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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천마신교는 이상하다-68화 (68/275)

제68화

제68장 진정한 고수 高手

콰앙!

천마궁 天魔宮에 위치한 천마대전 天魔大殿.

장로들과 군사, 그리고 사황성의 성주까지.

모두 모여 파사국에 요구할 사항들과 사신의 일행, 일정을 정하던 회의 중 백리관이 천마대전을 박차고 나섰다.

백리진의 상태가 위중하다는 소식을 듣고 급하게 달려 나간 것이다.

그런 백리관의 행동에 빠른 속도로 진전되던 회의가 잠깐의 소강상태에 들어섰다.

“…….”

“안 가 보셔도 되겠습니까?”

그렇게 짧은 침묵이 흐르고.

천마의 왼쪽 편에 서 있던 마뇌가 조심스럽게 물었다.

그에 천마는 피식 미소를 지었다.

“내가 왜?”

천마만이 앉을 수 있는 거대한 옥좌 玉座에 드러눕다시피 앉아 있던 천마.

그가 가소롭다는 표정으로 대답하자 마뇌가 고개를 숙였다.

“송구합니다.”

“됐고. 그래서 마뇌가 가는 것으로 정리하지.”

“푸하하! 나도 가겠소이다!”

천마의 결정에 가만히 있던 이장로.

권마가 앞으로 나서며 말했다.

그에 천마가 심드렁한 표정으로 권마를 바라보았다.

움찔.

아무런 감정도 담기지 않은 천마의 두 눈빛.

그 눈빛에 움찔한 권마가 천마의 눈치를 살피더니 이내 다시 제자리도 돌아갔다.

그렇게 권마가 물러서자, 이번에는 조용히 있던 사장로. 환마가 앞으로 나섰다.

“소신이 가도 되겠습니까?”

“그대와 우호법이 가는 것으로 하지.”

“우호법…… 말입니까?”

천마의 결정에 환마가 살짝 놀란 표정을 지으며 물었다.

그에 천마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고는 다시 입을 열었다.

“마뇌, 우호법, 환마. 그리고 광랑대 狂狼隊가 호위로 나서도록.”

“!!”

마정대전 이후 처음이다.

이렇게 강력한 수준의 무력이 움직인 것이 말이다.

그에 모든 장로는 물론 마뇌까지 놀란 표정을 짓자 천마는 피식 미소를 지었다.

그러고는 입을 열었다.

“마음에 안 들면 모두 죽……. 아니, 파사국의 황제와 황후는 생포하고 모두 죽여.”

“…….”

천마의 싸늘한 음성.

그 명령에 장로들은 온몸에 소름이 돋는 것을 느꼈다.

그렇게 장로들이 굳어 버린 채 대답을 하지 않자 천마가 인상을 찌푸렸다.

“알겠나?”

“존명!”

천마의 일그러진 얼굴과 목소리에 담긴 짜증.

그것을 느낀 장로들과 마뇌는 그 자리에서 부복을 하며 대답했다.

그제야 천마가 만족한 듯 고개를 끄덕였다.

움찔!

그때!

저 멀리서 느껴지는 기운에 천마의 몸이 움찔거렸다.

장로들 또한 마찬가지.

“이 기운은……?”

“마의각입니다.”

검마의 중얼거림에 이들 중 가장 기운에 예민한 환마가 대답했다.

그리고.

사악!

옥좌에 드러눕다시피 앉아 있던 천마가 사라졌다.

“…….”

갑작스럽게 비어 버린 옥좌.

그 옥좌를 가만히 바라보던 마뇌가 설마 하는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혹시…… 대부인께서 마의각에 있습니까?”

“그래요. 백리 소저와 대부인은 각별한 사이였으니까요.”

마뇌의 물음에 오장로 혈화가 대답했다.

그에 얼굴을 굳힌 마뇌.

그가 고개를 돌려 심각한 표정을 짓고 있는 검마를 바라보았다.

“서두르지.”

마뇌의 눈빛에 사태의 심각성을 느낀 검마.

그가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고 마뇌와 모든 장로들이 고개를 끄덕였다.

* * *

마의각으로 들어선 천마.

그는 미쳐 버릴 것만 같았다.

그 무엇으로도 채워지지 않았던 자신의 외로움, 슬픔 등 비정한 감정들.

그것을 채워 준 존재.

너무나도 사랑스러운 존재의 고운 입술 사이로 한 줄기 선혈이 흘러내리고 있었다.

수수한 아름다움을 지닌 그녀와는 다른 강렬한 붉은색의 선혈.

그 선혈을 바라보며 천마는 다시 입을 열었다.

“뭐냐고 물었다.”

천마의 입에서 나온 싸늘한 음성.

얼마 만일까.

자신이 이렇게까지 화가 난 것이.

너무나도 화가 나서 머리가 차갑게 식어 버릴 정도다.

“아버지…… 그게…….”

녀석이군.

자신에게는 이제 조금은 소중해진 존재.

