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7화
제37장 마을 村
“어라??”
식사를 마치고, 산책 겸 주변을 살피기 위해 애들과 나온 나는 눈앞에 보이는 작은 마을에 고개를 갸웃거렸다.
천산에 마을이라…… 수상하지 않은가?
피융!
타악!
“왜 마을이 이곳에 있을까요?”
그때, 자신을 향해 날아오는 화살을 가볍게 검으로 쳐 낸 단진이 아무렇지 않은 표정으로 다가와 나에게 물었다.
그에 나는 어깨를 으쓱여 보였다.
“몰라.”
천혜의 요새, 악마의 산이라고 불리는 이곳 천산에 마을이 있는 이유를 내가 어찌 알겠는가?
그런 나의 대답에 단진이 머쓱한 표정을 지었다.
그에 야율민이 한심하다는 표정으로 단진을 바라보았다.
“멍청한 놈.”
야율민의 지적에 단진이 인상을 찌푸렸다.
그러고는 야율민을 바라보았다.
“왜 이 곳에 마을이 있는 줄 아나?”
“모른다.”
단진의 물음에 야율민이 당당하게 대답했다.
그에 단진이 피식 미소를 지었다.
“나도 모르니 대공자님에게 질문을 한 것이다.”
“대공자님은 그 이유를 알 것 같은가?”
단진의 대답에 야율민이 가소롭다는 표정으로 물었다.
그에 단진은 야율민을 빤히 바라보았다.
그러고는 입을 열었다.
“대공자님이 모르는 것이 있다고 생각되나?”
“…….”
“훗.”
단진의 대답에 야율민은 아무런 대답도 하지 못했고 단진은 승자의 미소를 보였다.
이번 대결, 단진의 승리였다.
아니 근데, 내가 무슨 신도 아니고 어떻게 알아?
가만 보면 이것들은 나를 대공자가 아니라 그냥 산신으로 생각하는 것 같았다.
“한번 가 보시겠습니까?”
“그래야지.”
단진과 야율민을 무시한 사마천.
녀석이 나를 향해 다가와 물었고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그런 다음 천천히 걸음을 옮겼다.
잠시 후.
우리 다섯 명은 천산에 위치한 신비스러운 마을의 앞에 도착했다.
그에 내가 마을 앞에 멈추자 뒤에서 따라온 일행이 멈추어 섰다.
“대공자님?”
갑작스럽게 걸음을 멈춘 나의 행동에 사마천이 고개를 갸웃거리며 물었다.
“조용.”
그에 나는 사마천에게 조용히 하라는 주의를 주었다.
그런 나의 주의에 사마천은 조용히 입을 다물었고, 단진과 야율민, 그리고 구양적은 자신의 병장기를 만지며 긴장 어린 표정을 지었다.
“나오십시오.”
마을 안에서 느껴지는 인기척.
마을 사람 모두가 이곳에 오는 우리를 눈치채고는 숨어 있었기에 나는 일부러 들으라는 듯 큰 목소리로 말했다.
“…….”
그런 나의 큰 목소리에도 마을은 아무런 반응이 없었고, 그에 나는 인상을 찌푸리며 다시 입을 열었다.
“다 태워 버리기 전에 나오십시오.”
끼익.
누가 천마신교 아니랄까 봐 역시 이렇게 해야 말을 알아듣는다.
나의 협박성 경고에 가장 가까이 있던 나무 집에서 문이 열렸다.
저벅.
그러고는 새하얀 백발을 지닌 노인이 문에서 나와 우리의 앞에 섰다.
“누구십니까.”
경계심이 가득한 노인의 물음.
나는 노인을 가만히 바라보았다.
그의 표정에서 느껴지는 경계심과.
덜덜.
두려움으로 인해 떨리는 그의 몸.
아무래도 이자는 무기를 들고 있는 우리들을 보고 겁을 먹은 듯하였다.
“모두, 무기를 내려놔.”
그런 노인의 모습에 나는 아이들에게 말했고, 아이들은 나의 말에 군말하지 않고 각자의 병장기들을 바닥에 내려놓았다.
아이들도 보았던 것이다, 작게 떨리는 노인의 몸을 말이다.
