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9화
제19장 심마에 빠지다 心魔
“멈춰!!”
저 미친 양반이.
자기 자식을 죽이려고 해?
나는 나의 눈앞에 펼쳐진 위급한 상황에 마기를 담아 소리쳤다.
그런 다음 황급히 달려가 삼장로, 야율진과 야율민의 사이에 섰다.
“뭐 하는 짓입니까!”
양팔을 벌리고 야율민을 우선 보호한 내가 날카로운 눈빛으로 야율진을 올려다보며 소리쳤다.
그런 나의 행동에 야율진은 그답지 않게 당황한 표정을 지으며 나를 바라보았다.
“대공자가 어찌……?”
“지금 그것이 중요합니까!”
이 양반이.
지금 그것이 중요한가?
방금 야율진은 분명 야율민을 죽이려고 했었다.
야율진의 기세와 망설임이 없었던 어깨, 그리고 창에 실린 살기.
나는 분명히 느꼈다.
야율진이 야율민을 일격에 죽이려고 했던 것을.
그에 분노한 내가 다시 언성을 높이자 야율진이 인상을 살짝 찌푸렸다.
그러고는 창을 내려놓으며 나를 바라보았다.
“대공자, 이곳은 야율창가입니다.”
“그래서, 가주가 자식을 죽여도 되는 것입니까?”
야율진의 말에 나는 날카로운 목소리로 되물었다.
그에 야율진은 살짝 미소를 지었다.
그러고는 창을 다시 살짝 들어 나의 뒤에 있는 야율민과 그의 여동생으로 보이는 아이에게 겨누었다.
“본가의 소속인 저 녀석은 가주인 저를 죽이려고 했습니다.”
“…….”
야율진의 말에 나는 입술을 깨물었다.
야율진의 말은 틀리지 않았다.
나 또한 두 눈으로 똑똑히 보았다.
야율민이 야율진에게 살기를 일으키는 것을.
가문의 큰어른인 가주에게 살심을 품었다.
게다가 그 관계가 부자 父子 지간이었다.
즉 아들이 아버지를 죽이려 한, 천륜을 어긴 대역죄였다.
천마신교가 아니더라도, 그 어디에서도 야율민은 즉결 처형을 당해도 할 말이 없는 입장이었다.
하지만 이건 아니지 않은가.
야율민이 그러고 싶어서 그랬는가?
야율진 저 미친 인간이 또라이라서 이렇게 되어 버린 것 아닌가?
그리고 이 녀석이 살심을 품었다고 해도 죽을 양반도 아니다.
거기까지 생각이 미친 나는 다시 고개를 들었다.
그러고는 가만히 나를 바라보고 있는 야율진을 올려다보았다.
“…….”
느껴졌다.
그의 두 눈 속에 담겨 있는 흥미로움이.
꼭 천마가 나를 바라보는 듯한 눈빛이다.
제길, 이게 다 내가 약하기 때문이다.
내가 약하기 때문에 천마는 물론, 삼장로 야율진마저 나를 흥미롭게 지켜보고 있었다.
그런 야율진의 두 눈이 짜증 났던 나는 굳어진 얼굴로 입을 열었다.
“나의 수하입니다.”
“호오……?”
생각지 못한 답이었을까?
나의 말에 야율진은 흥미로운 표정을 지으며 두 눈을 살짝 크게 떴다.
그러고는 창을 등에 다시 집어넣고 팔짱을 꼈다.
“저 아이의 충성을 받았단 말입니까?”
“네.”
팔짱을 낀 채 다시 묻는 야율진.
그의 물음에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정말이냐?”
그런 나의 대답에 야율진은 고개를 돌려 나의 뒤에 있는 야율민을 바라보았다.
“네.”
그리고 야율진의 물음에 야율민은 망설임 없이 대답했다.
녀석, 잘 맞춘다.
다행히 눈치가 있었다.
“그렇군요. 제 가문의 아이이기 이전에 대공자의 수하기도 하군요…….”
야율창가의 소가주이기 이전에 천마신교 대공자의 수하이다.
그 뜻은 야율창가의 가주인 야율진이 즉결 처단하기에는 무리라는 뜻과 같았다.
그에 야율진이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
아무래도 자신의 마음대로 되지 않는 지금 이 상황이 마음에 들지 않는 듯했다.
그 모습에 나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아무래도 지금 이 상황은 일단락이 된 듯하다.
이 상황을 대충 마무리 지은 나는 다시 고개를 들었다.
사실 아까부터 거슬리는 것이 있었다.
그에 나는 허리를 똑바로 세우고 삼장로, 야율진을 바라보았다.
“삼장로.”
“……?”
갑작스러운 나의 입에서 나온 장로라는 호칭에 야율진은 의문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그에 나는 굳은 얼굴로 야율진을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나는 대공자입니다.”
