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5화
제25장 수련 修鍊
“내가 이곳에 너를 부른 이유를 아느냐?”
천마가 던지고 내가 피하여 바닥에 꽂혀 버린 검.
그 검을 내가 뽑아 들자 천마가 낮은 음성으로 물었다.
그에 나는 내심 기대하며 입을 열었다.
“천마신공을 봐주기 위해서입니까?”
“그렇다.”
아싸!
나의 물음에 천마가 짧게 대답했다.
그에 나는 속으로 환호했다.
천마신공 天魔神功.
전생에 내가 익혔던 패황천공 覇皇天攻 과는 또 다른 신공이다.
솔직하게 말하면 무공의 질로 보면 천마신공이 더 뛰어났다.
지금까지도 고금제일인이라고 평가되는 천마가 말년에 모든 깨달음을 모아서 집대성한 무공이니 말이다.
그렇기에 회귀 이후 나는 천마신공에 욕심이 생겼다.
전생에서 제대로 익히지 못했던 신공.
이것을 제대로 익혀 보자고 말이다.
그리고 대성하여 천하제일인이 되어 보자고.
하지만 그 다짐은 곧 절망으로 바뀌었다.
전생의 경험과 지식이 풍부한 나의 눈에도 천마신공은 너무나도 난해하였기 때문이다.
전생에서 화경의 경지에 올랐던 나였기에 바로 일성에 올랐던 것이지, 현실적으로 절대 불가능한 것이 바로 천마신공이다.
그렇기에 나는 기대감 어린 눈빛으로 천마를 바라보았다.
“천마신공, 그것은 우리 가문의 시조. 위진악이 말년에 모든 깨달음을 모아 집대성한 무공이다.”
“예.”
충분히 알고 있는 사실이다.
천마의 말에 내가 고개를 끄덕이자 천마가 몸을 돌렸다.
그러고는 뒷짐을 지며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아주, 폼이란 폼은 다 잡고 있다.
속으로 쓸데없는 생각을 한 나는 뒤이어 들려올 천마의 말에 귀를 기울였다.
“천마신공은 말 그대로 신공. 어떠한 것에도 구애받지 않는다. 검을 쥐고 있으면 천마검법 天魔劍法이 되며, 주먹을 쥐면 천마권법 天魔拳法이 된다.”
“네.”
이것 또한 알고 있는 사실이다.
내가 오 장로들에게 수련을 받는 것도 이러한 이유 때문이다.
장로들 모두가 사용하는 무기가 달랐기 때문에 그들에게 무기술을 배우는 것이었다.
천마신공은 말 그대로 신공, 어떠한 무기에도 또 어떠한 초식과 악조건에도 굴하지 않는다.
천마신공 그 하나로 이미 완벽한 무공.
그것이 바로 천마신공이었다.
“나는 천마신공을 칠성까지 익혔다.”
“!!”
이어진 천마의 말에 나는 경악 어린 표정을 지었다.
현재 무림에는 삼황 三皇 칠왕 七王.
통틀어 십대고수라는 존재가 있다.
그중 가장 으뜸인 삼황 중 수좌로 꼽히는 천마가 고작 칠성을 익힌 수준이라고?
그렇다면 십이성, 즉 대성을 이룬다면 얼마나 강하다는 말인가?
“나는 아직도, 천마신공을 수련한다. 도저히 끝을 알 수 없는 무공이다.”
“네.”
천마의 말에 나는 굳은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천마신공.
사람들은 마공이라 부르며 그 격을 낮추지만 감히 그 격을 따질 수 없는 신공이었다.
“너 또한 그래야 할 것이다.”
“반드시 대성을 해 보이겠습니다.”
무조건 대성을 이룰 것이다.
나는 전생에서 화경의 경지에 오른 경험이 있다.
남들보다 더 빠른 출발선에서 시작했기 때문에 불가능한 일도 아니라고 생각되었다.
그렇기에 나는 자신 있는 말투로 대답했고, 천마는 피식 미소를 지었다.
왠지 비웃은 것 같지만 넘어가자.
절대, 두려워서 못 본 척한 것이 아니다.
“너는 어떠한 무기를 주로 사용하고 싶으냐.”
“검입니다.”
뒤이어 들려오는 천마의 물음에 나는 즉시 대답했다.
솔직히 처음에는 섭선과 검 중 고민을 했다.
전생에서 소교주의 위치에 오를 때까지 나의 주 무기는 섭선이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그 이후 사황의 자리에 오르기까지 사용했던 무기는 검이었고, 회귀 이후 장로들과 수련을 해 본 결과 검이 나와 맞는다고 판단이 되었다.
