름을 부르고 말았다.

“응? 저를 아십니까?”

그런 나의 부름에 녀석은 고개를 갸웃거리고는 나를 바라보며 물었다.

그에 나는 가만히 미소를 지었다.

변명하기가 귀찮았던 것이다.

그런 나의 미소에 녀석은 고개를 갸웃거리더니 다시 나의 얼굴을 지그시 바라보았다.

“이렇게 잘생긴 공자님이라면 제가 기억을 못 할 리가 없는데…….”

“하하, 됐으니 창가로 부탁한다.”

행동은 물론 말투와 단어 선택까지.

모든 것 하나하나가 손님에 맞추어진 왕일의 모습에 나는 웃어 보이며 말했다.

전생에서도 그랬다.

하오문주의 제자로서 때로는 점소이, 때로는 상인으로서 주어진 역할을 모두 완벽하게 소환해 내던 녀석이었다.

그런 녀석이 지금, 나의 눈앞에서 완벽한 점소이의 모습을 보이고 있으니 옛날 생각이 나서 기분이 좋았다.

그렇게 내가 웃으며 말하자 왕일 또한 기분 좋은 듯 미소를 지으며 나를 창가로 안내했다.

왕일이 안내한 자리.

그 자리에 도착한 나는 살짝 놀란 표정을 지었다.

‘좋구나.’

바로, 전생에서 내가 가장 좋아했던 자리였기 때문이다.

의형인 내가 이 자리를 좋아한다는 것을 파악한 왕일이 나중에는 나의 전용으로 만들어 둔 자리이기도 했다.

헌데, 회귀한 지금. 왕일이 이곳으로 나를 안내한다?

신기하고 재미있었다.

아무튼, 오랜만에 보는 창가 자리에 많은 추억이 떠오른 나는 그리운 표정을 지었고, 그런 나의 표정에 옆에 있던 왕일이 묘한 표정을 지었다.

그래, 오늘 처음 온 것 같은 녀석이 자신을 알고, 자리를 보고 아련한 표정을 지으니 그럴 만도 했다.

그에 나는 표정을 지우고는 자연스럽게 자리에 앉았다.

“주문은 무엇으로 하시겠습니까?”

“오늘 들어온 재료가 무엇이냐.”

왕일의 물음에 내가 능숙하게 되물었다.

그에 왕일이 살짝 놀란 표정을 짓더니 이내 진한 미소를 지었다.

“오늘 아침에 오리가 들어왔습니다. 아주 실한 놈들만요.”

“허면, 오리를 이용한 탕과 고기, 그리고 음…… 그래, 죽엽청으로 한 병 내오거라.”

사천에서의 첫 식사다.

첫 식사에 어울리는 술은 역시 달달한 맛보다는 특유의 씁쓸한 맛이 나는 감성적인 죽엽청을 선택했다.

그에 왕일이 웃으며 고개를 숙였다.

“조금만 기다려 주십시오!”

“그래.”

끝까지 씩씩하고 싹싹한 녀석의 모습에 나는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고는 고개를 돌려 창밖을 바라보았다.

모두가 각자의 생업에 종사하면서 부지런하게 뛰어다니는 수많은 사람들.

그 활동적인 광경에 나는 나도 모르게 은은한 미소를 지었다.

천마신교와 달리 너무나도 평화로운 중원!

이제야 내가 돌아온 것만 같았다.

그렇게 멍하니 바깥의 광경을 보는 것도 잠시.

“실례합니다! 얼큰하게 끓인 오리탕과, 참나무잎과 함께 훈연한 오리고기, 그리고 시원한 죽엽청입니다!”

왕일이 녀석이 특유의 밝은 목소리로 설명을 하며 나의 앞에 음식을 놓아 주었다.

“호오…….”

벌써부터 코가 아리아리한 게 침이 고였다.

새빨간 국물이 너무나도 인상적인 오리탕.

그 탕의 모습에 나의 두 눈이 반짝였다.

“맛있게 드십시오!”

그런 나의 모습에 왕일은 기분 좋은 미소를 지으며 나를 향해 말했고. 그에 나는 고개를 끄덕여 보였다.

그리고 숟가락을 들려는 순간!

멈칫.

나는 행동을 멈추었다.

하하. 이런 초보적인 실수를 하다니.

아무래도 나의 눈앞에 놓인 매혹적인 오리탕에 잠깐 정신을 놓아 버렸나 보다.

초보적인 나의 실수에 나는 후후 웃음을 흘리며 다시 숟가락을 내려놓았다.

그러고는.

주르륵.

죽엽청을 한 잔 따랐다.

성급하지 말자 극신아.

먼저 죽엽청을 한 잔 하고.

그 알싸하고 씁쓸한 맛을 충분히 느낀 다음, 그 맛이 사라져 갈 쯤에 얼큰한 탕 국물을 한 모금 마셔야지.

