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8화
제38장 불청객 不請客
“결국 걸리고 말았군.”
“다시 묻겠습니다, 성함이 어떻게 되십니까.”
나에게 정체가 탄로 난 노인이 한숨을 내쉬자 나는 다시 물었다.
노인의 몸에서 뿜어져 나오는 기세는 완숙한 절정의 기세였다.
마교에서도, 중원에서도 절정고수는 아주 중요한 자원이다. 이런 고수가 이름이 없을 리가 없을 터. 분명 내가 아는 인물일 것이다.
그런 나의 물음에 노인이 피식 미소를 지었다.
그러고는 입을 열었다.
“마복.”
“철협 선배님이셨군요.”
노인, 아니 십 년 전 산동성에서 철협 鐵協이라는 별호로 유명했던 고수 마복의 소개에 나는 예를 갖추어 고개를 숙였다.
“그대가 태어나기도 전일 텐데, 나를 아는군.”
그런 나의 인사에 마복이 두 눈을 살짝 크게 뜨며 물었다.
그에 나는 싱긋 미소를 지었다.
“그 어떠한 상황에도 굴하지 않고 협을 행하는 고수, 그런 선배님을 모를 리가 있겠습니까?”
능글맞은 나의 대답에 마복은 복잡한 표정을 지었다.
그러고는 입을 열었다.
“정말…… 천마의 아들이라는 것이 아쉽군.”
“천마의 아들이라서 다행인 것입니다.”
마복의 말에 나는 고개를 가로저으며 단호하게 말했다.
그에 마복이 고개를 갸웃거리며 나를 바라보았다.
반듯한 나의 성품을 보고 아쉽다고 한 것인데 천마의 아들이라 다행이라고 하는 나의 말뜻을 이해하지 못한 것이다.
그에 나는 다시 미소를 지으며 입을 열었다.
“천마신교가 나로 인해 바뀔 테니까요.”
“!!”
나의 입에서 나온 광오한 말.
천 년이라는 긴 시간 동안 지속되었던 천마신교를 당당하게 바꾸겠다는 나의 말에 마복은 두 눈을 크게 떴다.
그러고는 나를 빤히 바라보았다.
그에 나는 여유로운 표정으로 마복의 두 눈을 똑바로 바라보았다.
흔들리지도, 피하지도 않는 나의 두 눈.
그런 나의 두 눈에 마복은 진한 미소를 지었다.
“잠룡이구나.”
잠룡 취급하면 솔직히 자존심이 상했다.
회귀 전에는 화경의 경지에 올라 사파지존에 오른 나다, 잠룡은 너무하지 않은가?
“그냥 용일 것입니다.”
진심이 담긴 당당한 나의 대답에 마복은 피식 미소를 지었다.
그러고는 검을 거두어 들었다.
“공자는 거짓말을 할 것 같지는 않군.”
“네.”
검을 거둔 마복이 나를 향해 말했고 나는 싱긋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스윽.
마복의 말이 끝나자 우리를 향해 검을 겨누고 있던 사내들 모두가 검을 거두어들었다.
“생각보다 인구가 많습니다.”
검을 거둔 사내들을 둘러본 후.
밖에서 느껴지는 기운에 마복을 바라보며 물었다.
그에 마복은 살짝 미소를 지었다.
“이들은 나와 함께 도망친 이들이다.”
“…….”
“그리고 밖에 있는 여인들과 사내들은 이곳에서 길을 잃었거나, 빚을 피해 도망치거나, 마적들에게 잡혔다 탈출 했거나, 각자의 사정을 가지고 이곳에 모여들었다.”
“호오.”
“십 년간 제법 많은 인구가 이곳으로 유입되었지.”
마복의 말이 끝남과 동시에 나는 살짝 놀란 표정을 지었다.
“그리고, 마교에서 우리와 같은 마을을 정리하기도 했고.”
“이곳은 그러지 않을 것입니다.”
살기 어린 마복의 말에 나는 싱긋 웃으며 대답했다.
그에 마복은 나를 빤히 바라보았다.
“그렇게 확신하는 이유는?”
“제가 이곳이 마음에 들었거든요.”
완숙한 절정고수와, 일류고수 열 명.
