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2화
제22장 변화 變化
“고것 참 신기하단 말이야.”
붓기가 완벽하게 가라앉아 고통이 느껴지지 않는 어깨를 붕붕 돌리며 나는 감탄 어린 어조로 중얼거렸다.
골절된 뼈를 순식간에 맞추고 침 몇 방으로 고통을 가라앉게 한 마의의 실력.
정말 다시 생각해도 감탄스러웠다.
“으음…….”
그렇게 마의의 실력에 감탄하던 나는 아래에서 들려오는 신음 소리에 황급히 고개를 숙였다.
그러고는 다급한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유화야!”
마의각에 위치한 병상에 누운 채 의식을 잃고 있던 소녀, 유화의 이름을 내가 부르자 유화의 두 눈이 천천히 떠지기 시작했다.
두 눈을 뜨고도 정신을 차리지 못했는지 잠깐 멍한 표정을 지었던 유화가 이내 초점이 잡힌 눈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내가 다친 곳이 없는지 위아래로 확인한 유화.
“하아…….”
그녀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런 유화의 모습에 나는 인상을 찌푸렸다.
그러고는 유화의 눈에서 흐르는 안도의 눈물을 닦아 주었다.
“왜, 나부터 걱정하느냐.”
“…….”
“너 자신부터 걱정해야 했다.”
나의 무사함에 눈물을 흘리는 유화를 보며 나는 슬픈 어조로 말했다.
그러자 유화가 특유의 무뚝뚝한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공자님은…… 제 삶의 이유입니다.”
“…….”
무뚝뚝하지만 진심이 가득 느껴지는 유화의 말에 나는 숙연한 표정을 지었다.
유화.
나의 눈앞에 힘없이 누워 있는 소녀는 고작 열세 살이다.
부모의 속을 썩이는 것이 정상인 어린 나이임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목숨보다 나의 안전을 더 우선시한다.
그런 유화의 모습에 나는 너무나도 미안했다.
‘만약 이 아이가 평범한 가정에서 태어났다면 얼마나 행복하게 자랐을까?’라고 생각하니 죄책감마저 들었다.
꽈악.
그에 나는 유화의 새하얀 손을 강하게 쥐었다.
“공자님……?”
그런 나의 행동에 놀랐을까?
유화가 두 눈을 크게 뜨며 나를 바라보았다.
그에 나는 유화의 두 눈을 바라보았다.
나의 행동에 어지간히 놀랐는지 유화의 두 눈동자가 흔들리고 있었다.
처음 보는 유화의 표정이었지만 그것은 잠시 접어 두고, 나는 그런 유화의 두 눈을 똑바로 바라보았다.
그러고는 각오 어린 어조로 말했다.
“너는, 내가 행복하게 해 줄게.”
화악!
“!!”
나의 말이 끝나자 유화의 두 눈이 크게 떠졌다.
“왜? 어디가 아픈 곳이 있느냐?”
갑작스럽게 붉어진 유화의 얼굴에 나는 걱정스러운 어조로 말했다.
그에 유화가 고개를 가로저었다.
그에 나는 고개를 갸웃거렸지만 이내 다시 살짝 미소를 지었다.
“푹 쉬어. 알겠지.”
“…….”
유화의 손을 놓아준 내가 따뜻한 어조로 말하자 유화가 돌아누웠다.
“……?”
갑작스러운 유화의 행동에 나는 고개를 갸웃거렸지만 이내 어깨를 으쓱였다.
아무래도 피곤한가 보다.
“내일 보자.”
등을 보이는 유화를 향해 나는 짧게 말한 다음 몸을 일으켰다.
그러고는 방문을 나섰다.
이제, 야룡이에게 가 봐야겠다.
* * *
“아…….”
내가 처소에 들어서자 긴장 어린 표정을 짓고 있던 야율민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앉아.”
그런 녀석을 향해 나는 가볍게 손을 흔들어 보인 다음 의자에 앉았다.
내가 앉자 야율민 또한 앉았다.
“다친 곳은?”
“가벼운 내상을 입었을 뿐 입니다.”
나의 물음에 야율민이 짧게 대답했다.
그에 나는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고는 고개를 돌려 가만히 앉아 있던 소녀를 바라보았다.
단진과 동갑인 열 살의 불쌍한 소녀.
두 눈을 감고 있는 소녀의 모습에서 나는 현기 玄機를 느꼈다.
무당 말코들에게서나 느껴지는 그 현기가 말이다.
그에 나는 흥미로운 표정을 지었다.
마기가 가득한 이곳에서 현기를 뿜어내는 소녀라…… 기묘했다.
“아 대공자…… 이 아이는…….”
