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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천마신교는 이상하다-17화 (17/275)

제17화

제17장 야룡아, 형아 왔다 兄 出頭

“짜증나는군.”

천마궁 天魔宮에 위치한 대전으로 돌아온 천마.

그가 싸늘한 표정으로 욕설을 내뱉으며 천마에게만 허락된 거대한 태사의에 앉았다.

“주군.”

“뭐지?”

가뜩이나 짜증나는 지금, 자신을 부르는 일살의 행동에 차가운 목소리로 대답했다.

천마의 목소리에서 느껴지는 진득한 살기에 움찔한 일살.

그가 천마의 앞에 오체투지를 하며 입을 열었다.

“대공자께서 본전을 나섰다고 합니다.”

“천마궁이 아닌, 본전을?”

천마궁 天魔宮, 지마궁 地魔宮, 인마궁 人魔宮으로 이루어진 천마신교의 본전.

대공자의 거처인 천마궁이 아닌 본전을 나섰다는 일살의 말에 천마가 싸늘한 목소리로 물었다.

그에 일살은 황급히 입을 열었다.

“그렇습니다. 야율창가로 향한다고 합니다.”

“…….”

일살의 말에 눈가를 살짝 찌푸린 천마.

그가 의자 등받이에 몸을 기대었다.

“왜지?”

그리고 물었다.

갑작스럽게 야율창가에 방문하는 위극신의 의중을 이해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에 일살이 눈치를 살피며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그것이…….”

주저거리는 일살의 행동에 인상을 와락 찌푸린 천마.

그가 살기 가득한 기세를 내뿜으며 입을 열었다.

“모른다고 대답하는 것은 아니겠지?”

“아닙니다.”

“그럼 말해.”

자신의 물음에 고개를 가로젓는 일살을 보며 천마는 다시 물었고 그에 일살은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친구 집에 놀러 가신다고…….”

“…….”

“그렇게 삼살에게 알리셨고, 알아서 교주님에게 예쁜 이유를 만들어 보고를 하라고 하셨습니다.”

“…….”

전혀 생각지 못한 일살의 말.

그 말에 잠깐 벙 찐 표정을 지은 천마가 이내 입 꼬리를 씨익 올렸다.

“푸하하하!”

그러고는 박장대소를 터뜨렸다.

엿 같은 기분이었는데 자신의 아들이 재미있는 상황을 만들어 주었다.

마치, 내가 하는 행동을 보고 기분 풀라는 듯 말이다.

그에 크게 웃은 천마가 돌연 웃음을 멈추었다.

그러고는 오체투지하고 있는 일살을 내려다보았다.

“호위는?”

움찔.

천마의 물음에 움찔한 일살.

그가 아무런 말도 대답하지 못했다.

그도 그럴 것이, 천마는 이때까지 대공자가 무슨 행동을 하건 신경 쓰지 않았다.

아니, 정확히는 대공자의 존재를 잊고 있었겠지.

아무튼, 그렇기에 대공자가 무엇을 하든 자신 또한 신경 쓰지 않았고 오늘.

대공자가 외출하기 위한 호위를 붙이지 못했다.

일살이 그 사실을 떠올리고는 아무런 말도 하지 못하자 천마가 인상을 찌푸렸다.

그러고는 차가운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대공자가 누구지?”

“지존의 아들입니다.”

싸늘한 천마의 물음에 고개를 숙이며 짧게 대답한 일살.

천마는 그런 일살을 보며 다시 입을 열었다.

“그러면 곧 소지존이라는 뜻이다. 헌데, 너는 뭐지?”

콰앙!

“송구합니다!”

싸늘한 천마의 질책에 일살이 이마를 바닥에 강하게 찧으며 용서를 구했다.

“…….”

하지만 천마의 입에서는 아무런 말도 나오지 않았다.

그에 일살은 다시 고개를 들었다.

쿠웅!

그러고는 바닥에 이마를 찧었다.

쿵!

쿵!

쿵! 쿵!

천마의 입에서 용서라는 단어가 나올 때까지 일살은 계속해서 바닥에 머리를 찧었다.

바닥을 찧은 횟수가 열 번이 넘어가고, 일살의 이마가 깨지고 피가 흘러나와 대전의 바닥을 적셨다.

하지만 천마의 입은 열리지 않았다.

쿠웅!

열다섯 번.

이마에서 흘러내린 피가 대전의 바닥에 한가득 고였다.

하지만, 천마의 입은 열리지 않았다.

쿠웅!

스무 번.

일살의 의식이 희미해지기 시작했으며, 그의 얼굴은 이마에서 흘러내리는 피로 누구인지 알아볼 수 없을 정도가 되었다.