“네, 압니다.”
나의 말에 알고 있다며 고개를 끄덕이는 야율진.
그런 야율진의 행동에 나는 인상을 찌푸렸다.
그러고는 짜증 섞인 목소리로 다시 입을 열었다.
“헌데 나의 앞에서, 인사도 하지 않고 짝다리를 짚고서 팔짱을 끼며 대화를 나누는 것입니까!”
“!!”
분노 섞인 나의 호통에 야율진이 두 눈을 크게 떴다.
내가 자신의 무례를 꾸짖을 거라고 생각지도 못했었나 보다.
그래 맞다.
나는 아직 인정을 받지 못한 존재이다.
아버지인 천마가 인정을 하지 않는데 그 누가 나를 인정하겠는가?
하지만 말이다.
나는 천마신교의 대공자다.
비록 소교주는 아니지만, 소교주에 가장 가까운 존재.
그것이 바로 나다.
비록 삼장로가 다른 장로들과 같이 나의 스승이라고 하지만 이것은 다르다.
대공자인 나의 앞에서, 예를 차리지도 않고 오히려 불량스러운 자세로 대화를 나누다니?
절대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만약 내가 아버지였다면?
삼장로가 절대 이런 행동을 취할 리가 없었겠지.
그것이 나는 짜증 났다.
내가 지금 부족한 것은 알지만, 이렇게 무시당할 정도는 아니다.
그런 나의 감정이 담긴 분노에 야율진은 놀란 표정으로 가만히 나를 바라보았다.
그에 나는 다시 입을 열었다.
“일장로와 비교되는군요.”
일장로이면서 천마의 오른팔인 검마.
그는 수련 시간에는 그 누구보다 나를 죽일 듯이 몰아붙이지만, 이외에는 항상 나에게 깍듯했다.
그렇기에 나는 그를 언급했다.
그에 야율진이 얼굴을 찌푸렸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푸하하하!”
야율진이 소리 내어 웃었다.
이마를 짚고 허리를 뒤로 넘기는 박장대소로 말이다.
그에 나는 인상을 찌푸렸다.
역시, 삼장로는 나를 대공자로 인정하지 않고 있었다.
자존심이 아주 상했다.
“대공자.”
아주 잠깐을 박장대소를 터뜨린 야율진이 미소를 지우고 무서운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그의 부름에 나는 당당한 얼굴로 그를 바라보았다.
“그대가 나보다 강합니까?”
“아직은 약합니다.”
약하다. 그건 인정한다.
하지만 아직은이다.
십 년만 기다려라.
창마, 야율진.
나의 대답에 야율진은 다시 입을 열었다.
“대공자는 소교주의 위에 오르셨습니까.”
“아직입니다.”
아직이다.
나는 아직 대공자이다.
만약, 천이의 눈알을 팠다면 나는 소교주의 위에 올랐을 것이다.
하지만 그러지는 않을 것이다.
나는 전생의 강시와 같던 나와 다르니 말이다.
그런 나의 대답에 야율진이 다시 입을 열었다.
“허면, 지존의 사랑을 받는 자식입니까?”
“…….”
젠장.
할 말이 없다.
야율진의 말에 나는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그에 야율진은 다시 입을 열었다.
“막말로 지금, 내가 대공자의 팔을 부러뜨려도 별문제 없습니다.”
“뭐?”
대공자인 나의 팔을 당당하게 부러뜨리겠다는 야율진의 말에 나는 당혹스러운 어조로 대답했다.
이 양반 위험하다.
살기가 살짝 번들거리는 눈빛으로 나를 바라보는 야율진의 모습에 나는 긴장 어린 표정을 지었다.
“대공자의 팔이 부러져도, 지존께서 저를 탓하실 것 같습니까? 아닙니다. 헌데…… 이렇게 무례한 행동을 하다니…… 제가 우스우신 것입니까?”
저벅.
야율진의 살기가 가득 담긴 한마디와 가까워지는 그의 거대한 덩치.
야율진이 진득한 살기를 흘리며 나를 향해 한 걸음 다가왔다.
“아니면…… 검마를 믿고 까부는 것입니까?”
위험하다.
야율진의 두 눈이 붉어져 있었다.
가뜩이나 미친 양반이 더 미쳐 버린다는 심마 心魔에 빠지고 말았던 것이다.
평소에 검마에게 자격지심을 느끼고 있었는지 갑자기 검마의 이름을 꺼내는 야율진의 모습에 나는 뒷걸음질 쳤다.
위험했다.
지금 야율진의 두 눈에는 그 무엇도 보이지 않는다.
내가 검마의 이야기를 꺼내며 자극했고, 또 그게 이전에 야율민의 무례한 행동과 검마에 대한 자격지심까지 건드린 듯했다.