그렇기에 나는 이번 생에서도 검을 나의 반려자로 맞아들이기로 했다.
그런 나의 확신 어린 대답에 천마가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고는 허리춤에 있던 검을 뽑아 들었다.
“……?”
갑작스럽게 검을 뽑아 드는 천마의 행동에 나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설마 검을 들고 나의 수련을 봐주려는 것일까?
다치기 싫은데 말이다…….
아무튼, 그런 나의 반응에도 아랑곳하지 않은 천마가 몸을 돌렸다.
스윽.
그러고는 검을 들어 나에게 겨누었다.
“천마는, 맹목적 신뢰의 대상이다.”
“…….”
“천마가 물러난다면 그것은 장로들이 물러나는 것이며, 본교의 무인들이 물러나는 것이다.”
천마의 입에서 나온 무거운 말.
천마라는 지고한 자리에 있는 책임감을 언급하자 나는 숙연한 표정을 지었다.
천마신교는 강자존을 중심 사상으로 이루어진 집단이다.
그리고 그곳의 최강자로 꼽히는 이가 바로 천마이다.
그가 만약 패배한다면?
천마만을 바라보는 모든 존재들이 패배하게 되는 것이다.
천마는 그것을 이야기하고 있는 것이다.
“천마에게 패배란 존재할 수 없다.”
천마의 짧은 말에 나는 검을 들었다.
그러고는 천마를 향해 검을 겨누었다.
“승리와 죽음만이 존재할 뿐.”
씨익.
나의 대답이 마음에 들었을까?
천마가 한쪽 입꼬리를 올렸다.
그러고는 입을 열었다.
“나를 죽이거라, 너는 패배하면 안 된다.”
“알겠습니다.”
천마의 짧은 명령.
그에 나는 굳은 얼굴로 대답했다.
우웅!
그러고는 단전에 잠들어 있는 나의 내공을 끌어 올렸다.
“그새 성장했구나.”
이전보다 더욱더 붉어진 나의 두 눈 때문일까?
아니면 나의 몸에서 뿜어져 나오는 마기 때문일까?
천마가 나를 보며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었다.
그에 나는.
타앗!
공격으로 대답을 대신했다.
상대는 천마다.
인간의 경지를 벗어난 화경의 고수.
그에 나는 처음부터 모든 기운을 끌어 올렸다.
우웅!
나의 손에 들린 검에서 맑은 울음소리가 들려왔다.
그에 나는 살짝 미소를 지었다.
그러고는 천마의 허리춤으로 검을 휘둘렀다.
채앵!
그런 나의 검을 천마가 검을 세로로 세워 가볍게 막았다.
검을 타고 나의 손과 팔로 올라오는 강한 반발력에 나는 그대로 몸을 맡겼다.
나의 검을 통해 들어온 천마의 힘.
그것을 이용해 빠른 속도로 몸을 돌린 나는 그 방향 그대로 다시 검을 휘둘렀다.
채앵!
역시, 이번에도 천마의 검에 막혔다.
그에 나는 검을 빼고는 황급히 자세를 낮추었다.
부웅!
그러자 나의 위로 스쳐 지나가는 천마의 검.
나와 같은 양의 내공만 사용하는 천마를 보며 나는 살짝 미소를 지었다.
천마와의 대련.
장로들과 하는 대련보다 즐거웠다.
그에 나는 다시 검을 위로 올렸다.
꽈앙!
위를 향해 올라오는 나의 검을 천마가 강하게 내려찍었다.
그러자 나의 무게중심이 순간 아래로 쏠리기 시작했다.
그에 나는 또다시 그 반발력을 이용했다.
밑으로 향하는 나의 검을 바닥에 꽂은 다음 검을 무게중심으로 하여 발을 휘둘렀다.
“호오?”
그런 나의 변칙적인 공격에 천마가 흥미로운 표정을 지었다.
덥석!
그러고는 나의 발목을 잡았다.
꼼짝없이 천마에게 발목이 잡혀 움직이지 못하는 상황.
그런 상황에서 천마가 나를 바라보았다.
마치 이제는 어떻게 할 것이냐고 묻는 듯한 표정이었다.
그에 나는 살짝 미소를 지었다.
천마, 그는 알지 못했다.
나는 수많은 사파인들과 전투를 하고, 그들에게서 승리를 쟁취하였다는 것을 말이다.
부웅!
바닥에 꽂혀 있는 검을 중심으로 날아오른 나.
오른쪽 발목이 이미 잡혀 있지만 내 왼쪽 발은 아직 자유롭다.
그렇기에 나는 왼쪽 발을 들었다.
그런 나의 행동에 천마는 피식 미소를 지었다.