아무튼, 나 또한 아이들과 같이 바닥에 병장기를 내려놓았다.
그런 다음 부드러운 미소를 지으며 노인을 바라보았다.
“너무 경계할 필요는 없습니다.”
병장기를 내려놓고, 미소를 지어 보인 것이 효과가 있었을까?
노인의 떨림이 멈추었다.
“누구십니까.”
하지만 그의 경계마저 풀린 것은 아니었다.
노인의 경계심 어린 물음에 나는 싱긋 미소를 지으며 다시 입을 열었다.
“길을 잃었습니다.”
“허어…….”
나의 대답에 노인이 당황한 표정을 지었다.
그러고는 다시 나를 바라보았다.
“귀하신 분 같은데…… 일단 들어오십시오.”
최고급 비단옷으로 만들어진 나의 수련복.
어머니가 만들어 주신 수련복을 대충 살펴본 노인이 예를 갖추며 나를 향해 말했다.
그에 나는 싱긋 웃은 다음 입을 열었다.
“고맙습니다. 어르신.”
“어르신이라니요, 그저 밥만 축내는 노인네일 뿐입니다.”
나의 말에 노인이 화들짝 놀라며 말했다.
그에 나는 싱긋 미소를 지었다.
“아닙니다, 어르신. 그럼 잠시 일행들과 함께 실례하겠습니다.”
“네.”
웃었다.
예의 바른 나의 모습 때문이었을까? 노인이 경계심 어린 표정을 지우고는 미소를 지었고, 나와 아이들은 병장기를 다시 챙기고 마을 안으로 들어섰다.
* * *
“뭐야.”
계속해서 위극신과 일행들을 지켜보고 있던 환마는 갑작스럽게 등장한 마을을 보며 인상을 찌푸렸다.
그러고는 고개를 돌려 자신의 수하인 환영대주를 바라보았다.
“저기 뭐 하는 마을이야?”
“모르겠습니다.”
“제길.”
대주의 대답에 환마가 인상을 찌푸렸다.
일이 귀찮게 된 것을 깨달은 것이다.
“환영대주.”
“네.”
“잘 지켜보고 있어.”
환마의 명령에 대주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어디 가시는 겁니까?”
자리에서 일어나 움직이려는 환마를 보며 대주가 묻자 환마가 인상을 찌푸리고는 입을 열었다.
“보고해야지.”
“아, 저 마을 말입니까?”
“그래, 첩자들의 마을일 수도 있다. 군사에게 보고해야지.”
환영대주의 물음에 환마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 다음 고개를 돌려 부대주를 바라보았다.
“너만 나랑 움직인다.”
“저만요?”
환마의 말에 부대주가 인상을 살짝 찌푸리며 대답했다.
그에 환마 또한 인상을 찌푸렸다.
“싫냐?”
“완전 영광입니다. 제가 앞장서겠습니다.”
인상을 찌푸리는 환마에게서 느껴지는 살기에 부대주는 언제 그랬냐는 듯 환한 미소를 지으며 앞장섰고 환마는 한숨을 내쉬며 그런 부대주의 뒤를 따라나섰다.
* * *
“어디서 오셨습니까.”
자신을 장촌이라 소개한 노인의 물음에 나는 미소를 지으며 입을 열었다.
“천마신교에서 왔습니다.”
“…….”
나의 대답과 동시에 굳어지는 노인 장촌의 얼굴.
그런 노인의 변화에 뒤에 있던 야율민과 단진이 경계 어린 표정을 지으며 다시 병장기에 손을 얹었다.
“저희는 어르신과 사람들이 이곳에 거주하는 것을 발설할 생각이 없습니다.”
손을 얹은 녀석들에게 손짓으로 그만두라고 표현한 뒤 나는 미소를 지으며 노인에게 말했다.
그런 나의 말에 노인은 복잡한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공자는 천마신교에서 어느 위치에 있으신 것입니까.”
“중소마가의 자제일 뿐입니다.”
노인의 물음에 나는 부드러운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
그런 나의 대답에 노인은 살짝 한숨을 내쉬었다.
그러고는.
우웅!
쾅!
턱.
