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나의 천마신교는 이상하다-66화 (66/275)

제66화

제66장 천마신단 (1) 靈藥

“충성!”

“충성!”

“충충성!”

어이구, 지X한다.

걸음을 옮기는 나를 향해 정중히 예를 취하는 마인들의 행동에 나는 속으로 한숨을 내쉬었다.

어젯밤에 있었던 나의 발언.

서역의 대국인 파사국을 돈줄 취급하는 나의 발언에 모든 마인들이 감명을 받았고, 그 결과가 이렇다.

“충성!”

무슨 일국의 군인도 아니고.

내가 지나가자마자 모든 것을 바치겠다는 듯 충성을 표하는 마인들의 모습.

그 과장스러운 모습이 상당히 부담스러웠지만 이내 나는 자포자기한 심정으로 손을 가볍게 흔들어 주며 걸음을 옮겼다.

“와. 극신이는 인기가 많네.”

그런 내 마음을 전혀 모르는 우리의 순수한 서은설은 신기하다는 듯 웃으며 나에게 말했고, 그에 나는 어색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

그래, 우리 은설이는 그렇게 순수한 생각을 가지고 자라렴.

전생에서의 너는 나이를 먹어도 순수하고 사랑스러웠으니 말이야.

“좋겠다.”

좋기는 개뿔.

불편해 죽겠다.

서은설의 말에 나는 속으로 투덜거리면서도 계속 미소를 지어 주었다.

그런 나의 노력이 통했을까?

“히히.”

서은설이 기분 좋은 미소를 지었다.

그래, 은설아, 네가 웃으면 나도 좋아.

그렇게 서로 웃으며 걸음을 옮기는 것도 잠시.

나는 천마궁에 새로 신설된 전각이자, 오늘의 목적지인 소화각에 도착했다.

“와아!”

소화각의 정문으로 들어서자마자 보이는 드넓은 화원 花園.

각자의 매력을 자랑하듯 허리를 꼿꼿이 세우고 있는 수많은 꽃들.

그 꽃들의 모습에 서은설은 환한 미소를 지었다.

“킁.”

그리고 나는 코를 훌쩍였다.

이렇게 꽃이 많으면 뭐 하겠는가?

괜히 코나 가렵지.

“이것 봐!”

하지만 우리 은설이는 달랐나 보다.

나의 메마른 반응과 달리 서은설은 빠른 속도로 꽃을 향해 달려가더니 분홍색의 꽃을 가리키며 나를 바라보았다.

그에 나는 싱긋 미소를 지었다.

“예쁘네.”

개뿔, 전혀 안 예쁘다.

하지만 나의 본심을 말할 수는 없었다.

“헤헤.”

저렇게 환한 미소를 짓고 있는데 어찌 안 예쁘다고 말하겠는가?

예쁘다는 나의 말에 서은설은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왔구나.”

그때.

전각에 들어선 우리의 소리를 들었는지, 어머니인 천소화가 모습을 보이며 우리를 반겨 주었다.

“안녕하세요!”

“좋은 아침입니다.”

천소화의 등장에 특유의 맑은 웃음으로 인사를 건네는 서은설과 그런 은설의 옆에서 담백하게 인사를 건넨 나.

동갑임에도 불구하고 대조적인 우리의 모습이 웃겼을까?

어머니가 손으로 입가를 가리며 웃었다.

그러고는 어서 들어오라는 듯 손짓을 했다.

“헤헤.”

그런 천소화의 손짓에 기분 좋은 미소를 지은 서은설.

그녀가 앞으로 걸음을 옮겼다.

“…….”

앞으로 내민 나의 손을 무시하며 말이다.

이거 참…….

뻘쭘하다.

* * *

“사람 같아 보이는구나.”

“언제는 사람 아니었소?”

대공자 위극신과 시간을 보내고 조금은 사람다운 표정을 짓는 동생의 모습을 보며 마의가 말하자 윤무천이 퉁명스러운 말투로 대답했다.

