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나의 천마신교는 이상하다-67화 (67/275)

제67화

제67장 천마신단 (2) 靈藥

딱딱.

오들오들.

옆에서 들려오는 이빨 부딪치는 소리와 느껴지는 몸의 떨림.

전신을 지배해 버린 초조함과 두려움에 질려 버린 서은설의 모습에 나는 부드러운 미소를 지었다.

스윽.

꽈악.

그러고는 손을 내밀어 떨고 있는 서은설의 손을 강하게 잡았다.

그런 나의 행동에 떨림이 조금은 잦아진 서은설의 손.

그녀가 고개를 들어 나를 바라보았다.

“……?”

“괜찮아.”

두려움에 질린 듯 눈물이 가득 고여 있는 눈망울.

그런 서은설의 두 눈을 바라보며 나는 확신 어린 어조로 말했다.

“…….”

나의 말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불안한 표정을 짓는 서은설.

나는 그런 서은설을 보며 다시 입을 열었다.

“마의 어르신은 중원 제일의 신의야. 의선 醫仙 의 경지에 올랐다던 화타와도 버금가는 의원이니 걱정하지 않아도 돼.”

“정말……?”

나의 말이 효과가 있었을까?

서은설이 조심스럽게 물었다.

그에 나는 싱긋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

그런 나의 확신 어린 말투와 행동에 그제야 서은설의 떨림이 잦아들었다.

그러고는 나의 손을 강하게 쥐었다.

“고마워.”

진심을 담아 고마움을 전하는 서은설을 보며 나는 미소를 지었다.

지금 우리가 있는 곳은 지마궁에 위치한 마의각의 마당이었다.

우리의 맞은편에 위치한 진료실에서는 서은설이 친어머니처럼 따르는 백리진이 의식을 잃고 누워 있었으며, 마의가 그녀를 진찰하고 있었다.

“은설아, 너는 방에 가서 기다리겠니?”

나로 인해 조금은 진정되었다 하더라도 서은설은 여전히 불안한 모습이었다.

그런 서은설의 모습이 안타까웠을까?

불안한 표정으로 진료실을 바라보던 어머니가 고개를 돌려 서은설을 바라보고는 물었다.

걱정이 가득 담긴 어머니의 물음에 고개를 숙이고 있던 서은설이 고개를 들었다.

그러고는 다부진 표정으로 어머니를 바라보았다.

“여기서 기다릴 거예요.”

스윽.

“그래.”

그런 서은설의 모습이 기특했을까?

어머니가 미소를 지으며 서은설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쾅!

그때!

뒤에서 문짝이 부서지는 소리가 들려왔다.

그에 나는 화들짝 놀라며 몸을 돌렸다.

다급한 표정으로 마의각의 문을 부술 듯이 박차고 들어온 듬직한 체격의 사내.

바로 전생에서 나의 스승님이었던 백리관이었다.

“진…….”

“쉿!”

마의각에 들어서자마자 큰 소리로 백리진을 찾으려 했던 백리관.

그런 스승의 모습에 나는 황급히 검지를 들어 입술에 얹으며 말했다.

“…….”

그런 나의 행동에 백리관은 급히 입을 다물었다.

그러고는 빠른 걸음으로 나에게 다가왔다.

“진이는……?”

“마의 어른께서 진찰 중이에요.”

“아…….”

백리관이 나를 향해 묻자 옆에 있던 어머니가 대답했다.

그런 어머니의 대답에 백리관이 뒷걸음질 쳤다.

그러고는 상체를 숙이더니 이내 큰 손으로 얼굴을 쓸었다.

절대고수이자 사파의 지존, 패천황 覇天皇 이라는 거창한 별호와는 너무나도 멀어 보이는 백리관의 모습.

나는 좀처럼 보지 못했던 스승의 나약한 모습에 슬픈 표정을 지었다.

정이 너무나도 많은 사내이다.