몸에서 무서운 기세를 내뿜었고, 그와 동시에 밖에서 대기하고 있던 십여 명의 사내들이 문을 박차고 들어와 우리에게 검을 겨누었다.
“…….”
“대공자님, 어떻게 할까요.”
갑작스러운 상황에 아이들은 당황했고, 그중 유일하게 당황하지 않은 사마천이 나를 향해 물었다.
그에 나는 입을 열었다.
“모두 병장기에서 손 내려.”
“대공자님.”
“위험합니다.”
나의 말에 야율민은 나를 불렀고, 단진은 나를 향해 경고했다.
그에 나는 싱긋 미소를 지었다.
“내려.”
이어진 나의 명에 야율민과 단진이 조심스럽게 손을 내렸다.
물론 날카로운 눈빛으로 주변을 경계하는 것을 잊지 않은 채 말이다.
“왜 이러십니까?”
그렇게 우리 모두가 무방비 상태가 되고, 나는 나를 똑바로 바라보고 있는 노인을 보며 물었다.
그런 나의 물음에 노인은 복잡한 표정을 지었다.
그러고는 입을 열었다.
“다시 묻겠네, 공자는 누군가.”
좀 전과는 다른 말투.
아니, 애초에 노인에게서 나오는 기세부터가 달라졌다.
아까는 시골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노인이었으나 지금은 무서운 기세를 내뿜는 절정의 고수이니 말이다.
절정의 기세를 내뿜으며 묻는 노인을 보며 나는 싱긋 미소를 지었다.
그러고는 입을 열었다.
“그것이 중요합니까?”
“중요하네.”
나의 대답에 노인이 대답했다.
그에 나는 싱긋 미소를 지었다.
“짐작하고 계시지 않습니까?”
“…….”
웃음기 어린 나의 대답에 노인이 얼굴을 일그러뜨렸다.
그러고는.
스윽.
손에 들린 검을 들어 나에게 겨누었다.
“그 검, 가만히 있어라.”
그런 노인의 모습에 두 눈에 살기를 흘리며 경고하는 야율민과 단진.
노인은 그런 둘을 무시하고 나를 똑바로 바라보았다.
“정녕, 천마의 아들인가?”
“네.”
부정은 하지 않겠다.
노인의 물음에 나는 당당하게 대답했다.
그런 나의 대답에 노인은 인상을 찌푸렸다.
그러고는 입을 열었다.
“천마신교에서 괴물을 키웠구나.”
“괴물은 아닙니다.”
전생에서는 몰라도 현생은 괴물이 아니지.
회귀해서 착하게 살고 있는 사람에게 괴물이라니.
상당히 실례되는 발언이다.
노인의 말에 나는 고개를 가로저으며 부정했다.
그에 노인은 날카로운 눈빛으로 나를 노려보았다.
“그 어린 나이에 일류의 경지에 올랐는데 괴물이 아니면 무엇이란 말인가?”
“잘생긴 미공자이지요.”
노인의 물음에 나는 싱긋 웃으며 대답했다.
나의 대답이 마음에 들지 않았을까?
노인의 미간이 다시 찌푸려졌다.
“나와 장난하자는 것인가?”
“검 앞에서 장난하는 성격은 아닙니다.”
“…….”
나의 대답에 노인은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그저 검을 들고 나를 바라볼 뿐이었다.
그에 나는 노인의 두 눈을 똑바로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그대들은, 십 년 전 있었던 마정대전 魔正大戰에서 벗어나 이곳에 자리 잡은 탈영병들. 맞습니까?”
“!!”
호우, 정답.
월척을 낚아 버렸다.
* * *
“그곳에 마을이 말입니까?”
지마궁 地魔宮에 위치한 비마각 飛魔閣.
그곳을 찾은 환마의 보고에 마뇌가 두 눈을 크게 뜨며 되물었다.
그런 마뇌의 되물음에 환마가 고개를 끄덕였다.
“이거 참…….”
“아무래도 십 년 전 그때, 도망친 놈들이겠지?”
환마의 말에 어이없다는 표정을 짓던 마뇌는 이어진 환마의 물음에 선선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고는 입을 열었다.
