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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천마신교는 이상하다-21화 (21/275)

제21화

제21장 부부 夫婦

“너는 정말, 하루에 두 번씩 이곳을 찾아오는구나.”

지마궁에 위치한 마의각.

그곳에 들어선 나는 한숨을 내쉬며 나를 반기는 마의를 보며 어색한 미소를 지었다.

“웃지 말거라, 정든다.”

“헤헤, 정들면 좋은 거죠.”

마의의 말에 다섯 살 특유의 천진난만한 미소를 지으며 능글맞게 받아친 나는 능숙하게 내 전용 병상에 누웠다.

너무나도 익숙한 나의 모습이 웃겼을까?

마의가 피식 미소를 지었다.

“익숙하구나.”

웃음기가 담긴 마의의 말에 나 또한 웃으며 입을 열었다.

“이제는 제 방 같습니다.”

“익숙해지지 말거라.”

나의 대답에 눈가를 살짝 찌푸린 마의가 주의를 주듯 나에게 말했다.

엄한 목소리였지만 나는 잘 알고 있다.

내가 다치기를 원하지 않기에 이곳에 익숙해지지 말라고 한 것을 말이다.

그에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입을 열었다.

“노력하겠습니다.”

장난은 여기까지 해야겠다.

고개를 끄덕이며 내가 대답하자 마의는 한숨을 내쉬었다.

그러고는 허리춤에 있던 침통을 꺼내 들고 나의 옆에 앉았다.

“이 팔이구나.”

“네.”

마의의 물음에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자 마의가 침통을 잠시 바닥에 내려놓았다.

그러고는 골절된 나의 팔에 두 손을 올렸다.

“잠깐 참거라.”

“넵.”

뿌드득!

후우…….

훅 들어오네.

대답하기가 무섭게 빠른 속도로 나의 팔을 다시 제자리로 돌려놓은 마의.

너무나도 순식간이었기에 잠깐의 고통으로 끝이 났다.

역시 마의다웠다.

“대단하네요.”

짐짓 감탄한 내가 감탄한 어조로 말하자 마의가 피식 미소를 지었다.

“맨날 치고받고 싸우는 녀석들이 가득한 이곳이다. 이 정도야 누워서 떡 먹기지.”

“누워서 떡 먹으면 목에 걸려요, 그러지 마세요.”

“…….”

나의 생각지 못한 말대답에 마의는 순간 당황한 표정을 지었고 나는 미소를 지었다.

재미있었다.

그런 나의 미소에 정신을 차린 마의가 나를 내려다보았다.

이런…… 표정이 심상치 않았다.

심상치 않은 마의의 표정에 나는 불안한 기운을 느꼈다.

뭐지?

천마가 나의 머리를 쓰다듬었을 때의 기분이 들었다.

오싹하다.

속으로 겁먹은 내가 긴장한 표정을 짓자 마의가 환한 미소를 지으며 침통을 들었다.

그러고는 뚜껑을 열어 거대한 침을 꺼내 들었다.

설마…….

저것은 거의 검이다.

침이 아니다.

너무나도 거대한 침에 침을 꿀꺽 삼킨 나.

마의는 그런 나를 보며 환한 미소를 지었다.

“까부는구나.”

푸욱!

“으아악!!”

* * *

“상처는?”

대전으로 돌아와 태사의에 앉은 천마.

그가 자신의 앞에 부복하고 있는 일살을 바라보며 물었다.

“문제없습니다.”

“그래.”

천마의 물음에 이제는 일살이 당황하지 않고 대답했다.

그런 일살의 대답에 천마는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고는 등받이에 몸을 기대며 입을 열었다.

“장로들은?”

“모두 모여 있습니다.”

“빠르군.”

일살의 대답에 살짝 놀란 표정을 지은 천마.

그가 혼잣말로 중얼거리자 일살이 다시 입을 열었다.

“지마궁에 위치한 장로각에 모두가 모여 있었다고 합니다.”

“왜?”

“대공자와 다른 공자들의 수련 방향을 잡기 위해서였다고 합니다.”

“열심이군.”

일살의 대답에 피식 미소를 지은 천마.

그가 나른한 어조로 말하자 일살이 다시 입을 열었다.

“현재, 대공자와 오대마가의 공자들은 천마신교 역사상 유래가 없을 정도로 빠른 성취를 보이고 있다고 합니다.”

“…….”

“그리고 대공자를 중심으로 모두가 잘 모여들고 있어서 장로들 또한 수련 방식을 바꾸기로 정했다고 합니다.”

“대공자를 중심으로?”

일살의 보고에 흥미로운 표정을 지은 천마가 물었다.

그에 일살이 다시 입을 열었다.

