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0화
제40장 칭찬 稱讚
“제길!”
마음속 깊은 곳에서부터 올라오는 무기력함에 단진은 복부에서 느껴지는 고통도 잊은 채 욕설을 내뱉었다.
채챙!
자신의 앞에서 자신을 지키기 위해 적과 싸우고 있는 세 명의 어린 소년들.
자신들의 동료인 구양적과 야율민, 그리고 사마천을 보며 단진은 이를 악물었다.
한심했다.
어린 나이에 이류에 올랐으면 뭐 하는가?
동료들에게 보호나 받는 나약한 처지인데 말이다.
그렇게 자신의 무기력함에 이를 갈던 그때!
“크악!”
아직 소주천을 이루지 못한 구양적이 라마승에게 일격을 허용하고 말았다.
구양적의 복부를 찔러 허리를 뚫고 나온 라마승의 날카로운 검.
전투 이후 처음으로 일어난 중상이었다.
그에 단진이 두 눈을 크게 떴다.
벌떡!
그러고는 억지로 몸을 일으켜 구양적에게 달려갔다!
구양적의 복부에 박힌 자신의 검을 뽑기 위해 다가선 라마승.
그가 구양적의 앞에 서서 검을 뽑으려던 그 순간.
사악!!
앞에서 느껴지는 날카로운 기세에 검을 포기하고는 뒤로 물러났다.
“호오?”
그러고는 두 눈을 크게 뜨며 흥미로운 표정을 지었다.
지혈이 풀렸는지 복부에서 피를 뚝뚝 흘리면서도 자신을 노려보고 있는 단진을 발견한 것이다.
어린 나이임에도 불구하고 고통을 참고 움직이는 단진의 모습에 라마승은 흥미로운 표정을 지었다.
그러고는 쓰러져서 신음을 흘리고 있는 구양적과 단진을 번갈아 보며 입을 열었다.
“눈물겨운 우정이군.”
“개소리.”
라마승의 말에 단진은 예의 차가운 목소리로 대답했다.
그러고는 비틀거리며 구양적의 앞을 막아섰다.
“나랑 붙어.”
“네놈이나 저 녀석이나 곧 죽을 놈인데……. 그냥 같이 죽여 주마.”
단진의 말에 라마승이 싱긋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
그에 단진이 피식 미소를 지었다.
그러고는 중간 손가락을 들어 라마승에게 보여 주었다.
“지랄.”
“크크.”
단진의 욕설에 라마승은 소리 내 웃었다.
자신의 도발에도 불구하고 여유로운 라마승의 모습이 꼴 보기 싫었던 단진이 다시 입을 열었다.
“어린아이를 죽이는 무자비한 새끼.”
“…….”
“너 같은 녀석도 불쌍한 중생이라며 구제해야 하는 부처가 너무 불쌍하다.”
“맞다. 활불인 달라이 라마께서는 대단하신 분이지.”
도발하기 위해서 입을 열었던 단진은 자신의 말에 동의하는 라마승을 보며 얼굴을 찌푸렸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단진이 어울리지 않게 미소를 지었다.
그러고는 고개를 끄덕이고 있는 라마승을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활불은 개뿔.”
“……?”
“환생은 지랄.”
“네 이놈!”
수련으로 깨끗한 영혼을 만들어 다음 생에 더 나은 존재로 환생을 한다고 믿는 라마교.
그 가르침을 부정하는 단진의 말에 라마승은 분노 어린 목소리로 소리쳤다.
그런 라마승의 반응에도 아랑곳하지 않은 단진은 다시 입을 열었다.
“네 전생 개미.”
“!!”
“다음 생 더러운 바퀴벌레.”
“닥쳐라!”
“응, 활불 개구라.”
“네 이놈!”
도발은 성공적이었다.
단진의 도발에 격노한 라마승이 단진에게 달려들었던 것이다.
그에 단진은 피식 미소를 지었다.
기왕 죽는 거 상대방을 마음껏 비난하고, 최대한 버티다가 죽는 것이 좋으니 말이다.
그렇게 자신을 향해 달려오는 라마승을 마주한 단진은 검을 쥐고 있는 오른손에 힘을 주었다.
그런 다음 천천히 검을 들어 올렸다.
환천마검 幻天魔劍
제 弟 일식 一式.
마영천검 魔影天劍.
마의 그림자가 검이 되어 하늘을 가득 메운다.
야율민의 동생 야율령.
그녀의 도움으로 펼칠 수 있게 된 무공.
검마의 독문무공인 환천마검이었다.
“!!”
단진을 향해 달려들던 라마승은 단진의 뒤에 생성된 네 개의 검을 보며 두 눈을 크게 떴다.
“이기어검……?”