그런 나의 시선에 야율민이 황급히 입을 열었다.
하지만 이내 다시 입을 다물었다.
“오라버니, 제가 소개할게요.”
가만히 앉아 있던 야율령이 입을 연 것이다.
그녀의 말에 야율민은 어색한 표정을 지으며 입을 다물었다.
자신을 소개하기 위해서일까?
야율령이 고개를 돌려 나를 바라보았다.
“호오?”
두 눈이 보이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내가 있는 방향으로 정확히 고개를 돌린 야율령의 모습에 나는 흥미로운 표정을 지었다.
“처음 뵙겠습니다, 야율령이라고 해요.”
“반갑군.”
야율령의 무례하지도, 과하지도 않은 담백한 인사에 나는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대공자는 좋으신 분이군요.”
“흐음…….”
갑자기 좋은 사람이라.
뭘까.
내가 약이라도 사야 하나?
약장수 같은 야율령의 말에 나는 복잡한 표정을 지었다.
그런 나의 기색을 알았을까?
야율령이 다시 입을 열었다.
“저는, 시력을 잃은 대신 사람의 기운을 느낄 수 있어요.”
“흐음…….”
야율령의 말에 나는 턱을 쓰다듬었다.
사람의 기운이라…….
너무 포괄적인 말이라 잘 이해가 되지 않았다.
그에 야율령이 다시 입을 열었다.
“대공자에게서는 태양, 구름 한 점 없는 푸른 하늘에 홀로 떠 있는 태양의 기운이 느껴집니다…….”
“태양?”
조금은 자세한 야율령의 말에 나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태양.
나에게서 그런 기운이 느껴진다고?
화공 火功을 익히지는 않았는데 말이다.
나의 의문 섞인 물음에 야율령이 다시 입을 열었다.
“네, 큰 상처가 있고, 아픔이 있는 이들을 치유해 주고 위로해 주고, 또 그들을 보듬어 주는 듯한 기운입니다.”
얘는 뭘까.
조금 더 상세하게 말하는 야율령을 보며 나는 얼굴을 굳혔다.
아무렇지 않게 흘려들을 이야기일 수도 있지만 나는 진지하게 받아들었다.
왜냐고?
내 본능이 말하고 있었다.
야율령.
저 아이는 아주 비범한 아이라고 말이다.
“야율민은 어떠한 기운을 가지고 있지?”
턱을 쓰다듬은 내가 낮은 음성으로 묻자 야율령이 살짝 미소를 지었다.
그러고는 입을 열었다.
“나무, 어린 나무입니다.”
“…….”
“자신 또한 도움이 필요하면서 남에게 베풀기만 하는 어린 나무의 기운입니다.”
“야룡아.”
야율령의 말에 나는 고개를 돌려 야율민을 바라보았다.
갑작스러운 나의 부름에 야율민이 고개를 들어 나를 바라보았다.
“네 동생의 능력은 이렇게 세 명만 아는 것으로 하자.”
“예?”
나의 말이 뜻밖이었을까?
야율민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아무래도 야율민은 야율령의 능력에 대해서 깊게 생각해 본 적이 없는 것 같았다.
그에 나는 다시 고개를 들어 야율령을 바라보았다.
“아직은…… 비밀로 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
만약 내가 힘이 더 강해진다면 그때는…… 유용하게 쓰일 힘이다.
이어진 나의 말에 야율민은 가만히 고개를 끄덕였다.
“대공자의 뜻대로 하겠습니다.”
나의 말에 예의 바르게 대답하는 야율민을 보며 나는 살짝 미소를 지었다.
솔직히 정상적인 모습을 보려니 적응이 되지 않았다.
“저…….”
“왜?”
적응이 되지 않아 어색한 미소를 짓고 있던 나는 야율민의 부름에 고개를 갸웃거렸다.
“아버지는 어떻게 되는 것입니까?”
“아마, 내공을 금제당하고 뇌옥에 들어갈 것이다.”
“뇌옥 말입니까?”
나의 대답에 야율민이 두 눈을 크게 뜨며 되물었다.
그에 나는 살짝 미소를 지었다.
“걱정하지 마, 길어 봤자 일 년? 정도일 것이다. 본교에 얼마 없는 초절정고수. 오랜 시간 뇌옥에 가둘 수는 없지.”
“…….”
나의 대답에 야율민이 침울한 표정을 지었다.
그런 녀석의 모습에 나는 피식 미소를 지었다.
“아, 너는 오래 있었으면 하는 거구나?”
“솔직히…… 그렇습니다.”
나의 물음에 야율민이 솔직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 녀석을 보며 나는 피식 미소를 지었다.
그러고는 입을 열었다.