그래야 깔끔하니 좋은 것이지.

전생에서 탕을 대하는 나의 자세.

그리고 탕을 먹는 나의 방법.

그 모든 것들을 떠올린 나는 술잔을 들었다.

“후후.”

행복하다.

나의 눈앞에 찰랑이는 술잔.

그 술잔을 내려다본 나는 은은한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

꿀꺽!

죽엽청을 시원하게 한 모금 들이켰다.

“점소이! 나도 죽엽청!”

“이보게 여기도!”

“나도!”

내가 죽엽청을 한 모금 마시는 순간.

나의 목 넘김과 동시에 수많은 목 넘김 소리가 들려왔고 이내 객잔이 소란스러워졌다.

하지만 나는 거기에 신경 쓰지 않았다.

왜냐?

“후후…….”

씁쓸한 죽엽청의 맛이 사라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렇게 맛이 사라지기 전에 서둘러 숟가락을 든 나는 오리탕을 살짝 저었다.

그러고는 국물 한 숟가락 떠 입으로 가져갔…….

콰앙!

“…….”

막 오리탕이 입에 들어가려던 그 순간.

옆에서 요란한 소리가 나더니 동시에 탁자가 흔들렸고, 나의 오리탕 국물은 숟가락에서 벗어나 나의 허벅지로 떨어졌다.

스으…….

빨간 국물을 번지면서 말이다.

“…….”

세상이 멈추었다.

소란스러워진 주변의 소음?

나는 신경 쓰지 않았다.

지금 이 순간 이곳에는 오로지 나와, 나의 바지를 붉게 물들여 가는 빨간 오리탕 국물만이 존재할 뿐이었다.

신강을 벗어나자마자 잠자는 시간을 아껴 가며 한달음에 달려왔다.

그리고 지금.

드디어 국물을 한 모금 마시려는 순간이었다.

헌데 그런 나의 행복을 방해해?

“후우…….”

어떤 새X인지 몰라도 절대 가만히 두지 않는다.

* * *

“오라버니, 저 사람 봐요.”

“응?”

남궁세가의 소가주 남궁정.

그는 옆에서 들려오는 호들갑 어린 목소리에 고개를 들었다.

“!!”

그러고는 두 눈을 크게 떴다.

“진짜 잘생겼죠?”

객잔의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선 한 공자.

청녹색의 섭선을 가볍게 흔들며 은은한 미소를 짓고 있는 청년의 모습은 말 그대로 한 폭의 그림이었다.

사람이 어찌 저렇게 완벽할 수 있단 말인가?

보기 좋은 몸과 큰 키에 남자다운 체격, 거기에다가 여인보다 고운 피부와 이목구비까지.

아마 반악과 송옥이 살아 있다면 저 미청년을 보고 패배감을 느끼지 않았을까?

중원 전설의 미남도 잊게 할 정도로 너무나도 완벽하게 잘생긴 미청년.

그 미청년을 보며 두 눈을 몽롱하게 뜬 채 말하는 여동생의 모습에 남궁정이 정신을 차렸다.

그러고는 다시 고개를 숙여 자신의 음식에 집중했다.

“히잉, 재미없어.”

그런 남궁정의 모습에 그의 동생 남궁연화는 입술을 삐죽였다.

그러고는 다시 고개를 들어 미청년을 바라보았다.

지금 남궁연화에게는 자신의 앞에 있는 음식보다 객잔에 들어서서 점소이에게 웃어 주는 저 미청년의 모습이 더 맛있었다.

그렇기에 남궁연화는 음식에 신경 쓰지도 않고 청년을 바라보았고, 남궁연화만이 아닌 객잔에 있는 모든 여인…… 아니 사내들까지 모두가 청년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런 사람들의 시선을 모르는 것일까?

청년은 사람들에게 시선도 주지 않고 점소이와 대화를 나누었다.

그렇게 잠시 후.

저벅.

“와…….”

청년이 걸음을 옮겼고 청년을 바라보던 사람들은 탄성을 내뱉었다.

청녹색의 고급스러운 섭선을 가볍게 흔들며 기품 어린 걸음으로 걷는 청년의 모습이 너무나도 아름다웠던 것이다!

그리고.

“아아…….”

창가 자리를 바라보며 아련한 표정을 짓는 모습에 사람들이 탄식을 내뱉었다.

저렇게 슬픈 표정을 짓다니!

무슨 사연이 있는 것일까?

분명 평범한 사연은 아닐 것이다.

훌쩍.

사내의 모습에 사람들은 슬픈 표정을 지었고, 그중 남궁연화는 훌쩍이며 눈물을 훔치기까지 했다.

그렇게 청년은 모든 사람들의 시선을 받으며 자리에 앉았고, 음식을 주문하더니 창밖을 바라보았다.

탁자에 팔을 올리고 턱을 괸 채 가만히 창문 너머, 저잣거리를 바라보는 청년.

