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나의 천마신교는 이상하다-65화 (65/275)

제65화

제65장 물주이자 돈줄 物主

척!

천마허마문 天魔許魔門.

그곳을 지키는 절정고수는 익숙한 여인의 모습에 간단히 예를 취했다.

스윽.

그런 고수들의 예에도 불구하고 그냥 지나쳐 가는 여인.

그런 백리진의 뒷모습을 보던 절정고수들은 고개를 갸웃거리며 서로를 바라보았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그들은 의문 어린 표정을 지우고는 언제나 그렇듯 긴장을 하며 문을 지켰다.

“…….”

그렇게 천마허마문을 지나 지마궁으로 들어선 백리진은 자신의 거처로 서둘러 걸음을 옮기고 있었다.

어서 숙소로 돌아가서 쉬고 싶었다.

돌아가서 깨끗한 물에 몸을 담그고 잠을 푹 잔다면 이 복잡한 생각은 사라지지 않을까?

그래, 분명 다음 날 아무런 일도 없었다는 듯 천소화를 만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니 어서 돌아가야지.

속으로 그렇게 생각을 정리한 백리진은 다시 걸음을 옮겼다.

이 뭐 같은 기분을 빨리 없애 버리기 위해서 말이다.

퍼억!

그때.

백리진은 오른쪽 어깨에서 느껴지는 고통에 인상을 찌푸렸다.

서둘러 돌아가고 싶다는 생각에 주변을 신경 쓰지 않아 지나가는 사람과 부딪치고 만 것이다.

철퍼덕!

비교적 남성에 비해 근육이 적은 여인이라 하더라도 그녀는 절정의 경지에 이른 고수.

백리진은 뒤로 벌러덩 넘어진 상대를 보며 입을 열었다.

“죄송합니다.”

상대가 누구든 자신의 부주의로 인해 일어난 행동이다.

그러니 사과를 하는 것이 맞았다.

그렇기에 백리진은 진심으로 사과를 했고, 상대의 사과를 기다렸다.

상대 또한 주의를 살피지 않고 걸었으니 상대에게도 어느 정도의 과실이 있다고 생각했으니 말이다.

“아씨! 뭐야!”

하지만 돌아오는 대답은 자신이 기대하던 사과가 아니었다.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신경질적으로 소리치는 색목인의 사내.

그 사내의 모습에 백리진은 인상을 찌푸렸다.

다짜고짜 소리를 지르는 상대방의 무례한 행동에 화가 났던 것이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였다.

풀린 눈과 붉어진 코를 보며 상대가 술에 취했다는 것을 알아차린 것이다.

“그럼 이만.”

상대의 잘못도 있지만 술에 취한 사람과는 상대하지 않는 것이 정답이다.

그렇기에 백리진은 상대가 사과를 하지 못할 것이라 판단하고 서둘러 걸음을 옮긴 것이다.

솔직히 제일 큰 이유는 당장 돌아가서 쉬고 싶었지만 말이다.

아무튼 그렇게 걸음을 옮기려던 백리진은 다시 걸음을 멈추고 말았다.

“어디를 가느냐!”

술 취한 색목인이 자신의 앞길을 막아섰던 것이다.

그에 백리진은 얼굴을 굳혔다.

그러고는 고개를 들어 날카로운 눈빛으로 색목인을 바라보았다.

“호오?”

올라오는 술기운으로 인해 눈이 풀렸던 잔크.

그는 자신의 눈앞에 위치한 매력적인 여인을 보며 살짝 놀란 표정을 지었다.

그러고는 씨익 미소를 지었다.

“예쁘구나.”

“…….”

무례한 잔크의 언행에 인상을 찌푸린 백리진.

그런 백리진의 얼굴마저 아름다웠던 잔크가 진한 미소를 지었다.

“눈이 작고 옆으로 째진 동양인치고는 괜찮은 얼굴이야.”

“꺼지세요.”

음흉한 잔크의 눈빛과 무례한 언행에 백리진은 살벌한 눈빛으로 경고했다.

혈화 血花라는 별호에 걸맞게 살벌하게 그지없는 백리진의 눈빛에 잔크는 움찔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였다.

술에 취해 버린 잔크는 겁이 없었고, 상항을 판단할 수 있는 판단력도 존재하지 않았다.

덥석.

