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나의 천마신교는 이상하다-32화 (32/275)

제32화

제32장 경악 驚愕

“이런 미친!”

위극신이 다른 아이들과 함께 불곰을 죽인 그 시각.

멀리서 그 모습을 지켜보던 환마는 경악하며 욕설을 내뱉었다.

완벽한 전략으로 삼류의 실력을 지닌 구양적까지 이용하여 불곰을 제압한 것도 놀랍지만, 경악할 일은 아니다.

하지만 대공자인 위극신.

그 인물 자체에 환마는 경악했다.

다섯 살.

고작 다섯 살이다.

부모의 품에 안겨서 어리광을 부리고, 자신의 의지도 생각도 제대로 세우지 못하는 어리디 어린 아이다.

헌데 그런 어린아이가 중원에서 오룡삼봉 五龍三鳳 이라 불리는 약관의 후기지수들과 같은 경지에 올랐다.

일류란 보통 약관의 나이에 이른 거대문파의 후계자나, 또는 이름 있는 중소문파의 문주가 도달해 있는 경지다.

일류의 경지부터 고수라는 단어를 붙여 사용하는 진정한 무인의 경지.

그 경지에 위극신은 다섯 살이라는 어린 나이에 오른 것이다.

심지어, 위극신의 검풍은 흐트러짐 없이 완벽했으며 자연스럽게 뿜어져 나가기까지 했다.

그 뜻은 곳 완숙한 일류의 경지라는 뜻과 같았다.

이것이 가능하단 말인가?

무림 역사를 뒤져 봐도 찾아볼 수 없는 일이었다.

“도대체…….”

불곰의 사체 위에서 웃으며 아이들과 대화를 나누고 있는 위극신.

그를 바라보며 환마는 믿을 수 없다는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자신의 두 눈으로 똑바로 지켜보았지만 이 상황이 믿기지가 않았다. 천마에게 어떻게 보고를 해야 할지 감도 잡히지 않는 환마가 인상을 찌푸리며 이마를 짚었다…….

“장로님…….”

그때.

옆에서 들려오는 수하의 목소리에 환마가 정신을 차렸다.

그러고는 고개를 돌렸다.

그러자 보였다.

자신처럼 경악 어린 표정을 짓고 있는 스무 명의 수하들이 말이다.

공자들을 습격하며, 함정을 설치하고, 또 공자 한 명 한 명을 전담하여 목숨이 위험할 때는 나서야 하는 환마의 수하들.

그런 수하들을 보며 환마는 피식 미소를 지었다.

천산에 오른 지 이제 하루.

자신의 수하들이 기세에 밀려 버렸다.

바로, 대공자 위극신에게 말이다.

그렇게 기선을 제압당한 수하들의 모습이 웃겼던 환마가 소리 죽여 웃었다.

“…….”

그런 환마의 웃음에 수하들은 조용히 입을 다물며 고개를 숙였다.

그렇게 환마가 소리 죽여 웃기를 잠시.

곧 그의 입이 열렸다.

“오늘, 너희들은 아무것도 못 본 것이다.”

“장로님……?”

환마의 말에 그의 직속부대인 환영대의 대주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대공자가 일류의 경지에 오른 경사다.

헌데 이런 경사를 비밀로 하라고?

이해가 되지 않았던 대주가 의문 어린 목소리로 묻자 환마가 다시 입을 열었다.

“너희들은 아무것도 보지도, 듣지도 못한 것이다. 알겠느냐?”

“알겠습니다.”

반복된 환마의 명령에 수하들 모두가 고개를 숙였다.

그에 환마는 고개를 끄덕이고는 다시 고개를 돌렸다.

흠칫!

우연일까?

대공자가 자신을 바라보고 있었다.

자신이 숨어 있는 방향을 똑바로 바라보고 있는 대공자를 보며 몸을 흠칫한 환마가 신음을 흘렸다.

“미치겠군.”

자신이 있는 방향, 마치 자신의 두 눈을 빤히 바라보고 있는 듯한 대공자의 모습에 환마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절대 불가능하다.’

대공자와 환마의 거리는 약 삼십 장.

아무리 완숙한 일류고수더라도 자신의 위치를 파악할 수는 없었다.

씨익.

“!!”

그때.

위극신, 천마신교의 대공자가 웃었다.

자신의 두 눈을 똑바로 바라보며 말이다.

그런 위극신의 웃음에 환마는 온몸에 소름이 돋는 것을 느끼며 뒷걸음질 쳤다.

“장로님?”

갑작스러운 환마의 모습에 환영대주가 고개를 갸웃거리며 그를 불렀다.

“…….”

그런 대주의 부름에도 환마는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았다.

그저 몸을 돌리고 동굴로 들어가는 위극신을 바라볼 뿐이었다.

* * *

다행히도 동굴 근처에 맑은 물이 흐르는 계곡이 있었다.