정말 귀한 자원이다.
솔직히 말해서 탐이 난다. 이들이.
천마신교에는 충성심이 없으나 능력은 뛰어난 이들.
장차 내가 천마신교를 바꾸어 나갈 때 반대하지 않고 큰 도움을 줄 수 있을 테니 말이다.
“나는 은퇴했네.”
그런 나의 마음을 느꼈을까.
마복이 선을 그으며 대답했다.
그에 나는 그저 미소를 지어 보였다.
사람 일은 어떻게 될지 모르니 말이다.
“!!”
그때, 밖에서 느껴지는 강력한 기세에 나와 마복이 황급히 고개를 돌렸다.
타앗!
그런 다음 강력한 기세가 느껴지는 마을 입구.
그곳으로 달려갔다.
“꺄악!”
“아미타불…… 영혼의 짝이 이곳에 있었구려.”
우리가 들어선 작은 마을의 입구.
그곳으로 달려간 나와 마복의 눈에 보였다.
붉은색의 승복을 입고 있는 다섯 명의 승려와 그중 한 승려의 손에 잡힌 소녀가 말이다.
“놓아라!”
승려의 손에 잡혀 괴로워하는 소녀의 모습에 격분한 마복이 강력한 기세를 내뿜으며 승려에게 경고했다.
“호오?”
갑작스러운 고수의 등장에 놀랐을까?
소녀의 허리를 감싸 안고 있던 승려가 고개를 들고 놀란 표정으로 마복을 바라보았다.
“이곳에 절정고수가 있을 줄은 몰랐소이다. 아미타불…….”
한 손에는 소녀를 끼고, 또 다른 한 손을 세우며 고개를 숙이는 승려의 모습은 기괴했다.
금욕으로 자신을 수양하여 열반의 경지에 오르는 것이 목표인 일반적인 승려와는 너무나도 다른 모습을 보이는 승려.
그 승려를 보며 나는 얼굴을 굳혔다.
“라마승…….”
그러고는 중얼거렸다.
대명 제국의 서부 지방에 위치한 소수민족의 토착신앙과 불교가 결합되어 만들어진 종교, 라마교.
일반적인 불교와 같이 자신의 수행을 중요시하지만 그로 인한 본능적인 감정을 배제하지 않는다. 아니 오히려 충실 한다.
본능에 충실해야 자신의 영혼이 깨끗해지고, 또 영혼이 깨끗해져야 다음 생으로 환생을 한다는 믿음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아무튼, 일반적인 불교와는 달리 다른 사상을 지닌 라마교의 수행자 라마승을 맞이한 나는 심각한 표정을 지었다.
저들은 본능에 충실한 짐승과도 같은 인물들이었기 때문이다.
그런 나의 혼잣말을 들었을까?
소녀를 안고 있던 라마승이 고개를 돌려 나를 바라보았다.
“아미타불…… 어린 공자가 우리를 알 줄은 몰랐습니다.”
“껄껄. 저 아이는 내 영혼의 단짝 같습니다.”
이런 미친놈이.
나를 바라보며 말하던 라마승의 옆.
살집이 제법…… 아니 그냥 뚱뚱한 라마승이 나를 보며 말했다.
그에 나는 인상을 와락 찌푸렸다.
“뚱승. 조용히 해.”
“아미타불…….”
나의 말이 정곡을 찔렀을까?
뚱뚱한 승려, 아니 뚱승이 살기 어린 눈빛으로 나를 바라보며 불호를 외웠다.
그에 나는 피식 미소를 지었다.
“아미타불 좋아하네, 땡중이.”
“껄걸, 란 승, 나는 오늘 살계를 열어야 할 듯싶습니다.”
“활불께서도 다 이해하실 것입니다.”
뚱승의 말에 소녀를 안고 있는 라마승, 변태 승려가 대답했다.
그에 나는 가소롭다는 표정으로 고개를 돌려 변태 승려를 바라보았다.
“야 변태 승려, 줄여서 변승.”
“…….”
“그 손 놔. 양심 없냐.”
어디 딸뻘인 소녀를 품으려고 하고 있어.
양심도 없는 변태 승려 같으니라고.
“…….”