화경의 고수부터 사용이 가능하다는 이기어검.
손을 이용하지 않고 내공만으로 검을 자유자재로 다룰 수 있는 기술이다.
내기의 양과, 또 내가의 조절이 어려워 화경의 고수부터 사용할 수 있다는 극강의 기술.
헌데 그것을 어린 소년이 펼친다고?
말도 안 된다.
잠깐 당황한 것도 잠시.
그럴 리가 없다는 확신이 생긴 라마승이 다시 단진에게 달려들었다.
수숙!
그 순간.
단진의 뒤에 있던 네 개의 검 중 하나가 라마승을 향해 무서운 속도로 날아왔다.
스윽!
그에 황급히 몸을 옆으로 틀어 버린 라마승.
그런 라마승을 지나쳐 날아간 단진의 검이 바닥에 닿으면서 폭발했다.
파앙!
“크윽!”
폭발과 동시에 자신을 향해 날아오는 파편을 황급히 주먹으로 쳐 낸 라마승.
그는 다시 뒤에서 날아오는 검의 기세를 느끼며 인상을 찌푸렸다.
콰앙!
그러고는 주먹을 휘둘러 날아오는 검을 강하게 내려쳤다.
라마승의 강력한 주먹에 그대로 사라져 버린 단진의 검.
그에 안도하던 라마승은 다시 뒤에서 느껴지는 기세에 몸을 틀었다.
수욱!
파앙!
그러자 다시 라마승을 지나쳐 바닥에서 폭발한 단진의 검.
라마승은 가만히 단진의 검이 폭발한 곳을 바라보았다.
무언가가 이상했다.
갓 이류에 오른 어린 소년이다.
물론 자신 또한 이류이지만 일류에 한 발을 걸치고 있었기에 이류라고 부르기 애매한 수준이다.
그렇기에 잘 알고 있었다.
이류는 고수라고 부를 수 없는 경지라는 것을 말이다.
흔한 무인으로 구분되는 경지가 곧 이류인데 이런 강력한 무공을 사용한다?
말이 되지 않는다.
내공도 부족할 것이며, 깨달음도 부족할 것이다.
그에 의문을 느낀 라마승은 조용히 몸속에 있던 또 다른 기운.
자신들이 차크라라고 부르는 기운을 끌어 올렸다.
그러자 느껴졌다.
숨을 거칠게 몰아쉬고 있는 단진의 뒤에는 아무것도 없다는 것을 말이다.
그에 라마승은 씨익 미소를 지었다.
“허상이구나.”
“개뿔.”
여유로운 라마승의 말에 단진은 피식 미소를 지으며 부정했다.
수욱!
그러고는 마지막으로 남은 한 개의 검을 라마승에게 날려 보내었다.
“…….”
자신을 향해 날아오는 날카로운 검.
그 검을 바라보며 라마승은 여유로운 미소를 지으며 가만히 서 있었다.
그렇게 단진의 검이 라마승을 관통하려던 그 찰나!
팟!
단진의 검이 사라졌다.
환각임을 깨달은 상대에게 통하지 않은 것이다.
그에 단진은 절망했고 라마승은 씨익 미소를 지었다.
“역시구나.”
“제길.”
자신의 환검이 통하지 않는다는 것을 깨달은 단진이 욕설을 내뱉었다.
“얼음탱이…… 물러나.”
그때.
단진은 뒤에서 들려오는 목소리에 인상을 찌푸렸다.
“뭐라는 거냐.”
“물러나라고.”
“인간 말을 해라 곰탱아.”
“이 자식이…….”
단진의 말에 울컥한 구양적.
그가 인상을 찌푸리며 단진을 노려보았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푸하하.”
구양적이 소리 내 웃었다.
“변태냐? 이 상황에 웃음이 나와?”
그런 구양적의 행동에 단진은 얼굴을 찌푸리며 말했고, 그에 구양적은 미소를 지으며 단진을 바라보았다.
“오늘따라 말이 많네.”
“미친놈.”
평소와 달리 말을 많이 하는 단진의 모습에 구양적이 말하자 단진은 싱겁다는 듯 대답했다.
그에 구양적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끙차.”
“진짜 곰 새끼구나.”
복부에 검이 박힌 채 몸을 일으키는 구양적.
일곱 살이라는 어린 나이임에도 불구하고 그 고통을 참아 내며 일어난 구양적을 보며 단진은 질린 표정을 지었다.
“푸하하!”
그에 구양적은 소리 내어 웃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아야야…….”
“그럴 줄 알았다.”
웃음으로 인해 복부에서 느껴지는 고통에 신음을 흘렸고 단진은 피식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가로저었다.
그렇게 미소를 지은 둘.
그가 나란히 섰다.