그에 잔크는 백리진의 손목을 잡았고 백리진은 두 눈에 불을 켜며 주먹을 들어 올렸다.

무례한 잔크의 얼굴을 그대로 짓뭉개 버리기 위해 주먹을 휘두르려던 그 찰나!

멈칫.

문득 떠올랐다.

이 색목인은 파사국의 사신이고, 자신은 천마신교의 손님이라는 것을.

자신이 여기서 사고를 친다면 천마는 물론 천소화, 그리고 자신의 오라비인 백리관에게까지 폐를 끼친다.

그에 백리진은 주먹을 내려놓았다.

탓.

그러고는 자신의 손목을 잡은 잔크의 손목을 가볍게 때렸다.

“크억!”

가볍게 쳤다고 하지만 백리진은 절정의 고수.

그의 매서운 속소에 잔크는 괴성을 지르며 손목을 부여잡았다.

“네…… 네년!”

계속해서 선을 넘는 잔크의 모습에 백리진이 두 눈을 반짝였지만 다시 참았다.

이번이 정말 마지막이라 생각한 백리진은 싸늘한 눈빛으로 잔크를 내려다보았다.

“꺼져라.”

“이년이!”

여기까지다.

자신의 경고에도 불구하고 계속해서 욕지거리를 내뱉는 잔크를 보며 백리진은 주먹을 들었다.

민폐고 나발이고 다 필요 없었다.

자신의 눈앞에 있는 사내를 피떡으로 만들어야겠다.

사황성에서 자신에게 까불던 사내들처럼 말이다.

그렇게 마음을 결정한 그 순간!

스윽!

콰득!

자신의 눈앞에 넓은 등이 보이더니 그와 동시에 뼈가 부러지는 듯한 살벌한 소리가 들려왔다.

“…….”

익숙한 등.

자신을 번뇌에 빠져들게 하는 익숙한 등의 모습에 백리진은 두 눈을 크게 떴고.

“이 쓰레기는 뭐지?”

자신의 귀로 들려오는 차가운 목소리에 멍한 표정을 지었다.

매서운 눈빛으로 자신에게 무례를 범하던 색목인의 목을 쥐고 있는 천마 위관악.

그런 뒷모습을 보며 백리진은 생각했다.

어떻게 자신이 이 사내를 포기할 수 있냐고 말이다.

* * *

“히잉.”

“나중에 보러 오자. 알겠지?”

경극을 보러 가려 했으나 되돌아온 흑풍 때문에 천마신교로 다시 걸음을 돌린 우리.

나는 옆에서 울상을 짓는 서은설을 달래었다.

그러고는 고개를 돌려 얼굴을 굳히고 있는 윤무천을 바라보았다.

“무슨 일일까요?”

“둘 중 하나지.”

“?”

윤무천의 확신 어린 대답에 나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에 윤무천이 다시 입을 열었다.

“천마신교에서 어떤 사람이 까불어 죽었거나, 천마에게 까불어 죽었거나.”

“아…….”

기승전 죽음이구나.

그래, 이게 천마신교지.

윤무천의 대답에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참 슬프지만…… 대번에 납득이 되었다.

그렇게 우리를 실은 마차는 빠른 속도로 천마신교의 본거지로 귀환했다.

잠시 후.

우리는 천마신교의 본거지인 궁에 도착했고, 외성과도 같은 인마궁의 문 앞에서 마차가 멈추어 섰다.

마차에서 내리자마자 백리관과 함께 신강으로 온 백호대주 이백이 서은설을 마중 나왔고 서은설은 몸을 돌려 나를 바라보았다.

“내일 봐.”

아쉬워하는 서은설을 향해 웃으며 손을 흔들어 준 나는 다시 몸을 돌렸다.

그러고는 굳은 얼굴로 나를 마중 나온 마노를 바라보았다.

“설명 부탁드립니다.”

“예.”

그런 나의 물음에 마노가 기다렸다는 듯이 입을 열었다.

그렇게 모든 이야기를 들은 나는.

피식.

가소롭다 생각하며 피식 미소를 지었다.

“역시, 누구 하나 죽었군.”

그런 나의 옆에서 역시나 하는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이는 윤무천과 흥미로운 표정을 짓는 사마천까지.

나는 미소를 짓는 사마천을 보며 입을 열었다.

“네 형의 솜씨를 한번 보러 갈까?”

“예!”