“와아!”

시원하게 흘러내리는 계곡을 보며 환호한 구양적.

녀석이 서둘러 계곡으로 달려갔다.

그에 나는 살짝 미소를 지었다.

그러고는 입을 열었다.

“멈춰.”

멈칫.

나의 짧은 한 마디에 그대로 몸을 멈춘 구양적.

처음에 식수를 마음대로 마신 사건이 효과가 있었는지 묘하게 말을 잘 듣는 구양적을 보며 미소를 지은 나는 계곡 앞으로 걸어갔다.

그러고는 계곡 앞에 앉아 물을 손에 조금 덜어 혓바닥을 가져다 대었다.

짜릿!

“…….”

물에서 느껴질 리가 없는 인위적인 짜릿한 맛.

그 맛에 나는 싱긋 미소를 지었다.

역시, 우리의 얄짤없는 환마.

가장 중요한 물도 못 먹게 하기 위해 계곡에 독을 푼 것이다.

한 모금 물을 마시고 씨익 미소를 짓는 나의 모습에 사마천이 설마 하는 표정을 지으며 입을 열었다.

“대공자님, 독이 있습니까?”

그에 나는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너무하는군요!”

“아아…….”

“제길.”

“…….”

나의 대답에 야율민과 구양적은 절망을 했고, 단진은 이를 갈았다.

“대공자님.”

“응?”

“미소를 짓고 있으신데…… 혹 방도가 있으신 것입니까?”

역시, 똑똑한 놈이다.

미소를 짓고 있던 나는 사마천의 물음에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고는 입을 열었다.

“우리들의 식수통. 철로 되어 있지?”

“네.”

각자의 허리춤에 매달려 있는 식수통.

그것을 언급하며 내가 묻자 사마천이 대답했다.

그에 나는 빙긋 미소를 지으며 식수통을 꺼내 들었다.

그러고는 계곡물을 가득 퍼 올렸다.

“대공자님……? 분명 독이 있다고…….”

식수통이 가득 찰 만큼 물을 채우는 나의 행동에 사마천이 고개를 갸웃거리며 물었다.

그에 나는 미소를 지어 보인 다음 가만히 나를 바라보는 단진을 향해 입을 열었다.

“단진아, 거기 있는 풀 좀 뽑아서 줘 봐.”

“네.”

나의 부탁에 단진은 짧게 대답한 다음 아무렇게나 자란 풀을 뽑아 가져다주었다.

그것의 뿌리를 가볍게 씻은 나는 보란 듯이 식수통에 넣었다.

그런 다음 사마천을 바라보았다.

“이 흔한 잡초. 이름은 ‘잔대’라는 것이다.”

“그것이 이름도 있습니까?”

나의 설명에 사마천이 고개를 갸웃거리며 물었다.

그에 나는 살짝 미소를 지었다.

사마천의 반응이 이상한 것 도 아니다.

아무렇게나 자라 있는 이 잡초.

원래 이름 없는 잡초였으나 십 년 후, 내가 열다섯 살이 되던 해에 이름이 생긴다.

‘잔대’라는 이름이 말이다.

백 가지의 독을 해독시켜 주는 풀로서 그것을 우려먹는다면 몸속에 있는 해로운 독성을 분해시켜 주는 효능을 지녔으며 중원 전역에 흔하게 보였기에 황족은 물론 돈 없는 백성들에게까지 사랑받았던 약초였다.

이렇게 뛰어난 약초이지만, 이 약초의 효능은 10년 후에나 밝혀지기 때문에 사마천이 의문을 가지는 것은 당연하다.

“정말, 해독 약초라는 말씀이십니까?”

“그래, 아주 탁월한 약초지.”

믿기지 않는다는 듯 사마천이 다시 묻자 나는 웃으며 고개를 끄덕여 보였다.

“그렇게 물에 담그기만 하면 됩니까?”

사마천이 당황하는 동안 가만히 있던 구양적이 손을 들며 물었다.

“멍청한 곰아. 당연히 끓여야겠지.”

“이 얼음탱이가.”

그런 구양적의 물음에 단진은 비웃으며 말했고, 구양적은 두 눈에 불을 켜며 단진을 노려보았다.

“자, 그만하고 어서 나처럼 해.”

그런 둘을 대충 말린 내가 말하자 모두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게 다섯 개의 식수통에 물을 가득 채우고 잔대를 집어넣은 우리는 동굴로 돌아가 식수통을 끓이기 시작했다.

“야룡아.”

“네.”

“너는 사마천과 이곳을 지키고 있어라.”

나의 부름에 예의 바르게 대답한 야율민.

이어진 나의 말에 야율민이 고개를 갸웃거리며 나를 바라보았다.

“어디 가시렵니까?”

“해체를 하고 와야지.”

야율민의 물음에 뒤에 있는 불곰의 사체를 가리킨 나.