그러고는 단진은 검을, 구양적은 두 주먹을 들었다.
“무인답게.”
“싸우다가 죽는다.”
단진의 말을 자연스럽게 이어받은 구양적.
그런 둘의 모습에 라마승은 피식 미소를 지었다.
그러고는 고개를 돌렸다.
채챙!
자신의 동료들이 어린 소년들을 몰아붙이고 있었다.
온몸에 상처가 가득한 소년들과 여유를 찾은 동료들의 모습을 확인한 라마승은 다시 고개를 돌렸다.
그러고는 단진과 구양적을 바라보며 씨익 미소를 지었다.
“어서 끝내자.”
동료들보다 먼저 끝내고 싶었던 라마승.
그가 차가운 목소리로 말한 다음 단진과 구양적에게 달려들었다.
꿀꺽.
그런 라마승의 모습에 단진과 구양적은 두려움을 느꼈지만 고개를 돌리지 않았다.
자신을 향해 달려오는 라마승.
그에게 어떻게든 한 방을 더 먹이기 위해서 시선을 돌리지 않은 것이다.
그런 둘의 모습에 라마승은 씨익 미소를 지은 다음 주먹을 들어 올렸다.
이제 이 주먹은 단진과 구양적을 덮칠 것이고 이 어린 소년 둘은 죽게 될 것이다.
그 모습이 빨리 보고 싶은 라마승은 차크라를 더 끌어 올리며 주먹에 담았다.
그리고 단진과 구양적을 향해 내려치려던 찰나!
우웅!
가공한 기운이 자신의 몸을 옭아매었다.
“…….”
“……?”
긴장한 표정으로 라마승을 노려보던 단진과 구양적.
그는 갑작스럽게 몸을 멈춘 라마승을 보며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금방이라도 죽일 듯이 달려오던 라마승이 갑자기 몸을 멈추니 의문스러웠던 것이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저벅저벅.
그들의 맞은편, 몸이 멈춘 라마승의 뒤에서 나직한 걸음소리가 들려왔다.
저벅, 저벅.
쑥대밭이 되어 버린 마을에 울려 퍼지는 조용한 발걸음.
작으면서도 묵직하게 들려오는 그 발소리에 이곳에 있는 모두가 행동을 멈추었다.
“꺄하……?”
위극신을 몰아붙이던 뚱승도.
“끼히……?”
마복을 몰아붙이던 변승도.
“…….”
“…….”
야율민과 사마천을 몰아붙이던 라마승 또한 마찬가지였다.
그들 모두가 멈추었다.
그러고는 긴장 어린 표정으로 한곳을 바라보았다.
“쓰레기군.”
굳어 버린 라마승의 뒤로 나타난 발소리의 주인.
창백한 피부와 냉막한 외모가 인상적인 미남자가 미간을 찌푸리며 몸이 굳은 라마승의 옆에 섰다.
스윽.
그러고는 손을 들어 올려 라마승의 머리에 얹었다.
“!!”
마음속 깊은 곳에서부터 몰아치는 공포에 두 눈이 떨려 오는 라마승.
그는 자신의 머리에 손을 얹은 사내에게서 벗어나기 위해 몸부림쳤다.
하지만 자신을 옭아매고 있는 기운은 너무나도 강했고, 라마승은 결국 움직일 수가 없었다.
“지옥에나 가거라.”
파삭!
그리고 사내의 나지막한 목소리와 함께 라마승의 머리가 수박 터지듯 터져 버렸다.
우웅!
라마승의 터진 머리에서 나온 새하얀 뇌수와 붉은 피.
그것이 새어 나오지 않도록 막을 둘러 보호한 사내는 허물어지는 라마승의 몸을 옆으로 걷어찼다.
쿠웅!
목을 잃은 육체는 사내의 발길질에 힘없이 옆으로 쓰러졌다.
그런 라마승을 살짝 내려다보던 사내.
그가 고개를 돌렸다.
그러고는 자신의 얼굴과 닮아 있는 어린 소년.
당당하게 자신의 왼쪽 얼굴을 내보이고 있는 단진을 내려다보았다.
“아버지…….”
그런 사내…… 아니, 검마의 모습에 단진은 나지막한 목소리로 그를 불렀다.
자신을 구하러 온 아버지…… 검마 단악선을 말이다.
그런 단진의 부름에 검마가 입꼬리를 살짝 올렸다.
그러고는 단진의 머리에 손을 얹었다.
“너도 무인이구나.”
단진의 귀로 들려오는 검마…… 아니 아버지의 따뜻한 목소리.
그 목소리에 단진은 어린 시절.
아무 걱정 없이 웃곤 했던 그때처럼 미소를 지어 보였다.
털썩.
그러고는 그대로 쓰러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