본교의 두뇌이자 모든 대소사를 처리하는 천재 중의 천재 군사 사마정.

그의 활약을 볼 때가 되었다.

* * *

잠시 후.

나는 원래 연회장으로 사용되어야 했던 지마궁에 들어섰다.

그리고.

“호오.”

지마궁 한가운데에 줄에 포박되어 무릎을 꿇고 있는 색목인을 발견했다.

아마 저 양반이 이번에 죽은 사내의 아버지이자 파사국의 사신이겠지.

그에 나는 한번 흥미로운 표정을 지어 주고는 걸음을 옮겼다.

그러고는 색목인 앞에 세워진 상단에 자연스럽게 올라섰다.

“지존을 뵙습니다.”

상단 가장 가운데에 위치한 의자에 앉은 천마.

그를 향해 나는 정중히 고개를 숙였다.

끄덕.

그에 천마는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고, 나는 여유로운 표정과 걸음으로 천마의 옆에 위치한 의자에 앉았다.

스윽.

그렇게 나까지 도착하자 장로들과 함께 앉아 있던 마뇌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지존의 말씀을 전할 테니 모두 예를 갖추라.”

자리에서 일어난 마뇌의 입에서 나온 위엄 어린 음성.

그 음성에 천마를 제외하고 이곳에 모인 모두가 한쪽 무릎을 꿇으며 예를 갖추었다.

우호법과 장로들은 물론 일반 무인들까지.

그 누구도 빠지지 않고 무릎을 꿇는 모습은 일대의 장관이었다.

물로 나도 예외는 아니었다.

아씨, 괜히 앉았네.

똥개 훈련시키는 것도 아니고 말이다.

아무튼, 그렇게 천마를 제외한 모두가 예를 갖추자 좌중을 둘러보던 마뇌의 입이 다시 열렸다.

“본좌의 집에 찾아온 손님. 그는 본교와 깊은 우정을 나누고 있는 파사국의 이름을 짊어지고 들어와 무례를 저질렀다. 본교를 찾은 귀빈에게 무례한 행동과 언행을 하였으며 나아가 귀빈에게 해를 끼치려는 행동까지 보였다. 그에 본좌는 그 무뢰한을 일격에 죽이고 그와 함께 온 사신에게 죄를 물으려 한다.”

“…….”

지극히 천마의 주관적인 말.

그 말에 나는 속으로 피식 미소를 지었다.

하지만 겉으로는 내색하지 않았다.

마뇌의 말과 동시에 모든 마인들이 분노 어린 표정으로 사신, 칼슨을 노려보았으니 말이다.

이것 참.

누가 종교 아니랄까 봐 단일 행동 하나는 기가 막혔다.

아무튼 마뇌가 일부러 침을 한번 삼키며 잠깐의 시간을 두었고, 그 시간 동안 수많은 사람들의 살기를 받은 칼슨이 몽롱한 표정을 지었다.

마뇌, 역시 제법이다.

잠깐의 시간으로 죄인의 판단력을 흐림은 물론 모든 무인들의 분노를 한곳으로 모았으니 말이다.

이렇게 분노를 한곳에 모은 이상.

설령 칼슨이 아무런 죄가 없더라도 그는 대역죄인이다.

그 상황으로 만들어 버렸으니까 말이다.

그런 마뇌의 행동에 나는 고개를 가볍게 끄덕였고, 나의 옆에 있던 사마천 또한 미소를 지었다.

녀석도 자신의 형인 마뇌가 어떤 생각으로 분위기를 이끌고 어떤 결과를 도출해 냈는지 짐작한 것이다.

“그에 본좌는 무뢰한의 아비이자 파사국의 대표인 사신 칼슨을 죽이고, 그 목을 파사국에 보낼 것이다. 또한 파사국에서 그에 맞는 사과를 하지 않는다면 본교는 파사국을 적으로 규정하고, 모든 거래를 끊는다.”

“존명!”

“…….”

마뇌의 말이 끝남과 동시에 모든 무인들이 고개를 숙이며 대답했다.

아무런 불만도 없는 듯한 무인들의 모습.

그 모습에 나는 눈가를 살짝 찌푸렸다.

이건 아니다.

파사국과의 동맹을 끊는다니?

파사국을 대표하는 사신을 죽여 놓고 그에 맞는 사과를 요구하다니?

