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57화
제57장 광마도 狂魔刀 (2)
“하아! 죽겠습니다!”
간단하게 아침을 먹고 수련장으로 나와 상쾌하게 아침 수련을 시작한 우리들.
구슬 같은 땀을 흘리며 자신의 발전을 위해 수련을 하던 것도 잠시.
해가 머리 위로 떠오를 때쯤 사마천이 그 자리에 드러누우며 소리쳤다.
그에 사마천의 옆에서 짧은 두 개의 단창을 휘두르던 야율민이 살짝 미소를 지었다.
“사마 형, 군사가 이렇게 강하면 어떡합니까?”
성인의 나이, 열여덟이라는 나이에 일류의 경지에 오른 사마천.
중원 무림에서 수많은 후기지수들 증 가장 뛰어난 다섯 명의 후기지수들을 오룡 五龍이라고 부른다.
그런 오룡과도 비슷한 경지에 들어선 사마천을 보며 야율민이 말하자 사마천이 샐쭉한 표정을 지었다.
“야율 공자가 이렇게 무서운 속도로 나를 뒤쫓는데 열심히 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열여섯이라는 나이에 완숙한 이류의 경지에 이른 야율민.
그런 야율민을 보며 사마천이 말하자 야율민이 부드러운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 그런 사마천의 옆에 있던 미소년 단진은…….
부웅!
부웅!
묵묵히 검을 휘두를 뿐이다.
단진.
저 녀석은 검의 천재다.
열세 살이라는 나이에도 불구하고 야율민과 같이 완숙한 이류의 경지에 이르렀다.
어쩌면 열다섯 이전에 일류의 경지에 올라설지도 몰랐다.
무림 역사를 살펴보면 열다섯 이전에 일류의 경지에 오른 인물들은 모두 최소한 삼황 三皇급의 위인이 되었다.
그 뜻은 단진이 저대로만 성장한다면 천마와도 같은 괴물이 된다는 뜻.
가만 보면 저 녀석도 참 대단하다.
그런 괴물 같은 재능에 무서울 정도로 노력을 하니 말이다.
까득.
그런 단진의 모습에 자극을 받았을까?
미소를 짓던 야율민이 인상을 찌푸리며 이를 갈았다.
부웅.
그러고는 다시 자세를 잡고 자신의 창을 휘두르기 시작했다.
야율민.
저 녀석도 천재이지만 하필 비교하는 상대가 불세출의 천재인 단진이다.
불쌍한 놈이었다.
그런 천재 두 놈 사이에 낀 사마천은.
“하아…….”
한숨을 내쉬며 몸을 일으키고는 다시 검을 휘둘렀다.
“크크.”
재미있었다.
사마천은 자신의 의지도 있지만 분위기에 휩쓸려 수련하는 것도 있었기 때문이다.
만약 단진과 야율민이 없었다면 사마천은 그냥 또래에 비해 조금 뛰어난 정도였을 것이다.
하지만 뛰어난 천재 소년들 사이에서 사마천은 자신도 모르게 자기를 극한까지 몰아붙였고 곧 그것이 그가 동 나이 대에 손에 꼽히는 고수가 되게 해 주는 거름이 되었다.
물론, 사마천이 원하는 것 같지는 않았지만 말이다.
“공자.”
“왜?”
그런 녀석들을 보며 미소를 지은 것도 잠시.
나는 옆에서 들려오는 걸걸한 목소리에 차가운 목소리로 대답했다.
“서 소저 말이오…….”
빠악!
저 호색한 같은 놈의 입에서 우리 은설의 이름이 나오니 기분이 심히 더러웠다.
그에 나는 구양적의 뒤통수를 냅다 후려쳤다.
아침에 문을 부쉈던 것까지 포함해서 진심을 담아 말이다.
그 명쾌한 소리가 너무나도 컸을까?
수련에 집중하던 세 명의 아이들이 수련을 멈추고 이쪽을 바라보았다.
“공자님?”
그리고 비질을 하며 멀리서 우리를 지켜보던 마복, 아니 마노가 두 눈을 크게 뜨며 나를 바라보았다.
“적아.”
“…….”
조금 진심이 담겨 있었기 때문일까?
아무리 때려도 푸하하 거리던 놈이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이거…… 왠지 내가 죄인이 된 기분이다.
“적아?”
“…….”
뭐지?
두 번째 부름에도 들려오지 않는 구양적의 대답.
그 대답에 나는 고개를 돌렸다.
“젠장!”
그리고 발견했다.
바닥에 엎드려 기절한 구양적을 말이다.
“괜찮습니다.”
그런 구양적의 모습에 한달음에 달려온 마노가 구양적의 맥을 짚고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어느 정도 의술을 배운 마노였기에 나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처음이다.
이 무시무시한 맷집을 지닌 놈이 기절한 것은 말이다.
아무래도 너무 익숙해져서 힘을 너무 강하게 준 것 같았다.
자제해야지…….
“공자님.”
“예, 마노.”
