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나의 천마신교는 이상하다-63화 (63/275)

제63화

제63장 파사국의 사신 (1)

“환영한다.”

천마궁에 위치한 천마대전.

그곳의 가장 상석에 위치한 의자에 앉은 천마의 환영에 갈색 머리칼과 초록색의 눈이 인상적인 색목인이 정중히 고개를 숙였다.

“파사국의 칼스, 천마신교의 지존을 뵙습니다.”

색목인, 아니 파사국의 모든 외교를 맡고 있는 칼스의 입에서 나온 유창한 한어와 정중한 자세.

흠잡을 곳 하나 없는 칼스의 자세에 천마의 옆에 있던 백리관이 흥미로운 표정을 지었다.

전혀 다른 인종, 전혀 다른 문화와 언어를 지니고 있는 이국인이 저렇게 자연스러운 행동을 취하니 자연히 흥미가 갈 수밖에 없었다.

“지존이시여.”

“말하라.”

그런 백리관의 시선을 느꼈을까?

칼스가 백리관을 살짝 보고는 살짝 놀란 표정을 짓더니 이내 천마를 바라보았고 천마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에 칼스가 천마를 향해 공손히 고개를 숙이며 입을 열었다.

“처음 보는 귀한 분이 계신 것 같은데, 소개해 주시겠습니까?”

“그래, 그래야지.”

칼스의 정중한 어조.

그 어조에 천마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 천마의 대답에 백리관이 옷깃을 가다듬었다.

색목인과 인사를 나누고 대화를 해 보는 것은 처음이다 보니 괜히 긴장이 되었던 것이다.

아무리 화경의 고수에다가 사파의 지존이라도 백리관은 아직 젊은 사람이었다.

그렇다 보니 자연히 새로운 도전은 늘 기대가 되었다.

물론 백리관의 긍정적인 성격도 있지만 말이다.

아무튼, 천마가 자신을 소개할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은 백리관이 예의 유쾌한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 한 발자국 앞으로 나서려는 순간!

“나의 부인, 천소화다.”

“…….”

백리관은 앞으로 내민 발을 다시 집어넣었다.

그렇게 백리관이 어색한 표정으로 주춤한 자세를 취할 때.

갑작스러운 호명에 놀란 천소화가 살짝 놀란 표정을 지으며 천마를 바라보았다.

그런 천소화를 천마는 가만히 바라보았다.

천마의 눈빛에서 느껴지는 따뜻함에 천소화가 살짝 미소를 지었다.

그러고는 한 걸음 앞으로 나섰다.

“반갑습니다. 천소화입니다.”

매력적인 눈웃음과 말투, 손짓 하나하나에 흘러넘치는 기품.

그 아름답고 고혹적인 천소화의 모습에 칼스가 두 눈을 크게 떴다.

그러고는 정중히 고개를 숙였다.

“파사국의 외교를 담당하고 있는 칼스입니다. 천마신교에는 십 년 동안 매년 왔는데 대부인을 보는 것은 처음이군요.”

유창한 말투만큼이나 자연스러운 문장력을 자랑하는 칼스의 말에 천소화가 살짝 미소를 지었다.

“지존의 일에 어찌 아녀자가 나서겠습니까.”

“허허. 저희 파사국의 공주님은 왕위를 이어받기 위해 후계 수업을 받고 계십니다.”

“흐음…….”

천소화의 말에 그녀를 띄워 주기 위해 대답한 칼스.

그런 칼스의 대답에 천마가 턱을 쓰다듬으며 흥미로운 표정을 지었다.

전날 밤.

위극신에게 서은설이 파사국의 공주일 가능성이 높다는 이야기를 들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쌍둥이라는 사실과 파사국에서 쌍둥이가 어떤 존재인지까지 말이다.

위극신이 꾸었던 꿈에 대해서 모든 이야기를 들은 천마.

그가 슬쩍 고개를 돌려 백리관을 바라보았다.

그 또한 자신에게 이야기를 대충 들었기에 살짝 흥분한 눈빛으로 칼스를 바라보았다.

