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나의 천마신교는 이상하다-69화 (69/275)

제69화

제69장 양보 讓步 (1)

마의각에 위치한 접객실 接客室.

마의각 창각 이후 처음으로 사용된 접객실에는 천마와 백리관, 그리고 장로들과 마뇌, 백호대주, 우호법, 마의까지.

백리진을 간호하기 위해 진료실에 남은 어머니와 서은설을 제외하고는 모두가 이곳에 모여 있었다.

“…….”

접객실에 자리를 하고 시간이 흘렀음에도 불구하고 침묵만이 흐르는 접객실 안.

그 침묵에 답답함을 느낀 나는 결국 가장 먼저 입을 열었다.

“그래서, 영약이 있습니까?”

“……없네.”

나의 물음에 가만히 입을 다물고 있던 마의가 낮은 목소리로 대답했다.

“서역과 교역을 담당하고 있는 천마신교에 영약이 없다니! 그것을 저희보고 믿으란 말입니까?”

신강의 주인이자, 하나의 왕국과도 같은 영토와 힘을 지닌 천마신교.

그곳에 영약이 없다는 마의의 대답에 가만히 있던 백호단주, 이백이 흥분 어린 어조로 말했다.

이백이 생각했을 때 영약을 내주기 싫어 천마신교가 거짓말하는 거처럼 보였으니 말이다.

그렇게 이백이 흥분한 어조로 말하자 가만히 있던 검마가 싸늘한 눈빛으로 이백을 바라보았다.

“예를 갖추지.”

“…….”

자신들의 하늘이자 지존인 천마가 있는 자리이다.

그런 자리에서 감히 언성을 높인다?

절대 있을 수 없는 이야기이다.

그에 진심으로 분노한 검마가 싸늘한 눈빛으로 이백에게 경고했다.

그 눈빛에 담긴 무거운 기운에 비교적 경지가 낮은 이백은 입술을 강하게 깨물었다.

검마에게 겁을 먹은 것이 분한 듯 인상을 찌푸리는 이백의 모습에 나는 다시 입을 열었다.

“백리소저의 심마가 깊어, 상급의 영약이 필요하다고 하셨죠?”

“최상급의 영약이 필요하네.”

“…….”

마의의 대답에 모두가 신음을 흘렸다.

최상급의 영약.

아무리 천마신교라고 해도 최상급의 영약은 갖고 있지 않았다.

아니 있더라도 사황성의 인물들에게 주지는 않을 것이다.

말 그대로 돈 주고도 구할 수 없는 최상급의 영약이었으니 말이다.

“관악.”

“말해.”

가만히 입을 다물고 있던 백리관.

그의 낮은 음성에 천마가 대답했다.

“무엇을 원하나?”

“…….”

진지한 백리관의 음성.

간절함으로 인해 떨리기까지 하는 백리관의 물음에 천마는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았다.

그에 백리관이 다시 입을 열었다.

“시간이 없어. 무엇을 원하나? 뭐든지 주겠다.”

“…….”

뭐든지 주겠다는 백리관의 파격적인 제안.

그 제안에도 불구하고 천마는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았다.

그에 답답함을 느낀 백리관이 가슴을 치며 다시 입을 열었다.

“무림맹의 멸망? 본성이 선두에 서서 그들을 공격하겠다. 그리고 본성은 그대들은 무조건적으로 지지하겠다.”

“성주님!”

“!!”

파격적이다.

무조건적인 사황성의 지지.

세 개의 세력으로 나누어져 서로의 균형을 맞추고 있는 중원 무림이다.

헌데 그중 하나가 한곳에 무조건적인 지지를 보낸다?

그 것은 곧 중원 무림의 주인이 바뀌는 결과를 초래할 정도로 큰일이다.

천마신교가 늘 꿈꿔 오던 중원 전복이 가능할 정도의 매력적인 조건.

