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나의 천마신교는 이상하다-53화 (53/275)

제53화

제53장 산책 散策

“왔니?”

노란색의 유채꽃이 가득한 아름다운 화원 花園.

그곳에 들어선 백리진은 자신의 귀로 들려오는 목소리에 고개를 돌렸다.

그러고는 환한 미소를 지었다.

“언니!”

천마신교에서의 생활이 불편할 것이라 생각했던 백리진이었지만 저 여인, 천소화를 만나고는 달라졌다.

오히려 사황성에 있을 때보다 더 즐거울 정도.

화원 중앙에 위치한 정자에 앉아 미소를 짓고 있는 천소화의 모습을 보니 너무나도 반가웠던 백리진이 손을 높게 들어 흔들었다.

그러고는 절정의 고수답게 빠른 속도로 정자를 향해 다가왔다.

“천천히 오지. 어서 앉아.”

그런 백리진의 모습에 미소를 지은 천소화.

그녀가 기품 어린 손짓으로 백리진에게 자리를 권했다.

그에 백리진은 싱긋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자.”

백리진이 자리에 앉자 기다렸다는 듯 따뜻한 차를 채워 준 천소화.

백리진은 자신의 앞에 놓인 찻잔을 들었다.

그러고는 한 모금 들이켰다.

“역시, 언니의 다도 실력은 대단해요.”

찻물을 넘기자마자 따듯해지는 전신과 은은하게 퍼지는 향기.

그 황홀함에 백리진이 풀어진 듯한 미소를 짓자 천소화가 부드럽게 웃었다.

그러고는 입을 열었다.

“고마워.”

“아니에요.”

천소화의 감사에 미소를 지은 백리진.

그녀가 다시 차를 한 모금 마셨다.

“성주께서는?”

“교주님을 만나러 간다고 하던데요?”

“그렇구나.”

백리진의 대답에 천소화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고는 다시 입을 열었다.

“네가 예뻐하는 아이는?”

“은설이요?”

“응.”

백리진의 물음에 천소화가 대답했다.

그에 백리진은 살짝 웃음을 지었다.

“말도 마요, 언니 아들 때문에 저를 쳐다도 안 보는 거 있죠?”

“응?”

짓궂은 목소리로 말하는 백리진을 보며 천소화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무슨 말인지 이해를 하지 못했던 것이다.

“처음 사귄 친구라서 그런지 매일같이 언니 아들인 대공자와 장로들의 아이들과 놀러 다녀요.”

“정말?”

“네. 녀석이 그렇게 행복해하는 건 처음 봤어요. 나랑 있을 때나 그렇게 웃지.”

말은 불퉁하게 하면서도 여전히 미소가 떠나지 않는 백리진의 모습에 천소화가 미소를 지었다.

백리진이 서은설이라는 아이를 친딸만큼이나 아낀다는 것이 느껴졌고, 또 그 마음이 너무나도 따듯하여 보기 좋았던 것이다.

“다행이다.”

“네, 덕분이에요.”

진심이 가득한 천소화의 말에 백리진 또한 미소를 지었다.

그러고는 고개를 들어 천소화를 바라보았다.

두 아이의 엄마라고는 믿기지 않을 정도로 너무나도 아름다운 외모를 지닌 천소화.

거기에다가 가만히 숨을 쉬고 있어도 넘치다 못해 철철 넘치는 기품까지.

너무나도 매력적인 천소화의 모습에 백리진은 문득 생각했다.

이 아름다운 여인을 옆에 둔 천마는 어떤 기분일지 말이다.

“언니.”

“응?”

그래서 질문하기로 했다.

백리진의 물음에 차를 마시던 천소화가 고개를 들어 백리진을 바라보았다.

“교주님이 무섭지는 않아요?”

어린 시절. 잠깐 보았던 냉막한 소년.

너무나도 싸늘한 눈빛을 지니고 있던 천마 위관악의 어린 시절을 떠올리며 백리진이 물었다.

“글쎄.”

