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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천마신교는 이상하다-62화 (62/275)

제62화

제62장 궁을 벗어나다 脫宮 (2)

“뭐야.”

수많은 상점과 객잔, 주루.

여느 저잣거리와 별반 다를 것 없는 거리를 보며 나는 가만히 중얼거렸다.

역시 사람 사는 곳은 다 똑같았다.

진열대에 올려진 탐스러운 과일들과 아름다운 노리개들.

그리고 화려한 홍등이 장식된 고급 객잔들과 주루까지.

마인들이 사는 신강이라고 해서 다를 것이 없었다.

분명…… 다를 것이 없었는데…….

“왜 이렇게 휑한 겁니까?”

사람이 없어서 너무나도 휑했다.

사람 한 명 없는 거리를 보며 내가 굳은 얼굴로 입을 열자 옆에서 호위를 서던 사내.

바로 흑풍단주 흑풍이 입을 열었다.

“대공자님의 행차입니다. 어찌 교인들이 귀한 분 앞길을 막을 수 있겠습니까.”

“단주.”

“예.”

나의 부름에 예의 바르게 대답한 흑풍.

나는 그런 흑풍을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나는 아이들과 평소 신강의 모습을 보고 추억을 만들러 왔습니다.”

“예.”

“지금 이 모습이 평소와 같습니까?”

“…….”

“여기서 무슨 추억을 만듭니까? 아, 사람이 휑하니 달리기라도 할까요?”

“…….”

나의 말에 식은땀을 흘리는 흑풍.

나는 그런 흑풍을 보며 부드러운 미소를 지었다.

“술래잡기하면 좋겠네요. 넓으니.”

“…….”

“아, 혹시 숨바꼭질이 좋을까요?”

“…….”

“색다른 곳에서 놀이는 하는 즐거운 추억을 만들겠습니다.”

“송구합니다.”

계속된 나의 말에 결국.

흑풍이 무릎을 꿇었다.

무릎을 꿇고 고개를 숙이며 용서를 구하는 흑풍.

나는 그런 흑풍을 차가운 눈으로 내려다보았다.

“지금 시간이 몇 시입니까?”

“오시(11시~13시)입니다.”

“일반 교인들에게 있어서 가장 중요한 시간입니다. 이 시간에 많은 사람들이 점심을 먹고, 시장 거리로 나와 오늘 필요한 물품을 사고는 하지요.”

“…….”

“지금 그런 귀한 시간을 나 하나 때문에 날린 것입니다.”

솔직히 짜증이 났다.

물론 내가 귀하다는 것은 알고 있다.

자그마친 자신들이 믿는 신의 아들이었고, 장차 신이 될 이니 말이다.

하지만 이건 아니다.

나 때문에 자신의 삶, 나아가 인생을 포기하려 하다니?

솔직히 거북했다.

그에 분노한 내가 계속해서 쏘아붙이자 옆에 있던 윤무천이 나의 어깨에 손을 얹으며 입을 열었다.

“허허, 그쯤 하거라.”

심심하다며 우리를 따라나선 윤무천.

그의 손을 통해 부드러운 기운이 들어와 나를 한번 쓰다듬었다.

그에 나는 몸을 돌려 윤무천을 향해 고개를 숙였다.

“소손이 못난 모습을 보였습니다.”

“껄껄, 아니야. 내 너를 보고 많은 것을 배웠다.”

“감사합니다.”

윤무천의 말에 나는 정중히 고개를 숙였다.

그러고는 다시.

흑풍을 내려다보며 입을 열었다.

“저는 옆에 있는 객잔에 들어가 있겠습니다. 책임지고 원래 모습으로 되돌리세요. 그리고 나를 향해 그 누구도 예를 차리지 말라 하십시오. 아니 그냥 모르는 척하라고 하십시오.”

“명을 받들겠습니다!”

나의 말이 끝나고.

흑풍이 큰 목소리로 대답했고 나는 몸을 돌려 걸음을 옮겼다.

그렇게 객잔으로 들어섰다.

“천세 천세 천천세! 미천한 교인 왕팔이 대공자님을 뵙습니다.”

객잔에 들어서자마자 나의 앞에 무릎을 꿇고 고개를 숙이는 점소이.

그런 점소이 왕팔을 보며 나는 싱긋 미소를 지었다.

“일어나게.”

“황공합니다.”

나의 말에 마치 황제에게나 갖출 법한 예를 보이는 왕팔의 행동에 나는 어색한 미소를 지었다.

솔직히 불편했다.

그런 나의 마음을 알았을까?

옆에 있던 사마천이 한 걸음 앞으로 나서며 입을 열었다.

“혹, 괜찮은 자리가 있는가?”

“특실이 있습니다.”

사마천의 물음에 왕팔이 고개를 숙이며 대답했다.

그에 사마천이 다시 입을 열었다.

“아니, 그냥 평범한 창가에 앉았으면 한다.”

“…….”

사마천의 말에 입을 다문 왕팔.

