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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천마신교는 이상하다-54화 (54/275)

제54화

제54장 저주받은 아이 詛呪兒

‘미친 건가.’

어머니와 백리진이 함께 있다는 이야기를 들은 나는 새끼 오리처럼 뒤따르는 녀석들을 따돌리고 서은설과 함께 천마궁에 들어섰다.

그렇게 사이좋게 서은설과 대화를 나누며 어머니가 계신 숲길 산책로를 향해 걸음을 옮기던 나는 그만 보고 말았다.

내 눈앞에 펼쳐진 믿지 못할 광경을 말이다!

너무나도 사랑스럽다는 듯 미소를 지으며 어머니를 바라보고 있는 천마.

미소를 짓고 있는 그런 천마의 모습에 나는 경악했다.

저 양반이 진짜 제대로 미쳐 버린 것인가?

전생과 현생을 통틀어 처음이다.

천마의 진실한 미소를 본 것이 말이다.

그렇게 너무나도 놀라운 천마의 모습에 정신이 팔려 굳어 버린 것도 잠시.

“저분이 네 아버지야?”

나는 옆에서 들려오는 맑은 목소리에 퍼뜩 정신을 차렸다.

그러고는 언제 당황했냐는 듯 부드러운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돌렸다.

그러자 보였다.

순수한 눈빛으로 천마를 바라보고 있는 서은설이 말이다.

“응, 저분이 나의 아버지이자 마도의 지존이라고 불리는 천마이셔.”

“와아. 너는 아버지를 닮았구나.”

“…….”

이거 참.

기분 나빴다.

내가 어딜 봐서 저 악마와 닮았다는 말인가?

아무리 사랑스러운 은설이라고 해도 이건 선 넘었다.

은설, 실망이야.

“너는 아버지를 닮아서 잘생겼구나!”

“크흠.”

그렇지, 내가 잘생겼지.

역시 우리 은설이는 보는 눈이 있어.

“근데 어머니도 아주 예쁘셔서 그런가? 나는 극신이 네가 조금 더 잘생긴 것 같아!”

역시 우리 은설이!

그래, 내가 천마보다 잘생겼어, 인정, 완전 인정.

“고마워!”

금세 기분이 좋아진 나는 환한 미소를 지으며 서은설에게 감사를 표했다.

나의 마음을 들었다 놨다 하는 이 요물!

아주 예뻐 죽겠다.

아 혹시나 해서 말하는 건데 말이다.

절대 잘생겼다고 해서 기분이 풀린 것이 아니다.

진짜 절대 아니다.

그렇게 서은설과 실없는 대화를 나누던 나는 다시 굳어 버렸다.

그만 보고 말았던 것이다.

‘X 됐다.’

어머니를 향해 미소 짓는 아버지와, 그런 아버지를 보며 얼굴을 붉히고 있는 백리진을 말이다.

전생에서는 내가 여덟 살인 지금, 천소화는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았다.

하지만 현생은 다르다.

전생에서는 내가 어렸던 시절 괴물 같은 나의 모습에 질려 스스로 목숨을 끊었던 어머니였다.

하지만 현생에서는 그런 것 없이 지금까지 잘 살아오고 있었다.

나와 동생인 위천을 위해서라면 천마에게 맞서는 것을 마다하지 않는 강한 여인으로 말이다.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 거야?’

그런 어머니가 살아 있는 것도 전생과는 너무나도 달랐지만 그것보다 더 충격적인 것은 천마의 미소이다.

전생의 천마는 어머니 천소화가 죽었을 때도 눈 하나 깜빡하지 않았던 냉혈한이었다.

천소화에게는 아무런 관심도 없었다고 볼 수 있었다.

헌데 지금은?

천소화를 바라보는 천마의 눈빛은 마치…….

‘나와 같다.’

그래, 내가 은설을 바라보는 눈과 같았다.

바로 사랑하는 정인을 바라보는, 호감이 가득한 눈빛 말이다.

그리고 더 경악적인 것은 어머니마저 그런 천마를 부드러운 눈빛으로 바라보고 있다는 것이다.

‘미치겠군.’

머리가 복잡했다.

원래 천마의 저 따뜻한 눈빛은 어머니가 아닌 백리진을 향하여야만 했다.

하지만 지금은 달랐다.

그 눈빛은 전생에서는 존재하지 않았던, 어머니를 향해 있었다.

전생과는 너무나도 다른 이 상황에서 같은 것은 오직 단 하나였다.

나로 인해 불우한 인생을 보내었던 백리진.

그녀만이 천마를 바라보는 눈빛은 똑같았다.

전생 현생 할 것 없이 말이다.

‘미래가 바뀐 것인가.’

어머니가 살아 있어서.