자신의 아들 위극신이 앞으로 나서며 말했다.

그의 얼굴에 가득한 당황스러움.

그런 녀석의 모습이 웃겼다.

평소 같았으면 피식 웃으며 녀석을 괴롭혔겠지만 지금은 아니다.

“대답.”

천마의 입에서 나온 싸늘한 음성.

그 음성에 녀석이 몸을 움찔거렸다.

그러고는 다시.

녀석이 심호흡을 한 번 하더니 이내 입을 열었다.

“별일 아닙니다.”

별일이 아니다?

아름답고 소중한 그녀가 피를 흘렸다.

헌데 별일이 아니다?

아니, 충분히 큰일이다.

우웅!

위극신의 대답이 마음에 들지 않았던 천마.

그의 몸에서 폭발적인 기세가 뿜어져 나왔다.

“할아버지.”

“그래.”

그런 천마의 행동에 위극신은 서둘러 윤무천을 바라보았고, 윤무천은 고개를 끄덕이고는 서은설을 안아 들었다.

그러고는 어머니와 마의에게로 다가가 기막을 펼쳤다.

폭발적인 천마의 기운에서 그들을 보호하기 위해서였다.

그런 윤무천의 행동에 천마의 눈가가 꿈틀거렸다.

우웅.

그러고는 천마의 매서운 기세가 거두어졌다.

후퇴는 없고, 오로지 전진만이 있는 천마의 무거운 기세.

그 기세가 천소화라는 존재 때문에 후퇴를 하였던 것이다.

그렇게 천마의 무거운 기세가 사라지자 얼굴을 굳히고 있던 백리관이 앞으로 나섰다.

그러고는 위극신을 보호하듯 그의 앞을 막아서고는 천마를 향해 정중히 고개를 숙였다.

“미안하다.”

“…….”

진심이 가득 담긴 백리관의 사과.

정중한 그의 사과에도 불구하고 천마의 기분은 조금도 풀리지 않았다.

아니, 오히려 심기가 상당히 불편했다.

다양한 감정 변화와 행동으로 자신에게 소소한 즐거움을 선사하던 위극신.

자신의 장난감과도 같아, 놀리는 재미가 있는 아들.

그런 녀석을 보호하듯 막아서는 백리관의 행동이 거슬렸던 것이다.

“내가 너무 흥분했었다. 진이의 상태 때문에 이성적인 판단을 하지 못했어, 진심으로 사과하지.”

진심이 가득 담긴 백리관의 사과.

고개마저 숙이는 그의 사과에도 불구하고 천마는 여전했다.

그에 백리관이 다시 고개를 들었다.

“여동생이 위독하니 그럴 수도 있지 않겠나?”

“그래서?”

백리관의 설명에 대답한 천마.

그의 싸늘한 말에 백리관이 인상을 찌푸렸다.

백리관은 백리관의 입장대로 짜증 났다.

따지고 보면 이 모든 원인은 천마 위관악이다.

백리진이 사랑해서는 안 될, 녀석을 사랑했기에 벌어진 일!

물론 그건 천마의 잘못이 아니라는 것을 백리관은 잘 알고 있다.

백리진이 일방적으로 천마를 사랑하고 있었으니 말이다.

그렇기에 천마에 대한 미움을 애써 참고 있었던 백리관이다.

헌데 이렇게 이기적이고, 무례하게 나온다고?

자신의 동생은 녀석을 진심으로 사랑한다는 이유로 목숨이 위험한데?

천마의 무례한 반응에 백리관은 깊은 분노를 느꼈다.

그리고.

우웅!

백리관의 몸에서 패도적인 기세가 뿜어져 나왔다.

“따지고 보면 다 네놈 때문이다.”

“왜 나 때문이지? 내가 네 여동생을 죽였나?”

꽈악.

천마의 싸늘한 물음.

그 물음에 백리관이 두 주먹을 강하게 쥐었다.

모든 걸 설명하고 저 짜증 나는 면상을 한 대 후려치고 싶었지만 그럴 수가 없었다.

자신의 동생 백리진.

그녀는 자신이 천마를 사랑하고 있다는 것을 천소화에게 들키고 싶지 않아 했으니 말이다.

그녀에게 있어서 천마만큼이나 소중했던 천소화.

그녀를 힘들게 하는 것을 원치 않는 착한 아이이니 말이다.

그에 백리관이 아무런 말도 하지 못하자 천마가 피식 미소를 지었다.

그러고는 입을 열었다.

“네 여동생이 나약한 것을 가지고 소화를 다치게 하나? 멍청한 놈.”

* * *

어……?

선 많이 넘었는데?

위독한 백리진의 상황을 동정하지 못할망정 백리진이 나약한 것이라는 망언을 내뱉는 천마의 모습에 나는 두 눈을 크게 떴다.

이거 위험하다.

아무리 성격이 좋은 백리관이더라도 이런 무례한 발언을 듣는다면 화가 날 것이다.

그리고 그것을 증명하듯 백리관의 몸에서 나오던 기세가 더욱더 패도적으로 변했다.

