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나의 천마신교는 이상하다-76화 (76/275)

제76화

제76장 노인 老人 (1)

“사형 같이 가요!”

가슴팍에 새겨진 구름 문양이 인상적인 새하얀 도복을 입고 있는 십 대 중반의 한 소년.

그가 저 앞에서 먼저 산을 오르는 사형의 뒷모습을 보며 소리쳤다.

그에 먼저 산을 오르던 사형, 진운이 걸음을 멈추고는 뒤를 돌아보았다.

“녀석, 평소 체력 단련을 게을리하였더냐.”

이대제자 중 가장 어린 사제, 소년 진명을 보며 진운이 말하자 진명이 목을 움츠렸다.

“죄송해요…….”

눈치를 살피며 용서를 구하는 막내의 모습에 살짝 미소를 지은 진운.

그가 다시 앞을 보며 입을 열었다.

“걸음을 늦출 터이니 따라오거라.”

“네!”

진운의 말에 진명이 해맑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게 무림 제일의 신법을 지녔다는 곤륜파의 이대제자 두 명은 작은 산을 넘었다.

“사형! 마을이 보입니다!”

“그렇구나.”

산언덕에 올라선 진운과 진명.

올라서자마자 맞은편에 보이는 광경에 진명이 손을 들어 마을을 가리키며 말했다.

그런 진명의 목소리에 진운이 살짝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저 마을이 우리 청해성에서 사천성으로 가는 마을 중 가장 큰 곳이지요?”

“그래.”

“와아! 그러면 따뜻한 물에 목욕할 수 있겠네요!”

진운의 말에 진명이 나이대의 소년처럼 해맑게 웃으며 좋아했다.

그에 진운은 짐짓 엄한 표정을 지으며 진명을 바라보았다.

“어허. 평생을 수련하며 도를 터득해야 하는 도인이 따뜻한 물 하나에 현혹되어 좋아하면 쓰겠느냐.”

“이크…… 죄송해요…….”

이십 대 후반.

이대제자의 대사형인 진운의 충고에 진명이 찔끔하며 사과했다.

그에 진운은 속으로 미소를 지었지만 겉으로는 티 내지 않으며 다시 걸음을 옮겼다.

부지런히 걸음을 옮겨야 빨리 도착을 할 테고, 빨리 도착해야 자신의 막내가 따뜻한 물에 목욕을 할 테니 말이다.

그렇게 사이좋은 사형제는 다시 걸음을 옮겼다.

대사형인 진운의 뒤를 바쁘게 쫓으면서 계속 걸음을 옮기던 진명.

그는 저 멀리 보이는 마을의 입구에 환한 미소를 지었다.

“어……?”

그리고.

마을 입구 옆.

넓은 돌에 앉아 두 눈을 감고 있는 노인을 발견했다.

새하얗게 세어 버린 머리칼과 수염이 떡 져 있었으며 오랫동안 씻지 않았는지 노인의 주변에는 파리가 몇 마리 날아다녔다.

보기만 해도 더러워 보이는 노인.

그 노인의 모습에 진명은 얼굴을 찌푸렸다.

그러고는 자신의 사형을 돌아보았다.

“사형.”

“그래.”

“어서 가요.”

“…….”

진명의 재촉에 진운이 가만히 노인을 바라보았다.

며칠 동안 제대로 식사도 하지 못했는지 피골이 상접해 있어 해골과 같이 보일 정도로 기괴했다.

그런 노인의 모습에 인상을 살짝 찌푸린 진운.

그가 입을 열었다.

“사람들이 다니는 대로에서 저렇게 있다니. 심보가 못된 노인이군.”

딱 보아하니 노인은 빈민이다.

성 밖에서 구정물을 마시며 근근이 살아가는 수많은 빈민 중 한 명.

저렇게 제대로 먹지 못해 아사할 것이면 사람이 없는 곳에 갈 것이지 이렇게 사람이 많은 곳에서 대놓고 저렇게 앉아 있다니?

“…….”

보아라.

이 대로를 지나는 모든 사람들이 저 노인을 보며 인상을 찌푸리고 있지 않은가?

다른 사람들에게 불쾌함과 피해를 주는 노인의 행태에 혀를 찬 진운이 다시 걸음을 옮겼다.