그런 나의 말에 야율민이 두 눈을 크게 떴다.

그러고는 입을 열었다.

“해체를 말입니까?”

“그래, 우리 양식인데.”

가뜩이나 먹을 것이 없는데 저거라도 먹어야지.

나의 말에 모두가 두 눈을 크게 떴다.

그에 나는 설명하기 귀찮다는 듯 손을 휘저어 보이고는 어정쩡하게 서 있는 구양적을 바라보았다.

“들자.”

“알겠소!”

“단진아 도와줘.”

“알겠습니다.”

단진과 구양적, 그리고 나.

이렇게 세 명이서 내공을 사용하며 들자 가까스로 들리는 불곰의 사체.

그 사체를 들어 올린 우리는 천천히 계곡으로 걸음을 옮겼다.

* * *

“미치겠군.”

멀리서 위극신이 곰의 사체를 옮기는 것을 지켜보던 환마.

그가 나지막한 목소리로 다시 욕설을 내뱉었다.

천혜의 요새, 악마의 산이라 불리는 천산에서 합숙을 하는 것임에도 불구하고 너무 편안해 보이는 위극신이 얄미워 일부러 계곡에 독을 풀어 버린 환마.

수하들의 반대가 있었지만 환마는 신경 쓰지 않고 진행했다.

그리고 기대했다.

물을 마시고 괴로워할 대공자를 말이다.

하지만 웬걸?

대공자는 듣도 보도 못한 잡초에 이름을 붙이고 해독 약초라며 식수통에 담았다.

그에 환마는 설마 하는 표정을 지으며 위극신을 바라보았다.

아직까지 믿기지 않았던 것이다.

저 잡초가 정말 해독 약초인지 말이다.

하지만, 채 그 의문이 풀리기도 전에 계곡에 앉아 능숙한 칼솜씨로 곰의 사체를 해부하는 위극신을 보며 환마는 한숨을 내쉬었다.

위극신은 분명 다섯 살이다.

어리디어린 다섯 살!

헌데, 어찌 저렇게 노숙에 익숙한 모습을 보인단 말인가?

게다가 곰을 해체하는 솜씨는 예사 수준이 아니다.

도대체 대공자는 뭐란 말인가?

환마는 머리가 아파 오는 것을 느꼈다.

고기와 가죽을 분리하고, 먹을 수 있는 부위를 물로 씻은 위극신.

이번에는 불을 지펴 고기를 훈연까지 해 버리는 위극신의 모습에 환마는 생각하는 것을 포기했다.

그러고는 고개를 돌렸다.

그러자 보였다.

자신을 빤히 바라보고 있는 수하들이 말이다.

그에 환마가 한숨을 내쉬고는 다시 입을 열었다.

“밤낮, 가리지 않고 계속해서 습격한다.”

“네!”

아무래도 수련의 강도를 더 올려야 할 것 같았다.

* * *

“후아, 좋네.”

고기를 훈제 처리하고 서늘한 곳에 놔둔 다음 분리한 가죽으로 차가운 기운이 올라오는 바닥을 덮은 나는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으며 입을 열었다.

“최고입니다!”

“푸하하! 대공자는 역시 대단하외다!”

“도대체 이것을 어떻게…….”

“…….”

내가 만든 작품에 각자의 개성대로 감탄하는 아이들.

그런 아이들을 보며 나는 싱긋 미소를 지었다.

그러고는 입을 열었다.

“물은?”

“시음까지 해 본 결과, 아무런 문제 없습니다.”

나의 물음에 야율민이 큰 목소리로 대답했다.

그에 나는 싱긋 미소를 지었다.

“오늘부터 번을 서야 한다.”

“밤에, 한 시진씩 순서대로 서면 될 것 같습니다, 대공자님을 기다리면서 순서를 정했습니다.”

나의 말에 이번에는 사마천이 대답했다.

그에 나는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공평하게 했지?”

“대공자님 성격상 번을 당당하게 서실 것 같아 공평하게 나누었습니다.”

나의 물음에 사마천이 자신감 어린 목소리로 대답했다.

그에 나는 웃으며 고개를 끄덕여 보였다.

그러고는 아이들을 둘러보았다.

천혜의 요새, 악마의 산 천산에서 합숙을 시작했음에도 불구하고 힘들어 보이기는커녕, 생기가 넘치는 아이들의 얼굴을 보니 내 기분이 절로 좋아졌다.

그에 나는 웃으며 입을 열었다.

“그럼 밥 먹을까?”

“와아!”

나의 물음에 구양적을 제외한 모두가 환호했다.

“대공자.”

환호하는 아이들 틈 사이로 나를 부르는 구양적.

나는 그런 녀석을 보며 고개를 갸웃거렸다.

“정말…… 나도 같이 먹으면 안 되겠소이까? 우리 아버지한테는 비밀로 하고…….”

“…….”

불쌍한 녀석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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