그것을 누구보다 잘 아는 나였기에 지금 백리관이 얼마나 슬퍼하고 힘들어하는지 알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였다.

이렇게 멍청하게 시간을 보내는 것은 나와, 또 스승님에게 어울리지 않았다.

그에 나는 두 눈에 힘을 주고는 백리관에게 다가갔다.

그러고는 백리관의 떨리는 두 손을 잡으며 힘 있는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숙부님, 이모님은 괜찮을 것입니다.”

“…….”

“그러니 너무 걱정하지 마십시오. 은설이도 이렇게 대견하게 기다리고 있지 않습니까?”

이어진 나의 말에 백리관이 고개를 들었다.

그러고는 두려움에 질려 있음에도 다부진 표정으로 당당히 서 있는 서은설을 바라보았다.

“…….”

가만히 그런 서은설을 바라보던 백리관.

그가 살짝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돌려 나를 바라보았다.

“그래, 고맙다.”

조금은 정신을 차린 듯, 나를 향해 인사를 하는 백리관의 모습에 나는 살짝 미소를 지었다.

다행이었다.

그렇게 우리는 부디 아무 일이 없기를 바라며 진료가 끝나기를 기다렸다.

* * *

“심마…… 말입니까?”

“그렇소.”

놀란 음성의 물음에 마의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에 백리관이 고개를 숙였다.

“으으…….”

괴로운 듯 신음을 흘리고 있는 백리진.

그녀의 모습에 백리관은 눈가를 찌푸렸다.

“고칠 방법은…….”

“성주도 알고 있지 않소?”

마의의 물음에 백리관이 한숨을 내쉬었다.

마의의 말대로다.

심마란 무인들의 생각을 어지럽게, 마음을 혼탁하게 하는 번뇌 煩惱 이다.

모든 무인들에게 한 번씩 찾아오는 고비이지만 대부분의 무인들은 그것을 극복한다.

그리고 다음의 경지에 오른다.

하지만 정말 극소한 확률로 목숨을 위협하는 번뇌가 찾아오기도 한다.

사람들은 그것을 심마라고 부르며 곧이어 그것이 주화입마로 이어진다.

심마에 빠져 헤어 나오지 못하면 이지를 상실하여 본능만을 탐하는 마인이 된다.

그렇게 짧은 시간 동안 본능을 탐하다가 이내 사람의 몸에 존재하는 모든 구멍, 칠공에서 피를 흘리며 죽게 된다.

아주 드문 확률로 일어나는 일이고, 또 그런 확률이 지금 백리진에게 일어났다.

범인은 절대로 견디질 못할 엄청난 번뇌, 무거운 심마 心魔가 말이다.

아무튼, 그런 심각한 고비를 넘기는 방법은 단 한 가지가 있었는데 그것은 바로…….

“현재, 천마신교에 영약이 있습니까?”

압도적인 영기로 모든 것을 찍어 누르는 방법,

즉 최고의 영약이었다.

백리진의 손을 잡으며 괴로워하던 백리관이 묻자 마의가 굳은 얼굴로 고개를 가로저었다.

“현재 백리 소저의 심마는 일반적인 심마와 다르네. 아주 무겁고 깊은…… 그런 심마이기에 보통의 영약으로는 불가능하네, 아마 근 며칠 동안 죽고 싶을 정도로 괴로웠을 것이야.”

“네? 그럴 리가요!”

마의의 말에 이번에는 백리관이 아닌, 나의 옆.

어머니인 천소화에게서 대답이 나왔다.

깜짝 놀란 음성으로 소리친 어머니.

그녀가 다시 입을 열었다.

“요 며칠 동안 진이는 저와 함께 있었어요, 늘 밝게 웃던 아이인데 죽고 싶을 만큼 괴로웠다니요!”

도저히 믿기지 않는 듯, 평소 나와 관련된 일이 아니면 언성을 높이지 않았던 어머니가 언성을 높였다.

처음으로 나와, 내 동생 천이가 아닌 타인을 위해서 말이다.