“가자.”

“네!”

마을에 들러 지현 知縣(정7품, 현령과 같은 지위)에게 저 노인을 치우라고 말을 해야 할 것 같았다.

이내 진운이 걸음을 빠르게 옮겼고 진명이 황급히 그런 진운의 뒤를 따랐다.

그렇게 도교의 가르침을 따르는 두 명의 도인은 마을 안에 들어섰다.

* * *

“후우…… 거의 다 왔구나.”

작은 언덕 위.

나는 저 멀리 보이는 마을의 모습에 진한 미소를 지었다.

신강을 지나 본교를 경멸하는 곤륜파의 본거지 청해성을 지났다.

이제 저 마을만 지나면 바로 사천성이다.

“후후…….”

얼큰하고 매콤한 탕아.

형아가 거의 다 왔단다, 조금만 기다리렴.

어서 사천성에서 탕을 먹고 옆에 있는 감숙성으로 넘어가야 했다.

감숙성에는 사파의 본거지인 사황성이 있었으며, 그곳에는 내가 사랑하는 여인. 서은설이 있으니 말이다.

“우리 은설이…… 전생이랑 똑같겠지?”

전생에서 푸른 눈이 너무나도 아름다웠던 매혹적인 여인이었다.

그런 은설의 성장한 모습을 떠올린 나는 진한 미소를 지으며 다시 걸음을 옮겼다.

은설을 생각하니 괜히 배가 고파졌다.

우리 은설이도 탕을 좋아하는데…….

아무래도 혼인을 하고 여행은 사천성으로 가야겠다.

그리고 은설이랑 얼큰한 탕에 오리고기, 그리고 달달하면서도 씁쓸한 여아홍 한 잔을! 키야!

상상만 해도 즐거웠다.

그렇게 행복한 상상을 펼치며 걸음을 옮긴 것도 잠시.

“…….”

나는 마을 입구의 대로 옆.

큰 나무 아래 위치한 넓은 돌에 앉아 있는 노인을 발견했다.

정좌를 하고 두 눈을 감고 있는 노인.

주변에 있던 모든 사람들은 더러운 것을 보듯 인상을 찌푸리며 지나갔지만 나는 달랐다.

“뭐야?”

수많은 빈민 중 하나로 보이는 노인.

거지가 절을 하며 형님으로 모실 것만 같은 노인의 몸에서 아주 정순한 기운이 느껴졌던 것이다.

정순한 마기와는 또 다른 기운.

바로 선기 仙氣 였다.

무당파나, 곤륜파의 도인들이나 갖고 있을 선기 말이다.

믿기지 않겠지만 전생에서 만났던 무당파의 장문, 그리고 당대 무당의 검이었던 태극검보다 더 정순한 기운이었다.

그 정순한 선기에 나는 홀린 듯 노인에게 다가갔다.

일반적인 마인이었다면 선기를 지닌 노인이 불쾌하겠지만 나는 천마신공을 익힌 마인이다.

정순하고 또 정순한 마공을 익힌 마인.

그러다 보니 정순한 선기에 불쾌감은커녕, 오히려 친근감을 느낄 정도였다.

아무튼, 나는 그런 노인에게 다가갔다.

그때!

“이보시게 공자!”

노인을 향해 다가가던 나를 어떤 사내가 불러 세웠다.

“무슨 일이십니까?”

물건이 가득한 마차를 몰고 있는 사내의 모습.

상인과 같아 보이는 사내의 부름에 나는 고개를 갸웃거리며 대답했다.

그에 상인이 노인을 힐끔 보더니 입을 열었다.

“어디, 돈 많은 귀공자라서 노인에게 적선을 하려는 것 같은데 그만두게.”

“예……?”

뭔 오지랖이야……?

나를 향해 말하는 상인의 모습에 나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에 상인이 헛기침을 한번 하고는 다시 입을 열었다.

“아직, 세상을 모르나 본데 저런 노인은 수도 없이 있네. 괜히 돈 버리지 말고 가던 길 가는 것이 좋을 것일세.”

“…….”

“내가 인생 선배로서 해 주는 이야기야. 저 노인에게 괜히 돈을 주었다가는 마을에 들어서면 거지 아이들이 공자에게 들러붙을 것이야. 괜히 귀찮지 않겠는가?”

