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4화
제44장 마중 出迎
“하루가 다르게 성장하십니다.”
사황의 방문을 맞이하러 가기 위해 파견된 인원의 대표를 맡게 된 사장로 환마.
말에 올라 여유롭게 말을 몰며 말하는 환마를 보며 나는 싱긋 미소를 지었다.
“한창 성장할 시기가 아닙니까.”
“아무리 성장 시기라고 해도 많이 크지 않습니까?”
그럴 만도 하다.
나는 올해 여덟 살이 되었지만 나의 외견은 십 대 초반의 소년 같았다.
여덟 살의 나이치고는 너무나도 성숙해 보이는 나의 모습.
그런 나의 모습을 떠올린 나는 싱긋 미소를 지으며 입을 열었다.
“이상합니까?”
“늠름하지요.”
장난기 섞인 나의 물음에 환마가 여유롭게 받아쳤다.
그에 나는 진한 미소를 지었다.
역시 재미있는 양반이었다. 천마신교의 어른들 중 유일하게 말이 잘 통하는 환마와 농담을 나누던 나는 문득 뒤를 돌아보았다.
그러고는 입을 열었다.
“환영대의 수준은 시간이 갈수록 높아지는군요.”
환마의 직속부대인 환영대.
삼 년 전과 달리 더 매서운 기세를 내뿜으며 우리를 따르는 그들을 보며 내가 말하자 환마가 피식 미소를 지었다.
“아직 멀었지요.”
“저 정도면 광랑대 狂狼隊와 비견되겠는걸요?”
천마신교의 무력부대 중 가장 강하다고 평가되는 광랑대.
미친 늑대들의 집단이라는 이름을 가지고 있으며 오십여 명의 소수이지만 모두가 절정의 경지에 올라 있는 집단이다.
군사인 마뇌가 속한 비마각의 명령을 듣는 다른 무력대와 달리 오로지 천마의 입에서 나온 명령만을 따르는 광랑대.
그러다 보니 자연히 다른 무력부대들은 광랑대를 싫어하지만 실력 하나만큼은 인정하는 분위기를 가지고 있다.
아무튼 내가 그런 광랑대와 비교하자 환마가 말도 안 된다는 듯 고개를 가로저었다.
“아직 멀었지요.”
계속해서 겸손해하는 환마에게 나는 부드러운 미소를 지어 보이며 말했다.
“하하. 제 눈에는 충분해 보입니다.”
그런 나의 말에 환마는 기분 좋아졌는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숙였다.
그나저나…….
오늘 날씨가 춥다. 우리 은설이는 추운 날씨를 싫어하는데 말이다.
말을 몰며 속으로 쓸데없는 생각을 하던 나.
그렇게 말없이 잠시 말을 몰던 나는 저 멀리 보이는 천산 입구에 미소를 지었다.
그러고는 옷매무새를 다듬었다.
“이미 충분히 멋지십니다.”
그런 나의 행동에 환마가 빙긋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그에 나는 고개를 돌려 환마를 바라보았다.
그러고는 싱긋 미소를 지었다.
“압니다.”
“아…… 예.”
내가 멋지다는 것은 이미 알고 있다.
당연한 사실을 굳이 입 밖으로 내다니…… 나 참, 환마가 많이 심심한가 보다.
* * *
“저기 오는구나.”
천산의 입구.
먼저 도착하여 천마신교의 마중을 기다리던 백리관은 저 멀리 보이는 인파에 살짝 미소를 지었다.
“내릴까?”
“네.”
살짝 미소를 지은 백리관이 말하자 서은설과 백리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추운 날씨 탓에 추위를 많이 타는 서은설의 옷매무새를 다시 확인한 백리진이 백리관의 뒤를 따라 서은설과 함께 내렸다.
잠시 후.
말을 몰며 천산의 입구에 다가가던 나는 저 멀리 보이는 익숙한 인영을 바라보며 아련한 표정을 지었다.
‘아…….’
나를 지옥에서 구원해 주고 사람으로 만들어 준 스승님이 보였다.
울컥!
모자란 나에게 그저 베풀기만 하고 일찍 세상을 떠난 야속한 스승님.