그런 어머니의 말에 마의가 고개를 돌렸다.

그러고는 얼굴을 굳히고 있는 백리관을 바라보았다.

“짐작이 가는 것이 없나?”

“…….”

마의의 물음에 백리관은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았다.

그저 백리진의 손을 강하게 쥘 뿐이었다.

그에 나는 깨달았다.

백리진의 심마. 그 원인을 백리관이 짐작하고 있다는 것을 말이다.

“스승님…….”

그런 백리관의 모습에 서은설이 금방이라도 울음을 터뜨릴 것만 같은 음성으로 백리관을 불렀다.

가만히 기다리던 서은설이 이내 주변 공기가 심상치 않을 것을 느낀 것이다.

그런 서은설의 불안함이 가득한 음성에 백리관이 다시 고개를 들었다.

그러고는 마의를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어느 정도의 영약이 필요합니까?”

“…….”

“말씀해 주십시오.”

백리관의 물음에 마의가 뜸을 들이자 백리관이 답답한 표정으로 물었다.

그에 나 또한 마의의 옆에서 입을 열었다.

“네, 편하게 말씀해 주십시오. 천마신교의 어떠한 영약이든 아버지라면 도움을 줄 것입니다.”

사파연맹의 사황성에 큰 빚을 지울 수 있는 기회이다.

인정이 아니더라도 훗날을 위한 좋은 기회가 될 수 있기에 천마는 백리관에게 영약을 지원해 줄 것이다.

그러고는 세월이 흘러 더 큰 것으로 돌려받겠지.

정 없는 양반 같으니라고.

아무튼, 나까지 백리관의 말을 거들며 돕자 마의가 한숨을 내쉬었다.

그러고는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소림의 대환단은 되어야 하네.”

“!!”

마의의 대답에 백리관은 물론 이곳에 있는 모두가 두 눈을 크게 떴다.

소림의 대환단.

넓은 중원 무림답게 중원에는 수많은 영약이 존재했다.

여성에게 좋은 영약, 남자에게 좋은 영약, 또 내공, 음기, 양기에 좋은 영약 등.

수많은 영약이 존재했으며 그중 가장 으뜸이라 일컬어지는 것이 바로 중원 무림 정파의 기둥이라 불리는 천년소림의 대환단이었다.

평범한 사람은 물론, 명 제국의 황제도 만지기 힘든 것이 대환단.

그런 대환단과 비슷한 급의 영약이 필요하다고?

“진심입니까.”

“내가 왜 자네에게 거짓을 말하겠나.”

무서운 기세가 가득 담긴 백리관의 낮은 물음.

그의 물음에 마의 또한 불가능하다는 것을 알고 있다는 듯 힘없는 목소리로 대답했다.

그런 마의의 모습에 진심이라는 것을 깨달은 백리관이 손을 들어 얼굴을 쓸었다.

“후우…….”

그러고는 깊은 한숨을 내쉬고는 자리에서 몸을 일으켰다.

“바로, 본성으로 돌아가야겠습니다.”

“안 되네.”

“왜입니까?”

마의의 만류에 백리관이 날카로운 어조로 마의를 보며 물었다.

화경의 절대고수.

패천황 覇天皇의 기세가 가득 담긴 백리관의 물음에 마의가 얼굴을 찌푸렸다.

“크윽!”

백리관의 몸에서 뿜어져 나온 매서운 기운.

그 기운에 어머니는 가슴을 움켜잡으며 신음을 흘렸고, 나 또한 인상을 찌푸렸다.

큰일이다.

어머니는 무공을 익히지 않았으며, 마의는 경지가 낮았다.

이대로 계속 백리관의 기세를 맞았다가는 몸에 이상이 생길 것은 당연지사.

이곳에서 가장 많은 내공을 지닌 내가 나서서 백리관을 진정시켜야 했다.

그렇게 내가 정신을 차리기 위해 입술을 강하게 깨물려던 순간!