그리고.

결국 참지 못한 백리관이 앞으로 한 걸음 나섰다.

“반갑네, 나는 사황성주 백리관이라고 하네.”

“혹, 감숙에 위치한……?”

“그래, 사파의 본거지이네.”

놀란 칼스의 물음에 백리관이 선선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에 칼스가 두 눈을 크게 떴다.

파사국의 외교관으로서 칼스는 자신들에게 중요한 외교 상대인 명나라에 대해 공부하였고 늘 주시하고 있었다.

그렇기에 알고 있었다. 명나라 중원 무림.

그곳을 나누고 있는 삼대 세력과 그곳의 주인에 대해서 말이다.

그에 칼스가 정중히 고개를 숙였다.

“패천황 覇天皇 백리관 성주에게 인사드립니다, 파사국의 칼스라고 합니다.”

파사국과 천마신교는 동등한 거래 상대이다.

그렇기에 천마신교의 주인인 천마에게 파사국의 국왕을 대하듯 예의 바르게 대한 칼스.

그가 패천황 백리관에게도 똑같은 정중함으로 고개를 숙였다.

그에 백리관이 사람 좋은 미소를 지어 보였다.

“허허, 반갑네. 그나저나 한 가지 질문해도 되겠는가?”

“편하게 물어보시지요.”

백리관의 말에 칼스가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

그에 백리관이 황급히 입을 열었다.

“파사국 공주의 머리칼과 눈 색은 무엇이오?”

“오라버니.”

너무나도 직설적인 백리관의 말.

그 말에 옆에서 눈치를 살피던 백리진이 황급히 백리관을 말렸다.

하지만 이미 백리관의 입을 통해 나와 버렸고, 되돌릴 수 없었다.

한 나라의 후계자에 대한 물음.

머리색과 눈 색이 똑같은 명나라 인간들이 자신들을 신기해하는 것은 잘 알고 있다.

마치 신기한 동물을 바라보는 듯 말이다.

그것을 잘 알고 있지만 그 의문을 풀기 위해 감히 본국의 공주를 들먹였다.

파사국의 모든 존재들에게 사랑받는 사랑스러운 존재를 말이다.

“…….”

그런 무례한 백리관의 물음에 칼스가 얼굴을 굳혔다.

자신이 어떻게 반응을 해야 할까.

화를 내야 할까? 아니면 참아야 할까?

그렇게 고민에 빠진 동안 십 년간 칼스를 담당해 온 마뇌가 한 걸음 앞으로 나섰다.

“패천황 대협의 제자 또한 색목인입니다. 그러다 보니 자연히 호기심이 생긴 것이니 너무 기분 나빠 하지 마시지요.”

파사국은 천마신교에 있어서도 아주 중요한 교역 상대이다.

그렇다 보니 마뇌 입장으로서는 칼스에게 예를 차릴 수밖에 없었고, 얼굴을 굳힌 칼스를 달래듯 마뇌가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혹 무례한 질문으로 칼스의 기분이 상했더라도 자신이 이렇게 저자세로 나갔으니 칼스의 입장에서는 그냥 넘어갈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것을 잘 아는 마뇌.

그의 말에 칼스가 인상을 찌푸렸다.

그러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마뇌의 짐작이 맞았다.

직접적으로 모욕을 한 것도 아니다.

그렇다 보니 모욕을 하기 위해 일부러 그런 것인지, 아니면 정말 호기심으로 물어본 것인지 확실하게 판단이 되지 않았다.

그렇기에 애매한 상황이라는 것을 깨달은 칼스가 백리관을 바라보았다.

그러고는 언제 얼굴을 굳혔냐는 듯 흥미로운 표정을 지으며 입을 열었다.

“색목인 말입니까?”

“그렇네. 어쩌면 파사국 출신일지도 모르지.”

“호오.”

백리관의 말에 칼스가 흥미로운 표정을 지었다.

그러고는 입을 열었다.

“그렇다면 언제 한번 제자분과 함께 본국에 놀러 오시지요. 귀빈으로 모시겠습니다.”