그 스승님의 얼굴이 가까워지자 나는 울컥하는 감정이 치고 올라오는 것을 느꼈다.
꽈악.
치고 올라오는 감정을 제어하기 위해 나는 말고삐를 쥔 손에 힘을 주었다.
그렇게 감정을 통하던 나는 잠시 후 스승인 백리관의 앞에 도착했다.
백리관의 앞에 도착한 나는 빠른 속도로 말에서 내렸다.
그런 다음 당당하게 서 있는 스승님, 아니, 스승님이었던 백리관을 향해 정중히 고개를 숙였다.
“불민한 조카 위극신이 숙부님께 인사 올립니다.”
아버지의 절친한 벗인 백리관.
그에게 나는 정중하게 고개를 숙이며 인사를 건넸다.
그런 나의 인사가 끝이 나고, 뒤에서 말을 몰던 환마와 환영대가 모두 내려 고개를 숙였다.
“패천황의 방문을 환영합니다!”
“반갑소이다.”
그들의 인사에 백리관은 사람 좋아 보이는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고는 고개를 들고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나를 향해 시선을 돌렸다.
“네가 극신이로구나.”
“네, 숙부님.”
이제는 숙부님이 되어 버린 백리관의 물음에 나는 싱긋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
우리 스승님.
이렇게나 젊었었나…….
젊은 외견을 지닌 백리관을 보며 나는 부드러운 미소를 지었다.
그런 나의 모습이 호감이었을까?
백리관이 흐뭇한 미소를 지으며 입을 열었다.
“인상이 좋구나.”
“인상뿐만 아니라 성격도 좋습니다.”
“뭐라? 푸하하!”
능글맞은 나의 농담.
전생에서 스승이었던 백리관이 좋아하던 나의 농담에 당황한 것도 잠시, 그가 소리 내 웃었다.
그에 나 또한 미소를 지었다.
전생과 다름없는 시원한 웃음소리가 너무나도 정겹고 반가웠던 것이다.
그런 다음 백리관의 뒤에 서 있는 익숙한 여인을 바라보았다.
전생에서 내가 큰 죄를 저질렀던 여인.
바로 백리관의 여동생이자 설아의 친모였던 백리진이었다.
그런 백리진을 발견한 나는 정중히 고개를 숙였다.
“처음 뵙겠습니다. 위극신이라고 합니다.”
“반가워요.”
나의 정중한 인사에 싱긋 미소를 지은 백리진이 대답했다.
그에 나는 다시 고개를 돌렸다.
그러자 보였다.
백리진의 뒤에 숨어 조심스럽게 나를 바라보고 있는 어린 소녀가 말이다.
그 소녀를 발견한 나는 두 눈을 크게 떴다.
‘우리 은설이…… 여덟 살 때는 더 귀여웠네.’
첫 만남은 열 살 때였지만 솔직히 기억이 나지 않았다.
너무나도 오래된 기억이었으니 말이다.
내 기억에 존재하는 서은설은 서른 살의 아름다우면서도 매혹적인 여인이었다.
허나 내 눈앞에 있는 여인…… 아니 아이는 여덟 살의 깜찍한 소녀였다.
멍하니 자신을 바라보는 나의 행동에 서은설이 움찔하더니 이내 백리진의 뒤로 숨었다.
경계를 하는 서은설의 행동에 나는 그제야 정신을 차렸다.
그러고는 좋지 않은 분위기에 고개를 갸웃거렸다.
백리관과 백리진이 굳은 얼굴로 나를 바라보고 있었던 것이다.
왜 갑자기 그들의 기분이 좋지 않은 것이고 서은설이 백리진의 뒤로 숨었을까?
잠깐 의문이 들었지만 그것도 잠시였다.
까먹고 있었다.
나를 만나기 전까지 서은설은 자신의 푸른 눈을 싫어했다는 것을 말이다.
다른 사람들에게 얼굴을 보이는 것조차 싫어했을 정도로 내성적인 성격을 지니고 있던 서은설.
어린 나이부터 남들과는 다르다는 이유로 무수한 상처를 받아 왔던 서은설이었기에 내가 그녀를 빤히 바라보는 것 또한 그녀에게 있어서 두려운 행동이었을 것이다.