그에 마의는 피식 미소를 지으며 마루에 앉았다.

“미쳐 버린 짐승 새끼였지.”

“거참. 짐승 동생 둬서 좋겠소이다.”

마루에 앉으며 아무렇지 않게 욕설을 내뱉는 마의를 보며 윤무천이 퉁명스럽게 대답했다.

털썩.

“차나 가져오시오.”

그러고는 마의가 앉은 마루에 걸터앉으며 말했다.

그에 마의가 고개를 돌렸다.

“잠시만 기다려 주십시오.”

마의가 고개를 돌려 바라보자 대기하고 있던 시녀가 정중히 고개를 숙였다.

그렇게 시녀가 차를 준비하기 위해 물러나고.

단둘만이 남게 되자 윤무천이 다시 입을 열었다.

“다 늙어서 계속 일할 생각이우? 손자 놈이 태어났다며?”

“네 살이다. 이공자와 같은 나이이지.”

이공자 위천.

무예에 뛰어난 재능을 보이는 대공자와 달리 예술에 뛰어난 재능을 보이는 이공자 위천.

감정이 다양한 자신의 형을 닮아 늘 맑은 미소를 짓는 위천을 떠올리며 마의가 대답했다.

그에 윤무천이 살짝 미소를 지었다.

“망할 놈. 귀엽겠군.”

“귀여워 죽는다.”

“거참. 다 늙은 노인이 ‘죽는다’라는 단어를 너무 쉽게 표현하는 것 아니오?”

퉁명스러운 윤무천의 말에 마의가 피식 미소를 지었다.

스윽.

그렇게 쓸데없는 잡담을 나누는 것도 잠시.

물러갔던 시녀가 깔끔한 다과상을 가지고 다가왔다.

“약방 아니랄까 봐.”

시녀가 내려놓은 다과상.

약초가 들어간 정갈한 다과상을 내려다보며 윤무천이 인상을 찌푸리자 시녀가 송구하다는 듯 고개를 숙였다.

“애먼 아이 잡지 말고 감사히 처먹거라.”

“흠…….”

자애로운 표정과 달리 과격한 마의의 말투에 윤무천이 입을 다물었다.

그러고는 약초가 들어간 다과를 집어 들어 한 입 베어 먹었다.

“더럽게 맛없네.”

“허구한 날 고기랑 술만 처먹는 네놈이 먹기에는 아깝지.”

“거참.”

계속해서 정곡을 찌르는 마의의 말투에 윤무천이 인상을 찌푸렸다.

그러고는 손에 들린 다과를 내려놓으며 입을 열었다.

“형님은 안 뒈지오?”

“네놈보다 오래 살 것이다.”

“나 화경의 경지에 올랐소.”

“나는 의선의 경지에 올랐다.”

“지랄.”

한마디도 지지 않는 마의의 모습에 윤무천이 인상을 찌푸렸다.

그러기를 잠시.

피식.

피식.

마의와 윤무천이 동시에 미소를 지었다.

약 육십 년 전.

마루에 앉아 똑같이 이런 대화와 함께 주먹을 사이좋게 나누고는 했던 추억이 떠올랐던 것이다.

“주름이 많이 생겼소.”

“자연의 이치지.”

“싸가지 없는 면상은 그대로고 말이오.”

“내가 너보다는 잘났었지.”

“…….”

본전도 찾지 못한 윤무천은 가만히 입을 다물었다.

그에 마의는 득의 어린 미소를 짓고는 차를 들어 한 모금 마셨다.

그렇게 짧은 시간이 흐르고.

멍하니 정면의 경관을 바라보던 윤무천이 입을 열었다.

“천마신단. 언제 시작하오?”

“…….”

윤무천의 물음.

이곳을 찾은 이유를 입 밖으로 내자 마의가 가만히 찻잔을 내려놓았다.

그러고는 고개를 돌려 윤무천을 바라보았다.

“네놈이 알아서 뭐 하려고?”

