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나의 천마신교는 이상하다-49화 (49/275)

제49화

제49장 비마각 備魔閣 (2)

“너무 무서워하지 말아요, 늘 저러니까요.”

비마각을 안내하면서도 끊임없이 투닥거리는 아이들을 바라보던 서은설은 옆에서 들려오는 목소리에 고개를 돌렸다.

“저게 일상이에요……?”

뻐억!

또 들려왔다.

살벌한 주먹 소리가 말이다.

아이들의 눈치를 살피며 묻는 서은설의 모습에 야율령이 이해한다는 듯 살짝 미소를 지었다.

그러고는 입을 열었다.

“저것이 저들의 표현이에요.”

“주먹질이요?”

야율령의 말에 서은설이 이해가 되지 않는다는 표정으로 물었다.

그에 야율령은 고개를 끄덕였다.

“봐요. 아까부터 계속해서 맞고 있는 구양 공자가 화를 내고 있나요?”

야율령의 물음에 서은설이 고개를 돌렸다.

“아 좀! 나도 더 이상 못 참는다!”

“덤벼 곰탱이.”

야율민이라는 소년을 향해 언성을 높이는 구양적의 모습.

그 모습에 서은설이 다시 입을 열었다.

“네, 화내고 있어요.”

거짓말이 아니다.

구양적은 정말 화를 내고 있었다.

그런 서은설의 대답에 야율령이 미소를 지었다.

그러고는 다시, 입을 열었다.

“자세히 봐요.”

야율령의 말에 서은설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누가 봐도 구양적은 화를 내는 모습인데 자세히 보라니?

말도 안 되는 야율령의 말에 서은설은 입술을 삐죽였지만 그것도 잠시, 야율령의 말대로 구양적을 빤히 바라보았다.

그리고.

“아!”

발견했다.

살짝 올라간 구양적의 입꼬리가 말이다.

그에 서은설이 감탄하고는 다시 입을 열었다.

“구양 공자는 맞는 걸 좋아하나 봐요!”

“네? 호호!”

서은설의 깨달음에 당황한 야율령.

그녀가 이윽고 소리 내 웃었다.

그러고는 서은설을 향해 입을 열었다.

“그렇게 보일 수도 있겠군요. 그러면 이번에는 구양 공자를 상대하고 있는 소년을 바라보세요.”

야율령의 말에 고개를 끄덕인 서은설이 이번에는 야율민을 빤히 바라보았다.

“아! 저 공자는 때리는 것을 좋아하네요!”

그러고는 깨달았다.

야율민은 때리는 것을 좋아한다는 것을 말이다.

그런 서은설의 말에 야율령은 얼굴을 감싸 쥐었다.

부들부들.

그리고 깊은 곳에서부터 올라오는 웃음에 온몸을 부들부들 떨었다.

“언니……?”

그런 야율령의 행동에 서은설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에 야율령은 억지로 웃음을 참으며 고개를 들었다.

그러고는 다시 손을 뻗어 서은설의 손을 잡았다.

“미안해요, 너무 재미있는 해석이라서.”

“틀렸나요……?”

야율령의 말에 서은설은 시무룩한 표정으로 말했다.

그에 야율령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가로저었다.

“아니요, 그것 또한 정답이겠지요.”

“네?”

이해가 가지 않는 야율령의 말에 서은설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에 야율령은 싱긋 미소를 지어 주었다.

“어쨌든 알겠죠? 저들이 즐겁게 놀고 있다는 것을요.”

“네! 알 거 같아요.”

“그러니 저들을 두려워하지 말아요. 좋은 사람들이니까.”

“네!”

야율령의 말에 서은설이 환한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고는 자신의 손에 쥐어진 야율령의 손을 강하게 쥐었다.

“언니도 좋은 사람이에요!”

“어머, 고마워요. 소저도 너무 좋은 사람이에요.”

갑작스러운 서은설의 고백(?)에 심장이 쿵 하고 떨어진 야율령.

그녀가 서은설을 향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그에 서은설은 뿌듯한 미소를 지었다.

그러기를 잠시.

야율령은 서은설의 눈치를 살피며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저…… 소저.”

“네 언니.”

야율령의 부름에 힘차게 대답한 서은설.

그녀를 바라보며 야율령은 다시 입을 열었다.

“소저의 목에 혹, 무엇인가 있나요?”

“네!”

야율령의 물음에 서은설이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고는 옷 사이에 감춰진 자신의 목걸이를 꺼내 들었다.

반으로 갈라진 금색의 목걸이.

그것을 들어 보이며 서은설이 미소를 지었다.

“우리 부모님의 물건이에요.”

