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73화
제73장 소교주 小敎主
솨아아아!!
그 어떠한 인위적인 빛도 없이 그저, 은은한 달빛 만이 비쳐 들어오는 대나무 숲 연무장.
수십 명의 사내들이 수련을 해도 부족하지 않을 정도의 넓은 연무장에는 두 명의 사내가 마주 보며 서 있었다.
은은한 달빛 아래 비친 두 명의 모습.
육 척 장신에 오랫동안 수련을 해 왔는지 보기 좋게 빠져 있는 몸매와 무인들에게는 보기 힘든 새하얀 피부, 그리고 뚜렷한 이목구비까지.
여성스러우면서도…… 아니, 여성보다 더 고운 외모임에도 선이 굵어 누가 보아도 남자라는 것을 알 수 있는 외모를 지닌 두 명의 사내였다.
“나이를 먹었다고, 대가리도 컸나 보구나.”
그런 사내 중 한 명.
이십 대 후반 정도로 보이는 사내가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
그에 사내의 맞은편, 이제 약관으로 보이는 청년이 차가운 사내와는 다른, 사람 좋은 미소를 지어 보였다.
“당연히 머리도 커야지요. 머리가 크지 않고 몸만 큰다면 균형이 맞지 않아 큰일 납니다.”
사내의 말을 능글맞게 받아친 청년.
그런 청년의 대답에 사내가 싸늘한 미소를 지었다.
청년과 사내의 이목구비는 아주 많이 닮아 있었다.
형제라고 해도 믿을 정도로 말이다.
하지만, 사내는 바라만 봐도 추워질 정도로 싸늘한 인상이었고, 약관의 청년은 개구쟁이 같은 미소가 무척이나 잘 어울리는 호감형 이었다.
비슷한 이목구비임에도 불구하고 너무나도 대조되는 분위기를 연출하는 두 명의 사내.
차가운 사내가 여전히 싸늘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뽑아라.”
내공을 실었기 때문일까?
넓은 연무장에 차가운 사내의 음성이 은은하게 울려 퍼졌다.
그런 사내의 명령과도 같은 말에 청년이 씨익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
스르릉.
허리춤에 걸려 있던 검을 뽑아 들었다.
달빛에 비치는 묵색의 아름다운 검신.
십만대산 十萬大山 깊숙한 곳에서만 채굴된다는 묵철로 만들어진 검신이 달빛에 의해 세상 밖으로 드러나자 사내가 뒷짐을 지고 있던 손을 풀었다.
그러고는 한 발자국 앞으로 내밀었다.
“와라.”
파앗!
사내의 한 마디.
그 한 마디에 청년의 몸이 순식간에 사라졌다.
그리고.
콰앙!
사라진 청년의 신형이 어느덧 사내의 앞에 나타났고, 그와 동시에 청년의 검이 휘둘러졌다.
위에서 아래로 떨어지는 청년의 매서운 검을 사내는 가소롭다는 표정으로 손을 들어 가볍게 막았다.
날카로운 검을 가볍게 막아선 사내의 손.
상식적으로는 불가능한 행동이었지만 사내라면 가능했다.
왜냐?
바로 사내의 손에는 칠흑색 漆黑색 의 수강 手罡이 둘러져 있었기 때문이었다.
천하 십대 고수라 불리는 사람들이나 올랏을 법한 경지에 올라서야만 이룰 수 있다는 강기 剛氣.
외부로 뿜어져 나온 내공을 한곳으로 압축하여 힘을 수배로 증폭시키는 기술에 청년이 씨익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
우웅!
파지직!
청년의 검이 울기 시작하더니 이내, 사내와 같은 칠흑색의 검기가 뿜어져 나왔다.
사내의 수강과는 다른 검기.
바로 절정의 상징과도 같은 기술이었다.
우웅!
그리고 청년이 검을 강하게 쥐자 아무렇게나 뿜어져 나오던 검기 劍氣가 한곳으로 모이기 시작하더니 이내, 사내의 수강과 같은 기운, 검강 劍罡이 되었다.
이제 약관으로 보이는 청년.
그 어린 청년이 어린 시절부터 영약을 먹고, 상승무공을 꾸준히 수련하면서 평생을 바쳐도 오르기 힘들다는 초절정의 경지에 오른 것이다!
도저히 믿기지 않는 이 상황.
무림의 모든 인물들이 보았으면 경악할 이 상황에도 불구하고 사내는 아무런 반응이 없었다.
타앗.
스르릉!
그저 뒤로 물러나 거리를 벌리고는 검을 뽑아 들 뿐이었다.
그러고는 차가운 눈빛으로 청년을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괴물 같은 새끼.”
“아버지에게 그 이야기를 듣고 싶지는 않습니다.”
사내의 공격적인 언사에도 불구하고 청년은 능글맞은 미소와 대답으로 받아 넘겼다.
