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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천마신교는 이상하다-60화 (60/275)

제60화

제60장 할아버지 祖父

“그런 일이 있었나요?”

윤무천이 쓰러지고.

백리진과 함께 점심을 하던 백리관은 동생의 물음에 고개를 끄덕였다.

“도대체 교주와 광마도 사이에 어떤 일이 있었던 건가요?”

“십삼 년 전. 마정대전이 일어났을 당시. 그의 하나뿐인 제자가 정파의 인물들에게 사로잡혔다.”

“…….”

백리관의 입에서 나온 무거운 말.

그 말에 백리진은 입을 다물었다.

그에 백리관은 차를 한 모금 마시고는 다시 입을 열었다.

“당시, 정파에게 큰 피해를 입혔던 광랑대주의 제자였기에 정파는 그를 인질로 협상을 시도했지만 천마신교는 거절했다.”

“교주의 명이었습니까?”

백리관의 말에 백리진이 차가운 눈빛으로 물었다.

그에 백리관은 살짝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가로저었다.

“아니, 광마도. 그자의 뜻이었다. 자신의 제자가 자신의 하늘과 같은 천마신교에 피해를 주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했겠지.”

“…….”

백리관의 말에 백리진은 조용히 입을 다물었다.

“천마신교의 거절에 무림맹은 결국 차선책을 선택했다.”

“차선책이라면……?”

“잔인한 고문으로 인한 천마신교의 정보.”

“…….”

백리관의 말에 백리진은 침묵했다.

무림맹의 결정은 옳았다.

천마신교는 무림맹에게 있어서 적이었고 장로보다 강했던 광랑대주의 제자라면 천마신교에서 나름 간부로 쳐주는 인물일 테니 말이다.

“거기서 무림맹은 선을 넘었지.”

“어떤 선을 말하는 건가요?”

백리관의 말에 백리진이 고개를 갸웃거리며 물었다.

그에 백리관이 씁쓸한 미소를 지으며 입을 열었다.

“사천당가에서 연구하는 온갖 독을 그에게 사용했고. 그는 아무런 정보도 발설하지 않았다. 그에 분노한 사천당가주는 그를 강시로 만들기 위해 온몸에서 피를 뽑았고. 그는 그렇게 서서히 죽어 갔다.”

“…….”

“광마도의 눈앞에서.”

“!!”

백리관의 말에 침울해하던 것도 잠시.

이어진 그의 말에 백리진이 두 눈을 크게 떴다.

“마정대전의 휴전식. 그 자리에서 광랑대주의 제자는 죽었다.”

“천마신교에서…… 가만히 있었습니까?”

“이미 그자의 혈액은 많이 뽑아진 상태. 화타가 현신하더라도 그자를 살리는 것은 불가능했고. 천마 또한 그 자리에서 무림맹의 포로들을 잔인하게 죽였다.”

“…….”

“그리고, 그런 제자를 살리기 위해 무림맹을 향해 도를 뽑았던 광랑도를 저지한 것이 천마였고.”

“만약 그 자리에서 광마도가 무림맹에 검을 휘둘렀다면…….”

“광마도는 죽었겠지.”

“천마는 마정대전을 일으킨 장본인입니다. 헌데 왜 전쟁을 끝내려고 한 것입니까?”

자신이 천마였다면 분노하여 계속해서 전쟁을 이어 나갔을 텐데 말이다.

“내부 정리가 끝났었거든.”

“…….”

백리관의 대답에 백리진이 조용히 입을 다물었다.

내부 정리.

천마 위관악은 자신의 부모와 형제를 죽이고 지존의 자리에 올랐다.

아무리 강한 자를 따르는 강자존의 세계라지만 천륜을 저버리는 행동은 도저히 용서할 수 없는 일.

수많은 무인들과 중소마가의 가주들이 반발했지만 천마는 압도적인 힘으로 그들을 눌렀다.

그러고는 전쟁을 일으켰다.

그들의 광기와 분노를 중원으로 돌린 것이었다.

그렇게 자신을 반대하던 모든 세력들을 청소해 버린 천마.

그제야 천마는 전쟁을 종결했다.

“잔인해요…….”

자신의 자리를 확고히 하기 위해 전쟁을 이용한 끔찍한 천마의 행동.

그 행동에 백리진이 몸서리를 치며 말하자 백리관은 살짝 미소를 지었다.

“원래 그런 녀석이었지. 지금은 많이 달라졌지만.”

자신을 위해서라면 수많은 사람들의 목숨 따위는 신경 쓰지 않던 천마.

그런 천마의 변한 모습을 떠올리며 백리관은 차를 한 모금 마셨다.

“…….”

시간이 지나 식어 버린 차.

그 차를 한 모금 마신 백리관은 인상을 찌푸렸다.

차 맛이…… 씁쓸했다.

* * *

“그런 일이 있었군요.”

지마궁에 위치한 마의당.