“네, 이미 모두가 대공자를 주군으로 인정하고 있다고 하며, 대공자 또한 그들 모두를 거두어들였다고 합니다.”

“호오?”

생각지 못했을까?

일살의 보고에 천마는 흥미로운 미소를 지었다.

그에 일살은 어색한 미소를 지으며 입을 열었다.

“사실…… 대공자는 다른 공자들을 수하가 아닌…… 친우라고 생각합니다.”

“뭐?”

흥미로운 미소를 짓고 있던 천마는 뒤이어 들려오는 일살의 보고에 얼굴을 굳혔다.

강자존.

강력한 힘을 숭배하는 집단이 이곳, 천마신교이다.

헌데 수하들과 친우로 지낸다고?

처음에는 당황스러웠지만, 그것도 잠시.

“푸하하하!”

천마가 박장대소를 터뜨렸다.

그에 일살이 움찔하며 고개를 숙였다.

그렇게 천마는 약 일다경이라는, 길면 긴 시간 동안 웃었다.

그리고 웃음을 멈추었다.

그러고는 한쪽 입꼬리를 씨익 올리며 입을 열었다.

“역시, 평범하지 않은 놈이야.”

분노할 것이라는 일살의 예상과 다르게 천마는 더욱더 흥미로워하고 있었다.

“교주님.”

그때, 대전의 밖에서 문을 지키는 무사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에 천마는 짐작하고 있었다는 듯 고개를 살짝 끄덕이고는 입을 열었다.

“들여보내.”

“네.”

천마의 허락에 무사의 짧은 목소리가 대전에 울렸다.

쿠웅.

그리고 대전의 거대한 문이 양쪽으로 열렸다.

또각, 또각.

열린 문 사이.

그 틈으로 무서운 표정을 짓고 있는 여인이 보였다.

우뚝.

바닥을 쓸어버리는 긴 치마를 손으로 잡아 살짝 들어 올려 빠른 속도로 대전에 들어선 천소화.

그녀가 일살을 지나쳐, 천마의 앞에 멈추어 섰다.

너무나도 무례한 행동에 일살의 두 눈에 순간 살기가 번뜩였다.

하지만, 아무렇지 않아 하는 천마의 모습에 정신을 차리며 기세를 숨겼다.

“뭐지?”

계단 위에 존재하는 태사의에 앉아 천소화를 내려다본 천마가 서늘한 음성으로 물었다.

슥.

천마와 천소화의 대화가 시작되자 일살은 조용히 그림자처럼 사라졌다.

그렇게 대전에는 단둘만이 남게 되었다.

천마의 물음에 천소화는 서늘한 눈빛으로 고개를 들어 천마를 바라보았다.

그러고는 입을 열었다.

“대공자가 다쳤다고 들었습니다.”

“그렇더군.”

“골절이 되었다고 들었습니다.”

“맞다.”

천소화의 물음에 천마는 순순히 대답해 주었다.

사실이었으니 말이다.

그에 천소화가 얼굴을 와락 일그러뜨렸다.

“고작 다섯 살의 어린아이입니다.”

분노 어린 표정으로 말하는 천소화의 모습에 천마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러고는 의문 어린 눈빛으로 천소화를 바라보았다.

“그래서?”

“!!”

진심으로 무엇이 잘못인지 모르겠다는 천마의 물음에 천소화는 두 눈을 크게 떴다.

그러고는 분노로 온몸을 부들부들 떨었다.

“당신의 아들입니다.”

“그래서?”

분노가 가득한 천소화의 음성에 천마는 여전히 고개를 갸웃거리면서 대답했다.

천마는 정말 몰랐다.

천소화가 왜 저렇게 화내는지 말이다.

그에 천소화는 분노를 가라앉혔다.

그런 다음 싸늘한 눈빛으로 천마를 바라보았다.

“역시, 당신은 괴물이군요.”

욱신.

아팠다.

천소화의 싸늘한 음성과 괴물이라는 단어에 천마는 가슴이 욱신거리는 것을 느꼈다.

처음 느껴 보는 고통이었다.

혹시 독에 중독된 것인가?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지만 이내 천마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그럴 리가 없다,

화경의 경지에 올라선 자신을 중독시킬 독은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으니 말이다.

허면…… 병인가?

가슴에서 느껴지는 고통에 천마는 심각한 표정을 지었다.

그리고 천소화는 그런 천마를 보며 다시 입을 열었다.

“당신은 아비의 자격도 없습니다.”

욱신.

또다.

왜 천소화의 입에서 싸늘한 음성이 나올 때마다 가슴이 욱신거리는 것일까?

정말 병이란 말인가?