아무 능력도 없는 주제에 무례한 야율진의 행동을 꾸짖다니.
내가 생각해도 혐오스러운 행동이었다.
“삼장로님. 더 이상은 다가오지 말아 주십시오.”
나의 옆에서 상황을 지켜보던 유화.
그녀가 심상치 않은 상황에 한 발자국 앞으로 나서며 삼장로를 만류했다.
“물러나!”
이런 멍청한!
그런 유화의 행동에 나는 두 눈을 크게 뜨며 소리쳤지만…….
퍼억!
“…….”
이미 늦었다.
자신의 앞길을 막은 유화를 야율진이 가볍게 손을 휘둘러 치워 버렸다.
초절정고수의 손길에 유화는 약 십 장을 날아가더니 근처에 있던 나무에 부딪혔다.
추욱…….
죽은 사람처럼 몸을 늘어뜨렸지만 다행히 죽지는 않았다.
그녀의 기운이 미약하지만 분명하게 느껴졌으니 말이다.
“대공자.”
계속해서 나를 향해 다가오는 야율진의 모습에 야율민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에 나는 낮은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야룡아, 아무래도 큰일 난 것 같다.”
“저 때문에……. 죄송합니다.”
나의 말에 야율민이 사과했다.
“시끄러, 지금 그게 중요한 것이 아니니까.”
야율민의 사과에 나는 인상을 찌푸리며 대답했다.
그러고는 다시 입을 열었다.
“창 줘 봐.”
“대공자……?”
나의 말에 두 눈을 크게 뜬 녀석이 놀란 음성으로 되물었다.
그래, 무인에게 무기를 달라는 것은 곧 부인을 달라는 것과 같다.
나도 안다.
하지만 지금은 한시가 급한 상황이다.
“빨리.”
“여기 있습니다.”
나의 재촉에 야율민이 두 개의 단창을 건네었고, 나는 그것을 받아 들었다.
“야룡아.”
“네.”
나의 부름에 고개를 살짝 숙이며 대답한 야율민.
역시 이 녀석, 나의 예상대로였다.
사춘기병에 걸린 것이 아니다.
아무튼, 깍듯하게 대답하는 녀석을 향해 나는 다시 입을 열었다.
“내가 시선을 돌릴 테니, 네 동생과 유화를 피신시켜라.”
“대공자……?”
나의 말에 야율민은 두 눈을 크게 떴다.
그러고는 한 발자국 앞으로 나섰다.
“대공자, 차라리 제가…….”
“시끄러!”
물론 나는 그런 녀석의 말을 듣지 않았다.
타앗!
녀석에게 호통을 한번 쳐 준 나는 빠른 속도로 야율진에게 달려들었다.
지금 나의 단전에 잠들어 있는 내공은 고작 일 년 치다.
하지만 정순하다.
일반 내공의 십 년과도 같은 내공의 수준.
그렇기에 나는 처음부터 모든 내공을 끌어 올렸다.
어차피 나는 이기지 못한다.
내 목표는 그저 시간을 끄는 것.
벌써부터 느껴진다.
야율창가의 무인들이 이곳에 모여드는 것이 말이다.
그러는 나는 반각…… 아니, 차 한잔 마실 시간만 버티면 된다.
우웅!
처음 보는 주인임에도 불구하고 마도구이기 때문일까?
천마신공의 정순한 마기를 담은 야율민의 단창이 공명을 일으켰다.
그에 나는 씨익 미소를 지었다.
이 자식, 아주 좋은 무기를 사용하고 있었다.
“야룡아, 가자!”
오른손에 들린 검은색의 단창.
나는 그곳을 높게 들어 올려 야율진을 향해 내려찍었다.
콰앙!
“크윽!”
역시.
오른손에서 올라오는 강한 반탄력에 나는 그대로 뒤로 물러났다.
야율진의 창에 담긴 힘을 이용해 거리를 벌리는 데 성공한 나는 사정없이 떨려 오는 오른손을 억지로 진정시키며 고개를 들었다.
역시, 초절정고수다.
심마에 빠져 제대로 된 판단이 불가능함에도 불구하고 이렇게나 강한 힘을 낸다.
역시, 나로서는 아직 무리일까?
“크크.”
“뭐야? 삼장로, 그대가 사춘기병에 걸린 것입니까?”
심마에 빠져 두 눈이 붉은 채 괴상한 미소를 흘리는 야율진의 모습에 나는 짐짓 여유로운 표정으로 그를 도발했다.
“크릇!”
어라, 이거 반응이 너무 세다.
나의 장난스러운 도발에 고개를 들어 나를 정면으로 바라본 야율진.
그런 야율진의 모습에 나는 당황한 표정을 지었다.
이거…… 아무래도 오늘이 내 제삿날이 될 것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