적반하장도 유분수지, 양심이 없는 것인가?

이렇게 극단적으로 행동을 하는 것은 옳지 않았다.

솔직히 상식적으로 그렇지 않은가?

하지만 이곳, 천마신교라는 집단에서는 나만 그런 생각을 가졌나 보다.

“지존이시여!”

좋게 말하면 호쾌한 성정을 지녔고, 나쁘게 말하면 그냥 무식하고 목소리만 큰 이장로 권마.

그가 고개를 들더니 덩치와 어울리지 않게 절절한 목소리로 천마를 부르고 있었다.

그 어울리지 않는 모습에 나는 불안함을 느꼈고.

“제게 병력을 주신다면 당장 무례한 코쟁이 놈들을 죽여 버리고 오겠습니다!”

권마의 말이 끝남과 동시에 나는 이마를 짚었다.

그리고.

“푸하하. 역시 우리 아버지.”

나의 뒤에서 소리 죽여 웃으며 박수 치는 구양적의 행동에 한숨을 내쉬었다.

역시 이곳에서 정상은 나뿐이었다.

웅성웅성.

아무튼.

권마의 발언이 마인들의 가슴을 흔들었을까?

고개를 숙이고 있던 마인들이 웅성거리기 시작했다.

또 재미있는 것은.

우웅!

웅성거리는 소리만큼이나 마인들의 몸에서 진득한 살기가 뿜어져 나왔던 것이다.

이 양반들이.

마인인 것을 대놓고 티내고 있다.

“하아…….”

진득한 마기와 살기로 인해 따끔거리는 피부를 느끼며 나는 갈 길이 멀다는 것을 깨달았다.

천마신교 갱생의 대계.

아직 갈 길이 많이 멀었다.

그렇게 웅성거리는 것도 잠시.

스윽.

천마가 의자에서 몸을 일으키자마자 시끄럽던 좌중이 조용해졌고, 진득거리던 살기와 마기가 거짓말처럼 사라졌다.

그리고.

모두 언제 옆에 있는 사람과 이야기를 나누었냐는 듯 고개를 숙였다.

고개를 들어 처절한 목소리로 의견을 내던 권마까지 말이다.

자신들의 수하와 같은 모든 마인들을 둘러본 천마.

그가 고개를 돌려 나를 바라보았다.

“…….”

유일하게 고개를 숙이지 않고 있던 나는 천마와 두 눈을 마주치자 움찔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나를 향해 의견을 묻는 듯한 천마의 눈빛에 나는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지존이시여.”

“대답하라.”

나의 부름과 동시에 기다렸다는 듯이 대답한 천마.

나는 그런 천마를 보며 속으로 미소를 지었다.

이 양반.

아직 소교주의 직위에 오르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이제는 대놓고 나를 편애한다.

마치 천마신교에 영향력이 강한 소교주를 대하듯 말이다.

그런 천마의 편애가 솔직히 불편하지만 또 한편으로는 아주 뿌듯했다.

천마신교 갱생 대계, 그 멀었던 길이 조금은 가까워지는 것 같았으니 말이다.

“저들의 무례함은 본인 또한 용납하지 못할 행동입니다. 그리하여 죽음으로 대가를 받았으니 파사국에 사신을 보내어 없었던 일로 하는 것은 어떤지요?”

“…….”

나의 의견에 천마가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원하던 대답이 아니었던 것이다.

그에 나는 다시 입을 열었다.

“파사국은 본교에게 있어서 아주 중요한 맹우입니다.”

“…….”

큰일이다.

천마의 표정이 못마땅함으로 일그러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고개를 숙이고 있던 마인들과 장로들이 고개를 들어 나를 바라보았다.

깊은 실망감이 가득한 눈빛.

좋지 않았다.

나는 이들에게 무조건적인 신뢰를 받아야 한다.

그래야 나의 갱생 대계가 이루어질 수 있으니 말이다.

그에 나는 황급히 다시 입을 열었다.

“서역의 멍청한 코쟁이들은 우리에게 돈 대 주는 물주이자 돈줄입니다! 그런 파사국을 이렇게 버리기에는 너무 아깝습니다!”

씨익.

그제야 천마가 웃었다.

그리고.

“와아아!!”

수많은 마인들이 함성을 내질렀다.

진짜, 내가 천마신교 대공자를 때려치우든가 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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