“손속에 제한을 두셔야 했습니다.”
인정한다.
마노의 충고에 나는 가만히 고개를 끄덕였다.
안 그래도 방금까지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으니 말이다.
“언제 일어날 것 같습니까?”
“구양 공자의 괴물 같은 육체라면 아마 곧…….”
“푸하하!”
마노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
기절해 있던 구양적이 특유의 웃음소리를 내며 몸을 일으켰다.
말 그대로 부활이었다.
그렇게 부활한 구양적이 특유의 소리를 내며 웃더니 이내 뒤통수를 긁적이며 나를 바라보았다.
“공자, 힘이 약해졌소이다?”
뭔 소리야?
방금 뒤통수 맞고 기절했으면서?
“푸하하! 공자 너무 약하오! 그래서 교주가 될 수 있겠소이까!”
아…….
한 대 더 때릴까…….
손속에 제한을 두기는 개뿔.
너는 뒈졌다.
* * *
“흐음…….”
광마도 윤무천.
그는 초절정의 끝자락에 다다라 있는 고수 중의 고수다.
당장 이곳에서 천마를 제외하고는 그를 감당할 수 있는 존재는 없었다.
그렇기에 윤무천은 내공으로 자신의 기척을 지우고 당당하게 천마신교 내부를 걸어 다녔다.
천마신교의 무력재가 주를 이루고 있는 인마궁을 지나 장로각과 마의당이 있는 지마궁을 지났다.
지마궁을 지난 윤무천을 맞이한 거대한 문.
그는 가만히 거대한 문을 올려다보았다.
거대한 문 정중앙에 멋들어진 글씨체로 적혀 있는 천마허마문 天魔許魔門.
바로, 천마의 허락이 없는 마인은 그 누구도 들어서지 못한다는 상징과도 같은 문이었다.
그런 천마허마문을 지키고 있는 네 명의 무인.
바로 절정의 경지에 올라 있는 고수들이 천마허마문을 지키고 있었다.
그런 고수들의 사이로.
윤무천은 천천히 걸음을 옮겼다.
스윽.
그러고는 아무렇지 않게 고수들을 지나 천마허마문을 통과했다.
천마의 허락이 없는 한 그 누구도 지나가지 못하는 문.
그 문을 넘어선 것이다.
아무리 윤무천이 천마신교의 우호법이라도 있을 수 없는 일!
그 있을 수 없는 일을 윤무천은 아무렇지 않게 행하고 있었다.
“하암.”
“집중.”
“죄송합니다.”
그렇게 윤무천이 자신들을 지나갔다는 것도 모른 채 무사들은 긴장을 하며 계속해서 문 앞에서 보초를 섰다.
“응?”
그렇게 천마허마문을 지나 천마궁을 당당하게 걷던 윤무천은 저 멀리 보이는 광경에 살짝 놀란 표정을 지었다.
부웅!
부웅!
아직은 어린 소년으로 보이는 공자들이 각자의 무기를 휘두르며 수련을 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 아이들의 자손인가.”
자신이 장로로 한창 활동하던 시절.
지금의 아이들과 같은 모습으로 열심히 수련하던 장로들을 떠올리며 윤무천은 걸음을 옮겼다.
문득 옛날 생각이 나 자신도 모르게 그곳을 향해 걸음을 옮겼던 것이다.
“푸하하!”
‘저놈이 미친 곰의 아들이군.’
웃음소리만 들어도 알겠다.
아니, 저 거대한 덩치만 보더라도 알겠다.
저 녀석이 바로 미친 곰, 권마의 아들이라는 것을 말이다.
구양적을 보며 가볍게 고개를 끄덕인 윤무천은 고개를 돌렸다.
‘호오?’
그러자 보였다.
눈이 부실 정도로 아름다운 얼굴을 지녔으나 신의 장난인지 한쪽 얼굴이 흉측한 소년.
바로 검마의 아들 단진이었다.
그런 단진을 보며 놀란 표정을 지은 윤무천.
그가 가만히 턱을 쓰다듬었다.
‘천재다.’
어리다.
단진의 외형으로 봐서는 많이 잡아도 열다섯 살.
그런 아이가 완숙한 이류의 경지였다.
‘아니, 이미 일류인가?’
일류의 경지에 한 발 걸치고 있는 단진.
그런 단진을 보며 윤무천은 흥미로운 표정을 지었다.
‘지 애비보다 훨씬 낫군.’
일장로인 검마를 떠올리며 윤무천은 흐뭇한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사마 형! 이것도 받아 보십시오!”
“오십시오!”
그리고, 옆에서 서로 대련을 하고 있는 두 명의 청년들이 보였다.
너무나도 우렁찬 야율민의 목소리.
그 목소리에 윤무천이 인상을 찌푸렸다.
‘창마 놈의 아들이군.’
어린 시절부터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몰랐던 음흉한 놈.
그 놈과 똑 닮은 야율민을 보며 윤무천은 불쾌한 표정을 지었다.
그러고는 이내.
‘호오?’