“아…….”

서은설의 대답에 야율령은 복잡한 표정을 지었다.

“왜요?”

그런 야율령의 반응에 서은설은 고개를 갸웃거리며 물었다.

그에 야율령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가로저었다.

싱거운 야율령의 반응에 서은설은 고개를 갸웃거렸지만 이내, 어깨를 으쓱이며 다시 목걸이를 옷 사이에 넣었다.

“가요 언니.”

“네.”

그러고는 앞장서며 걸음을 옮겼다.

그런 서은설의 말에 고개를 끄덕인 야율령.

그녀는 복잡한 표정으로 서은설의 뒷모습을.

그리고 저 앞에서 걸어가는 대공자 위극신의 뒷모습을 바라보았다.

‘왜…… 같은 기운이 느껴지는 것일까.’

시력을 잃은 대신 특별한 감각을 얻은 야율령.

그녀의 특별한 감각은 서은설의 목에 있던 목걸이와, 위극신의 기운이 똑같다고 알려 주고 있었다.

* * *

“와아!”

비마각에 위치한 수 개의 전각들 중 한 곳인 건물.

다른 전각들과 달리 높게 세워진 전각에 들어선 우리는 두 눈을 크게 떴다.

가장 먼저, 전각에 들어서자마자 수십 개의 얇은 기둥이 보였다.

하늘을 뚫을 듯한 기세로 높게 뻗어 있는 기둥들.

그리고.

구구!

찌르르!

얇은 기둥들의 가지에 앉아 쉬면서 자신의 목소리를 내는 수백 마리의 새들까지.

그 웅장한 모습에 서은설과 아이들은 물론 나까지 놀란 표정을 지었다.

솔직히 많이 놀랐다.

수백 마리의 새가 집에서 쉬는 것처럼 쉬고 있으니 신기했던 것이다.

아무튼, 그런 우리들을 바라보며 미소를 지은 사마천이 입을 열었다.

“이곳은, 천마신교의 지부들과 연락을 주고받는 전서구 傳書鳩들입니다. 비마각에서 관리를 하고 있지요.”

“사마천.”

그런 사마천의 설명에 내가 얼굴을 굳혔다.

이곳은 전서구를 관리하는 각인 듯했다.

헌데 이것을 외지인인 서은설에게 보여 준다?

물론 나는 상관없었다.

서은설은 내 반려자가 될 사람이니까.

하지만 사마천은 다르다.

만약 윗사람들이 이 사실을 알게 된다면 외부인에게 극비의 장소를 보여 준 죄로 큰 곤혹을 치를지도 모른다.

그런 나의 부름에 사마천은 걱정 말라는 듯 미소를 지어 보였다.

“괜찮습니다, 형…… 아니, 군사 어르신의 허락이 있었습니다.”

“교주님께서도?”

“당연합니다.”

나의 물음에 사마천이 당연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에 나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런 나의 모습에 씨익 미소를 지은 사마천.

그 녀석이 조용히 나에게 다가와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

“제가 그렇게 걱정되십니까?”

“꺼져라.”

“부끄러워하시기는.”

저 자식.

열여덟 살, 성인이 되더니 더 능글맞아졌다.

나의 말에 미소를 지으며 말하는 사마천을 한번 노려본 나는 다시 고개를 돌렸다.

“와아…….”

그러고는 신기한 듯 두 눈을 크게 뜨며 감탄하고 있는 서은설을 바라보았다.

“언니 새소리 좋죠?”

두 눈이 보이지 않는 야율령을 배려해 소리가 좋냐고 묻는 서은설.

그녀의 배려심을 느꼈는지 야율령은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

“네. 너무 좋네요.”

기분이 좋아 보이는 야율령의 모습에 야율민이 미소를 지었고, 단진도 미소를 지었……?

“응?”

뭐야.

단진 저 녀석은 왜?

나는 흐뭇한 미소를 짓고 있는 단진의 옆모습을 바라보았다.

저 녀석은 나의 앞에서만 미소를 보여 주는 녀석이다.

헌데 다른 여인을 바라보며 미소를 짓는다.

“설마…….”

그런 단진을 보며 내가 낮은 목소리로 중얼거리자 옆에 있던 사마천이 싱긋 미소를 지었다.

“네, 이때까지 저만 눈치채고 있었는데…… 이제 대공자님도 알게 되었군요.”

사마천의 말에 나는 인상을 찌푸렸다.

아무래도 내 걱정이 맞는 듯했다.

저 망할 놈이 감히 우리 은설이를…….

“령이와 단진. 잘 어울리지요?”

“음?”