그런 백리진의 물음에 묘한 미소를 지은 천소화.

그녀가 차를 다시 한 모금 들이켰다.

그러고는 은은한 미소를 지으며 백리진을 바라보았다.

“안쓰러운 사람이야.”

“……?”

백리진은 순간 자신의 두 귀를 의심했다.

잔혹하고 잔인하기로 중원 전역에 소문난 천마다.

그가 일으킨 정마전쟁으로 얼마나 많은 사람이 죽었던가?

헌데, 그런 악마 같은 그가 안쓰럽다고?

도대체 어떤 시야를 가지고 있으면 그렇게 보인단 말인가?

백리진이 두 눈을 크게 뜨며 놀란 표정을 짓자 천소화가 살짝 소리 내어 웃었다.

그러고는 다시 입을 열었다.

“그 사람을 보면, 옆에서 힘이 되어 주고 싶어. 같이 있어 주고 싶고.”

“……?”

“사랑을 모르는 사람. 그래서 베풀 줄 모르는 사람이야.”

“…….”

들으면 들을수록 백리진의 표정은 묘해졌다.

뭘까.

이 착하고 예쁜 언니는 천마라는 존재에 대해서 잘 모르는 것일까?

“우리 산책할까?”

그렇게 백리진이 복잡한 표정을 짓자 천소화가 살짝 미소를 지으며 물었다.

그에 백리진은 정신을 차렸다.

“좋은 데 있어요?”

드넓은 신강 내에 위치한 천마신교.

그곳에 산책하기 좋은 곳이 있는지 백리진이 묻자 천소화가 살짝 미소를 지었다.

“그이의 거처 옆에 좋은 숲길이 있어.”

“……설마 그이가 천마는 아니겠죠?”

천소화의 말에 백리진이 두 눈가를 찌푸리며 조심스럽게 물었다.

그에 천소화가 두 눈을 살짝 흘겼다.

“얘는, 당연히 그이지.”

“헐…….”

그 무서운 천마의 거처에 아무렇지 않게 가겠다는 그녀.

천마의 유일한 벗인 자신의 오라비마저 가 보지 못한 그곳에 가겠다는 천소화를 보며 백리진은 생각하는 것을 포기했다.

* * *

“정말 괜찮아요?”

불안했다.

천소화의 뒤를 따라서 천마허마문을 지나 천마궁으로 들어선 백리진.

그녀가 천소화의 뒤에서 주변 눈치를 살피며 묻자 천소화가 싱긋 미소를 지었다.

“응. 천마허마문을 지키던 무사들도 길을 비켜 주었잖아.”

“하지만…….”

천소화의 대답에 백리진이 말끝을 흐렸다.

맞다. 분명 비켜 주었다.

아주 매서운 눈빛으로 자신을 노려보며 말이다.

절정의 경지에 이른 자신을 겁먹게 할 정도로 매서운 눈빛을 보내던 무인들을 떠올린 백리진이 고개를 들었다.

역시 불편해서 안 되겠다.

이곳을 나가야겠다고 말하려는 순간.

“…….”

자신을 보며 은은한 미소를 짓고 있는 천소화의 얼굴이 보였다.

그 아름답고 믿음직한 모습에 자신을 지배하던 공포가 사라진 백리진이 자신도 모르게 미소를 지었다.

“가자.”

그런 백리진을 향해 미소를 지으며 손을 내민 천소화.

백리진은 환한 미소를 지으며 그런 천소화의 손을 잡았다.

그래.

이 언니와 함께라면 그 어떤 것도 전혀 두렵지 않았다.

그 천마의 거처라고 해도 말이다.

괜히 용기가 생기는 백리진이었다.

그렇게 용기가 생긴 백리진은 천소화와 함께 멋진 숲길을 거닐었다.

“너무 예뻐요,”

하늘 높이 솟아오른 대나무들.

촤아악!

바람이 지나갈 때마다 소리를 내는 대나무 잎들까지.

그 광경과 소리에 취한 백리진이 몽롱한 표정을 지으며 말하자 천소화가 미소를 지었다.