“끊임없이 싸우는 전쟁에 환멸을 느껴, 아예 틀어박힌 인물이 제법 많습니다. 전부 찾아낸 줄 알았는데…… 아직 있었군요.”
마뇌의 대답에 환마가 피식 미소를 지었다.
그러고는 입을 열었다.
“산이 워낙 크니까.”
“그런 곳에서 어린아이들을 괴롭히고 있구요.”
“거참.”
정곡을 찌르는 마뇌의 말에 환마는 헛기침을 하며 고개를 돌렸다.
십 년 전, 현 천마가 교주의 위에 오르고 마정대전이라 불린 전쟁이 시작되었다.
마정대전 魔正大戰.
수많은 사상자를 낸 전쟁은 중원에서도, 또 천산에서도 이루어졌다.
그중 천산에서 싸우던 무인들이 도망쳐 마을을 이루었고, 또 수많은 마인들이 신념을 저버리고 중원에 스며들어 갔다.
그렇게 죄 없는 백성들마저 죽음으로 몰고 간 끔찍한 전쟁은 기적적으로 중원의 재녀 才女였던 무림맹주의 딸 천소화와 천마신교주 천마의 혼인으로 막을 내렸다.
그렇게 전쟁이 끝이 나고, 천마신교는 다시 새로운 골머리를 앓아야 했다.
바로, 천산에 자리 잡은 정파 무인들의 마을 때문이었다.
그들은 천산에 찾아오는 마인들과, 일반 교인들에게 자신들의 사상을 전파하고, 천마신교 사상을 낮추었고 그것이 계속되다 보니 수많은 교인들이 신강을 탈출하기 까지 이르렀다.
그에 천마는 직접 천산의 마을들을 정리하라고 명령을 내렸고, 천산의 마을들은 그렇게 천마신교의 검 아래 모두 사라졌다.
아니, 사라진 줄 알았다. 헌데 아직 한 곳이 남아 있을 줄이야.
“교주님에게 보고를 해야겠습니다.”
“그래.”
마뇌가 자리에서 일어나며 말하자 환마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 다음 환마 또한 몸을 일으켰다.
“아이들 살살 굴리십시오.”
“지금 강하게 수련해야, 나중에 더 오래 살아.”
마뇌의 말에 환마는 콧방귀를 뀌며 대답했다.
확고한 환마의 신념에 마뇌는 살짝 한숨을 내쉬었다.
자신의 동생이 너무나 걱정되었던 것이다.
벌컥!
“군사님!”
“뭐지?”
그때, 무례하게 군사 집무실을 벌컥 열고 들어오는 사내를 보며 환마가 인상을 찌푸렸다.
“흑풍단의 부단주가 아닙니까?”
환마와 마찬가지로 인상을 찌푸리던 마뇌가 사내가 누구인지 알고 두 눈을 크게 떴다.
절정의 고수인 부단주.
그가 이렇게나 급하게 자신에게 달려오다니?
마뇌가 고개를 갸웃거리며 그를 부르자 부단주가 황급히 고개를 숙였다.
그러고는 입을 열었다.
“본단에서 관리하고 있던 라마승들이 탈출하였습니다.”
“…….”
부단주의 보고에 마뇌가 얼굴을 일그러뜨렸다.
그러고는 설마 하는 표정으로 다시 입을 열었다.
“어디서?”
“천산…….”
“이런 젠장!”
이어진 부단주의 대답에 마뇌는 욕설을 내뱉었다.
그러고는 고개를 돌려 환마를 바라보았다.
“환…….”
마뇌가 채 말을 꺼내기 전.
환마는 이미 천산 방향으로 달려가고 있는 상황이었다.
모든 내공을 끌어 올린 상태로.
그에 마뇌는 다시 고개를 돌렸다.
“비상사태를 선포하라.”
“예?”
마뇌의 말에 부단주가 고개를 갸웃거리며 되물었다.
라마승을 놓친 것 가지고 비상사태라니?
조금은 과한 처사가 아닌가 싶었던 것이다.
그런 부단주의 모습에 마뇌는 살짝 한숨을 내쉬었다.
그러고는 입을 열었다.
“천산에 대공자가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