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나의 천마신교는 이상하다-36화 (36/275)

제36화

제36장 천마의 명령 命令

“흐아아아악!”

이른 아침.

단진의 옆에 앉아 졸던 나는 갑작스럽게 들려오는 괴성에 두 눈을 떴다.

그러자 보였다.

상체를 일으켜 앉은 다음 식은땀을 줄줄 흘리며 거칠게 호흡하는 단진의 모습이 말이다.

“괜찮냐?”

그런 단진을 향해 수건을 건네며 내가 묻자 단진이 놀란 표정으로 고개를 돌려 나를 바라보았다.

그러고는 다시 고개를 돌려 주위를 둘러보았다.

“제가 왜 이곳에…….”

“쓰러져 있는 거 주워 왔다.”

단진의 물음에 내가 아닌 구석에 있던 야율민이 대답했다.

야율민의 목소리에 고개를 돌리던 단진이 야율민을 노려보았다.

그러고는 싸늘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누구 마음대로?”

“내 마음대로 이 자식아.”

“아…….”

야율민을 노려보는 녀석을 향해 내가 말하자 녀석은 난처한 표정을 지어 보였다.

그러고는 고개를 돌려 나에게 고개를 숙여 보였다.

“심려를 끼쳐 드려 죄송합니다.”

“괜찮다.”

녀석의 사과에 나는 아무것도 아니라는 듯 손을 흔들어 보였다.

그러고는 입을 열었다.

“일단, 이걸로 땀 좀 닦아.”

아까부터 계속 내밀고 있던 나의 손.

그 손에 들린 수건을 들어 보이며 말하자 단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고는 나의 손에 들린 수건을 받아 들었다.

“감사합니다.”

“그래.”

녀석의 감사 인사에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고는 식은땀을 훔치는 단진을 바라보았다.

“아픈 곳은?”

멈칫.

“…….”

땀을 훔치던 단진이 나의 물음에 행동을 멈추었다.

그러고는 나의 눈치를 살피며 입을 열었다.

“없습니다.”

“그렇군.”

녀석의 대답에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자세한 사정을 물어보고 싶었지만 아직은 아닌 듯했기 때문이다.

아무튼, 나의 시원한 대답에 오히려 단진이 눈치를 살피기 시작했다.

그러더니 고개를 돌렸다.

한쪽 벽면에 기대어 선 채 단진을 노려보고 있는 야율민.

녀석은 단진과 눈을 마주치자 아미를 찌푸렸다.

그러고는 퉁명스러운 어조로 입을 열었다.

“뭘 봐?”

“…….”

야율민의 퉁명스러운 말에 단진은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그러고는 다시 고개를 돌렸다.

“구양 공자, 벽곡단을 먹으면 몸속에 노폐물이 쌓이지 않아서…….”

“아 나도 밥!!”

어린아이를 가르치듯 말을 하는 사마천과 그 앞에서 떼를 쓰는 구양적의 모습이 보였다.

평소와 다름없는 일상.

전날, 끔찍한 고통이 자신을 덮쳤다는 것이 꿈만 같았다.

그에 단진이 고개를 돌렸다.

그러고는 나를 바라보았다.

“감사합니다.”

“흐음…….”

많은 의미가 함축된 듯한 감사 인사.

그 감사 인사에 나는 턱을 쓰다듬었다.

그런 다음 싱긋 미소를 지었다.

“밥 먹을까?”

역시, 사람은 밥부터 먹어야 힘을 낸다.

삶은 밥심!

그런 가치관을 지니고 있는 나의 말에 야율민과 단진, 그리고 구양적을 가르치던 사마천이 모여들었다.

식사 준비를 하기 위해서였다.

식사 준비를 위해 바삐 움직이는 아이들과 달리 덩그러니 혼자 앉아 있는 덩치의 소년, 구양적을 바라보며 나는 살짝 미소를 지었다.

그러고는 입을 열었다.

“적아.”

“…….”

저 자식.

이곳에서 합숙하는 동안 매일같이 홀로 벽곡단을 먹다 보니 삐져 있었다.

나의 물음을 가볍게 무시하는 구양적의 모습에 나는 다시 웃음을 지었다.

그러고는 입을 열었다.

“오 년 정도만 참아.”

“나는 아홉 살에 소주천을 이룰 것이오.”

나의 말에 구양적이 굳은 얼굴로 나를 바라보며 말했다.

그에 나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빨리하면 하는 것이지 왜 하필 콕 집어서 아홉 살일까?

“왜?”

“저 재수 없는 얼음탱이에게 질 수 없소.”

“닥쳐라 곰탱이.”

구양적의 말에 사마천과 함께 불을 지피던 단진이 고개를 돌려 구양적을 노려보았다.

그에 구양적은 콧방귀를 뀌었다.

그러고는 입을 열었다.

“시끄럽다 얼음탱이.”

“대공자님 불곰 고기 말고, 구양곰 고기 어떻습니까.”

구양적의 말에 단진이 고개를 돌려 나를 바라보며 물었다.