나의 행동이 가소로웠던 것이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
천마는 자신의 가랑이 사이로 파고드는 나의 발을 보며 뒤로 물러났다.
역시, 천마도 세 번째 다리는 소중했다.
그렇게 자유가 된 나는 씨익 미소를 지었다.
그러고는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자신의 발을 내려다보는 천마를 바라보았다.
“저는 패배할 수 없었습니다, 그리고 죽기도 싫었습니다.”
장차 천마가 될 나.
그런 내가 승리를 위해서 방법을 가리지 않고 천마를 공격했다.
그것을 알리기 위해 내가 말하자 천마가 씨익 미소를 지었다.
그러고는 고개를 들어 나를 바라보았다.
“제법이구나.”
두 번째다.
천마에게 칭찬을 들은 것이.
보통 무림이라면 행하지 않았을 비겁한 수였지만 오히려 천마는 그런 나의 행동을 칭찬했다.
그에 나는 미소를 지었다.
나는 전생에서 사황이었다.
무조건 승리만을 추구하는 사파의 지존.
그렇기에 나는 이러한 행동에 거리낌이 없었고, 그 덕분에 화경의 고수인 천마를 뒤로 물러서게 할 수 있었다.
물론, 천마가 본신의 내공을 일으켜 호신강기 護身剛氣를 두른다면 오히려 피해를 입는 것은 공격한 나의 발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천마는 이류 수준의 내공만 사용하고 있었고, 그렇기에 그는 뒤로 물러날 수밖에 없었다.
이류 수준의 내공으로 호신강기를 일으킬 수는 없었으니 말이다.
번들.
“……?”
위험하다.
천마를 뒤로 물린 것에 스스로 만족하던 나는 붉게 변한 천마의 두 눈을 보며 불안한 기운을 느꼈다.
천마는 그런 나의 모습이 흥미로웠는지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 그의 입이 열렸다.
“다시.”
오싹.
천마의 입에서 나온 말에 나는 온몸에 소름이 돋는 것을 느꼈다.
분명 평소와 다름없는 목소리였는데 말이다.
꽈악.
그에 나는 검을 강하게 쥐었다.
패배란 없다.
나는 천마가 될 사내이니까 말이다.
* * *
“으음…….”
대명제국의 수도 남경 南京.
그곳에 위치한 거대한 침실에서 한 어린 소년이 신음을 흘리며 두 눈을 떴다.
“허어억!”
그러기를 잠시.
어린 소년이 갑자기 화들짝 놀라며 몸을 벌떡 일으켰다.
“허억…… 허억!”
일어나자마자 가쁜 호흡을 내뱉은 어린 소년은 황급히 자신의 전신을 만지기 시작했다.
상체부터 시작해서 하체까지.
마치, 무엇인가를 확인하려는 듯 빠른 속도로 자신의 신체를 확인했다.
그러기를 잠시.
모든 신체가 멀쩡하다는 것을 깨달은 어린 소년이 고개를 들었다.
그러고는 천천히 주변을 둘러보았다.
흔들리는 두 눈동자로 자신의 침대, 그리고 옆에 놓인 작은 탁자와 수많은 도자기, 그리고 값비싼 가구들.
그 모든 것을 확인한 소년이 이불을 치웠다.
그러고는 침대에서 내려왔다.
저벅 저벅.
“…….”
방 한구석에 세워진 동경.
걸음을 옮겨 그 앞에 멈추어 선 어린 소년이 괴상한 표정을 지었다.
우는 것도, 웃는 것도 아닌 어린아이가 지을 수 없는 복잡한 표정이었다.
스윽.
턱.
가만히 손을 들어 올린 어린 소년은 자신의 볼에 손을 얹었다.
동경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보며 소년은 손을 천천히 움직여 자신의 얼굴을 만졌다.
꽈악!
“…….”
그러고는 자신의 볼을 강하게 꼬집어 보기도 했다.
그러기를 잠시.
스륵.
갑자기 소년은 윗옷을 벗었다.
그러자 소년의 새하얀 피부가 동경에 비쳤다.
흉터 하나 없이 아름다운 피부였다.
“없다.”
자신의 피부를 보며 소년은 흥분한 어조로 말했다.
그러기를 잠시.
소년은 다시 고개를 들어 동경을 바라보았다.
새하얀 피부의 상체, 가슴 정중앙에 걸린 반원의 금색 목걸이를 강하게 쥐며 씨익 미소를 지었다.
“성공했구나…….”
어린 나이에 황제라는 자리에 올라, 숙부에게 죽임을 당하고 만 비운의 황제 주윤문 朱允文.
그가 이십 년 전으로 회귀했다.
위극신과 같은 시간대로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