“형님.”

“…….”

오랜만이다.

진지한 표정으로 형님이라 칭하는 동생의 모습이 말이다.

진지한 윤무천의 모습에 마의가 가만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에 윤무천이 입을 열었다.

“나는 가족이 없소.”

“…….”

“첫사랑은 자살했고, 제자는 더러운 위선자들에게 고문을 당하고 비참하게 죽었소.”

“…….”

“그런 나에게 가족이 생겼소.”

“나와, 내 아들. 그리고 내 손자까지 너의 가족이다.”

“아니.”

마의의 말에 윤무천이 단호하게 고개를 가로저었다.

“나의 피가 조금이라도 있겠지만 형님네 아들이랑 손자는 나의 가족이 아니오.”

“천륜을 저버리려는 것이냐?”

“그렇게 생각하시오?”

마의의 물음에 윤무천이 질문으로 대답했다.

그에 마의가 가만히 입을 다물었다.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십 년간의 폐관. 그리고 그 이전에는 광랑대의 대주로서 바쁜 삶을 살아온 윤무천이다.

그런 윤무천에게 있어서 자신은 몰라도 자신의 자식들까지 가족으로 생각하기에는 무리가 있을 것이다.

심지어 윤무천은 자신의 손자를 아직 한 번도 본 적이 없었다.

하지만 마의는 알고 있었다.

망할 동생 놈이 말은 저렇게 해도 막상 만난다면 가족처럼 아이를 대해 줄 것이라는 것을 말이다.

아무튼, 그렇게 생각을 정리한 마의를 보며 윤무천이 다시 입을 열었다.

“교주가 그럽디다.”

“뭐라 말이냐.”

윤무천의 입에서 나온 교주라는 단어.

그 단어에 마의가 눈을 반짝이며 물었다.

그에 윤무천이 피식 미소를 짓더니 이내 입을 열었다.

“아버지 같은 분이었다고, 그리고 대공자에게 말하더군. 미쳐 가는 나를 향해 할아버지의 예를 갖추라고.”

“!!”

윤무천의 말에 마의가 두 눈을 크게 떴다.

정말…… 교주인 천마가 그런 말을 했다고?

도저히 믿기지 않았…….

아니, 이제는 믿긴다.

천마는 확실히 변했으니까 말이다.

“거참. 시X. X같지 않소이까?”

납득을 하듯 고개를 끄덕이는 마의를 보며 윤무천이 격한 욕설을 내뱉었다.

그러고는 다시 입을 열었다.

“십 년이오. 십 년 동안 교주를 원망했는데 그 교주가 나를 아비 같은 자라고 칭하는데 십 년의 원한이 사라지더이다.”

“…….”

“진짜 병X 호구도 이런 호구가 없지.”

마의의 대답도 듣지 않은 윤무천이 한숨을 내쉬며 말하자 마의가 진한 미소를 지었다.

“모든 분노를 내려놓았구나.”

“나도 알고 있었소. 교주의 잘못이 아니라는 것을 말이오.”

“그래.”

“……하아. 시X.”

침착한 마의의 대답에 윤무천이 한숨을 내쉬었다.

그러고는 다시. 입을 열었다.

“아무튼, 그런 교주의 아들이자 나를 향해 할아버지라 칭하는 대공자가 있소.”

“…….”

“고놈이 참…… 사근사근 웃으며 다가오는데 그 모습이 얼마나 귀여운지……. 귀엽게 웃으며 나에게 부탁하는 모습은 여우 같으면서도 나도 모르게 웃으면서 홀라당 넘어가 버리오.”

“허허.”

색공을 익힌 농염한 여인의 유혹에도 넘어가지 않았던 윤무천.

그가 대공자의 웃음 한 번에 홀라당 넘어가 버린다고 하자 마의가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마의 또한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아이 같지 않은 잔머리와 행동이 얄미웠지만 도저히 미워할 수 없는 대공자의 매력을 말이다.