답지 않은 단진의 농담에 나는 싱긋 미소를 지었다.

그러고는 입을 열었다.

“나는 찬성.”

“저도 찬성입니다.”

나의 찬성에 사마천이 손을 들어 보이며 찬성했다.

그에 단진은 고개를 돌려 야율민을 바라보았다.

“네놈은?”

“…….”

단진의 물음에 야율민이 인상을 찌푸렸다.

그러고는 탐탁지 않은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찬성이다.”

“아 왜! 왜 다 저 얼음탱이 편인 건데!”

졸지에 따돌림을 당하게 되어 버린 구양적이 자신의 가슴을 두드리며 발광을 했다.

아주 사나운 곰 한 마리가 따로 없었다.

그렇게 우리는 아침부터 활기찼다.

그 모습이 보기가 너무 좋았던 나는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 * *

“부르셨습니까, 지존이시여.”

본전 천마궁에 위치한 천마대전.

그곳에 들어선 검마가 태사의에 앉아 있는 천마에게 예를 갖추었다.

그런 검마의 인사에 태사의에 드러눕다시피 앉아 두 눈을 감고 있던 천마가 두 눈을 떴다.

그러고는 특유의 나른한 표정으로 검마를 내려다보았다.

“재미있는 짓을 했더구나.”

“송구하옵니다.”

천마의 싸늘한 한마디에 검마가 즉각 이마를 바닥에 찧으며 용서를 구했다.

그에 천마가 등받이에서 등을 떼었다.

그러고는 팔걸이에 팔을 얹은 다음 손바닥으로 턱을 짚었다.

“내가 모를 줄 알았더냐?”

감정의 고저가 없는 무감정한 천마의 물음에 검마가 고개를 들었다.

그런 다음 다시 이마를 강하게 바닥에 내리찧었다.

콰앙!

“송구하옵니다!”

대전이 울릴 정도로 강하게 이마를 찧은 검마.

천마는 그런 검마를 내려다보며 다시 입을 열었다.

“환마도 웃기는군, 내가 정말 모를 것이라 생각한 것인가.”

“저의 욕심이었습니다. 환마 또한 저의 협박에 못 이겨 억지로 제 청을 들어주었습니다.”

천마의 말에 검마가 황급히 입을 열었다.

환마는 자신을 도와준 이다. 헌데 자신의 고집으로 그마저 벌을 받는 다면 너무 미안하지 않은가?

그에 검마가 환마를 변호하듯 말하자 천마가 씨익 미소를 지었다.

그러고는 입을 열었다.

“재미있구나. 그대가 타인을 보호하려 하다니 말이야.”

“…….”

“검마가 어린 시절 동심을 되찾은 것인가?”

천마의 입에서 나온 흥미 가득한 목소리.

그 목소리에 검마는 아무 말도 하지 않은 채 고개를 숙였다.

그런 검마를 내려다보던 천마가 다시 입을 열었다.

“사람들은 내가 변했다고 하지만, 나의 눈에는 그대도 변했어.”

“…….”

천마의 입에서 나온 말. 그 말을 들은 검마는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았다. 자신 또한 느끼고 있었기 때문이다. 옛날과 다른 자신을 말이다.

아무런 대답도 하지 못하는 검마를 보며 천마가 다시 입을 열었다.

“옛날 같았으면 그저 혼자 지켜볼 뿐, 직접 환마에게 고개를 숙이거나 하지 않았을 것이야.”

맞다.

검마의 옛 성격이었다면 단진이 걱정되는 것은 똑같았지만 오늘처럼 직접 나서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것이 변하기 전 검마의 성격이었으니 말이다.

자신의 말에 수긍하는 듯한 검마의 모습에 천마가 다시 입을 열었다.

“왜일까?”

“송구하옵니다.”

의문이 가득 담긴 천마의 물음에 검마는 그저 용서를 구했다.

지존인 천마의 앞에서 변명은 통하지 않았다, 그저 용서를 구할 뿐.

자신을 너무나도 잘 아는 검마를 보며 천마는 장난스러운 미소를 지었다.

그러고는 입을 열었다.

“내 아들 때문인가?”

“…….”

천마의 물음에 검마는 조용히 고개를 들었다.

그러고는 즐거워하고 있는 천마를 바라보았다.

“모르겠습니다.”

그러고는 말했다.

솔직한 자신의 심정을 말이다.

그런 검마의 대답에 천마가 더욱 즐거운 표정을 지었다.

그러고는 검마를 바라보았다.

“모르겠다? 본교의 이인자로 불리는 그대가?”

“송구하옵니다, 그저…… 제 아들이 괴로워하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에 선을 넘었습니다.”

천마의 물음에 검마가 다시 고개를 숙였다.

검마의 담백한 사죄에 천마는 태사의에서 몸을 일으켰다.

그러고는 걸음을 옮겼다.

뚜벅뚜벅.

태사의에 오르기 위해 마련된 계단을 한 개씩 천천히 밟고 내려와 검마의 앞에 멈추어 선 천마.