나는 그런 왕팔을 보며 살짝 한숨을 내쉬었다.

분명 밖에서 있었던 소란을 들었을 터.

만약 나를 이곳에 앉힌다면 모든 사람들이 이곳 객잔에 오기를 어려워할 것이다.

그것을 눈치챈 나는 사마천의 어깨를 잡으며 한 걸음 앞으로 나섰다.

“안내하게.”

“예!”

그런 나의 말에 씩씩하게 대답한 왕팔.

나는 의문 어린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는 사마천을 향해 한번 어깨를 으쓱여 주었다.

어쩌겠는가.

우리가 비켜 주어야지.

이럴 줄 알았다면 정체를 숨겼을 텐데…….

내가 생각했던 나들이와 거리가 멀어지자 나는 속으로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그렇게 우리가 모두 들어가도 남을 정도로 넓은 별실에 안내받은 우리는 평소와 다를 것 없는 표정으로 자리에 앉았다.

“…….”

상석을 비워 두고 오른편 가장 선두에 앉은 나는 나의 옆에서 많이 기대를 했는지 대놓고 실망한 표정을 짓는 서은설의 모습에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

괜히 미안했다.

그에 나는 살짝 미소를 지으며 입을 열었다.

“잠깐, 목만 축이고 바로 밖으로 나가서 맛난 거 먹자.”

“응…….”

나의 말에도 기분이 풀리지가 않나 보다.

시무룩한 표정으로 대답하는 서은설을 보며 나는 그녀의 옆에 있는 야율령을 바라보았다.

“괜찮아.”

나의 시선을 느꼈을까?

야율령이 특유의 미소와 목소리로 서은설을 달랬다.

마치 친엄마와도 같은 그 포근함에 서은설의 표정이 풀렸고 나는 고개를 돌려 대기하고 있는 왕팔을 바라보았다.

“왕팔이라고 했나?”

“가문의 영광입니다!”

자신의 이름이 불렸다고 두 눈을 크게 뜨며 예를 차리는 왕팔의 모습에 나는 피식 미소를 지었다.

그러고는 입을 열었다.

“한 번만 더 과한 예를 차리면 죽여 버리겠네.”

“!!”

오들오들.

어, 이게 아닌데.

굳어 있는 녀석을 풀어 주려고 가볍게 농담을 던졌는데 녀석은 다르게 받아들였나 보다.

온몸을 부들부들 떨며 공포스러운 표정을 짓고 있었으니 말이다.

그에 나는 한숨을 내쉬고는 사마천을 바라보았다.

“야, 네가 대충 마실 것만 주문해.”

“예, 공자님.”

나의 말에 사마천이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고는 왕팔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어르신께서 드실 술과 우리가 마실 차 좀 내어와 주게, 혹 간단한 다과 같은 것이 있는가?”

“있습니다!”

없으면 직접 만들겠다는 각오로 대답하는 왕팔을 보며 사마천이 싱긋 미소를 지었다.

“부탁하네.”

“네.”

사마천의 말에 왕팔이 고개를 숙였다.

그러고는 조심스럽게 물러났다.

“이거 참…… 미안하다.”

그렇게 왕팔이 나가고.

졸지에 아이들을 실망시켜 버린 내가 볼을 긁적이며 사과했다.

“푸하하! 알겠소!”

“공자님의 잘못이 아닙니다…….”

“맞습니다.”

“신경 쓰지 마십시오.”

구양적을 제외한 다른 아이들은 되레 나를 달래 주었다.

속이 깊은 녀석들.

그런 아이들의 모습에 나는 싱긋 미소를 지었다.

꿀꿀했던 기분이 조금은 풀리는 것만 같았다.

그나저나 구양적 저 자식.

진짜, 언젠가 한번 묶어 놓고 반 죽여 버릴 것이다.

기필코 말이다.

“할아버지.”

“그래.”

“혹, 이곳에 온 적이 있으십니까?”

“물론. 광랑대 녀석들과 임무가 끝이 나면 이곳에서 무박 삼일을 보내곤 했다.”

무박 삼일이라…….

이것 참 도전해 보고 싶었다.

전생에서 술을 좋아했던 나였기에 급이 다른 윤무천의 말에 흥미로운 표정을 지었다.

“이곳의 술이 괜찮습니까?”

“껄껄, 술은 안 된다.”

들켰네.

흥미 가득한 나의 물음에 윤무천이 단호한 말투로 대답했다.

그에 나는 입맛을 살짝 다셨다.

‘어서 빨리 술을 마시고 싶다.’

육체가 조금 더 자라면 나는…….

기필코 술을 마시고 말 것이다.

내가 좋아하는 사천식 얼큰한 탕과 말이다.

* * *

“와아아!”

약 반 시진 후.

객잔을 나온 서은설이 주변에 보이는 풍경에 두 눈을 반짝였다.

익숙한 저잣거리를 바쁘게 움직이는 사람들.

“과일 사세요!”

“이보게 오늘은 고기 필요 없나?”

지나가는 사람들을 붙잡으며 홍보하는 사람들까지.

