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나의 천마신교는 이상하다-33화 (33/275)

제33화

제33장 충성 忠誠, 동지 同志

“제길!”

명 제국의 수도 남경.

그곳에 위치한 거대한 장원에서 한 소년이 이를 갈며 바닥에 있는 돌을 걷어찼다.

“도련님!”

그런 소년의 행동에 옆에 있던 무사가 화들짝 놀라며 소년을 불렀다.

그런 무사의 부름에 인상을 찌푸린 소년.

그가 고개를 돌려 무사를 바라보았다.

“네놈도 내가 웃기느냐?”

“아닙니다.”

날카로운 소년의 목소리에 무사는 고개를 깊이 숙이며 부정했다.

그에 소년은 입술을 살짝 깨물었다.

다 짜증 났다.

아버지도 싫었고, 호부견자 虎父犬子라고 자신을 욕하는 가신들과 사람들도 싫었다.

그에 소년은 다시 신경질적으로 걸음을 옮겼다.

“혼자 있고 싶으니 아무도 들이지 말거라!”

거대한 장원 중 자신이 기거하는 전각에 도착한 소년.

그가 큰 목소리로 소리치자 모든 사람들이 고개를 깊게 숙였다.

“흥!”

그에 콧방귀를 뀐 소년이 문을 열고는 이내 신경질적으로 강하게 문을 닫았다.

쾅!

소년의 힘에 의해 큰 소리를 내어 버린 문.

소년의 사용인인 수많은 사람들은 가만히 고개를 들었다.

그러고는 소년의 문을 바라보았다.

“어찌, 이문충 장군님에게서 저런 자가…….”

“어허! 조용히 하시게!”

굳게 닫힌 문을 바라보며 탄식 어린 어조로 중얼거리던 한 무사.

그 무사의 말에 옆에 있던 무사가 무서운 표정을 지으며 주의를 주자, 탄식하던 무사가 눈치를 살피며 입을 닫았다.

뛰어난 무예와, 두뇌로 하늘을 바꾼 명 태조 주원장.

그의 조카이면서 양자인 이문충은 명나라의 개국공신이며 뛰어난 무예로 수많은 백성들에게 사랑받는 대장군이었다.

그런 대장군의 아들인 이경륭.

그는 이문충처럼 훌륭한 무예도, 그렇다고 뛰어난 두뇌도 소유하고 있지 않은 평범한 사내였다.

사람들은 그런 이경륭에게 실망하며 호부견자라고 칭했다.

그것이 알게 모르게 이경륭에게 큰 상처가 되었고 말이다.

아무튼, 그렇게 수하들이 이경륭을 복잡한 시선으로 바라보던 그때.

“누구…….”

스윽.

“조용히 하거라.”

방 안에 들어선 소년, 아니 이경륭은 자신의 목에 겨누어진 차가운 감촉에 입을 다물었다.

그러고는 고개를 들어 의자에 앉아 자신을 응시하고 있는 어린아이를 바라보았다.

“누구냐.”

“예를 갖추어라.”

자신의 방에 무단으로 침입한 불청객을 보며 이경륭이 인상을 찌푸리자 옆에 있던 무사가 주의를 주었다.

이경륭의 목에 검을 더 깊게 겨누며 말이다.

“제길.”

목에서 느껴지는 화끈한 고통에 이경륭은 욕설을 내뱉었다.

그러고는 미소를 지으며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어린아이를 향해 물었다.

“누구시오?”

“나? 누구일 것 같아?”

이경륭의 물음에 장난스러운 미소를 지으며 되묻는 아이.

그런 아이의 모습에 이경륭은 인상을 찌푸렸다.

“내가 어찌 안단 말이오?”

“조국공 曹國公의 아들이 나를 모른다고?”

계속 장난스레 대답하는 어린아이의 모습에 이경륭은 이를 갈았다.

그러고는 입을 열었다.

“아버지의 아들이라고 해서 내가 꼭 알아야 하오?”

이경륭에게 있어서 큰 짐과도 같은 아버지의 이름.

그 이름에 이경륭이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하하!”

그런 이경륭의 물음에 어린아이는 큰 소리로 웃었다.

그에 이경륭이 두 눈을 반짝였다.

방 안에서 이렇게 크게 웃는다면 밖에 있는 무사들이 소리를 들을 것이다.

그렇다면 이들도 제압이 가능할 것.

그에 이경륭은 씨익 미소를 지었다.

하지만 그의 미소는 이내 사라졌다.

“걱정 마, 소리를 차단했으니까.”

웃음을 멈춘 어린아이가 다 알고 있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며 이경륭에게 말했던 것이다.

그에 이경륭은 인상을 찌푸렸고 아이는 다시 입을 열었다.