혹시 나의 입에서 괴물이라는 단어가 튀어나올 수도 있었으니 말이다.
아무튼, 거기까지 생각이 미친 나는 부드러운 미소를 지으며 백리진을 향해, 아니 백리진의 뒤에 숨은 서은설에게 다가갔다.
“안녕?”
“…….”
서은설의 앞에 멈추어 선 나는 오른손을 들어 흔들어 보이며 인사를 건넸다.
그런 나의 인사가 효과가 있었을까?
서은설이 다시 고개를 빼꼼 내밀고는 나를 바라보았다.
아 젠장…….
너무 귀여웠다.
내 연인이 아니라 정말 귀여웠다.
세상에나.
이렇게나 인형 같은 아이가 존재할 수 있을까?
심장이 아파 온다.
“…….”
심장을 잠깐 부여잡은 것도 잠시. 나는 빼꼼 고개를 내밀고 나를 바라보는 서은설을 보며 환한 미소를 지었다.
“눈이 바다처럼 예쁘다!”
“바다……?”
자신의 두 눈을 바다에 비유하는 나의 말에 서은설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에 나는 정말 해맑고 순수한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응! 바다 본 적 없지?”
“응.”
“네 눈처럼 예뻐.”
“내 눈이 예뻐?”
나의 자연스러운 입담에 서은설이 고개를 갸웃거리며 물었다.
어느덧 서은설은 백리진의 뒤에서 나온 상태였다.
경계심이 사라진 서은설의 모습에 나는 미소를 지으며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웠다.
“엄청.”
“헤헤…….”
스승과 백리진을 제외하고는 처음으로 두 눈이 예쁘다는 소리를 들은 서은설이 기분 좋은 미소를 지었다.
만약 다른 어른이 그랬다면 더 경계를 했을 테지만 나는 자신과 같은 어린아이였다.
자신보다 나이는 많아 보였지만 어쨌든 괜히 친근감이 느껴지는 존재였을 것이고, 그런 존재가 자신의 두 눈을 칭찬해 주니 기분이 좋아지는 것은 당연지사.
“환마!”
“네, 대공자님.”
“이 아이의 두 눈 정말 바다 같지 않아?”
“완전 바다 같습니다.”
나의 부름에 눈치 빠른 환마가 칼같이 대답했다.
그러면서 음흉한 미소로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우는 환마의 모습에 위극신은 피식 미소를 지었다.
하여튼 웃긴 양반이었다.
“고맙구나.”
그때, 서은설과 즐거운 대화를 나누던 나는 옆에서 들려오는 백리관의 목소리에 싱긋 미소를 지었다.
“뭐가 말입니까?”
“은설과 잘 어울려 주어서.”
“이름도 예쁘네요.”
백리관의 말에 나는 싱긋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
휘익!
저 양반이 진짜.
나의 대답에 환마는 휘파람을 불었고 환영대 또한 음흉한 미소로 나를 바라보았다.
아무래도 환마와 환영대에게 너무 잘 대해 준 것 같았다.
격이 없어도 너무 없다.
아무튼, 나의 대답에 백리관은 씨익 미소를 지었다.
그러고는 입을 열었다.
“관악, 그 친구와는 다르구나.”
“숙부님.”
백리관의 말에 나는 얼굴을 굳히며 입을 열었다.
갑작스럽게 진지해진 나의 목소리에 백리관은 고개를 갸웃거리며 나를 바라보았다.
그에 나는 백리관을 향해 정중히 포권을 취하며 입을 열었다.
“사사로이는 숙부님과 아버지가 절친한 벗이지만, 환마와 환영대. 저들에게 있어서 아버지는 천마신교의 지존이자 신 그 자체이십니다.”
“아…….”
정중한 나의 지적에 백리관이 당황한 표정을 지었다.
그러고는 고개를 돌려 환마와 환영대를 바라보았다.
“미안하네, 내가 말실수를 했네.”
백리관에게 있어서 천마는 친구지만 이들에게 있어서 천마는 신이다.
그런 신의 이름을 함부로 불렀으니 그들의 입장에서는 기분 나쁠 수도 있었기 때문이다.