오오, 진심이 가득 담긴 나의 도발이 제대로 먹혔나 보다.
소녀를 놓아준 변승이 나를 노려보며 매서운 기세를 일으켰다.
그런 변승과 뚱승을 보며 나는 피식 미소를 지었다.
“너희 다섯 명이 전부냐?”
변승과 뚱승 뒤로 보이는 세 명의 라마승.
그들을 스윽 둘러본 내가 묻자 변승이 굳은 얼굴로 입을 열었다.
“그렇다.”
이제는 존대도 하지 않는다.
화났네, 화났어.
아무튼 분노 어린 변승의 대답에 나는 피식 미소를 지었다.
그러고는 입을 열었다.
“뭘 믿고 이곳에 온 거야?”
“그대를 죽이라는 활불의 뜻이겠지.”
나의 물음에 이번에는 뚱승이 대답했다.
그에 나는 진한 미소를 지었다.
“너희가? 절대 못 죽여.”
나를 죽이려면 초절정고수인 환마를 상대해야 하니 말이다.
물론 조금 다쳐야 하겠지만, 상관없다.
다치는 데 이골이 나 있으니 말이다.
아무튼, 초절정고수 환마를 믿고 있는 나는 마음 편안하게 변승과 뚱승을 도발했다.
퍼럭!
그런 나의 도발에 분노한 변승과 뚱승, 그리고 나머지 라마승이 기세를 일으켰다.
변승과 뚱승의 몸에서 일어난 기세는 제법 매서웠다.
‘생각보다 강한데…….’
솔직히 일류 정도일 줄 알았다.
하지만 변승과 뚱승의 몸에서 뿜어져 나오는 기세는 절정고수의 수준 이었다.
예상보다 강한 변승과 뚱승의 모습에 당황한 것도 잠시, 나는 다시 여유로운 미소를 지었다.
나에게는 철협 마복 선배와 초절정고수 환마가 있으니 말이다.
그렇게 여유를 찾은 나는 변승과 뚱승의 뒤에 있는 세 명의 라마승을 바라보았다.
그들에게서 느껴지는 기세는 이류에서 삼류 정도.
다행히 약했다.
그에 안도한 나는 입을 열었다.
“단진, 야룡, 사마천, 구양적.”
“네.”
“알겠소!”
그런 세 명을 보며 내가 아이들을 부르자 네 명이 고개를 숙이며 대답했다.
저 젊은 라마승들을 상대하라는 나의 뜻을 알아차린 것이다.
“상대방은 라마승. 술법을 사용하는 자들이다. 조심하도록.”
“알겠습니다.”
나의 경고에 네 명이 고개를 숙이며 대답했다.
믿음직스러운 녀석들의 대답에 나는 미소를 지어 보이고는 다시 고개를 돌렸다.
그러고는 매서운 눈빛으로 변승과 뚱승을 노려보고 있는 마복을 바라보았다.
“선배님.”
“말하시게.”
“쟤네 정리하면 밥 좀 주십시오.”
“얼마든지.”
나의 농에 마복이 진한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
그에 나 또한 기분 좋은 미소를 지으며 검을 뽑아 들었다.
천마에게 받은 흑색의 철검이 햇빛에 반짝이며 아름다운 자태를 뽐내었다.
그런 나의 검을 알아본 것일까?
나의 손에 들린 검을 본 변승과 뚱승이 두 눈을 크게 떴다.
그러고는 나를 바라보았다.
“마도의 종자로구나.”
“아미타불…….”
“아미타불은 개뿔. 무량수불 만세다!”
타앗!
녀석들의 말을 가볍게 받아친 내가 먼저 앞으로 나섰다.
감히 주제도 모르고 나를 욕심냈던 뚱승에게 말이다.
우웅!
나의 검에서 일어난 공명.
천마신공의 정순한 내공이 담긴 검을 나는 가볍게 휘둘렀다.
그런 나의 검을 뚱승의 뚱뚱한 손바닥이 막았다.
콰앙!
퍼럭!
나의 검과 뚱승의 손이 만나 거대한 굉음과 강력한 바람을 만들었고, 그 바람에 뚱승의 도포가 휘날렸다.
“돼지고기 맛있겠다.”
“네 이놈!”