그런 조건을 내거는 백리관의 모습에 모두가 놀란 표정을 지었고 천마는 인상을 찌푸렸다.

그러고는 고개를 돌려 다급한 백리관의 두 눈을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정말 없다.”

“관악!”

“정말이다.”

흥분한 백리관의 어조에 천마가 낮은 음성으로 대답했다.

“…….”

백리관의 두 눈을 똑바로 바라보는 천마의 두 눈동자.

흔들림 없이 올곧은 천마의 두 눈동자에 백리관은 깊은 한숨을 내쉬며 두 손으로 얼굴을 쓸었다.

천마의 말이 진심이라는 것을 느낀 것이다.

“아…….”

그런 백리관의 행동에 이백은 탄식을 내뱉었고, 장로들은 조용히 두 눈을 감았다.

지금, 천마신교에서는 아무것도 해 줄 수가 없었다.

그리고 사황성 인물들 또한 아무것도 할 수가 없었다.

그저, 백리진이 죽어 가는 모습을 지켜볼 수밖에.

그렇게 접객실 안에는 무거운 공기가 흘렀다.

그리고.

“저기…….”

가만히 눈치를 살피던 내가 손을 들었다.

무거운 공기가 흐르던 접객실에 퍼지는 나의 낭랑한 목소리.

그 목소리에 모두가 고개를 돌려 나를 바라보았다.

팔짱을 낀 천마까지 말이다.

그렇게 모든 시선이 나에게 집중되었다.

이것 참, 부끄럽네.

아무튼.

모든 시선이 집중되자 나는 다시 입을 열었다.

“천마신단 天魔神丹이 있지 않습니까?”

“대공자!”

“대공자님!”

“극신아!”

나의 입에서 나온 천마신단이라는 단어.

그 단어에 마의와 장로, 그리고 가만히 있던 우호법 윤무천까지 화들짝 놀라며 나를 불렀다.

그에 나는 어색한 미소를 지으며 다시 입을 열었다.

“오늘, 천마신단을 연단하는 날이라고 들었습니다.”

“대공자! 그건 아니 될 말일세!”

“그렇습니다! 천마신단은 대대로 소교주에게만 전해 내려오는 영약으로서 순수한 마 魔로 이루어진 영약입니다!”

나의 말에 마의와 마뇌가 다급한 목소리로 나를 만류했다.

그에 나는 고개를 돌려 두 눈을 크게 뜨고 있는 백리관을 바라보았다.

“숙부님.”

“그…… 그래.”

나의 부름에 당황한 백리관.

그의 대답에 나는 싱긋 미소를 지으며 입을 열었다.

“천마신단은 순순한 마기로 이루어진 영약으로서 천마신공을 익힌 무인에게 최상급 영약 두 개, 아니 세 개와 비슷한 효능을 전해 주는 영약입니다.”

“…….”

“천마신공을 익히지 않은 무인에게는 그저 대환단 한 개와 같은 효능을 보여 주지요.”

“대공자! 그만!”

“대공자님!”

이어진 나의 설명에 마의와 장로들이 나를 만류했다.

하지만 나는 그들의 목소리를 듣지 않았다.

아니, 무시했다.

그저 나는 지진이 난 듯 심하게 떨리는 백리관의 두 눈동자를 바라보았다.

“장차 천마신교의 교주가 될 저에게 배당되는 천마신단. 그것을 양보하면 저에게 무엇을 주시겠습니까?”

솔직히 뭐 안 줘도 된다.

전생에서 내가 백리진에게 저질렀던 끔찍한 행동, 그런 나를 미워하지 않고 거두어 준 백리관의 하늘같은 은혜.

마지막으로 내가 사랑하는 여인이 친어머니처럼 따르는 존재이다.

그 은혜를 갚을 수 있고, 내가 사랑하는 여인이 불행하지 않는다면 천마신단은 필요 없었다.

그보다 더한 것일지라도 나에게는 필요하지 않았다.