“조국공과 달리 너는 재미있는 성격을 지녔구나.”

충직하고 우직한 모습을 보이는 이문충과 달리 반항기가 가득하며 주변 눈치를 살피는 이경륭.

그런 이경륭의 모습에 아이는 흥미로운 목소리로 말했다.

그에 이경륭은 가만히 어린아이를 바라보았다.

무언가 이상했다.

명나라의 대장군이며, 조국공인 아버지.

그런 아버지의 거처인 대장원에 아무도 모르게 침입했다.

그리고 내공으로 소리를 차단할 정도인 고수를 호위무사로 쓴다. 게다가 일반인이라면 한 번도 만나기 힘든 자신의 아버지를 잘 알고 있다는 듯이 이야기한다.

그 뜻은 눈앞에 있는 저 어린아이가 보통의 직위를 지닌 이가 아니라는 뜻이다.

자신의 아버지를 편하게 만날 수 있으면서 뛰어난 고수를 호위로 둘 수 있는 어리디어린 존재.

거기까지 생각이 미친 이경륭이 경악 어린 표정을 지었다.

그런 존재는 단 하나뿐이었다.

“천세 천세 천천세! 황손 전하를 뵙습니다!”

명 태조 주원장의 손자이자, 의문태자 懿文太子의 장남 주윤문.

바로 그분일 뿐이다.

아이, 아니 주윤문의 정체를 파악한 이경륭이 그 자리에서 황급히 무릎을 꿇으며 고개를 숙였다.

그에 주윤문은 진한 미소를 지으며 이경륭을 내려다보았다.

“생각보다 눈치가 빠르구나.”

“송구하옵니다.”

주윤문의 말에 이경륭은 그저 용서를 구했다. 그런 이경륭의 행동에 주윤문은 소리 내 웃으며 고개를 가로저었다.

그러고는 입을 열었다.

“아니, 나는 너의 성격이 마음에 들었다.”

“……?”

생각지 못한 주윤문의 호의적인 말에 이경륭이 의문 어린 표정을 지으며 슬며시 고개를 들었다.

그러고는 흥미로운 표정을 짓고 있는 주윤문의 두 눈을 바라보았다.

“너, 내 사람이 되지 않겠느냐?”

다섯 살이라는 어린아이.

그 어린아이에게서 패도적인 기세를 느낀 이경륭이 침을 꿀꺽 삼켰다.

그러고는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송구하옵니다, 무지한 소신은 무슨 뜻인지 이해하기가 어렵사옵니다.”

“하하!”

그런 이경륭의 대답에 주윤문은 다시 소리 내어 웃었다.

그러고는 이경륭을 바라보았다.

“네가 가지고 있는 능력, 인생. 모든 것을 나에게 바치지 않겠냐고 묻는 것이다.”

주윤문의 직설적인 말에 이경륭은 가장 먼저 의문이 들었다.

호부견자라며 사람들에게 조롱을 받는 이가 자신이었다.

헌데 황태손인 그가 무엇이 아쉬워서 자신에게 충성을 요구한단 말인가?

“어찌 저를……?”

그런 의문이 담긴 이경륭의 물음에 주윤문은 씨익 미소를 지었다.

그러고는 입을 열었다.

“나는 반항아를 좋아해.”

“…….”

“가족에게도 아무렇지 않게 반항할 수 있는 그런 존재.”

흠칫.

무서웠다.

말을 하는 주윤문의 몸에서 느껴지는 매서운 살기에 이경륭이 몸을 떨었다.

“너를 내가 필요로 한다.”

“…….”

“그거면 된 것 아닌가?”

맞다.

주윤문의 말은 틀리지 않았다.

황태손인 그가 자신을 필요로 한다.

사람들에게 조롱이나 받는 무능한 자신을 말이다.

“충성을 바치겠사옵니다!”

그렇게, 주윤문은 훗날 오른팔이 되어 괴로움과 즐거움을 함께 할 이경륭의 충성을 받았다.

반항아가 마음에 든다는 이유로 말이다.

* * *

“타핫!”

“느려!”

천산에 위치한 동굴.

그곳에 터를 잡은 지도 어느덧 보름이라는 시간이 지났다.

이틀 정도 번을 서면서 외부 습격에 힘들었지만 삼 일 차 정도부터 조금씩 익숙해졌고, 지금에서는 습격은 아무렇지 않게 막을 수 있을 정도로 기감이 발달된 상태였다.

외부 습격에서의 여유, 그리고 가장 중요한 식량과 식수가 여유 있다 보니 나는 아이들의 무공을 봐주고 있었다.

실력은 일류이지만 나의 눈과 경험 그리고 상식은 화경의 경지.

아이들에게 큰 도움이 되는 것은 당연하다.