“왜…… 그대는 그렇게 차가운 말을 나에게 내뱉는 것이지?”

가슴이 아파 오니 궁금했다.

왜 천소화가 자신을 향해 저런 말을 내뱉는지 말이다.

그런 천마의 물음에 천소화가 인상을 와락 찌푸렸다.

그러고는 입을 열었다.

“그대가 괴물이니까.”

“…….”

천마는 조용히 두 눈을 감았다.

괴물.

맞다, 자신은 괴물이다.

어린 시절부터 두 손에 형제들의 피를 묻혔다.

그리고 마음에 들지 않는 수하들을 모두 죽이고 지존이라는 이 자리에 올라왔다.

자신은 괴물이다.

부정하지는 않지만 왜 천소화의 입에서 그 단어가 나오자 가슴이 아픈 것일까?

이해가 되지 않았다.

“그대, 술법을 익혔나?”

혹시, 말에 힘을 담는 사술은 익힌 것은 아닐까? 라는 생각이 들었던 천마가 물었다.

하지만 돌아오는 것은 차가운 대답이었다.

“더 이상, 극신이를 다치게 하지 마세요.”

“!!”

천소화의 싸늘한 말.

그 말에 가슴이 아파 오던 천마가 극신이라는 말에 두 눈을 크게 떴다.

그래 내 아들 위극신.

문득 생각났다.

위극무라 부르자 당당하게 자신의 이름을 밝히던 아이가.

대주천을 포기하고 당당하게 화식을 요구하던 아이.

수하가 될 아이들과 우정을 나눈 아이.

사람들에게 미소를 지어 주며 주변 사람들을 자신의 편으로 만들어 버리는 아이.

뭐 하나 정상적인 것이 없는 아이였다.

천마신교 역사상 그런 아이는 없었다.

정말 어린 시절의 자신과는 너무나도 다른 아이였다.

자신과 너무나도 달라 괜히 더 지켜보게 되는 아이.

위극신을 생각한 천마가 미소를 지었다.

그러고는 싸늘한 표정을 짓고 있는 천소화를 바라보았다.

“불허.”

“천마!”

천마의 불허에 천소화가 언성을 높였다.

천마대전에서 천마의 앞에서 언성을 높인 무례.

천마신교 역사상 유례가 없는 무례였다.

그에 천마의 두 눈의 크게 떠졌다.

그러고는 태사의에 눕다시피 앉아 있던 천마가 허리를 세웠다.

“감히…… 본좌의 결정에 토를 다는 것인가?”

천마의 말이 끝남과 동시에 천마의 몸에서 뿜어져 나온 매서운 기세.

벌벌.

일반인은 절대 버틸 수 없는 기운에 천소화의 온몸이 떨려 왔다.

하지만 천소화는 주저앉지 않았다.

손으로 허벅지를 꼬집으며 간신히 버틴 천소화가 억지로 고개를 들었다.

그러고는 전보다 더 단단한 표정으로 천마의 두 눈을 바라보았다.

“내 아이는, 내가 지켜요.”

막강한 기세에도 불구하고 또박또박 할 말을 하는 천소화의 모습에 천마는 인상을 살짝 찌푸렸다.

솨악!

그러고는 대전에 퍼져 있던 무시무시한 기세를 거두어들었다.

털썩!

공기를 무겁게 짓누르던 기세가 사라지자 천소화는 기다렸다는 듯이 그 자리에 주저앉았다.

죽을 각오로 억지로 버티기는 했지만, 역시 일반인이 버티기에는 무리였던 것이다.

천소화가 그 자리에 주저앉자 천마가 태사의에서 몸을 일으켰다.

뚜벅뚜벅.

그러고는 계단을 내려왔다.

점점 가까워지는 천마의 모습에 천소화는 두 눈을 감았다.

이미, 목숨을 버릴 각오는 이곳에 오기 전부터 하고 있었다.

그렇기에 천마가 자신을 죽이더라도 두렵지 않았다.

그저, 자신의 아들, 위극신이 행복하기를 바랐으니까 말이다.

저벅.

금방이라도 천마가 자신의 목을 조를 것이라 생각했던 천소화는 옆에서 들려오는 발소리에 두 눈을 떴다.

그러고는 의문 어린 표정을 지었다.

자신을 죽일 것이라 생각했던 천마가 자신을 그냥 지나쳤던 것이다.

그리고.

쿠웅.

대전의 문을 열고 그대로 나가 버렸다.

“…….”

천마가 나가고 홀로 남게 된 천소화.

그녀가 고개를 들었다.

그러자 보였다.

천마의 자리, 태사의의 뒤로 검을 바닥에 꽂은 채 당당하게 서 있는 사내의 동상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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