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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천마신교는 이상하다-12화 (12/275)

제12화

제12장 괴물 怪物

“요새 자주 보는군.”

천마신교의 본전 本殿 중, 가장 안쪽에 위치한 천마궁 天魔宮.

그곳에 존재하는 천마대전에서 천마는 자신을 찾은 여인을 내려다보며 무미건조한 음성으로 말했다.

“그러게요, 누가 보면 금슬 좋은 부부인 줄 알겠어요.”

무미건조한 천마의 음성을 아무렇지 않게 받아치는 아름다운 여인, 천소화.

그런 천소화의 대답에 천마가 재미있다는 듯 미소를 지었다.

그러고는 드러눕다시피 한 자세를 바로 하고는 천소화를 바라보았다.

“그래, 어떤 일로 나를 찾아오셨소, 부인?”

움찔.

천마의 입에서 나온 부인이라는 단어.

그 단어에 온몸에서 벌레가 기어가는 듯한 기분이 들었던 천소화가 움찔했지만 그것도 잠시.

그녀는 당당하게 고개를 들고는 악동 같은 천마의 두 눈을 바라보았다.

“천마궁에 들어설 수 있는 권한을 주십시오.”

천마대전과, 천마동 天魔洞이 있는 금지 禁地 와 소교주전이 있는 천마궁 天魔宮.

그리고, 각 장로들의 거처와, 정보를 총괄하는 비마각 飛魔閣, 무력을 총괄하는 뇌마각 雷魔閣이 있는 지마궁 地魔宮.

그런 지마궁과 천마궁 사이에는 한 개의 문이 존재하고 있었다.

그것은 바로 천마허마문 天魔許魔門.

이름 그대로이다.

천마가 허락한 마인만이 들어설 수 있는 문이다.

물론, 천소화는 마인이 아니고, 천마의 부인으로 천마에게 알현을 요청해 들어오는 것이고 말이다.

아무튼, 당당한 천소화의 요구에 천마가 입꼬리를 살짝 올렸다.

그러고는 입을 열었다.

“이미, 부인은 이곳에 들어오고 있지 않나?”

“교주님의 허락 없이, 들어설 수 있는 권한을 원합니다.”

천마에게 알현을 신청해, 천마의 허락을 받지 않고, 자유롭게 출입하여 위극신과 시간을 보내겠다는 천소화의 의지.

그 의지에 천마가 가만히 턱을 쓰다듬었다.

그러고는 다시 입을 열었다.

“내가 왜 허락을 해 주어야 하지?”

정말 이해가 되지 않는다는 듯 묻는 천마의 모습에 천소화는 입술을 강하게 물었다.

그러고는 다시, 입을 열었다.

“대공자와 편하게 만났으면 합니다.”

“대공자는 장차 교주가 될 아이다. 가족을 만나는 시간은 아깝지.”

천소화의 말에 천마가 단호한 목소리로 거절했다.

그런 천마의 말에 천소화는 다시 입술을 깨물었다.

그러고는 고개를 들어 천마의 두 눈을 바라보았다.

“저는 대공자의 어미입니다.”

피식.

“해서?”

천소화의 말에 피식 미소를 지은 천마.

그가 흥미롭다는 눈빛으로 천소화를 바라보았다.

그에 천소화는 긴장한 표정으로 다시 입을 열었다.

“대공자의 교육 방식에는 저 또한 간섭할 명분이 있다는 뜻입니다.”

“명분이라…….”

천소화의 대답이 뜻밖이었을까?

천마가 가만히 턱을 쓰다듬으며 나지막한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그렇게 천마가 고민하는 동안.

천소화는 긴장 어린 표정으로 천마를 올려다보았다.

대전 상단에 위치한 거대한 태사의에 앉아 있는 천마의 모습은 그림 같았다.

여인처럼 곱게 기른 검은 머리칼과, 그에 대조되는 새하얀 피부와 뚜렷한 이목구비.

묘하게 색기를 풍기는 아름다운 외모였다.

하지만 천소화는 그런 천마의 외모에 속지 않았다.

그는 괴물이었으니 말이다.

그렇게 천마의 얼굴을 감상(?)하던 천소화는, 고민을 끝낸 천마의 두 눈이 자신을 보자 다시 긴장 어린 표정을 지었다.

“내가 왜 부인의 명분을 인정해 주어야 하지?”

“…….”

천마의 물음에 당황한 천소화.

천마는 그런 천소화를 바라보며 재미있다는 표정으로 말했다.

“날 설득해 봐.”

천마의 장난스러운 말에 가만히 입을 다문 천소화.

그녀가 빠른 속도로 머리를 굴리기 시작했다.

‘천마는 미친놈이다.’

상식이 통하지 않는 미친놈.

그런 미친놈을 상대로 상식적인 대화로는 설득이 불가능하다.

그렇다면?

‘정면 돌파.’

방법은 정면 돌파, 하나뿐이다.