그렇기에 나는 한 명 한 명과 대련을 하며 단점을 지적해 주고 있었다.

“푸핫! 힘드오!”

그렇게 대련을 하던 도중.

나와 반 시진 정도 대련을 하던 구양적이 힘이 들었는지 그 자리에 주저앉으며 포기를 선언했다.

그에 나는 살짝 미소를 지었다.

“그래, 조금 쉬자.”

“푸하아!”

나의 입에서 휴식이라는 말이 나오자마자 그대로 발라당 뒤로 누워 버리는 구양적을 보며 나는 미소를 지었다.

“대공자님.”

그렇게 미소를 짓던 나는 옆에서 들려오는 목소리에 고개를 돌렸다.

“왜?”

너무나도 잘생겼으나, 왼쪽 얼굴에 흉측한 화상을 지니고 있는 소년, 바로 단진이었다.

나의 대답에 단진이 어색한 표정을 짓더니 이내 나의 눈치를 살피며 천천히 입을 열었다.

“저…… 오늘 밤은 저 혼자 밖에서 자도 되겠습니까?”

“왜?”

단진의 물음에 나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지금은 합숙 기간이다.

끊임없이 우리를 향해 습격을 해 오는 환마와 그의 수하들.

그들에게서 가장 안전한 곳이 이곳 동굴인데 밖에서 자겠다니?

이해가 가지 않는 단진의 말에 나는 고개를 갸웃거리며 물었다.

“그냥…….”

그런 나의 물음에 곤란하다는 표정을 지으며 말끝을 흐리는 단진.

나는 그런 녀석을 보며 다시 입을 열었다.

“솔직히 말해.”

“…….”

거듭된 나의 물음에도 단진은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았다.

그런 녀석의 모습에 나는 한숨을 내쉬었다.

단진.

이 녀석은 열 살이라는 나이에 맞지 않게 신중하고 똑똑한 놈이다.

그런 놈이 습격을 받을 것을 뻔히 알면서 나에게 따로 밤을 보내고 싶다고 부탁한다는 것은 분명 그만한 이유가 있을 것이다.

그 이유를 알고 도움이 된다면 도움을 건네고 싶은 것이 나의 심정이었지만, 단진은 아직 도움을 받을 준비가 되지 않은 것 같았다.

그것이 안쓰러웠던 나는 다시 한번 한숨을 내쉬었다.

그러고는 고개를 들어 단진을 바라보았다.

“내가 도울 일은?”

나의 물음에 단진은 말문이 막힌 표정을 지었다.

그런 녀석의 표정을 보며 나는 가만히 기다렸다. 녀석이 말해 주기를 말이다.

잠깐의 시간이 흐르고 나서 드디어 단진의 입이 열렸다.

“……제 힘으로 극복하고 싶습니다.”

“그래.”

결연한 표정으로 말하는 단진의 모습에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단진이 이렇게까지 하는 것으로 봐서는 큰 이유가 있을 터.

나는 믿고 기다리면 될 것이다.

“알겠다.”

“감사합니다.”

나의 허락에 단진이 허리 깊이 고개를 숙였다.

그러고는 몸을 돌렸다.

“지금 나가는 것이냐?”

어느덧 해가 질 시간.

돌아서는 단진을 보며 내가 묻자 단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에 나는 다시 입을 열었다.

“네 뒤에는 우리가 있다.”

“…….”

“도움이 필요하면 언제든지 말해. 무슨 일이든 해결은 못해 주더라도 함께는 해 줄 테니까.”

진심이다.

해결은 못해 주더라도 적어도 함께는 있어 줄 수가 있다.

그런 나의 말에 단진이 가만히 고개를 끄덕였다.

저벅저벅.

그러고는 걸음을 옮겨 동굴을 나섰다.

단진이 사라지고.

“대공자.”

“대공자님.”

구양적, 사마천, 그리고 야율민이 나를 향해 모여들었다.

녀석들의 부름에 나는 고개를 들었다. 그러고는 이글거리는 눈빛으로 나를 바라보는 녀석들의 모습에 피식 미소를 지었다.

“따라가자고?”

“위험합니다.”

“얼음탱이 녀석, 멍청하니 우리가 도와줘야 하오!”

“우리는 동지가 아닙니까?”

나의 물음에 야율민, 구양적, 사마천이 순서대로 말했다.

그런 녀석들의 말에 나는 씨익 미소를 지었다.

보름간의 합숙.

그동안 우리들은 많이 바뀌었다.

누가 이 단단하고 착한 아이들을 마교의 아이들이라고 생각하겠는가?

마음에 쏙 드는 말을 하는 녀석들을 보며 나는 입을 열었다.

“그래, 가자.”

단진은 우리들의 동지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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