그가 자신의 발아래에 고개를 숙이고 있는 검마를 내려다보았다.

“검마.”

“예, 지존.”

천마의 부름에 검마가 떨리는 음성으로 대답했다.

그 누구의 앞에서도 이성을 잃지 않고 늘 이성적인 모습만 보여 주는 검마.

그가 천마의 부름에 본능적으로 몸을 떨었다.

천마의 몸에서 뿜어져 나온 순수한 마기.

그 마기에 인간의 원초적 본능, 공포라는 감정을 느낀 것이었다.

그런 검마의 대답에 천마는 그 자리에 쪼그려 앉았다.

콰득!

그런 다음 검마의 머리칼을 쥐고 들어 올렸다.

천마의 손에 의해 머리가 들린 검마.

그가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천마의 두 눈을 바라보았다.

“요새 한가하다, 그지?”

붉어진 두 눈과 싸늘한 음성.

천마신공을 끌어 올린 천마의 말에 검마가 다시 두 눈을 내리깔았다.

그러고는 입을 열었다.

“송구하옵니다.”

콰앙!

검마의 사과가 끝이 남과 동시에 대전의 바닥에 처박힌 검마의 얼굴.

대전의 바닥을 이루고 있는 돌을 부수고 바닥에 박힌 검마는 얼굴에서 느껴지는 고통에 몸을 떨었다.

“본교의 일장로가 그렇게 한가한 자리인지는 몰랐군.”

고통에 몸을 떠는 검마를 내려다보며 천마가 싸늘한 음성으로 말했다.

그에 검마가 고개를 들었다.

파시식.

그러자 검마의 얼굴에 박혀 있던 돌가루가 조금씩 떨어져 내렸고, 검마는 다시 고개를 숙이며 입을 열었다.

“소…… 송구하옵니다.”

“보름간 일장로의 권한을 압수한다.”

“예.”

검마에게 떨어진 벌.

보름 동안 일 장로가 가진 모든 권한을 압수한다는 천마의 벌에 검마는 예의 바르게 대답했다.

그에 천마가 다시 입을 열었다.

“그 보름 동안, 천산에서 환마를 도와 아이들의 수련을 돕도록.”

“……?”

천마의 입에서 나온 다음 명령에 검마가 의문 어린 표정을 지었다.

그러고는 조심스럽게 고개를 들었다.

어느덧 원래의 검은색으로 돌아온 천마의 두 눈.

검마는 그 천마의 두 눈을 올려다보며 입을 열었다.

“잘 못 들은 것 같습니다.”

“보름간 환마 도우라고.”

검마의 되물음에 천마는 짜증 난다는 듯 인상을 찌푸리며 대답했다.

그런 다음 몸을 돌려 다시 태사의로 올라갔다.

뚜벅뚜벅.

계단을 오르는 천마의 뒷모습을 멍하니 바라보던 검마.

그가 곧 정신을 차리고는 고개를 숙였다.

그러고는 큰 소리로 입을 열었다.

“명을 받듭니다!”

* * *

“제길!”

천산의 깊은 숲속.

수하들의 갑작스러운 신호탄에 황급히 달려온 중년의 사내가 인상을 와락 찌푸렸다.

숲속 곳곳에 쓰러진 열 구의 시체.

자신과 동고동락해 온 수하들의 시체에 사내는 욕설을 내뱉으며 시체에게 다가갔다.

그러자 보였다.

인간의 짓이라고는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잔혹하게 찢겨 있는 수하의 시체가 말이다.

그런 시체를 내려다보던 중년 사내.

천마신교의 무력집단 중 두 번째로 강하다고 평가되는 흑풍단 黑風團의 단주, 흑풍이 입을 열었다.

“당했군.”

“대체…… 그들이 어떻게 이런 힘을 내는 것입니까?”

그런 흑풍의 뒤를 따른 부단주가 이해가 되지 않는다는 표정으로 흑풍을 바라보며 물었다.

그런 부단주의 물음에 흑풍은 한숨을 내쉬었다.

그러고는 입을 열었다.

“강령술 降靈術.”

“강령술 말입니까?”

흑풍의 대답에 부단주가 고개를 갸웃거리며 되물었다.

그에 고개를 끄덕인 흑풍이 다시 입을 열었다.

“스스로의 몸에 악령을 빙의시키는 술법, 라마승들이 사용하는 술법 중 하나이다.”

“아…….”

흑풍의 대답에 부단주가 고개를 끄덕였다.

“부단주.”

“예, 단주님.”

고개를 끄덕이던 부단주는 흑풍의 부름에 자세를 바로 하며 대답했다.

그에 흑풍이 입을 열었다.

“너는 일대대와 함께 빠르게 본전으로 달려가 마뇌 님에게 보고를 하도록 하라. 나는 이대대 그리고 삼대대와 함께 라마승들을 추적한다.”

“예!”

“예!”

단주, 흑풍의 명령에 부단주와 약 삼백여 명의 대대원들이 고개를 숙이며 대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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