와…….

인심 人心 뭐야.

가르침을 주는 것이 뿌듯한 듯 어깨를 펴며 말하는 사내의 모습에 나는 어이없음을 느꼈다.

아니, 뭐 저런 사람이 다 있지?

힘들어하는 사람에게 도움을 주는 행동을 말리려 하다니?

심지어 그 행동이 옳다고 생각하는 자신의 사상을 처음 보는 나에게 강요해 버리네.

이거…… 마인들보다 더 못된 놈인데?

나를 향해 훈수 두듯 조언을 하는 사내를 보며 어이없음을 느낀 나는 차가운 어조로 입을 열었다.

“제가 알아서 하겠습니다.”

“쯧. 알아서 하게.”

나의 대답이 마음에 들지 않았을까?

사내가 인상을 찌푸리며 혀를 차고는 몸을 돌렸다.

그에 나는 그 사내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죽여 버릴까…….’

진지하게 고민했다.

저런 놈들이 살아 봤자 사회에 하등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다.

그렇게 고민을 하는 것도 잠시.

“…….”

나는 대로를 지나는 수많은 사람들의 모습을 발견하고는 피식 미소를 지었다.

그랬다.

이 대로를 지나는 모든 사람들이 좀 전의 사내와 같은 생각을 지니고 있었다.

물론 사내가 틀린 것은 아니었다.

사내의 말대로 괜히 도움을 주었다가 귀찮은 일이 생길 수도 있으니 말이다.

하지만 나는 솔직히 반대다.

작은 동정.

그 동정 하나로 사람의 인생이 바뀔 수 있다.

당장 나만 봐도 알지 않겠는가?

만약 전생에서 스승님이 나에게 동정을 베풀지 않았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아마 나는 희대의 마두가 되었을 것이다.

어쩌면 역사에 남았을지도…….

아무튼, 그렇기에 나는 모든 사람들에게 동정심을 가지고 싶었다.

설령 그것이 상대방에게 안 좋은 쪽으로 치우치더라도 말이다.

물론 지금 상황은 다르지만.

아무튼, 나는 찝찝한 기분을 털어 내고는 다시 노인을 향해 걸음을 옮겼다.

스윽.

누군가가 자신의 곁에 왔음에도 불구하고 노인은 여전히 같은 자세로 두 눈을 감고 있었다.

아무래도 깊게 명상을 하고 있는 것만 같았다.

그에 나는 노인의 명상이 끝날 때까지 기다리기로 했다.

한시라도 빨리 탕을 먹고 싶었지만…… 이렇게 맑고 정순한 선기를 내뿜는 도인을 만난 적이 없었기에 이 노인에 대한 호기심이 더 컸다.

그에 나는 그냥 편하게 노인의 앞에 앉았다.

그러고는 노인이 앉아 있는 돌에 등을 기대고는 두 눈을 감았다.

선선한 바람이 불어오는 것이 기분이 좋았다.

* * *

시끌시끌.

응?

깜빡 잠이 들었나?

얕은 잠에 들었던 나는 갑작스럽게 시끄러워진 주변 환경에 두 눈을 떴다.

그러자 보였다.

무서운 표정을 지은 채 이곳으로 다가오는 병사들이 말이다.

갑옷을 제대로 갖춘 병사들의 모습에 대로를 걷던 사람들이 호기심 어린 표정을 지으며 이곳으로 다가왔고,

심상치 않은 분위기에 나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어디서 오신 공자십니까?”

깔끔한 나의 옷차림과 손에 들린 섭선으로 인해 유랑을 나온 공자라 생각한 병사.

그가 정중한 말투로 나를 향해 예를 지키며 물었다.

그에 나는 싱긋 미소를 지으며 입을 열었다.

“그냥 이곳저곳 다니며 풍류를 즐기는 흔한 사람일 뿐입니다.”

“그렇습니까? 그러면 좀 비켜 주시겠습니까?”

나의 대답에 병사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고는 나를 향해 말했다.

그에 나는 고개를 갸웃거리며 입을 열었다.

“이 노인에게 볼일이 있으십니까?”

나의 물음에 짜증이 났을까?