‘크으, 멋지다!’

소설 속에 나올 법한 멋진 주인공.

스스로의 멋진 모습에 감탄하는 것도 잠시.

나는 조금의 아쉬움도 없다는 표정으로 백리관에게 말했다.

정말 별거 아니라는 듯 말이다.

하지만.

“갈!”

가만히 지켜보던 우호법, 윤무천 할아버지는 아닌가 보다.

무서운 기세를 담아 소리를 지른 윤무천.

그가 매서운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그러고는 엄중한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천마신단은 너에게 있어서 아주 중요한 영약이다. 육체가 다 자라지 못해 초절정의 경지에 오르지 못한 너를 환골탈태 換骨奪胎시켜 초절정의 경지에 오르게 할 수 있는 영약이다. 그런 영약을 양보하겠다는 말이냐?”

윤무천의 말이 맞았다.

이미 나는 완숙한 절정의 경지다.

거기에다가 초절정의 경지를 뛰어넘는 깨달음과 경험을 지니고 있다.

그런 나에게 가장 부족한 것은? 나의 경지에 비해 적은 내공이 아닌, 나의 내공과 깨달음, 경험 등 모든 것을 지탱해 줄 육체였다.

나의 모든 것을 감당하기에는 아직 너무나도 약하고 어린 육체.

그런 육체로 인해 더 이상 나아가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 현재 나의 상황이었고.

그런 나의 현재를 단번에 극복할 수 있게 해 주는 것이 바로 천마신단이다.

그것을 누구보다 잘 아는 윤무천의 말에 나는 싱긋 미소를 지었다.

그러고는 윤무천을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할아버지.”

“…….”

나의 부름에 윤무천은 심기가 불편한 듯 인상을 찌푸렸다.

저 표정이 다 나를 위해서라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아는 나는 기분 좋은 미소를 지으며 다시 입을 열었다.

“세월이 해결해 주는 일입니다.”

“하지만…….”

나의 말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듯 인상을 찌푸린 윤무천.

그런 윤무천의 말이 채 이어지기도 전에 나는 다시 입을 열었다.

“하지만! 백리 소저의 생명은 세월이 해결해 주지 않습니다.”

“…….”

나의 말에 윤무천이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그러자 옆에 있던 마의가 나섰다.

“대공자, 너에게 아주 중요한 영약이다. 백리 소저에게 가 봤자 효율이 떨어져.”

“네, 효율이 떨어지지만 목숨을 살려 줍니다.”

“…….”

“어르신.”

나의 부름에 나를 가만히 바라보는 마의.

나는 그런 마의를 보며 싱긋 미소를 지었다.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것은 내공도, 경지도, 강함도 아닙니다.”

“…….”

“바로 생명입니다.”

수많은 생명을 책임지고 있는 마의라면 알고 있을 것이다.

생명이 가지고 있는 무게감을 말이다.

그렇기에 마의는 나의 말에 아무런 말도 하지 못했다.

“교주님.”

내가 천마신단이라는 단어를 입에서 내뱉었을 때부터 그저 흥미롭다는 표정으로 나를 지켜보던 천마.

내가 그를 부르며 바라보자 천마가 한쪽 입꼬리를 올렸다.

“마뇌와, 장로들을 설득하면 나도 허락하지.”

됐다.

생각지 못한 천마의 말에 나는 속으로 쾌재를 불렀다.

최종 악마와도 같은 천마가 저렇게 말했으니 가장 큰 산은 넘은 것과 마찬가지.

이제는 작은 산들만 넘으면 된다.

그에 나는 씨익 미소를 지으며 천마를 향해 고개를 숙였다.

“감사합니다.”

“글쎄…….”

나의 감사 인사에 천마가 묘한 표정을 지으며 턱을 쓰다듬었다.

그에 나는 고개를 갸웃거렸고, 그런 나의 모습에 천마가 입을 열었다.