아무튼, 마의가 그렇게 웃자 윤무천 또한 살짝 미소를 지었다.

그러고는 은근한 목소리로 마의를 향해 물었다.

“천마신단. 분명 대공자가 취할 것이지요?”

“그렇지.”

천마신단 天魔神團.

천마신교의 조사 祖師 천마 天魔 가 잠들어 있는 천마동 天魔洞 깊숙한 곳에서 자연의 기운과 순수한 마 魔 의 기운을 흡수하여 자라는 영초로 만든 영약으로서 천마신공을 익힌 자에게 있어서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귀한 영약이다.

사십 년마다 한 번, 모든 기운을 흡수한 영초가 꽃을 피웠고, 그 꽃을 당대의 마의가 취하여 천마신단을 만든다.

사십 년이라는 긴 세월이 지나야 만들 수 있는 물건이다 보니 천마신단은 자연히 천마신공을 익힌 천마의 후예인 소교주만이 취할 수 있는 절세의 영약이 되었다.

천마의 혈육인 대공자도, 이공자도, 또 천마신공을 전수받은 천마의 제자도 아닌, 다음 대 교주로 확정이 된 소교주만이 말이다.

현재.

천마신교에는 소교주가 존재하지 않았다.

하지만 모든 마인들이 인정을 하고 있었다.

지금의 대공자가 머지않아 소교주가 될 것이라는 것을 말이다.

그리고 이미 모든 마인들은 대공자를 자신들의 소주인으로 인식하고 있었다.

그런 상황에서 사십 년마다 한 번 있는 천마신단의 연단이 바로 올해이다.

전례에는 없지만 이미 대공자는 소교주의 자리에 올라선 것과 다름없는 상태.

그렇다 보니 아마 대공자인 위극신이 천마신단을 취하게 될 것이다.

그것을 상기한 마의가 동의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자 윤무천이 역시 라는 표정을 지으며 입을 열었다.

“내가 돕겠소.”

“네놈이?”

환한 미소를 지은 윤무천의 모습.

그 모습에 마의가 인상을 찌푸리며 묻자 윤무천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고는 입을 열었다.

“할아버지가 되어서 해 준 것도 없소이다. 무공을 돌봐 주자 하니 이미 자신의 경지를 개척했으니…… 내가 뭐라도 해야 하지 않겠소이까?”

“뭐라?”

윤무천의 말에 마의가 두 눈을 크게 떴다.

자신의 경지를 개척했다고?

그 뜻은 대주천을 이루었다는 뜻과 일맥상통하지 않은가?

대주천.

모든 혈 자리에 내공을 운기하는 경지로 절정의 경지를 구분하는 상징과도 같았다.

그런 경지에 고작 여덟 살인 대공자가 올랐다고?

고금 역사상 가장 빠른 나이에 대주천의 경지에 오른 이가 바로 열여섯이다.

헌데 대공자가 십 대도 아닌 한 자릿수의 나이대에 그 경지에 올랐다고?

너무나도 충격적인 말에 마의가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다.

그러자 윤무천이 피식 미소를 지었다.

그러고는 아무렇지 않은 듯한 음성으로 입을 열었다.

“대공자, 그 녀석이 천재이긴 하오.”

자신의 아이를 자랑하는 듯한 윤무천의 모습에 마의가 탄식을 내뱉었다.

“허어…… 본교가 비상을 하겠구나.”

어쩌면, 천마신교의 영원한 숙제와도 같았던 중원 무림 정복이 곧 이루어질 것만 같았다.

“계십니까!”

그렇게 감탄을 하던 것도 잠시.

저 멀리서 들려오는 다급한 목소리에 마의가 정신을 차렸다.

모든 환자를 관리하는 이곳에서 진심이 가득 담긴 다급한 목소리.

그 목소리에 담긴 불안함을 느낀 마의가 얼굴을 굳혔다.

그러고는 자리에서 일어섰다.

아무래도 급한 환자가 찾아온 것만 같았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