하지만, 천마의 입은 열리지 않았다.

그에 일살은 짐작했다.

이번이 마지막이라고.

“그만.”

멈칫!

희미해져 가는 의식을 애써 잡으며 이마를 바닥에 찧으려는 그 순간.

천마의 싸늘한 목소리가 대전에 울려 퍼졌고, 그와 동시에 일살의 움직임이 멈추었다.

부들부들…….

가공할 내력을 외부로 분출하여 일살의 몸을 통제한 천마.

일살은 자신의 몸을 지배하고 있는 천마의 가공할 내력에 전율했다.

초절정고수인 자신이다.

중원 구대문파의 장문인급으로 강한 자신이건만, 아직 지존에게는 한참 멀었다.

지존에게 있어서 자신은 언제든지 죽일 수 있는 개미와 같은 존재이다.

그에 일살은 다시 존경심이 피어올랐다.

자신의 지존은, 자신이 감히 쳐다볼 수 없는 위대한 존재였다.

그것이 너무나도 자랑스러웠고, 또 그것이 천마의 수신호위인 일살이 살아가는 이유였다.

“일살.”

“예, 지존!”

천마의 낮은 부름에 일살은 희미해져 가는 의식을 간신히 부여잡으며 짧고 굵게 대답했다.

그에 천마는 태사의에서 몸을 일으켰다.

그러고는 싸늘한 표정으로 일살을 내려다보았다.

“너는 마의에게 가고, 이살과 삼살이 나를 따른다.”

“…….”

“가자.”

“명!”

“명!”

가만히 고개를 숙이는 일살을 무시하고, 그를 지나친 천마.

그의 낮은 목소리와 함께 짧게 대답한 이살과 삼살이 천마의 뒤에서 그의 걸음을 따랐다.

쿠웅.

천마가 대전을 나서고 홀로 남게 된 일살.

그는 멍한 표정으로 고개를 들었다.

그러고는 비어 있는 태사의를 바라보았다.

“지존…….”

처음이었다.

다친 자신에게 마의에게 가 보라는 말을 건넨 것이 말이다.

그리고 깨달았다.

대공자가 무엇을 하든, 아니, 대공자의 존재 자체에 관심이 없었던 천마.

수하들에게 너무나도 냉혹했던 천마.

그가 변했다는 것을 말이다.

* * *

“크군.”

나는 나의 눈앞에 위치하고 있는 거대한 대문을 보며 살짝 놀란 표정을 지었다.

야율창가라고 적힌 멋들어진 현판 아래 위치한 거대한 대문.

그 대문은 마치, 전생의 사황이었던 시절 내가 머물렀던 사황성의 대문 같았다.

한 개의 가문이 사파 연합의 성보다 큰 대문을 가지고 있다니…… 상당히 흥미로웠다.

사실 나는 전생, 현생을 통틀어 오대마가에 직접 찾아와 안으로 들어서는 것이 처음이었다.

전생에서는 천마신교를 떠났던 열 살까지 매일매일 천마궁에서 수련을 했었으니 이곳에 올 여유가 없었다.

“실례지만 누구이십니까.”

마차에서 내려, 대문을 바라보며 놀란 표정을 짓던 나는 귀에 들려오는 낮은 목소리에 고개를 돌렸다.

그러자 보였다. 한 발자국 앞으로 나서서 정중하게 나를 향해 예를 취하며 묻는 한 중년 사내가 말이다.

나는 그런 사내를 보며 흥미로운 표정을 지었다.

호승심이 강하고, 기본적인 개념과 예의는 밥 말아 먹은 천마신교다.

교주나 장로가 아닌 이상, 기본적으로 하오체를 사용하며 신분을 파악하는 것이 일반적이고, 그 어투 또한 도전적이었기에 예의와는 거리가 멀었다.

헌데, 그런 마도인답지 않게 이렇게나 정중하고 예의 바르게 손님을 맞이한다니?

상당히 신선한 기분이었다.

그에 나는 흥미로운 미소를 지으며 입을 열었다.

“내가 누구일까요?”

솔직히, 이 중년 사내가 화내는 것을 보고 싶었다.

조금 삐뚤어진 생각인가?

어쩌면 그럴지도 모르겠다.

속으로 쓸데없는 생각을 하며 내가 장난스러운 목소리로 되묻자 중년 사내는 당혹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그에 나는 피식 미소를 지었다.

나보다 한참 연장자에게 장난이라니, 나 참, 몸이 어려져서 그런가 정신연령도 낮아진 것 같았다.

나답지 않았던 장난에 미소를 지어 보인 나는 손을 들어 올렸다.

그러고는 품속에서 작은 패를 꺼내 중년 사내에게 보여 주었다.