또 나 하나로 인해 주변 사람과 상황이 달라지면서 미래도 바뀌어 버렸다.

전생에서 만났던 무당 제일 검이면서 동시에 나한테 맨날 얻어터지면서도 기어오르던 젊은 도사 태진.

그가 나에게 했던 말이 떠올랐다.

나비의 작은 날갯짓이 서역에서는 거대한 돌풍이 된다는 말.

그 말을 듣고 내심 코웃음을 쳤던 나였지만 막상 지금 상황이 닥쳐오니 나는 그 말이 문득 떠올랐다.

내가 비웃었던 태진의 말이 맞았다.

나의 변화는 아주 작은 나비의 날갯짓에 불과했다.

하지만 그런 나의 변화로 인해 인과 因果가 비틀어졌으며, 운명 運命과 인연 因緣이 달라졌다.

‘내가 무슨 짓을 한 것이지…….’

덜컥 겁이 났다.

이렇게 인과율이 틀어져도 괜찮은 것일까?

나라는 존재 하나 때문에?

나라는 존재는 지극히 하찮은 존재다.

운명이라는 거대한 파도에 휩쓸리는 그런 나약한 존재.

헌데 그런 내가 이렇게 마음껏 운명을 비틀어도 되는 것일까?

두렵다.

너무나도 무섭다.

스윽.

“!!”

갑작스럽게 느껴지는 따뜻한 촉감.

그 촉감에 나는 화들짝 놀라며 고개를 돌렸다.

“괜찮아?”

나를 바라보며 걱정스러운 어조로 묻는 아름다운 소녀.

서은설의 물음에 나는 멍한 표정을 지었다.

“아…….”

그리고 탄성을 내뱉었다.

멍청하게도 심마에 빠져들고 말았다.

너무나도 거대하고 두려운 상황에 휘말려 심마에 빠지다니.

전생의 내가 지금 이 모습을 봤다면 나약하다고 코웃음을 칠 것이다.

‘멍청하군.’

피식, 실소가 흘러나왔다.

그러고는 나는 다시 고개를 들었다.

나의 심마를 한 번에 날려 버릴 정도로 맑고 투명한 푸른색의 두 눈.

서은설의 아름다운 두 눈을 가만히 바라보았다.

그러자 어지럽고 깨질 듯이 아팠던 머리가 거짓말처럼 개운해졌다.

그래. 인과율이고 나발이고.

어쩌라고.

나는 나대로 살아갈 것이다.

‘그래, 지금 정리하자.’

생각이 정리되자 나는 결심 어린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덜컥 겁이 나 제대로 마주하지 않았던 진실을 직면하기로 마음먹은 나는 굳은 눈빛으로 서은설을 바라보았다.

“은설.”

“응.”

“혹시 이 목걸이 가지고 있어?”

나의 부름에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입을 연 서은설.

나는 그런 서은설을 보며 목에 걸린 목걸이를 꺼내어 보여 주었다.

“!!”

반쪽으로 갈라진 목걸이.

그 목걸이를 보여 주자 서은설이 두 눈을 크게 떴다.

노란색으로 이루어진 작은 보름달의 목걸이.

반으로 갈라져 있는 목걸이를 본 서은설의 표정에 나는 역시나 하는 표정을 지었다.

“나머지 반쪽…… 네가 가지고 있지?”

“응…….”

나의 물음에 서은설이 대답했다.

그러고는 목에 걸려 있는 목걸이를 꺼내어 보여 주었다.

그에 나는 목걸이를 벗었다.

그러고는 은설을 바라보았다.

“목걸이 잠시만 줄래?”

“응.”

나의 부탁에 홀린 듯 고개를 끄덕인 서은설.

그녀가 나를 향해 목걸이를 건네주었다.

그녀가 건넨 목걸이를 받아 든 나는 천천히.

그리고 조심스럽게 서로 부족한 부분을 향해 가져다 대었다.

“아!”

딱 맞았다.

조금의 빈틈도 없이 완벽하게 하나가 된 보름달 모양의 목걸이.

그 목걸이의 완성된 모습에 서은설이 감탄했다.

그리고 나 또한 감탄했다.

이 목걸이는 역시, 너무나도 아름다웠다.

우웅!

그때!

아름다운 목걸이에 감탄하던 것도 잠시 목걸이가 진동을 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촤아악!

노란색의 빛이 일어나 나와 서은설을 뒤덮었다.

* * *

서역의 대제국 파사국 波斯國.

깊은 밤을 밝게 비춘 거대한 왕성의 한 방에서 적발의 아름다운 여인이 전신이 땀에 젖은 채로 인상을 쓰며 괴로워하고 있었다.

“아스나! 조금만 더 힘내!”

그런 여인의 옆.