“허허, 정말인가?”

칼스의 말에 백리관이 기분 좋은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

그에 천마가 눈가를 살짝 찌푸렸다.

서은설의 목걸이가 파사국 왕실의 문양이라고 대충 둘러말했더니 이런 불상사가 생겨 버렸다.

위극신의 말에 따르면 파사국은 쌍둥이를 악마의 자식이라 취급하고 있다.

그 뜻은 곧 서은설은 파사국의 입장에서 존재해서는 안 되는 아이라는 말이다.

그것을 자신에게 상세하게 설명하며 조심해 달라고 간곡히 부탁한 아들을 떠올린 천마가 입을 열었다.

“그만 물러가게.”

“예?”

화기애애한 분위기.

그 분위기에 어울리지 않는 갑작스러운 축객령에 칼스는 물론 백리관과 마뇌까지 당혹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본좌가 피곤하니 물러가게. 저녁 연회 때 보지.”

“아…… 알겠습니다.”

천마의 갑작스러운 말에 칼스는 당황해하면서도 대답했다.

그에 백리관이 칼스에게 말을 걸려던 찰나!

“넌, 나 좀 보자.”

천마가 백리관을 불러 세웠다.

그에 백리관은 입을 다물었고 칼스는 마뇌와 함께 물러났다.

“무슨 일이에요?”

그렇게 손님이 물러가고.

천소화가 천마에게 다가오며 물었다.

그에 천마가 의자에서 몸을 일으키고는 계단을 내려왔다.

“그만 돌아가. 저녁에 보지.”

“……알겠어요.”

일방적인 천마의 말.

그 말에 천소화가 가만히 천마를 바라보다가 이내 매력적인 웃음을 지어 보이며 대답했다.

그러고는 어색하게 서 있는 백리진을 바라보았다.

“가자, 동생.”

“네, 언니.”

천소화의 따뜻한 말.

그 말에 백리진이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고는 앞서는 천소화의 뒤를 따라나섰다.

아쉬운 눈빛으로 천마를 한번 쳐다보면서 말이다.

* * *

콰앙!

“왜 여기서 지랄이냐.”

천마대전의 한편에 마련된 응접 평상.

그곳에 앉은 천마가 자신의 앞에서 분노한 표정을 짓고 있는 백리관을 향해 차갑게 말했다.

“우리…… 우리 은설이가 저주받은 아이라고……?”

“파사국의 문화이다. 이해가 가지 않지만 존중을 해야겠지.”

“지랄!”

콰앙!

“…….”

천마는 백리관의 주먹질 한 번에 박살 나 버린 탁자를 가만히 내려다보았다.

자신보다 나이가 많았으며, 이곳에 오래 있던 제법 아끼던 탁자였다.

헌데 주먹질 한 번에 박살 나 버렸다.

이걸 어떻게 해야 할까.

죽여야 할까……?

천마가 진지하게 고민을 하던 그때.

백리관이 분노 어린 목소리로 말했다.

“그렇다면…… 은설의 친부모는 은설이를 살리기 위해 빼돌린 거다?”

“그런 거겠지. 자신이 키울 수도 없고 파사국에 존재해서도 안 될 테니 이국인 이곳에 버린 거겠지. 신강 다음으로 가까운 감숙성에.”

사황성이 위치한 감숙성.

그곳을 언급하며 천마가 말하자 백리관이 주먹을 부르르 떨었다.

너무나도 화가 났다.

해맑은 미소가 사랑스러운 서은설.

자신의 목숨을 내놓아도 아깝지 않은 사랑스러운 존재가 저주받은 아이라고?

말도 안 되는 개소리.

아무리 타 문화라지만 절대 동의할 수 없었다.

존중도 해 주고 싶지 않았다.

“침착해라.”

감정에 휩쓸려 이성을 잃은 듯한 백리관의 모습에 천마가 기운을 담으며 백리관을 향해 말했다.

우웅!

천마의 음성에 담긴 강한 기파에 정신을 차린 백리관.

그가 흠칫하더니 이내 호흡을 깊게 들이마시고 내쉬었다.