“진정이 필요하겠군.”

솨아!

문밖에서 들려오는 익숙한 목소리와 함께 우리를 옥죄고 있던 백리관의 기세가 거짓말처럼 사라졌다.

“자네, 진정하게.”

“…….”

진료실 안으로 들어서서 마의의 앞을 막아선 윤무천.

그의 기세가 가득 담긴 무거운 경고에 백리관이 그제야 정신을 차렸다.

그러고는 마의와 어머니, 그리고 나를 향해 정중히 고개를 숙였다.

“미안합니다.”

후우.

진짜 죽을 뻔했다.

백리관의 사과에 나는 속으로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러고는 황급히 고개를 돌렸다.

“괜찮으세요?”

“그래.”

나의 물음에 어머니가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하지만.

주륵.

어머니의 오른쪽 입술 끝에 작은 선혈 한 줄기가 흘러내렸다.

그에 나는 두 눈을 크게 떴고,

“우와아앙!!”

서은설이 울음을 터뜨렸다.

백리관의 뒤에 있어 기세를 받지는 않았지만 피를 흘리는 어머니의 모습에 놀란 것이다.

“어르신!”

“그래!”

나의 부름에 마의가 대답했다.

그러고는 황급히 어머니의 맥을 짚었다.

“…….”

초조했다.

어머니의 맥을 짚어 확인하는 그 짧은 순간.

아주 짧은 시간이었지만 나에게는 억겁의 시간으로 느껴졌다.

그렇게 끝날 것 같지 않았던 초조한 시간이 흐르고.

“후우…….”

마의가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맥을 놓았다.

“별 이상 없는 것입니까?”

“그래, 그저 갑작스러운 기운에 놀란 것뿐이다. 큰 문제는 없다.”

“후우…….”

다행이었다.

마의의 대답에 나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러고는 고개를 들었다.

“심하셨습니다.”

차가운 나의 음성.

처음이었다.

스승에게 이렇게 실망한 적이 말이다.

나의 목소리에 담긴 실망감을 느꼈을까?

나의 질책에 백리관이 움찔했다.

그러고는 미안한 표정으로 어머니를 바라보았다.

“죄송합니다…….”

“아니에요, 진이가 걱정된 것이니 이해해요.”

“고맙습니다.”

어머니의 대답에 백리관이 다시 고개를 숙였다.

그러고는 다시 고개를 돌려 마의를 바라보았다.

“왜 안 되는 것입니까?”

“하루 후에, 백리 소저는 죽을 것이네.”

“!!”

“신강에서 감숙성은 자네의 뛰어난 신법이라 하더라도 하루는 걸릴 것이네. 운 좋게 빠른 시간 안에 도착하더라도…… 대환단을 구하는 동안 백리 소저는…….”

콰앙!

“진이는!”

마의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

백리관이 주먹으로 벽을 강하게 쳤다.

파사삭.

백리관의 주먹질 한 번에 벽에 구멍이 뚫렸다.

내공 하나 없는 주먹임에도 말이다.

아무튼, 분노가 가득한 백리관의 모습에 마의는 입을 다물었다.

“진이는…… 절대, 죽지 않습니다.”

분노와 각오, 온갖 감정이 뒤섞인 백리관의 말에 마의는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았다.

그저 슬픈 눈빛으로 백리관을 바라볼 뿐이었다.

그리고 그때.

“뭐지?”

섬뜩.

시리도록 차갑고 섬뜩한 목소리가 우리의 귀에 들려왔다.

진료실 문 너머로 보이는 익숙한 인영.

바로 이곳의 주인이자 나의 아버지인 천마였다.

그가 가만히 어머니를 바라보며 다시 입을 열었다.

“뭐냐고 물었다.”

어머니의 입가에서 흐르는 한 줄기 선혈.

그것을 똑바로 바라보며 천마가 차가운 표정으로 묻자 나는 온몸에 소름이 돋는 것을 느꼈다.

진짜, X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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