중원에서는 좀처럼 보기 힘든 훤칠한 색목인이 여인과 같은 괴로운 표정을 지으며 여인의 손을 강하게 쥐었다.

“마마! 조금만 더!”

그런 여인, 아스나의 다리 아래.

파사국 波斯國의 왕실 산파가 큰 목소리로 말했다.

“끄읍!”

그런 산파와 사내의 응원에 이에 물린 재갈을 강하게 물며 배에 힘을 준 아스나.

그런 아스나의 노력이 통했을까?

“응애!”

곧, 방 안에는 맑은 아이의 울음소리가 가득했다.

“아아…….”

신성한 새로운 생명의 탄생에 사내는 물론 산파와 시녀까지 모두가 안도의 탄식을 내뱉었다.

“아스나…….”

자신의 핏줄을 생산해 준 고마운 여인 아스나.

그런 아스나의 젖은 머리칼을 넘겨주기 위해 손을 내밀었던 사내는 그대로 굳어 버렸다.

“흐으읍!”

아스나의 진통은 아직 끝나지 않았던 것이다.

“허억!”

“!!”

갑작스러운 아스나의 돌발 행동에 산파는 물론 주변에 있던 시녀들이 두 눈을 크게 떴다.

“응애 응애!”

먼저 태어나 활기차게 울음을 터뜨리고 있는 아이를 제외하고는 모두 굳어 버린 지금.

“으으읍!”

아스나가 다시 힘을 강하게 주었다.

“아아…….”

그런 아스나의 노력으로 인해 조금씩 보이는 아기의 머리.

새로운 생명의 모습에 산파는 두려운 표정을 지었다.

“신이시여…….”

그러고는 아이를 받는 것도 잊어버린 채 고개를 숙이며 기도를 올렸다.

두려움에 질려 온몸을 부들부들 떨며 말이다.

“저…… 저주다!”

“꺄아악!”

그런 산파의 행동과 점점 보이는 새로운 아이의 모습에 주변에 있던 시녀들이 겁에 질린 표정으로 소리를 질렀다.

쌍둥이.

유일신을 믿는 파사국에서의 쌍둥이는 끔찍한 존재이다.

신의 그림자와도 같은 또 다른 신 어둠.

그 신의 모습이 서로 똑같은 외형을 지닌 쌍둥이와 같았기에 사람들은 늦게 태어난 아이를 악마라 칭했고 나아가 대재앙을 불러올 것이라 생각하여 태어나는 즉시 모두 죽여 버렸다.

그것이 파사국의 문화였다.

그에 산파와 시녀들은 악마의 탄생에 공포스러워하며 소리를 질렀던 것이다.

그런 산파와 시녀들의 사이로.

유일하게 침착한 표정을 지은 사내, 파사국의 국왕 레토가 몸을 일으켰다.

그리고.

서걱.

“…….”

그대로 소리를 지르는 시녀들과 산파를 단칼에 베어 버렸다.

“…….”

파사국의 국왕이자 제일의 기사답게 순식간에 세 명의 인간을 죽여 버린 레토.

그가 차가운 눈빛으로 이미 죽어 버린 산파를 내려다보았다.

“짐의 아이다.”

“…….”

가슴을 서늘하게 만들 정도로 차가운 레토의 목소리.

그 목소리에 반응이라도 하듯 죽어 버린 산파의 몸이 꿈틀거렸다.

“으으읍!”

그때. 또다시 아스나의 비명 소리가 들려왔다.

그에 정신을 차린 레토는 검을 아무렇게나 던졌다.

그러고는 아스나의 다리 사이로 새롭게 태어난 아이를 받아 들었다.

“응애!”

좀 전의 아이와 마찬가지로 맑은 울음을 토해 내는 아이.

레토는 그런 아이를 내려다보며 복잡한 표정을 지었다.

방금 태어난 아이와 같이 사랑스러운 아이다.

헌데 이런 아이가 악마라고?

도저히 믿기지가 않았다.

“레…… 레토…….”

그런 레토의 귀로 들려오는 아스나의 목소리.

그에 레토가 아스나에게 다가갔다.

“제발…… 살려 주세요…… 아이를…… 제발…….”

아이를 제대로 안아 보지도 못한 아스나였지만 이미 그녀에게 있어서 아이는 모든 것이었다.

모성이 가득한 아스나의 간절한 부탁에 레토가 얼굴을 굳혔다.

그러고는.

스윽.

목에 걸린 보름달 문양의 목걸이를 벗어 뒤늦게 태어난 아이에게 걸어 주었다.

“너는 누가 뭐라 하여도 내 아이다. 이 목걸이가 지켜 줄 것이다.”

“응애!!”

그날 밤.

레토는 아무도 모르게 왕성을 벗어났다.

도망이라도 가듯 다급한 표정으로 품속에 작은 포대기를 안고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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