그곳에서 모든 이야기를 들은 나는 씁쓸한 표정으로 침상에 누워 있는 윤무천을 내려다보았다.

“극신아.”

“네, 어르신.”

마의의 부름.

그 부름에 나는 공손히 대답했다.

그에 마의가 떨리는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정말…… 지존께서 이 녀석을 아버지와 같은 존재라고 했느냐?”

떨리는 눈동자로 나를 바라보며 묻는 마의의 모습에 나는 살짝 미소를 지었다.

그러고는 입을 열었다.

“네.”

“허어…….”

나의 확답에 마의가 감탄의 탄식을 내뱉었다.

그러고는 천장을 올려다보며 입을 열었다.

“지존께서 벽을 넘으신 건가…….”

“네. 삼 년 전부터 탈마 脫魔의 경지에 접어들었습니다.”

마의의 혼잣말에 나는 확인시켜 주듯 말했다.

그런 나의 말에 두 눈을 크게 뜬 마의.

그가 다시 고개를 숙이고는 나를 바라보았다.

“네가 어찌 아느냐?”

“삼 년 전. 감정을 아시게 되고 새로운 경지에 진입하였으며, 그로 인해 저에게 무공을 알려 주셨습니다.”

“삼 년 전부터?”

“네.”

마의의 떨리는 물음.

그 물음에 나는 고개를 끄덕여 보였다.

“아아…….”

그런 나의 말에 감격 어린 표정을 지은 마의.

그가 나의 손을 잡았다.

“고맙다. 정말 고마워.”

“제가 뭘요.”

내가 한 게 있나.

내 멋대로 살아간 것뿐인데.

아 있네.

망할 미친 아버지의 눈치를 살핀 것.

그것 말고는 솔직히 별로 한 게 없다.

그에 내가 어깨를 으쓱이며 말하자 마의가 강하게 고개를 가로저었다.

그러고는 단호한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이 모든 것이 너로 인해 일어난 변화이다.”

거참. 부끄럽게.

너무나도 단호하게 말하는 마의를 보며 나는 미소를 지었다.

그에 마의는 쭈글쭈글한 손으로 나의 손을 부드럽게 다독였다.

“고맙다.”

“…….”

천마가 바뀐 것 때문일까?

아니면 자신의 동생 때문일까?

나에게 고맙다 말하는 마의를 보며 나는 복잡한 표정을 지었다.

“어르신.”

그렇게 어색한 분위기에 불편할 때.

옆 침상에 누워 있던 기특한 단진 녀석이 마의를 불렀다.

“그래.”

“저, 이제 끝난 것입니까?”

어깨와 가슴에 침이 꽂혀 있는 단진.

그의 물음에 마의가 몸을 일으켰다.

수숙!

그러고는 늙은 손과 다르게 엄청난 속도로 모든 침을 뽑았다.

“어깨를 움직여 보거라.”

부웅!

마의의 말이 끝나자마자 몸을 일으켜 어깨를 돌려 본 단진.

무리 없이 자연스럽게 돌아가는 어깨에 단진이 고개를 숙였다.

“감사합니다.”

“되었다. 야룡아.”

“야율민입니다, 어르신.”

단진의 상태를 확인한 마의가 야율민을 부르자 옆에 있던 야율민이 불퉁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그에 마의가 살짝 미소를 지었다.

“너는 침을 한 대 더 맞아야겠구나.”

퉁.

마의의 말이 끝나자마자 그의 허리춤에 걸려 있던 침통에서 기다란 침이 튀어나왔다.

굵고 긴 침에 긴장한 표정을 지은 야율민.

녀석이 황급히 입을 열었다.

“어르신. 저는 야룡입니다.”

“껄껄.”

녀석, 너는 죽었다.

야율민의 말에 마의는 소리 내 웃었다.

그러고는 야율민의 어깨를 향해 침을 꽂았다.

푸욱!

“끄아악!”

괴로운 야율민의 음성.

그 음성에 나는 진한 미소를 지었다.

녀석, 이제 인정해라.

너의 이름은 야룡이라는 것을 말이다.

“푸하하! 그거 시원하겠소이다! 마의 할배! 나에게도 주시오!”

“너는 정말 싸가지가 없구나.”

괴로워하는 야율민을 보며 특유의 웃음소리와 함께 호탕하게 말하는 구양적.

그런 구양적을 보며 단진이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

그에 구양적이 진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

“푸하하! 같이 맞겠소?”

움찔.

구양적의 물음에 단진이 움찔했다.

그러고는 입을 다물고는 고개를 돌렸다.

무서운 것 없이 늘 차갑기만 한 단진.

녀석도 굵고 긴 침은 두려웠던 것이다.

“적아.”

“예 공자.”

“너는 아픈 것이 좋으냐?”

“푸하하! 시원하지 않소이까?”

나의 물음에 구양적이 맑은 웃음소리와 함께 대답했다.

미친놈.

쓸데없이 해맑다.

그에 나는 피식 미소를 지었다.