“그렇지? 내가 아주 좋아하는 길이야. 그래서 백리 동생도 좋아할 것 같아서 데리고 왔어.”

마음이 너무나도 아름다운 천소화의 말에 백리진이 환한 미소를 지었다.

와락!

그러고는 그대로 자신보다 작은 체구인 천소화를 끌어안았다.

“고마워요 언니!”

격하게 감사함을 표하는 백리진의 행동에 천소화는 당황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천소화는 부드러운 미소를 지었다.

처음에는 이 아이와 친구가 될 수 있을까 걱정했었다.

혹시, 자신을 싫어하면 어떡할까…… 얼마나 노심초사했던가.

하지만 그 걱정은 기우에 불과했다.

직접 만난 그녀는 너무나도 따뜻하고 인간적인 친구였으니 말이다.

그에 천소화가 부드러운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아니야, 좋아하니 다행이다.”

“헤헤.”

듣는 이로 하여금 미소를 짓게 만드는 마성의 목소리에 백리진이 풀린 미소를 지었다.

역시 자신은 이 언니가 너무나도 좋았다.

“여기 있었군.”

그러기를 잠시.

뒤에서 들려오는 낮은 목소리에 백리진은 얼굴을 굳혔다.

“지존을 뵙습니다!”

뒤에서 들려오는 목소리와 함께 천소화를 지키기 위해 자신들을 따르던 호위무사들이 한쪽 무릎을 꿇으며 예를 갖추었다.

천마신교의 무인들이 예를 갖추는 지존은 이 세상에 단 한 명뿐이었다…….

바로 마의 지존이라 불리는 천마 天魔.

그것을 상기한 백리진은 그대로 굳어 버렸다.

그러고는 천천히 고개를 돌렸다.

두둥.

그리고 어린 시절과 똑같이 삭막한 표정과 싸늘한 눈빛을 지니고 있는 천마, 위관악을 발견할 수 있었다.

“이 녀석의 동생인가?”

백리관과는 만났지만 그의 일행들과는 만난 적이 없던 위관악.

그가 자신의 뒤에 있는 백리관을 턱짓으로 가볍게 가리키며 물었다.

그런 위관악, 천마의 물음에 백리진은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았다.

부들부들.

그저 온몸을 떨 뿐이었다.

화경의 고수인 천마와 두 눈을 마주치자 마음속 깊은 곳에서부터 공포라는 감정이 올라와 아무런 행동을 취할 수 없었던 것이었다.

그런 백리진의 모습에 천마가 눈가를 살짝 찌푸렸다.

“대답하지?”

“…….”

천마의 이어진 경고에도 백리진은 아무런 대답도 하지 못했다.

싸늘했다.

그리고 두려웠다.

그에 천마가 다시 입을 열려던 순간.

“당신, 손님에게 그런 눈빛은 좋지 않아요.”

천소화가 나섰다.

백리진의 앞을 막으며 허리에 손을 얹은 채 천마에게 말하는 천소화.

어린아이를 혼내는 듯한 천소화의 모습에 백리진은 두 눈을 크게 떴다.

이 언니가 미친 것일까?

상대는 황제도 경배하지 않는 유아독존 천마이다.

그런 천마에게 저런 훈계하는 말투라니?

절대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막아야 해.’

저 악마 같은 천마는 분명 자신의 언니를 찢어 죽일 것이다.

절대 그렇게 내버려 둘 수는 없었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천소화는 백리진에게 있어서 친언니와 같은 존재가 되었다.

늘 사내들이 우글거리는 사황성에서 자라 온 백리진은 그런 소중한 언니를 잃고 싶지 않았다.

그렇기에 내공을 끌어 올리려던 그 순간.

“내 눈빛이 이상했나?”

자신의 귀로 들려오는 천마의 목소리에 온몸에 힘이 빠져 버렸다.

“이상하지는 않았어요. 하지만 진이는 무서웠을 거예요.”

“그런가?”