“아닙니다.”
그런 백리관의 사과에 환마는 살짝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숙였다.
“고맙네, 극신아, 지적 고맙다.”
역시, 스승…… 아니 백리관은 깨어 있는 인물이었다.
어린아이인 나의 지적에 빠르게 잘못을 인정하고 사과하는 백리관을 보며 나는 부드러운 미소를 지었다.
그러고는 정중히 고개를 숙였다.
“제 의견을 받아 주셔서 감사합니다.”
“아니다, 천마신교에서는 내가 실수할 수도 있으니 편하게 알려 주었으면 좋겠구나.”
“예, 숙부님.”
사람 좋은 미소를 지은 백리관의 말에 나는 싱긋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이면서 대답했다.
그러기를 잠시, 나는 다시 고개를 돌려 서은설을 바라보았다.
“추워?”
“응.”
나의 물음에 몸을 오들오들 떨면서 고개를 끄덕이는 서은설.
나는 그런 서은설을 보며 싱긋 미소를 지었다.
그럴 줄 알았다.
그래서 내가 준비한 것이 있지.
속으로 음흉한 미소를 지은 나는 품속에서 미리 준비한 작은 돌을 꺼내었다.
적암 赤巖이라고 불리는 영석 靈石.
은은한 온기를 머금고 있는 영석은 서역에서만 거래가 되는 물건이었기에 중원에서는 돈이 있어도 구하기 힘든 물건이다.
“자.”
“……?”
갑작스럽게 돌을 건네는 나의 행동에 서은설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였다.
“와아!”
내가 건넨 적암을 받아 든 서은설은 놀란 표정을 지었다.
평범한 외견과는 달리 돌에서 따뜻한 온기가 흘러나왔기 때문이다.
뜨겁지도, 또 그렇다고 미지근하지도 않은 딱 좋은 온도.
그 온도를 계속해서 내고 있는 돌에 놀란 서은설이 고개를 들어 나를 바라보았다.
“가지고 있어.”
그런 서은설의 눈빛에 나는 살짝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
그에 서은설은 환한 미소를 지었다.
‘대공자님 완전 선수야.’
‘저 미소 봐 봐…….’
‘저러면 누가 안 넘어가.’
이놈들아.
다 들린다.
자기들끼리 속닥거리는 환영대의 행동에 나는 날카로운 눈빛으로 환영대를 노려보았다.
흠칫.
그런 나의 눈빛에 흠칫한 환영대.
그들이 차렷을 하며 나의 눈길을 피했다.
환영대.
너희들은 본교로 돌아가게 되면 지옥 훈련을 맞게 될 것이다.
그런 환영대를 보며 속으로 중얼거린 나는 다시 고개를 돌렸다.
그러고는 흥미로운 표정의 백리관과 놀란 표정의 백리진에게 정중히 고개를 숙였다.
“마차는 천산을 넘기에는 무리입니다, 혹, 준비해 오신 말이 있으십니까?”
천혜의 요새이면서 악마의 산인 천산의 특성상 마차가 오르기에는 무리가 있다.
그렇기에 내가 물었고, 나의 물음에 백리관이 고개를 돌렸다.
“백호대주.”
“곧 준비하겠습니다.”
백리관의 물음에 백호대주라 불린 사내가 고개를 숙이며 대답했다.
나는 그런 사내를 보며 두 눈을 반짝였다.
스승님의 타계 후 나에게 충성을 바쳤던 수하 이백.
백호대주이면서 초절정 고수 중 한 명이었던 그의 등장에 나는 반가운 표정을 지었다.
그러고는 입을 열었다.
“저희가 준비해 온 말이 있습니다. 굳이 내리시지 않아도 됩니다.”
백리관에게 양보하기 위해 안장을 정리하던 이백은 나의 말에 고개를 숙였다.
“준비성이 철저하군.”
“아버지께서 그만큼 숙부님을 반긴다는 뜻이지요.”
“허허, 내가 그 친…… 아니 교주의 성격을 아는데 무슨.”
나의 농담에 백리관이 웃으며 대답했다.
그에 나 또한 싱긋 미소를 지어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