병사가 살짝 인상을 찌푸리며 입을 열었다.

“요 며칠간 계속해서 이곳에 있던 노인네입니다. 다른 사람들에게 피해를 주니 지현 어르신 입장에서는 거슬렸고, 오늘 저 노인네를 치우기 위해 내가 이곳으로 온 것입니다.”

병사의 말에 나는 가만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에 병사가 다시 입을 열었다.

“허면, 비켜 주시겠습니까?”

“헌데 말입니다. 이 노인이 사람들에게 어떤 피해를 끼쳤습니까?”

솔직히 이해가 가지 않았다.

뭐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욕을 했는가? 아니면 침을 뱉었는가?

그저 가만히 앉아 있기만 했는데 말이다.

“공자가 상관할 일이 아니니 비키십시오.”

“흐음…… 비키지는 못할 것 같습니다.”

“이보십시오, 공자!”

나의 말에 병사가 두 눈을 크게 뜨며 나를 위협했다.

그에 나는 살짝 미소를 지었다.

“오늘은 그만 물러가시지요.”

“어허! 지현 어르신의 명입니다! 감히 국법을 어기겠다는 뜻입니까!”

“호오? 지현 어른의 명이 곧 국법이었습니까?”

“…….”

“재미있는 말씀을 하시는구려.”

“이익!”

나의 말에 분노한 병사.

결국 그가 들고 있던 창을 기울여 나에게 겨누었다.

“당장 비켜라!”

이제는 존대마저 집어치워 버린 병사.

그런 병사의 모습에 나는 씨익 미소를 지었다.

나를 향해 겨누어져 있는 창끝.

날카로운 창끝을 보며 나는 가만히 생각했다.

나를 향해 날붙이를 겨눈다라…….

만약 천마신교의 마인들이 이 상황을 보았다면 어땠을까?

아마 저 병사의 사지를 찢어 죽이고 가족들을 찾아내 잔인하게 죽이겠지.

“후후.”

문득 드는 쓸데없는 생각에 웃음이 나온 것도 잠시.

나는 손에 들린 부채로 창끝을 가볍게 눌렀다.

“허억!”

챙그랑!

그런 나의 가벼운 누름에 거대한 바위에라도 짓눌린 듯 휘청이며 창을 놓친 병사.

나는 그런 병사를 보며 싱긋 미소를 지었다.

“내일 다시 오시지요.”

“…….”

나지막한 나의 경고에 병사가 놀란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그에 나는 가볍게.

우웅!

기운을 끌어 올렸다.

“!!”

그런 나의 기운에 병사는 두 누 눈을 크게 뜨더니 이내 나의 허리춤으로 시선을 돌렸다.

나의 허리춤에 걸려 있는 검.

그 검을 발견한 병사가 놀란 표정 그대로 입을 열었다.

“무림인!”

“지현 어르신에게는 내가 따로 말해 둘 터이니 물러가시오.”

무림과 관은 서로 침범하지 않는다.

하지만 지금 나의 행동은 관의 행사에 간섭한 일.

그것을 잘 알기에 나는 병사를 안심시키기 위해 말을 했다.

그런 나의 말이 효과가 있었을까?

병사가 빠른 속도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고는 황급히 창을 집어 들고는 나를 향해 꾸벅 고개를 숙였다.

“죄송했습니다.”

촤락.

“아닙니다.”

병사의 사과에 나는 섭선을 펼쳐 흔들어 보이며 고개를 가로저었다.

그런 나의 대답에 병사는 황급히 몸을 돌렸다.

그러고는 함께 온 병사들과 함께 빠른 속도로 사라졌다.

흐음…….

그나저나 이곳에 천마신교의 지부가 있으려나?

만약 없다면 지현에게 뭐라 말을 해야 할까?

에라, 모르겠다.

어떻게든 되겠지.

복잡한 미래 일은 잠시 접어 둔 나는 다시 몸을 돌렸다.

그리고.

“!!”

두 눈을 뜬 채 나를 빤히 바라보고 있는 노인의 모습에 살짝 놀란 표정을 지었다.

해골처럼 앙상한 노인네가 두 눈을 부릅뜨며 나를 바라보고 있으니…….

‘X나 무섭네.’

무서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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