그 청년의 옆모습은 한 폭의 그림과도 같았다.

그에 사람들은 자신들의 음식과 술도 잊은 채 그 청년을 바라보았다.

“…….”

그런 사람들의 시선에 남궁정까지 음식 먹는 것을 멈추었다.

그러고는 고개를 들어 청년을 찬찬히 살펴보았다.

‘관 官 쪽의 인물인가?’

정파 무림의 기대주라 불리는 창궁검룡 蒼穹劍龍 남궁정.

완숙한 일류의 고수인 남궁정의 눈에는 청년이 무공을 익힌 흔적이 보이지 않았다.

그렇기에 남궁정은 청년이 무림인이 아닌 관과 관련 있는 집안의 공자일 것이라 추측했다.

뛰어난 문관의 자제이면서 세상을 유람 나온 공자.

딱 그 정도 말이다.

자신과 또래로 보이는 청년이 자신보다 뛰어난 고수일 리는 없기에 그렇게 남궁정은 결론을 지으며 다시 자신의 음식에 집중했다.

잠시 후.

점소이가 나타났고, 이내 청년의 앞에는 맛있어 보이는 음식이 놓였다.

그에 청년은 숟가락을 들었고, 탕에 가져가는 순간!

멈칫!

“응?”

“뭐야?”

청년이 행동을 멈추었다.

갑작스러운 청년의 모습에 사람들이 고개를 갸웃거렸지만 청년은 신경 쓰지 않는 듯 무심하게 숟가락을 내려놓았다.

꿀꺽.

그런 청년의 모습에 점소이 왕일은 긴장 어린 표정을 지었다.

혹, 벌레가 들어가 있는 것인가?

아니면 머리카락이?

곤란했다.

하지만 왕일의 걱정이 무색하게도 청년은 은은한 미소를 지으며 죽엽청을 들었다.

쪼르르.

그러고는 멋들어진 자세로 술을 따랐고 가득 찬 술잔을 든 청년이 미소를 지으며 향을 맡더니 이내 시원하게 들이켰다.

“꿀꺽!”

그런 청년의 모습에 모든 사람들이 침을 삼켰고 이내.

“여기 죽엽청!”

“점소이!”

사람들 모두가 점소이를 불러 죽엽청을 한 병 추가했다.

그리고.

“점소이. 죽엽청 한 병 들고 오게.”

차가운 성정으로 유명한 남궁정도 예외는 아니었다.

아무튼, 그렇게 청년이 술을 한 모금 마시고 탕을 먹기 위해 한 숟가락 뜨는 순간!

콰앙!

객잔의 정문에서 굉음이 들려왔다.

그리고.

“살려 주세요! 살려 주세요!”

“닥쳐라!”

바닥에 무릎 꿇고 울면서 용서를 구하는 어린아이와 그런 어린아이를 내려다보며 욕설을 내뱉는 한 청년이 보였다.

“제발…… 제발…….”

퍼억!

“망할 거지 같은 놈이, 어디서…….”

사천당가 四川唐家.

사천을 지배하고 있는 무림 가문의 망나니 당익이 용서를 구하는 어린아이의 턱을 걷어찼다.

“커헉!”

콰쾅!

“꺄악!”

어린아이가 다 큰 어른의 발길질을 어찌 감당하겠는가?

당익의 발길질에 아이는 무기력하게 날아갔고, 이내 수많은 탁자와 의자를 부서뜨렸다.

그에 사람들은 소리를 지르며 자리를 피했고.

움찔!

움찔!

탁자와 의자의 잔해 속에서 어린아이가 의식을 잃은 채 움찔거리고 있었다.

너무나도 가여워 보이는 그 상황.

그 상황에도 불구하고 어느 한 명 나서지 않았다.

그저 두려운 표정으로 당익을 바라볼 뿐이다.

씨익.

그런 사람들의 시선이 즐거운 것일까?

당익이 진한 미소를 지었다.

그러고는 어린아이에게 다가갔다.

이 아이는 부모 하나 없는 거지이다.

안 그래도 기분이 더러웠는데 이 어린놈이 자신의 옷에 흙을 묻혔다.

감히 사천당가의 이공자인 자신에게 말이다.

그에 맞는 벌을 내리기 위해 당익이 다시 한 걸음 앞으로 내딛는 순간!

남궁정이 검을 잡았다.

어린아이를 괴롭히는 사천당가의 망나니.

그 보기 흉한 행동을 더 이상 보기 싫었던 것이다.

하지만.

쨍그랑!

“…….”

남궁정보다 더 빠른 사람이 있었으니.

바로.

“하아…… 이 시X 놈이…….”

자리에서 일어나 당익을 향해 술잔을 집어 던진 겁 없는 청년.

등장부터 모든 사람들의 시선을 집중시켰던 미청년 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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