그러고는 고개를 돌려 가만히 누워 있는 사마천을 바라보았다.

“야.”

“…….”

“야.”

“…….”

나의 부름에 대답도 하지 않는 사마천.

나는 그런 녀석을 보며 진한 미소를 지었다.

“마의 어르신, 천이도 침을 맞고…….”

“아닙니다!”

나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화들짝 놀라며 부정하는 사마천.

나는 그런 사마천을 내려다보며 진한 미소를 지었다.

“어르신. 꼭 맞고 싶답니다!”

“껄껄, 알겠다!”

나의 말에 마의가 웃으며 대답했고 사마천이 시무룩한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원망 어린 눈빛의 사마천.

나는 그런 녀석을 보며 씨익 미소를 지었다.

그러게 왜 자는 척을 하고 있어?

건방지게 말이다.

* * *

시끌시끌.

“…….”

오랜만에 깊은 잠에 빠져들었던 윤무천.

그는 시끄러운 주변에 두 눈을 떴다.

자신의 형에게서 늘 나는 약초 향.

그리고…….

“푸하하!”

“네 녀석, 공자님의 앞이다! 자중하거라!”

“끄아아악!”

“으아아 어르신, 나 싫어요. 침 맞기 싫어요.”

자신의 머리통을 울리는 어린 핏덩이들의 목소리.

그에 윤무천이 몸을 일으켰다.

그러고는 자신의 눈앞에 펼쳐진 상황을 가만히 바라보았다.

자신의 형, 마의 윤무진에게 거대한 침을 맞고 있는 창마의 아들 야율민과, 그런 야율민이 움직이지 못하도록 강하게 잡고 있는 권마의 아들. 그리고 그런 권마를 노려보며 아이를 혼내듯 호통을 치는 검마의 아들. 그리고 다 큰 주제에 마의의 어깨를 잡고 침 맞기 싫다고 생떼를 부리는 마뇌의 동생까지.

천마신교에서 도저히 볼 수 없는 핏덩이들의 혼란스러운 모습.

그 익숙하지 못한 광경에 윤무천은 당혹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이곳이…… 정말 자신이 알던 천마신교란 말인가?

어찌 이렇게 가볍단 말인가?

그리고…… 왜 이렇게 따뜻하단 말인가?

상당히 복잡했다.

그런 윤무천의 옆으로.

위극신이 미소를 지으며 입을 열었다.

“일어나셨습니까. 할아버지.”

“!!”

부드러운 위극신의 목소리.

그리고 마지막에 붙은 따뜻한 호칭.

그에 윤무천이 두 눈을 크게 뜨며 고개를 돌렸다.

자신을 바라보며 매력적인 눈웃음을 짓고 있는 대공자 위극신.

그런 위극신을 보며 윤무천은 생각했다.

‘꿈이 아니었구나…….’

자신을 아버지 같은 분이라 칭하던 천마, 그리고 자신을 향해 할아버지라 칭하며 예를 갖춘 대공자까지.

그 모든 것이 꿈이 아니었다는 것을 말이다.

“어! 할배! 일어났소?”

“우호법님이시다! 예를 지켜라! 일어나셨습니까.”

“…….”

“다행입니다. 우호법님.”

일어난 자신을 향해 웃는 구양적과 호통치는 단진. 그리고 뾰로통한 표정을 짓는 야율민과 예를 차리는 사마천 까지.

천마신교의 광랑대주였다가, 이내 우호법이라는 지고한 위치에 오른 자신을 향해 친근하게 다가오는 아이들의 모습에 윤무천이 당혹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그런 아이들의 옆.

거대한 침을 든 마의가 살짝 미소를 지었다.

“녀석아. 아이들이 인사를 하지 않느냐?”

친형 마의의 지적에 윤무천이 정신을 차렸다.

그러고는…….

초롱초롱!

초롱초롱한 눈빛으로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핏덩이들을 응시했다.

자신을 어려워하지도 않고, 자신으로 인해 다쳤음에도 불구하고 싫어하지 않는 아이들.

순수한 영혼을 지닌 아이들의 모습에 윤무천은 십삼 년 전 괴롭게 죽어 간 제자를 떠올렸다.

‘스승님! 행복하십시오…….’

자신을 향해 행복하라는 유언을 남기고 먼저 떠나간 괘씸한 놈.

그런 놈의 얼굴을 떠올린 윤무천.

그가 이내, 미소를 지었다.

그러고는 입을 열었다.

“그래, 나는 괜찮고. 또 반갑다.”

“푸하하! 구양적입네다!”

“단진입니다.”

“……야율민입니다.”

“마뇌 사마정의 동생, 사마천이 우호법 어르신에게 인사드립니다.”

윤무천의 인사에 각자의 개성대로 인사를 받은 아이들.

그런 아이들을 보며 윤무천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소손, 위극신입니다. 할아버지.”

자신을 향해 매력적인 눈웃음을 지어 보이는 위극신을 보며 윤무천은 웃었다.

아주 활짝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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