활동적인 사람들의 모습에 서은설이 두 눈을 크게 뜨며 이리저리 살펴보았다.

그에 나는 살짝 미소를 지었다.

그래, 두 눈이 푸르다는 이유로 사황성에서 배척받아 온 아이이다.

이렇게 사람 많은 곳에 나온 일도 없었겠지.

괜스레 가슴이 아파 온 나는 싱긋 웃으며 서은설의 손을 잡았다.

“우리, 저거 먹으러 가 볼까?”

화롯불 위에서 맛있는 냄새를 풍기는 닭 꼬치.

전생에서 은설이가 가장 좋아했던 음식을 가리키며 내가 묻자 서은설이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움찔.

내가 가까이 다가오자 눈에 띄게 움찔한 노점주.

칠십 대 초반으로 보이는 노인이 나를 향해 정중히 고개를 숙였다.

“대공자님을 뵙습니다.”

흑풍의 당부가 있었는지 가볍게 예를 차린 노인.

나는 그런 노인을 보며 싱긋 미소를 지었다.

“꼬치 좀 주시겠습니까?”

“미천한 놈입니다. 말씀 편하게 해 주십시오.”

나의 말에 노인이 화들짝 놀라며 고개를 숙였다.

그에 나는 싱긋 미소를 지었다.

“나의 아버지를 믿고 있는 그대들입니다. 어찌 함부로 대하겠습니까?”

“받잡기 어려운 말씀이십니다…….”

나의 말에 노인이 불안한 듯 연신 두 눈가를 굴리며 대답했다.

그에 나는 보란 듯이 싱긋 미소를 지어 보였다.

보아라!

나의 이 매력적인 눈웃음을!

덜덜덜.

통하지 않았다.

괜히 머쓱해진 나는 코를 한번 훔친 후 입을 열었다.

“인원에 맞게 하나씩 주십시오.”

“예.”

나의 말에 고개를 숙인 노인.

달달.

그가 덜덜 떨리는 손으로 꼬치를 하나씩 집어 손잡이에 작은 천을 감싸 건네었다.

“천은…… 돌려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알겠습니다.”

나의 눈치를 살피며 힘겹게 말을 건넨 노인.

나는 그런 노인을 보며 웃으며 대답했다.

손잡이인 이 작은 천.

보통 사람들에게는 그냥 건네주겠지만 나는 귀하다고 따로 챙겼나 보다.

하지만 천의 가격은 일반 노점상이 감당하기에는 조금은 부담스러운 가격인 것을 누구보다 잘 아는 나였기에 나는 보란 듯이 해맑게 대답했다.

노인의 부담을 덜어 주기 위해서 말이다.

“할아버지. 드셔 보십시오.”

그렇게 노인에게 시선을 돌린 나는 가장 연장자인 윤무천에게 말했다.

그에 윤무천은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고는.

우물우물.

보란 듯이 맛있게 꼬치를 한 입 먹었다.

“맛나구나.”

거의 씹지도 않고 삼킨 수준인데?

순식간에 먹어 버리고는 고개를 끄덕이는 윤무천을 보며 나는 싱긋 미소를 지었다.

“더 드십시오, 소손이 대접해 드리는 것입니다.”

“예끼! 고작 꼬치로 대접을 하겠다는 말이냐?”

본교의 우호법이자 중원 무림을 공포로 몰아넣은 마인들조차 두려워하는 초절정의 고수.

그런 고수를 고작 꼬치로 대접하겠다는 나의 말에 윤무천이 웃으며 말했다.

내심 싫지 않은 듯한 모습에 나는 싱긋 미소를 지었다.

“나도, 나도 하나 더 먹고 싶어!”

그때, 어느새 한 개의 꼬치를 다 먹은 서은설이 나를 향해 말했다.

그에 나는 싱긋 미소를 지었다.

“은설이는 배가 작잖아. 우리 아직 고기 소면도 먹어야 하고 만두도 먹어야 해. 먹을 게 너무 많아.”

“힝…… 그래도 맛있는데…….”

아직은 어린 서은설이 아깝다는 듯 비어 버린 꼬치를 보며 중얼거렸다.

그에 나는 미소를 지으며 서은설의 머리칼을 쓰다듬었다.

“골고루 먹어 보고, 그러고도 배고프면 여기 한 번 더 오자. 알겠지?”

“응…….”

마치 아이를 달래는 듯한 나의 말투에 서은설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에 나는 미소를 지었다.

서은설이 잘 먹는 것을 보니 기분이 좋았다.

그렇다면 우리 아이들은?

녀석들도 이 꼬치를 처음 먹어 볼 것이다.

그러니 반응이 궁금했다.

그에 나는 기대 어린 표정으로 고개를 돌렸다.

“푸하하! 보아라! 한꺼번에 다 먹을 수 있다!”

“닥쳐라. 나는 두 개 먹을 수 있다.”

“후후. 나는 세 개를!”

“오라버니 안 돼요!”

“…….”

못 본 걸로 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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