그런 청년의 능글맞은 대답과 미소에 사내가 피식 미소를 지었다.
그러고는 청년을 바라보며 자세를 낮추었다.
헌데, 아버지라고?
사내와 청년의 모습은 별 차이가 나지 않는다.
그저 많이 닮은 형제 정도로 보인달까?
헌데 아버지라고?
그 뜻은 둘이 부자지간이라는 사이고, 최소한 스무 살 이상의 나이 차이가 난다는 뜻이다.
도저히 믿기지가 않는 이 상황.
사내, 아니 완숙한 화경의 경지에 올라 환골탈태를 이룬 괴물, 천마 天魔가 검을 잡은 손에 힘을 주었다.
그러고는 자신의 아들.
천마신교의 소교주가 된 위극신을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제대로 간다.”
“네.”
천마의 경고.
그 경고에 위극신 또한 자세를 낮추었다.
그리고.
우웅!
둘의 몸에서 칠흑색의 강기가 뿜어져 나왔고, 그와 동시에 약속이라도 한 듯 둘의 눈은 붉은색이 되었다.
천마신공을 운공할 때 나타나는 증상인 사혈안 死血眼 이었다.
순수한 마기로 동체 시력을 열 배 이상은 상승시켜 주는 비기.
그 비기를 부자가 함께 펼쳤고.
타앗!
서로를 죽일 듯이 노려보던 부자가 서로 맞부딪쳤다.
콰앙!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목을 향해 찔러 들어오는 천마의 검을 가볍게 쳐올린 위극신.
그가 올려진 힘을 이용하여 몸을 돌렸다.
그리고.
부웅!
그 힘을 거부하지 않고 그대로 검을 휘둘렀다.
예상이라도 한 듯 천마는 그런 위극신의 검을 가볍게 피했고.
콰앙!
그대로 위극신의 머리를 향해 검을 내려찍었다.
수 개로 갈라진 검강이 위극신 하나를 죽이기 위해 모여들었고, 위극신은 목숨의 위협을 느끼며 뒤로 물러났다.
파사삭.
너무나도 강한 파괴력에 가루가 되어 버린 연무장의 바닥.
위극신은 가루가 되어 버린 연무장을 내려다보며 씨익 미소를 지었다.
“진짜, 미친 아버지라니까.”
“다 들린다.”
“아, 죄송.”
천마의 싸늘한 말.
그 말에 위극신이 싱긋 미소를 지으며 사과를 건네었다.
그에.
콰앙!
천마는 검으로 대답했다.
* * *
진짜, 적당히를 모르네.
나는 나를 향해 매서운 기세로 짓쳐들어오는 천마의 검을 보며 피식 미소를 지었다.
분명 위험하다.
자신의 목숨을 앗아 갈 정도로 말이다.
하지만 나는 걱정되지가 않았다.
왜냐고?
우웅!
콰콰쾅!
저 검을 막을 수 있으니 말이다.
매서운 기세로 나를 향해 짓쳐들어오던 천마의 검을 나는 가볍게 막았다.
그러고는 다시 뒤로 물러나 거리를 벌렸다.
“…….”
자신의 검을 가볍게 막은 나의 모습이 의외였을까?
천마가 아무런 행동도 취하지 않고 자신의 검을 내려다보았다.
그에 나는 허리를 피고는 짐짓 여유로운 표정을 지었다.
“교주님.”
“…….”
“제대로 들어오십시오.”
이 양반아.
나는 더 이상 당신에게 당하고, 눈치 보던 어린아이가 아니라고.
여유로운 나의 음성에 천마가 씨익 미소를 지었다.
그러고는 고개를 들어 나를 바라보았다.
흠칫.
아…… 젠장.
미소를 짓는 천마의 얼굴.
그 얼굴과 대조되는 붉은 눈빛에 나는 나도 모르게 흠칫하고 말았다.
아씨, 쪽팔려라.
아무튼, 천마의 달라진 기세에 흠칫한 것도 잠시.
나 또한 모든 기운을 끌어 올렸다.
비록, 천마신단을 먹지는 못했지만 전생에서 깨달았던 경험으로 인해 막대한 내공을 쌓고, 천마신공의 높은 성취를 이룬 나.
그런 내가 처음으로 전력을 끌어 올렸다.
그 누구도 아닌, 천마의 앞에서 말이다.
우우웅!
그렇게 내가 모든 기운을 끌어 올리자 나의 몸에서 매서운 기세가 뿜어져 나왔고, 그와 동시에 칠흑색의 잠잠한 기운이던 나의 검강이 폭주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크하하하!”
기분이 X나 좋았다.
날아갈 듯한 기분에 나는 나도 모르게 괴소를 터뜨렸다.
“미친놈.”
그런 나의 모습이 이상했을까?