당장이라도 단진의 뒤통수를 후려치기 위해 달려가려던 찰나.

옆에서 들려오는 사마천의 목소리에 나는 당황해하며 몸을 멈추어 세웠다.

“왜 그러십니까?”

그런 나의 모습에 사마천은 고개를 갸웃거리며 물었다.

그에 나는 코를 살짝 훔치며 입을 열었다.

“아무것도 아니다.”

난 또.

우리 은설이를 좋아하는 줄 알았지.

괜히 머쓱해졌다.

“언제부터였어?”

아무튼, 머쓱해진 내가 코를 다시 한번 훔치며 사마천에게 물었다.

그런 나의 질문에 고개를 돌린 사마천.

녀석이 흐뭇한 미소를 지으며 단진을 바라보았다.

“꽤 되었습니다.”

“왜 몰랐지?”

“저 녀석이 숨기는 것을 너무 잘하니까요.”

나의 말에 사마천이 대답했다.

그에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사마천의 말이 맞았다.

단진.

저 녀석은 숨기는 것을 너무 잘했다.

자신의 상처도, 감정도 기분도.

그 무엇이든 숨겼다.

그렇기에 답답했던 나는 살짝 한숨을 내쉬었다.

그러고는 입을 열었다.

“도와줘야 하나?”

“그러면, 단진과 야율민. 둘 중 하나를 선택하셔야 합니다.”

사마천의 조언에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사마천의 말이 맞았다.

괜히 섣불리 나섰다가는 단진과 야율민. 둘 중 한 명을 잃을 수가 있었다.

그에 나는 고개를 돌려 사마천을 바라보았다.

“역시, 머리가 좋아.”

어릴 때는 경험과 상식으로 내가 더 똑똑했지만 이제는 한계다.

성인이 된 사마천의 두뇌는 따라갈 수가 없었다.

그렇기에 나는 깔끔하게 인정했다.

녀석은 군사의 자질이 충분하다고.

“감사합니다.”

그런 나의 칭찬에 기분이 좋아졌을까?

사마천이 싱긋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숙였다.

그에 나 또한 미소를 지었다.

잠시 후.

“잡았다!”

이곳저곳을 구경하던 서은설을 지켜보던 나는 옆에서 들려오는 목소리에 고개를 돌렸다.

“공자님!”

“제발!”

“푸하하!”

그러자 보였다.

거대한 덩치의 소년, 구양적을 말리고 있는 두 명의 사내들과, 새의 목을 잡고 당당하게 웃고 있는 구양적이 말이다.

그에 나는 얼굴을 찌푸렸다.

“설마…… 잡아먹으려고 하는 건 아니겠지?”

“충분히 가능성 있는 이야기입니다.”

나의 중얼거림에 옆에 있던 사마천이 굳은 얼굴로 대답했다.

그에 나는 서둘러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구양적을 향해 입을 열려던 찰나!

뻐억!

경쾌한 소리가 들려왔다.

경쾌한 소리와 함께 앞으로 기울어진 구양적의 상체.

그에 나는 싱긋 미소를 지었다.

그러고는 녀석을 후려친 장한 놈을 바라보았다.

“……?”

뭘까?

분명 단진이나 야율민이어야 했다.

헌데 어째서 내 눈에는 헤헤 하고 미소를 짓는 서은설이 보이는 것이지?

“뭐야!”

뒤에서 느껴지는 고통이 괴로웠을까?

구양적이 아픈 뒤통수를 만지며 고개를 들었다.

그러고는 붉어진 얼굴로 소리를 지르려던 찰나.

“응……?”

자신의 앞에 위치한 작은 소녀, 서은설을 보며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에 서은설은 싱긋 미소를 지었다.

“새 잡아먹으면 안 돼요!”

사아.

“…….”

서은설의 한마디.

그 한마디에 전각은 쥐 죽은 듯이 조용해졌다.

슬금슬금.

구양적을 말리던 두 명의 사내는 눈치를 살피며 뒤로 물러났고.

구양적을 제압하려던 단진과 야율민은 웃음을 참기 위해 입가를 가렸다.

그리고 나 또한.

“푸훕!”

최선을 다해 웃음을 참았다.

“왜……?”

그런 분위기의 한가운데.

유일한 피해자인 구양적이 조심스럽게 물었다.

그에 나의 인생의 반려자 서은설은.

“맞는 거 좋아하시잖아요!”

해맑은 미소로 날카로운 비수를 구양적의 가슴에 꽂아 넣었다.

“푸하하하!”

“크크큭!”

아. 젠장.

이번에는 도저히 참을 수가 없었다.

터져 나오는 웃음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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