“여기 확인해 보십시오.”

신강에서만 발견되는 검은 철, 흑철 黑鐵.

햇빛을 반사하여 반짝거리는 흑철에 거대한 흑룡과 흑새가 서로 다투고 있는 조각 패를 보여 주자 중년 사내가 그대로 굳어 버렸다.

그러고는 조심스럽게 고개를 들어 사정없이 흔들리고 있는 두 눈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

“뭐 하십니까?”

가만히 나를 바라보는 중년 사내의 모습에 나는 피식 웃으며 되물었다.

이 사내의 반응, 너무 신선하고 재미있었다.

“대공자를 뵙습니다!”

그런 나의 장난스러운 물음에 중년 사내가 그제야 정신을 차린 듯 두 눈을 크게 떴다.

그러고는 나를 향해 정중히 예를 취하며 큰 목소리로 인사를 건네었다.

그에 나는 웃으며 고개를 끄덕여 보이고는 입을 열었다.

“문 열어 주세요.”

“네, 제가 직접 응접실로 안내해 드리겠습니다.”

나의 말에 자리에서 일어나 고개를 숙이며 대답한 중년 사내.

그가 고개를 돌려 뒤에서 벙 찐 표정을 짓고 잇는 젊은 사내를 바라보았다.

“너는 지금 당장 총관…… 아니, 가주전으로 달려가 보고를 드리거라.”

“아니.”

중년 사내의 명에 고개를 끄덕이려던 청년.

그가 이어진 나의 말에 고개를 멈추었다.

나의 만류에 의문스러운 표정을 짓는 두 명.

그들을 향해 나는 웃으며 입을 열었다.

“알리지 마세요. 친구 보러 잠깐 온 거니까.”

그런 나의 말에 중년 사내가 당황한 표정을 지었다.

“소지존이신 대공자님께서 방문하신 것입니다. 가주님께서 맞이하지 않으신다면 그것은 예에 어긋납니다.”

흐음…….

천마신교에서 예를 따진다라…….

재미있는 사내였다.

그에 나는 턱을 한번 쓰다듬고는 중년 사내를 바라보았다.

“이름이 무엇입니까?”

“정보라고 합니다.”

아…….

이름을 들으니 알겠다.

전생에서 들은 적이 있었다.

마도인임에도 불구하고 협행을 추구하고, 예를 따지는 기이한 인물, 그래서 별호도 마협 魔協 이라는 역사상 들어도, 보지도 못한 괴이한 별호였다.

이름과 별호가 상당이 특이했기에 기억에 남아 있었다.

그 기억이 떠오른 나는 새삼스러운 표정으로 중년 사내, 아니 정보를 바라보았다.

“……?”

그런 나의 시선에 의문스러운 표정을 지은 정보.

그에 나는 다시 한번 미소를 지어 보이고는 입을 열었다.

“아무튼, 예의는 괜찮으니 저는 볼일을 보겠습니다.”

“…….”

“뭐, 곤란해지면 보고하십시오.”

“감사합니다.”

얼굴을 굳히고 있던 정보는 이어진 나의 말에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고개를 숙였다.

누가 이곳에 드는지 보고하는 것이 그의 임무였다.

괜히 나 때문에 임무에 지장을 주는 것은 나 또한 원치 않았다.

아무튼, 나의 말에 정보는 고개를 숙인 다음 문을 열어 주었고, 나와 유화는 그렇게 오대마가 중 한 곳인 야율창가로 들어섰다.

“제법이군.”

역시 신강에서 손에 꼽히는 세력인 오대마가인 것일까?

야율창가로 들어선 나는 나를 맞이해 주는 수많은 높은 전각들을 보며 살짝 미소를 지었다.

물론 천마신교의 본전보다 크지는 않지만 이 정도면 아주 큰 장원이다.

아마 중원에 있는 오대세가도 이보다 크지는 않을 것이다.

“삭막해 보이는군요.”

먼 왕조, 송나라 시대의 관부 출신이기 때문일까?

무서운 표정으로 주변을 살피는 무사들과, 한마디 말도 하지 않고 움직이는 사용인들을 보며 유화가 나에게 말해 왔다.

그에 나는 싱긋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게, 무서워?”

“별로요.”

나의 물음에 유화가 특유의 무뚝뚝한 어조로 대답했다.

에휴, 재미없다.

아무튼 유화의 대답에 어깨를 한번 으쓱인 나는 걸음을 멈추었다.

스윽.

그러고는 주변을 둘러보았다.

멋들어진 전각과 건물들.

그리고 매서운 기세를 내뿜는 무사들.

그것들을 둘러본 나는 씨익 미소를 지었다.

야룡아, 형아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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