“너희 둘, 이곳에 머물러. 가문은 너희 가문의 장로들과 총관이 알아서 할 거다. 본교에서도 감시자를 보낼 것이고.”
“예?”
“네?”
천마신교의 본전 천마궁에 위치한 소교주전.
천마의 허락이 없는 마인은 들지 못하는, 일반 교인들에게서는 성지와 같은 이곳에서 내가 머무르라고 하자 야율민과 야율령이 놀란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그에 나는 피식 미소를 지었다.
“여기서 머물면서 나와 수련을 하면 된다.”
“하지만…….”
“정확히는 내 호위무사라고 생각해.”
나를 호위하며 나와 함께 수련하는 위치.
딱 그 정도면 충분하다.
이곳에 머무를 자격이 말이다.
그런 나의 말에 야율민이 복잡한 표정을 지었다.
그러고는 나를 바라보았다.
“그래도 괜찮습니까……?”
이 자식이, 사람 말 여러 번 하게 하네.
조심스럽게 묻는 야율민을 보며 나는 피식 미소를 지었다.
그러고는 입을 열었다.
“그래, 이 자식아.”
“아…….”
“감사합니다…….”
나의 확답에 야율민과 야율령이 고개를 깊이 숙였다.
그에 나는 의자에서 몸을 일으켰다.
“……?”
갑작스럽게 일어나는 나의 행동에 고개를 숙이고 있던 두 명이 놀란 표정으로 고개를 들었다.
그런 둘의 모습에 나는 씨익 미소를 지었다.
“밥 먹으러 가자.”
“아…….”
이류의 경지에 오른 야율민.
그는 이제 화식을 할 수가 있다.
야룡아, 형이 진정한 인생의 즐거움을 알려 주도록 하마.
* * *
콰앙!
“창마, 이 미친 자식!”
지마궁에 위치한 장로각.
그곳에 모여 있던 다섯 명의 인물 중 가장 큰 덩치를 지닌 중년 사내가 탁자를 강하게 내려쳤다.
“가만히 있어라.”
그런 사내의 행동에 가만히 앉아 있던 일장로, 검마가 싸늘한 목소리로 말했다.
그러자 덩치의 사내, 이장로 권마가 신경질적으로 고개를 들어 검마를 바라보았다.
“네놈은 화도 안 나느냐?”
“화난다.”
권마의 물음에 검마가 짧게 대답했다.
그의 짧은 대답에서 느껴지는 노기 怒氣에 권마는 가만히 고개를 끄덕였다.
늘 자신과 상반되는 검마와 처음으로 마음이 맞았기 때문이다.
“그나저나, 의외입니다.”
“뭐가?”
네 명의 인물과 조금은 멀찍한 자리에 앉은 사내.
흑색의 섭선 摺扇 을 들고 있던 사마정이 의문 섞인 목소리로 중얼거리자 씩씩대던 권마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런 권마의 물음에 사마정이 섭선을 탁자 위에 올려놓으며 입을 열었다.
“지존께서 대공자에게 관심을 가지는 것이 말입니다.”
“…….”
사마정의 말에 장로각에 있던 네 명의 장로가 모두 침묵했다.
그들도 의문이었다.
이전에는 자신들이 대공자에게 무슨 짓을 하건 전혀 신경 쓰지 않았던 인물이 바로 천마다.
헌데 어느 시점부터 갑자기 바뀌었다.
도대체 이유가 무엇이란 말인가?
“대공자가 바뀌었기 때문이에요.”
그렇게 침묵만이 감돌던 장로각에 요염한 목소리가 울렸다.
붉은색의 섭선을 펼쳐 들어 입가를 가리고 있던 오장로 혈화.
그녀의 말에 장로각에 있던 모두가 고개를 들어 혈화를 바라보았다.
촤락!
모두의 시선이 집중되자 혈화가 손에 들린 섭선을 접었다.
그러고는 진지한 어조로 입을 열었다.
“대공자가 바뀌고 나서 모든 것이 바뀌고 있어요. 지존과 마의 선배. 그리고 우리까지.”
“맞습니다.”
혈화의 정리된 말에 사마정이 동의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고는 그 의견에 첨가하듯 사마정이 입을 열었다.
“얼마 전에 지존과 함께 술을 대작한 적이 있었습니다.”
“!!”
“지존께서 술을?”
“정말?”
“부럽네요…….”
갑작스러운 사마정의 말에 검마와 환마는 두 눈을 크게 떴고 권마는 흥분한 어조로 말을 물었으며 혈화는 부럽다는 음성으로 중얼거렸다.
다양한 장로들의 반응에 사마정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고는 다시 입을 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