천마가 인상을 살짝 찌푸리며 말하고는 곧, 나를 향해 달려들었다.
우웅!
파바박!
천마의 등 뒤로 생겨난 수십 개의 검.
칠흑생의 강기로 이루어진 검의 모습에 나는 씨익 미소를 지었다.
검의 파도가 있다면 지금의 모습일까?
무서웠다.
하지만.
우웅!
나의 뒤로 천마와 같이 수십 개의 검이 생겨났다.
칠흑색의 강기로 이루어진 검이 말이다.
그리고.
나는 기운을 오른쪽 발에다가 집중시켰다.
우우웅!
그러자 나의 몸에서 금방이라도 폭발할 듯 거센 바람이 불었고.
그 바람을 느끼며 나는 한 걸음.
발을 앞으로 내밀었다.
쿠웅!
콰콰쾅!
촤아아악!!
내가 한 걸음 앞으로 나섬과 동시에 연무장의 돌바닥은 부서졌고, 주변에 있던 대나무 잎이 모두 날아가 버렸다.
너무나도 강력한 한 걸음.
바로, 천마신공의 기술 중 하나인 천마군림보 天魔君臨步 였다.
한 걸음.
단 한 걸음으로 모든 것을 제압해 버린다는 위대한 기술.
그 기술이 나로 인해 펼쳐졌다.
하지만.
콰쾅!
상대인 천마 또한 천마신공을 배운 인물이다.
아직 나보다 성취가 더 높았고 말이다.
콰쾅!
그렇기에 나의 천마군림보는 천마를 제압할 수가 없었다.
지금의 나보다 그가 더 강자였으니 말이다.
하지만 나는 거기에 굴하지 않았다.
왜냐고?
멈칫!
화경의 고수인 천마를 멈칫하게 만들었으니 말이다.
아주 짧은 시간.
그 짧은 시간은 남에게는 별거 아니겠지만 고수에게 있어서는 여러 개의 목숨이 왔다 갔다 하는 중요한 시간이다.
나 또한 그 시간을 헛되이 보낼 수 없었기에 빠른 속도로 천마를 향해 짓쳐 들어갔다.
그리고.
촤악!
천마의 옷깃을 베는 데 성공했다.
“…….”
“후후.”
천마의 옷깃을 벤 나는 미소를 지으며 뒤로 물러났고, 천마는 믿기지가 않는지 자신의 옷깃을 가만히 내려다보았다.
그래, 믿기지가 않겠지.
저 자존심 강한, 자기애로 똘똘 뭉친 양반이 나에게 한칼 먹었으니 말이야.
분명 놀랐을 것이다.
그리고 긴장하겠지.
나에게 따라잡힐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으니 말이다.
조심해야 할 것이다.
멍하니 자신의 옷깃을 내려다보는 천마의 모습에 나는 고소하다는 듯 미소를 지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휘이잉!
소름이 돋았다.
어디선가 불어오는 차가운 바람.
그 바람에 나는 온몸에 소름이 돋는 것을 느꼈다.
그리고.
“오우…….”
싸늘한 눈으로 나를 바라바고 있는 천마와, 그 뒤에 보이는 거대한 검은색의 형상을 보고야 말았다.
여섯 개의 팔을 지닌 무시무시한 인상을 지닌 거인.
각 손마다 다양한 무기를 들고 있는 검은색 거인의 모습에 나는 검을 강하게 쥐었다.
진짜 망할 아버지 같으니라고.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자식에게 살기를 담아 전력을 다하는 것은 너무하지 않은가?
“에라이.”
진짜, 망할 아버지.
어쩔 수 없다.
아버지인 천마가 나를 죽일 기세니 나 또한 천마를 죽일 기세로 공격할 수밖에.
씨익.
그렇게 생각을 정리한 나는 씨익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
우웅!
나의 뒤로 천마의 그것과 같은 거인이 생겨났다.
천마의 거인과도 뒤지지 않을 정도로 비슷한 덩치를 지닌 거인.
그런 거인을 등에 업은 나는 싸늘한 표정을 짓고 있는 천마를 바라보았다.
“신명 나게 놀아 봅시다!”
콰아앙!
그렇게 우리 둘은 부딪쳤다.
천마신공.
칠성에 이르러야 가능하다는 아수라 헌신이라는 기술을 전력으로 펼쳤고, 천마의 개인 연무장을 이루던 모든 대나무가 날아가 버렸다.
그리고.
천마의 거처인 천마각 또한 일부가 부서졌으며, 야근을 하고 있던 모든 무인들에게 비상이 걸렸고, 장로들은 물론, 뇌옥에서 벗어나 복귀한 삼장로 창마까지 이곳으로 한걸음에 달려왔다.
마지막으로.
‘아…… 시X…….’
나는 마의각에 실려 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