야율민을 매섭게 몰아치는 사마천을 보며 두 눈을 크게 떴다.
단진만큼은 아니지만 나이에 비해 뛰어난 실력을 보여 주는 사마천.
그런 사마천을 보며 윤무천은 씨익 미소를 지었다.
‘마뇌, 동생을 무인으로 키울 생각인가?’
늘 미소를 지으며 자신에게 어르신이라며 예를 갖추던 마뇌.
그를 떠올리며 윤무천은 고개를 끄덕였다.
마뇌 정도면 아주 뛰어난 군사이다.
게다가 젊었다.
그렇기에 그의 아들도 아니고 동생이라면 무인의 길을 걷는 것이 나을지도 몰랐다.
속으로 마뇌의 생각을 대충 짐작한 윤무천이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마뇌, 그는 역시 아주 실용적인 사내였다.
예부터 이성적으로 일을 처리해 왔던 마뇌를 떠올리니 윤무천은 본교의 앞날이 밝다고 생각되었다.
지금의 천마가 죽으면 말이다.
하지만 윤무천은 몰랐다.
사마천은 마뇌마저 놀라게 할 정도로 뛰어난 두뇌를 소유하고 있었고, 사마천이 경험만 쌓으면 언제든지 군사의 자리를 물려줄 의향이 있다는 것을 말이다.
그렇게 모든 아이들을 둘러본 윤무천.
그가 아까부터 나무 아래에 앉아 있던 소년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흠칫.
고개를 돌리자 자신과 두 눈이 마주친 소년.
십 대 초반으로 보이는 듯한 소년과 두 눈이 마주친 윤무천은 자신도 모르게 흠칫했다.
그리고 이내 허탈한 표정을 지었다.
‘멍청하구나.’
초절정의 고수인 자신이다.
아니 곧 화경의 경지를 이룰 것이다.
천마신교의 이인자이자 무림에서도 손에 꼽힐 정도로 강한 자신이 고작 어린아이에게 흠칫한다고?
이렇게 부끄럽고 자존심 상할 일이 있을 수 없었다.
그때.
“누구십니까?”
나무 아래에 앉아 있던 소년이 자리에서 일어나 물었다.
“…….”
그에 윤무천은 두 눈을 크게 떴다.
설마…… 저 아이는 자신을 알아본 것인가?
초절정고수인 자신의 내공과 기척을 간파하고?
‘그럴 리가.’
잠깐 놀란 것도 잠시.
윤무천은 그럴 리가 없다는 것을 깨닫고는 속으로 피식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 그때.
저벅저벅.
소년이 자신의 방향으로 걸어오고 있었다.
“…….”
한 치의 흔들림도 없이 자신의 두 눈을 바라보며 걸어온 미소년.
우뚝.
그 소년이 윤무천의 앞에 멈추어 섰다.
그러고는 고개를 들어 윤무천의 두 눈을 바라보았다.
“누구십니까.”
“!!”
* * *
‘이 노인은 누구지?’
선선한 바람에 몸을 맡기며 그늘 아래에서 휴식을 취하던 나는 한쪽 구석에서 아이들을 빤히 바라보는 노인을 발견했다.
‘얼씨구?’
표정을 찡그렸다가 웃었다가 고개를 끄덕였다가.
아주 감정이 풍부한 노인이었다.
그에 고개를 갸웃거린 것도 잠시.
나는 얼굴을 굳혔다.
이곳은 천마궁에 위치한 소교주전이다.
천마의 허락 없이는 아무도 들어설 수 없다는 천마허마문이 지키고 있는 소교주전 말이다.
헌데 이곳에 그 누구의 안내도 없이 홀로 걸어 다닌다?
그 뜻은 이 노인이 최소한 장로급의 직위를 가지고 있는 자라는 뜻이었다.
장로급의 인물이 아니라면 이렇게 홀로 천마궁 내부를 다닐 수 없으니 말이다.
그에 나는 자리에서 일어나 노인을 똑바로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누구십니까.”
나의 물음에 두 눈을 크게 뜨며 놀란 표정을 지은 노인.
나는 그런 노인을 보며 인상을 찌푸렸다.
놀란 표정을 지은 것도 잠시, 이내 피식 웃으며 나를 무시하는 것이 아닌가?
이것 참.
아무리 어른이더라도 아이의 앞에서 이런 무례한 행동을 보이다니.
존중받을 가치가 없는 노인, 아니 노인네였다.
‘나도 지위는 꿀리지 않는다고.’
천마신교의 후계자가 곧 나다.
물론 정식적인 소교주의 지위를 받지 못했고 내 동생 천이도 있지만 지금으로서는 소교주의 지위에 가장 가까운 이가 바로 나다.
그렇기에 나는 당당하게 걸음을 옮겼다.
그러고는 설마 하는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고 있는 노인을 직시했다.
“누구십니까.”
그리고 물었다.
삼 년간, 천마와의 수련으로 인해 어느덧 이성에 이른 천마신공의 마기를 끌어 올리며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