“네.”

“그렇군.”

백리진은 두 눈을 의심했다.

지금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 것일까?

뭘까.

천소화의 지적에 고개를 끄덕이며 지적을 받아들이는 천마를 보며 백리진은 그대로 굳어 버렸다.

“…….”

물론 그녀들을 따른 호위무사들 또한 마찬가지였다.

그리고.

“…….”

천마의 뒤에 있던 사황성주 백리관 또한 마찬가지였다.

“아, 이분은?”

“그래, 사황성주다.”

그렇게 단둘만을 제외하고 모두가 굳어 있을 때.

천소화가 백리관을 발견하며 놀란 표정으로 말하자 천마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에 천소화가 백리관을 바라보았다.

“처음 뵙겠습니다. 천소화라고 합니다.”

“아…… 예. 반갑습니다.”

천소화의 인사에 당황한 채로 인사를 받은 백리관.

그런 백리관의 모습에 천마가 인상을 찌푸렸다.

“인사가 왜 그따위지?”

“응? 아. 죄송합니다. 제가 정신이 나가 버려서. 처음 뵙겠습니다. 백리관입니다.”

천마의 지적에 정신을 차린 백리관은 자신이 저지른 무례함을 깨닫고는 천소화에게 정중히 고개를 숙였다.

그런 백리관의 사과에 천소화가 미소를 지었다.

“괜찮습니다.”

“아…… 아름다우시군요.”

너무나도 아름다운 미소로 사과를 받아 주는 천소화의 모습에 그만 본심을 내뱉고 만 백리관.

그런 백리관의 말에 천소화가 싱긋 미소를 지었다.

“고맙습니다.”

“아…….”

싱긋 미소를 짓는 천소화의 모습이 꼭 상큼한 과일 같다고 생각한 백리관이 멍한 표정을 지었다.

너무나도 매력적인 천소화의 모습에 그만 정신 줄을 놓아 버리고 만 백리관.

그가 천소화의 얼굴을 빤히 바라보았다.

스윽.

그때.

백리관은 자신의 두 눈을 가린 거대한 등을 보며 고개를 갸웃거렸다.

뭐지?

갑자기 왜 이 녀석이 자신의 시야를 가리는 것일까?

백리관은 이해가 되지 않았다.

그렇게 백리관의 시야를 가린 천마는 자신의 부인, 천소화를 바라보았다.

“소화.”

“!!”

소화란다.

너무나도 친근하게 천소화의 이름을 부르는 천마의 모습에 백리관은 경악했다.

그리고.

“네.”

“오늘 저녁에 산책은 함께하지 못할 것 같다.”

아쉬운 목소리로 함께 산책을 하지 못할 것 같다는 천마의 말에 백리관은 입을 떡 벌렸다.

설마…… 자신의 부인과 산책을 하지 못해서 미안해하고 아쉬워하는 것인가?

그 아쉬울 것 없는 천마가?

“괜찮아요. 많이 바빠요?”

“망할 놈이 이곳에 와서.”

“손님이에요.”

“…….”

“난 괜찮으니 내일 같이 산책해요.”

그런 천마와 천소화의 모습에 백리관과 주변에 있던 호위무사들은 그대로 굳어 버렸다.

“알겠죠?”

자신의 말에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는 천마를 보며 천소화가 다시 물었다.

천마의 귀로 들려오는 너무나도 따뜻한 목소리.

그 목소리에 천마는 살짝 미소를 지었다.

“그래. 내일은 꼭 산책하자.”

양쪽 입꼬리가 살짝 올라가고 두 눈이 매력적이게 접힌 아름다운 미소.

보기 힘든 퇴폐적인 아름다움이 가득한 천마의 미소에 천소화는 특유의 부드러운 미소를 지었다.

너무나도 아름다운 한 쌍.

그 한 쌍을 바라보며 백리관은 감탄했다.

그리고.

두근.

천소화의 뒤에서 이 모습을 지켜보고 있던 백리진의 심장이 거세게 뛰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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