그렇게 서너 번의 호흡을 한 백리관.

그가 분노를 전부 다스렸는지 안정적인 표정을 지으며 입을 열었다.

“미안하다.”

“탁자, 비싼 거다.”

“사 줄게.”

천마의 짧은 말에 백리관이 살짝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

이깟 탁자.

얼마나 하겠는가?

“천년 소나무를 십 년간 제련한 수제 탁자다. 가격을 매길 수 없는 탁자이지.”

“…….”

천마의 말에 백리관이 멍한 표정을 지었다.

이 작은 탁자가 그렇게나 귀한 탁자라고?

에이 설마.

그에 백리관은 피식 미소를 지었다.

하지만 이어진 천마의 말에 그대로 얼굴을 굳혔다.

“전대 사황성주가 일천 금을 주고 사려고 해도 팔지 않았던 역대 천마신교주의 탁자이지.”

“…….”

“삼백 년간 천마대전을 지켜 온 전통 있는 탁자. 너는 그 탁자를 박살 냈다.”

“…….”

“각오는 되었겠지?”

우웅!

천마의 말이 끝남과 동시에 칠흑 같은 마기가 천마의 몸에서 일어나 넘실거렸다.

그 막강한 기세에 백리관은 당혹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황급히 입을 열었다.

“미안하다!”

콰쾅!

* * *

“미안합니다.”

“하하, 괜찮습니다.”

칼스에게 마련된 손님 전용 입마각 入魔閣에 들어선 마뇌.

그가 칼스에게 정중히 사과를 했고 칼스가 웃으며 대답했다.

“뭐가 괜찮습니까.”

“조용히 하거라.”

그런 칼스의 뒤에서 들려오는 불퉁한 목소리.

천마대전에서부터 칼스의 뒤에서 고개를 숙이고 있던 갈색 머리칼의 청년이었다.

그런 청년의 말에 무서운 표정을 지으며 칼스가 경고하자 청년이 입술을 삐죽였다.

“이 공자는……?”

“아, 제 아들입니다. 경험을 쌓기 위해 따라왔지요.”

처음 보는 얼굴임에도 묘하게 낯익은 모습에 마뇌가 묻자 칼스가 웃으며 대답했다.

“아…… 헌양한 아들을 두셨군요.”

“감사합니다.”

칼스의 대답에 마뇌가 웃으며 말하자 칼스가 대답했다.

그러고는 매서운 눈빛으로 자신의 아들. 잔크를 바라보았다.

“인사 안 드리고 뭐 하느냐.”

파사국어로 경고하는 칼스의 모습에 잔크가 아니꼽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러고는 마뇌를 향해 가볍게 고개를 숙였다.

“잔크입니다.”

잔크의 입에서 나온 유창한 한어.

아버지인 칼스와 똑같은 유창한 한어이지만 칼스와 너무나도 다른 자세였다.

그에 마뇌가 살짝 미소를 지었다.

“칼스 님.”

“예.”

미소 어린 마뇌의 말.

그 말에 칼스가 웃으며 대답했다.

그에 마뇌가 눈웃음을 지으며 입을 열었다.

“아드님 관리를 잘하셔야겠습니다.”

“……?”

갑작스러운 마뇌의 말.

웃음과는 어울리지 않는 말에 칼스가 고개를 갸웃거린 것도 잠시, 이내 얼굴을 굳혔다.

“마뇌.”

“본교에 자비란 없습니다. 당부 부탁드립니다.”

살짝 분노가 담긴 칼스의 부름에 마뇌가 부드러운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숙였다.

부드러운 미소 아래 날카로운 경고를 한 마뇌.

그런 마뇌의 경고에 칼스가 인상을 찌푸렸다.

대놓고 이런 경고를 하다니, 너무 무례하지 않은가?

하지만 자신의 아들 또한 무례했기에 칼스는 감정을 감추고는 환한 미소를 지었다.

“조심하지요.”

그러고는 대답했다.

각 나라의 수많은 사람들을 상대한 외교관인 그 답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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