계속되는 나의 도발에 뚱승은 언성을 높이며 반대쪽 손을 들었다.
부웅!
휘리릭!
나를 향해 매서운 기세를 뿜으며 날아오는 손바닥을 허공에서 가볍게 피한 내가 다시 검을 휘둘렀다.
콰앙!
전과는 달리 내공을 가득 실었음에도 불구하고 뚱승의 손에 막히고 말았다.
그에 나는 진한 미소를 지었다.
“손바닥이 제법 단단하네.”
콰앙!
그때, 옆에서 굉음이 들려왔다.
이가 듬성듬성 빠져 있는 낡은 검을 들고 변승을 몰아치고 있는 마복.
그런 마복의 모습에 나는 진한 미소를 지었다.
“역시 탐난단 말이야…….”
그때.
부웅!
“한눈팔지 마라!”
나를 향해 붉은색의 강기에 휩싸인 손바닥이 날아왔다.
그 손바닥을 보며 나 또한 내공을 끌어 올렸다.
우웅!
나의 내공을 그대로 받아들여 외부로 유출한 나의 검.
천마신공의 정순한 내공이 나의 검을 휘감아 흑색의 검풍이 되었다.
“이것도 받아 봐.”
칠흑색으로 이루어진 바람, 검풍을 보인 내가 씨익 미소를 지으며 뚱승에게 말했고, 그에 뚱승 또한 붉은색의 기운을 일으켜 손에 둘렀다.
타앗!
붉은색의 바람을 손에 두른 뚱승의 모습에 나는 이번에도 먼저 달려들었다.
그러고는 뚱승을 향해 검을 강하게 휘둘렀다.
콰앙!
나의 검을 막기 위해 들린 뚱승의 손.
뚱승의 손과 나의 검이 만나 거대한 굉음을 일으켰고.
“크윽!”
뚱승이 신음을 흘리며 뒤로 세 걸음 물러났다.
그런 뚱승의 모습에 나는 여유로운 미소를 지어 보였다.
그러고는 검을 어깨에 올리며 건들거리는 자세를 취하며 뚱승을 바라보았다.
“어때? 다섯 살 미소년에게 밀린 기분은?”
“네 이놈!”
그런 나의 도발에 또다시 분노하는 뚱승.
나는 그런 뚱승을 보며 가볍게 혀를 찼다.
“쯧, 수행자가 어찌 그렇게 화를 잘 낸단 말이냐.”
자고로 수행자라면 분노, 인색, 미움, 탐을 버려야 하지 않겠는가?
“그대는 아직 활불이 되기에는 부족하구나. 더 수행하도록 하거라.”
“닥쳐라!”
“욕까지 하는구나.”
말세다 말세야, 수행자라는 자가 욕까지 하다니 말이야.
저러니 라마승이 사람들에게 욕을 먹지.
나의 도발에 못 이겨 욕까지 하는 뚱승을 보며 나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저 라마승은 그냥 사파의 잡배와 다를 바가 없었다.
나의 말에 뚱승이 갑자기 심호흡을 했다. 그러고는 품속에서 큰 염주를 꺼내어 자세를 바로 했다.
“너에게 내가 걸었던 수행의 길을 보여 주도록 하마.”
“아니 별로 보고 싶지는 않은데.”
나의 거절에도 불구하고 뚱승은 내공과는 또 다른 기운을 끌어 올렸다.
낯선 기운을 끌어 올리는 뚱승의 모습에 나는 한숨을 내쉬었다.
그러고는 빠른 속도로 그에게 달려들었다.
부웅!
저자가 행하고 있는 의식을 방해하기 위해서였다.
“선배님, 어서 그 자식을 처리하십시오!”
뚱승에게 빠른 속도로 검을 휘두르면서, 변승을 몰아붙이고 있는 마복에게 소리쳤다.
“알겠다!”
그런 나의 말에 마복이 큰 목소리로 대답한 다음 기운을 강하게 끌어 올렸다.
하지만 이미 늦었다.
우웅!
“끼야아아!!”
귀가 찢어질 듯한 날카로운 소리를 지르는 변승과 뚱승.
그들이 흰자위로 뒤덮인 눈으로 우리를 바라보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