그 정면 돌파를 위해서 자신의 목숨을 걸어야 했기에 천소화는 잠깐 망설여졌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자신을 향해 웃으며 어머니라 불러 주던 위극신의 얼굴이 떠올랐다.

꽈악.

그에 용기를 얻은 천소화는 두 주먹을 강하게 쥐었다.

그러고는 재미있다는 표정을 짓고 있는 천마의 두 눈을 바라보았다.

“나의 아들, 극신이마저 당신 같은 괴물이 되면 안 되니까.”

“…….”

스윽!

주륵.

천소화의 말이 끝남과 동시에 천장에서 떨어진 네 명의 사내.

그 네 명의 사내가 천소화의 목에 검을 겨누었고, 천소화의 하얀 목에서는 붉은색의 핏줄기가 흘러내렸다.

너무나도 무례한 천소화의 말에 분노한 일살이 그만, 천소화의 목을 살짝 누르고 만 것이다.

일살의 검에 의해 목에 상처가 난 천소화.

하지만 참을 수 있는 고통이었기에 천소화는 두 눈을 똑바로 뜨며 천마만을 바라보았다.

그런 천소화의 모습에 가만히 얼굴을 굳힌 천마.

그리고 잠시 후.

“푸하하하!”

천마가 박장대소를 터뜨렸다.

천마대전이 떠나가라 크게 웃는 천마의 모습에 천소화는 긴장 어린 표정을 지었고, 천소화의 목에 검을 겨눈 네 명의 사내는 손에 쥐어진 검의 손잡이를 강하게 쥐었다.

언제든지 천소화의 얇고, 새하얀 목을 베어 버릴 수 있도록 말이다.

그렇게 한참을 웃은 천마.

그가 돌연 웃음을 멈추었다.

그러고는 차가운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모두 물러가라.”

“존명.”

천마의 명령에 고개를 숙인 네 명의 사내는 다시 사라졌고, 구석에 위치하고 있던 마뇌가 주변 무사들과 함께 대전을 나섰다.

눈치가 빠른 마뇌가 알아챈 것이다.

물러가라는 모두가 자신들 또한 포함하고 있다는 것을 말이다.

쿠웅.

그렇게 모두가 나가고, 단둘만이 넓은 대전에 남게 되었다.

스윽.

그에 거대한 태사의에서 천마가 몸을 일으켰다.

저벅, 저벅.

상단 위로 올라가기 위해 존재하는 계단을 밟으며 밑으로 내려오는 천마.

천소화는 점점 자신을 향해 다가오는 천마를 피하지 않고 똑바로 바라보았다.

우뚝.

그렇게, 천소화의 바로 앞에 멈추어 선 천마.

오랜만이었다.

천마의 몸에서 나는 비릿한 피 냄새가.

처음 혼인식을 올리고 합방을 했을 때 느꼈던 비릿한 냄새.

그리고 무공 수련을 하다가 잘 풀리지 않는지 신경질적으로 자신을 찾아왔을 때의 냄새.

잊히지 않았다.

스윽.

움찔.

그렇게 천마의 냄새에 복잡한 표정을 짓던 천소화는 자신의 목에 손을 들어 올리는 천마의 행동에 반사적으로 움찔했다.

저 손으로 자신의 목을 비틀지는 않을까 두려웠던 것이다.

천소화가 움찔하자 천마가 잠깐 손을 멈추었다.

하지만.

스윽.

천마의 손은 다시 움직였다.

“아픈가?”

피가 흘러내리는 천소화의 목.

새하얀 천소화의 목에 손가락을 대며 천마가 물었다.

그런 천마의 물음에 움찔한 천소화.

하지만 그것도 잠시, 그녀가 낮은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아프지 않습니다.”

“그런가…….”

천소화의 대답에 천마는 가만히 고개를 끄덕였다.

탓!

그러고는 천소화의 목을 손가락으로 가볍게 눌렀다.

그러자 거짓말처럼 출혈이 멈추었다.

“…….”

갑작스러운 천마의 행동에 천소화는 복잡한 표정을 지었다.

천마가 지혈을 해 주는 사내인가?

아니다, 되레 검을 뽑아 더 많은 피를 흘리게 하겠지.

그것이 자신이 아는 천마이다.

헌데 지혈을 해 주다니?

“말해 두겠다.”

“…….”

복잡한 천소화의 눈빛을 무시한 천마가 등을 돌리며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그런 천마의 말에 천소화는 순간 벙 찐 표정을 지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천소화가 이내 두 눈을 크게 뜨며 입을 열었다.

“정말입니까?”

“그래, 대공자의 수련 시간이 아니라면, 언제든지 천마궁에 들어서도 된다.”

“…….”

너무나도 파격적인 천마의 허락.

그에 천소화가 믿기지 않는다는 표정을 지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고맙습니다.”

천소화는 고개를 숙이며 감사를 표했다.

끄덕.