펄럭!

너무나도 강한 기운에 자연이 위험을 느낀 것일까?

잔잔한 공기로 가득하던 진료실의 안으로 매서운 바람이 몰아쳤다.

그 바람과 매서운 기세를 느낀 나는 입술을 강하게 깨물었다.

위험하다.

지금 여기서 화경의 고수이자 마도의 지존과 사파의 지존이 붙을 수가 있다.

그 둘의 전쟁은 곧 사파와 마도의 전쟁으로 번질 것이며, 둘 중 하나의 세력이 사라질 때까지 지속이 될 것이다.

그리고.

‘제길!’

나의 은인이었던 백리관, 스승님을 적으로 두어야 하는 최악의 상황이 도래할 것이다!

그에 나는 속으로 욕설을 내뱉었다.

전생에서 유일하게 나를 구원해 주었던 인물이다.

그런 인물을 향해 검을 겨누라고?

절대 불가능하다.

그때!

“지존이시여!”

마의각 정문 너머로 네 명의 장로와 마뇌가 나타났다.

다급한 표정으로 다가온 그들.

그중 대장 격과 같은 일장로 검마가 앞으로 나섰다.

“지존이시여! 부디 진정을!”

“성주! 부디 진정하십시오!”

검마는 천마를, 마뇌는 백리관을 말렸다.

우웅!

콰쾅!

하지만 이미 늦었다.

천마의 위엄 어린 기운과 백리관의 패도적인 기운이 서로를 밀어내듯 부딪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인간의 경지를 벗어난 그들의 기운.

그 기운이 서로를 만나 하나의 재앙이 되어 버렸다.

마의각의 건물을 이루고 있던 나무들이 날아가기 시작했으며.

우드득!

나뭇가지는 물론 나무뿌리까지 서서히 뽑히며 옆으로 기울어지기 시작했다.

인간의 힘으로 자연의 섭리를 거스르는 모습을 보여 주는 천마와 백리관!

채챙!

챙!

그런 끔찍한 모습에 백리관의 뒤에 있던 백호단주 이백과 그의 수하들이 매서운 눈빛으로 장로들에게 검을 겨누었다.

그에.

“…….”

스르릉.

검마가 검을 뽑았고.

이내 모든 장로가 각자의 무기를 꺼내 들었다.

언제 부딪쳐도 이상하지 않을 일촉즉발의 상황.

그 상황에 나는 손으로 얼굴을 쓸었다.

시X, 모르겠다.

그냥 부딪치고 싸워서 천마신교 망해라.

갱생이고 나발이고, 나는 내 인생을 살란다.

너무나도 최악인 상황.

나는 결국 포기했고. 그렇게 천마와 백리관이 부딪치려던 그 순간!

“멈춰요!!”

앙칼진 목소리가 마의각을 울렸다.

우웅!

서로 부딪치려던 딱 그 순간에 울려 퍼진 목소리.

어머니 천소화의 목소리에 백리관과 천마의 몸이 거짓말처럼 멈추었다.

그렇게 일촉즉발의 상황은 잠시 소강상태에 접어들었고.

“지금 뭐 하는 짓입니까!”

내공이 하나도 없는 평범한 여인.

하지만 지금은 화경의 고수보다도 더 강력한 기세를 내뿜는 천소화가 허리에 손을 얹으며 천마와 백리관을 노려보고 있었다.

초절정의 고수인 검마도 포기한 끔찍한 상황.

그 상황을 내공도 모르는 한 여인이 막아선 것이다!

두 눈으로 지켜보아도 도저히 믿을 수 없는 이 상황!

나뿐만이 아니라 다른 사람들도 믿기지가 않는 듯 모두가 두 눈을 크게 뜨며 가만히 서 있었다.

그에 어머니, 천소화가 고개를 돌려 날카로운 눈빛으로 천마를 노려보았다.

움찔.

‘……?’

내 눈이 잘못된 것일까?

분명 천마의 몸이 움찔거렸던 것 같은데……?

황제도, 아니 신도 두려워하지 않는 강심장의 천마가?

내공 하나 없는 여인한테……?

에이 설마.

나는 속으로 피식 미소를 지었다.

절대 그럴 리가 없으니 말이다.

“어서 기운 거두세요! 진이가 힘들어하잖아요!”

수욱!

앙칼진 어머니의 경고.

그 경고에 천마는 언제 기세를 내뿜었냐는 듯 기세를 거두었다.

그리고.

“성주님도요!”

“아…… 네!”

수욱.

천마의 무례함에 이성을 잃었던 백리관.

패천황이라 불리는 사파 지존인 그 또한 움찔하더니 기운을 거두어들었다.

중원을 나누고 있는 세 개의 세력.

그중 두 개 세력의 주인들이 내공 하나 없는 여인에게 압도당하고 있었다.

두 눈으로 보고도 믿기지 않는 이 상황.

나는 깨달았다.

우리 엄마가 X나 멋있다는 것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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