“이 녀석들이 절대 허락하지 않을 것이다.”

옆을 향해 고갯짓을 하며 말하는 천마의 모습에 나는 고개를 돌렸다.

그리고.

“…….”

결연한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고 있는 마뇌와 장로들을 발견할 수 있었다.

목숨을 걸고서라도 막겠다는 듯 비장한 표정을 짓는 그들.

그들의 모습에 나는 살짝 미소를 지었다.

이해한다.

그들에게 있어서 나는 다음 대의 교주.

강자존인 천마신교에서 교주의 강함은 정말 중요하다.

천마는 곧 신과 같은 절대적인 존재이니 말이다.

그런 존재에게 있어 가장 중요한 요소.

순수한 마의 결정체와도 같은 천마신단을 교도도 아닌 타인에게 양보한다?

신하로서 두고 볼 수 없는 상황이다.

“군사.”

“예, 대공자님.”

나의 부름에 결연한 표정으로 대답하는 마뇌.

나는 그런 마뇌를 보며 싱긋 미소를 지었다.

“우리, 사황성 빨아먹읍시다.”

“……?”

갑작스러운 나의 말에 마뇌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럴 만했다.

다짜고짜, 그것도 사황성의 성주 앞에서 대놓고 빨아먹자라는 격한 표현을 했으니 말이다.

아무튼, 그런 마뇌를 보며 나는 다시 입을 열었다.

“본교의 보물과 같은 천마신단을 지원해 주는데…… 최소한 사황성의 무조건적인 지지를 받아야 하지 않겠습니까?”

“최소한……?”

나의 말에 두 눈을 크게 뜬 마뇌.

그의 물음에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사황성의 무조건적인 지지.

그것이 최소한의 조건이다.

거기에 첨가가 되는 것은 당연지사.

나의 의중을 파악한 마뇌가 심각한 표정을 지었다.

과연 어느 쪽이 더 이득인지 판단을 하기 위해서였다.

그리고.

씨익.

마뇌가 나를 바라보며 웃었다.

자, 우선 군사는 통과.

이제 장로들만이 남아 있다.

“검마.”

“네.”

나의 부름에 일장로인 검마가 굳건한 표정으로 대답했다.

“초대 검마의 애병인 환상검 幻想劍. 사황성에 있습니다.”

“저는 검이 필요 없습니다.”

나의 말에 검마가 단호하게 대답했다.

이미 검에 구애를 받지 않는 경지에 도달한 고수이다.

당연히 검마에게 있어서 검은 별로 중요하지 않았다.

그리고 시조의 물건이라고 중요시하는 성격도 아니고 말이다.

하지만, 나는 검마의 약점을 잘 알고 있었다.

그렇기에 나는 검마의 대답에도 당황하지 않고!

여유로운 미소를 지으며 다시 입을 열었다.

“단진이 일류에 오릅니다. 선물로 환상검만큼 좋은 것은 없지요.”

씨익.

검마도 통과.

“권마 장로.”

“푸하하!”

그냥 통과.

“환마 장로.”

“뜻대로 하시옵소서.”

나의 강함과 성격을 제대로 파악하고 있는 환마답게 나의 부름에 그가 고개를 숙이며 대답했다.

역시 눈치 빠른 양반이다.

자, 그러면.

“혈화 장로.”

“저는 절대로 반대랍니다.”

나의 부름에 혈화 장로가 농염한 미소를 지어 보이며 대답했다.

그 어떠한 조건이더라도 흔들리지 않겠다는 결의를 보이는 혈화.

그녀를 보며 나는 싱긋 미소를 지었다.

“명령입니다. 따르세요.”

“……?”

“안 따르면…… 어머니에게 다 말할 것입니다.”

아까 봤지?

울 엄마 앞에서 천마도, 패천황도 꼼짝 못 해.

까불면 죽는 거야!

그렇게, 나는 마뇌와 장로들의 허락을 받아 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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