천소화의 감사에 천마는 뒤도 돌아보지 않은 채 가만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에 천소화는 고개를 갸웃거렸지만 이내 몸을 돌렸다.

저 변덕이 심한 미친놈의 마음이 다시 바뀌기 전에 이곳에서 물러나기 위해서였다.

쿠웅.

잠시 후, 천소화가 천마대전을 나섰다.

천소화가 나가고, 드넓은 대전에 홀로 남게 된 천마.

그가 나지막이 입을 열었다.

“일살.”

스윽.

“죽여 주시옵소서!”

천마의 나지막한 부름에 아까와 같이 천장에서 한 그림자가 바닥으로 떨어졌다.

천마의 수신호위 중 대장 격을 맡고 있는 일살 一殺.

그가 이마를 바닥에 찧으며 용서를 구했다.

감히, 천마의 부인에게 검을 겨누고 피를 보게 한 죄.

그 불경한 죄의 용서를 구하기 위해서였다.

“내가 괴물인가?”

멈칫.

금방이라도 자신의 목을 비틀 것만 같았던 천마였지만, 그의 입에서는 예상외의 말이 튀어나왔다.

그에 멈칫한 일살.

천마는 그런 일살을 내려다보며 다시 입을 열었다.

“내가 괴물인가?”

“주군은, 지존이십니다.”

천마의 물음에 일살은 고개를 깊이 숙이며 대답했다.

천마가 공자이던 시절부터 봐 왔던 일살이다.

헌데 이런 질문은 처음이었다.

자신이 괴물이냐고 묻는 천마의 모습이 너무나도 낯설고 적응되지 않았던 일살은 그저 고개를 깊게 숙이며, 지존이라 칭했다.

그에 천마는 피식 미소를 지었다.

그러고는 걸음을 옮겨 상단 위에 존재하는 태사의에 앉았다.

“괴물이라…….”

그리고 영문을 알 수 없는 목소리로 천마는 계속해서 중얼거렸다.

* * *

“파하핫!”

“시끄러.”

수련을 도와줄 장로를 기다리는 동안.

나는 내 옆에서 계속 웃는 구양적을 보며 인상을 찌푸렸다.

저놈은, 웃기지도 않는데 계속해서 소리 내 웃고 있었다.

“크크크, 곰 새끼, 시끄럽다. 입 안 다물면 나의 야룡이가 너를 물어 버릴 것이다.”

“파하핫! 용과 한바탕 어울려 보는 것도 즐겁겠지!”

미치겠다.

괴상한 웃음소리를 내는 야율민과, 그에 못지않은 괴상한 웃음소리를 터트리는 구양적.

그 둘은 상성이 좋은지 계속해서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물론, 대화 내용은 이상했지만 말이다.

“대공자.”

“왜.”

“혹, 정파의 무공을 익히셨습니까?”

하아…… 천마의 아들인 내가 익혔겠니?

나를 향해 정말 궁금하다는 듯 묻는 사마천의 모습에 나는 이마를 짚으며 한숨을 내쉬었다.

사마세가의 역대급 천재라고 하더니, 다 거품이었나 보다.

이런 멍청한 질문을 하는 놈이 역대급 천재일 리는 없을 테니 말이다.

“사마 놈, 시끄럽다. 대공자는 휴식을 원하신다.”

이놈도 문제다.

바닥에 앉아 있는 나의 옆에 서서 날카로운 눈빛으로 사마천을 째려보는 단진.

우정을 나누자는 나의 말에도 불구하고 계속해서 나의 호위를 자처하는 단진이 조금 불편했다.

물론 싫은 것은 아니지만 말이다.

하아…… 그나저나 벌써 힘들다.

어린아이들과 있기 때문일까?

마치, 오전 수련을 마친 듯 체력이 빠졌다.

그에 나는 다시 한숨을 내쉬며 고개를 숙였다.

“공자님.”

그때, 나의 귀로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고저가 없는 일정한 목소리.

그에 나는 고개를 들었다.

그러자 보였다.

시원한 물을 가져온 나의 전속 시녀 유화가 말이다.

그래, 차라리 유화가 낫다.

말도 많지 않고, 무엇보다 대화가 통했으니 말이다.

“파하핫! 너는 누구지?”

그때, 야율민과 대화를 나누던 구양적이 유화를 보자 호기로운 표정을 지으며 다가와 물었다.

“아, 처음 뵙겠습니다, 구양 공자. 저는 대공자님의 시녀, 유화입니다.”

대공자인 나의 시녀로서, 이미 모든 인물들을 파악하고 있던 유화.

그런 유화가 예를 갖추며 구양적에게 고개를 숙였다.

그에 구양적은 흐뭇한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고는 입을 열었다.

“파하핫! 마음에 드는 계집이군! 그래, 오늘 밤 나의 처소에 들 기회를 주겠…….”

빠악!

이런 미친.

“제대로 서지도 않는 새끼가…….”

감히 유화를 성희롱해?

선 넘는 녀석에게는 역시, 주먹이 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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