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1화
제11장 놈, 놈, 놈, 놈
‘인물이다!’
사마세가의 역대급 천재로 불리는 사마천은 웃으면서 마검단가의 소가주에게 손을 내미는 대공자를 바라보았다.
그리고 환호했다.
자신이 그토록 찾고 원하던 주군의 모습.
마인과는 어울리지 않는 현명하고 어진 주군을 원했던 그였기에 마교에서 주군을 찾는 것은 포기하고 있었다.
헌데…… 장차 천마가 될 가능성이 가장 높은 대공자가 자신이 그토록 바라고 바라던 주군의 모습을 보여 주고 있지 않은가?
그에 사마천은 설레는 표정으로 대공자를 바라보았다.
단진을 향해 충성 말고, 우정을 나누자는 대공자의 말.
그 말에 사마천은 온몸에 소름이 돋았고, 또 전율했다.
“…….”
그리고, 단진 또한 자신과 마찬가지인 듯했다.
이제까지 보여 주었던 차가운 표정이 아닌 놀란 표정을 짓고 있는 단진.
사마천은 그런 단진과 대공자를 차례로 바라보며 미소를 지었다.
대공자 위극신.
그는 자신이 생각했던 것보다 재미있는 인물이다.
그리고 아직 확신할 수는 없지만…… 왠지 자신이 주군으로 모실 것 같았다.
그런 감정을 느낀 사마천은 탐색하려던 눈빛을 접고, 호감 어린 눈빛으로 천마신교의 대공자, 위극신을 바라보았다.
“뭐 해?”
내민 손이 무안했을까?
놀란 표정을 짓고 있는 단진을 향해 대공자가 웃으며 손을 흔들어 보였다.
아까 자신과 인사를 나누었을 때와 같은 모습이었다.
당사자였을 때는 몰랐는데 제삼의 입장으로 보니 보였다.
여유가 넘치는 어린 꼬마, 대공자의 모습이 말이다.
마인 중에 저렇게 여유를 가지고 행동하는 사람이 있을까?
또, 저렇게 아무렇지 않게 미소를 지으며 상대방을 편안하게 만드는 사람이 있을까?
사마천은 당당하게 확답할 수 있었다.
그런 사람은 없다고 말이다.
정말…… 대공자는 보면 볼수록 더 매력적인 사람이었다.
“아…… 네.”
손을 흔들거리는 대공자의 행동에 그제야 정신을 차린 단진이 손을 뻗어 대공자의 손을 잡았다.
그에 대공자는 부드러운 미소를 지으며 입을 열었다.
“너의 얼굴에 어떤 사연이 있는지는 나도 잘 몰라. 하지만, 그것으로 인해 내가 너를 차별하는 일은 없을 거야.”
“…….”
“믿어 줘.”
대공자의 말에 아무런 말도 하지 않은 단진.
하지만 이어진 대공자의 낮은 목소리에 두 눈을 크게 떴다.
그리고 단진이 고개를 들어 대공자를 바라보았다.
흔들림 없는 굳건한 두 눈빛.
다섯 살의 어린아이에게서 느낄 수 없는 눈빛에 사마천은 물론이고 단진 또한 미소를 지었다.
대공자의 두 눈빛에 절로 믿음이 생겨난 것이다.
그에 사마천은 생각했다.
대공자는 정말, 마성의 매력을 지닌 존재라고 말이다.
* * *
“파하핫!”
응?
단진과 인사를 나누고 미소를 짓던 나는 옆에서 들려오는 호탕한 웃음소리에 고개를 돌렸다.
그러자 보였다.
호탕한 미소를 지으며 나 에게 다가오는 십 대 중반의 소년이 말이다.
“파하핫! 그대가 대공자요? 반갑소이다!”
어린 나이에 맞지 않는 말투를 사용하는 덩치의 소년.
그 소년을 보며 나는 피식 미소를 지었다.
뭔지 모르겠지만, 웃기는 놈이었기 때문이다.
그대.
스윽.
“공자에게 예를 갖추어라.”
“!!”
뭐야? 쟤 왜 저래?
방금까지 나의 옆에 있던 단진.
그가 어느새 허리춤에 있던 검을 뽑아 덩치의 소년에게 겨누었다.
열 살의 어린 소년이 할 행동은 아닌 과격한 행동에 나는 두 눈을 크게 떴다.
그리고 그런 단진의 검에 겨누어진 덩치의 소년은…….
“파하핫! 아주 화끈한 남자군! 그대의 이름은?”
좋다고 웃으면서 단진에게 호감을 드러내고 있었다.
자신을 향해 검을 겨누고 적의를 내뿜는 존재에게 호감을 드러내다니.
정상은 아닌 놈이다.
그에 나는 단진의 손목을 살며시 눌렀다.
“공자님…….”
내가 손가락에 힘을 주고 단진의 손목을 누르자 부드럽게 바닥을 향하는 단진의 검.
그에 단진이 놀란 듯 두 눈을 크게 뜨며 나를 바라보았다.
“잠시, 물러나.”
그리고 나는 그런 녀석을 향해 싱긋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그런 나의 말에 잠깐 멈칫한 단진.
하지만, 고맙게도 녀석은 나의 부탁대로 뒤로 물러나 주었다.
차가운 놈이었지만, 또 그만큼 착한 놈인 것 같았다.
내가 잘해 줘야지.
아무튼, 단진을 뒤로 물리고 앞으로 나선 나는, 족히 나의 두 배는 되어 보이는 덩치의 소년을 올려다보았다.
“이름이?”
“파하핫! 구양적이라 하오!”
나의 물음에 호탕하게 웃으며 자신을 소개한 구양적.
그에 나는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권마이자, 구양권가의 가주인 이장로의 아들이었다.
그에 나는 씨익 웃으며 손을 내밀었다.
“반갑다, 구양적.”
“파하핫! 공자는 남자구려!”
손을 내밀며 인사하는 나의 모습에 다시 소리 내 웃으며 말한 구양적.
덥석.
그가 나의 손보다 족히 두 배는 더 커 보이는 손으로 나의 손을 잡았다.
꽈악!
그러고는 덩치에 맞게 강하게 나의 손을 잡았다.
이 자식, 아닌 척하면서 나를 시험하고 있었다.
귀여운 녀석.
어린아이답게 나를 시험하는 녀석의 모습이 귀여웠던 나는 씨익 미소를 지었다.
그러고는 미소를 짓고 있는 구양적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꽈악!
그러고는 내공을 살짝 끌어 올려 구양적의 손을 강하게 쥐었다.
“!!”
그런 나의 행동에 두 눈을 크게 뜬 구양적.
하지만 그것도 잠시.
녀석 또한 미소를 지으며 내공을 끌어 올렸다.
악수에서 졸지에 내공 싸움이 되어 버린 지금.
사마천과 단진은 우리 둘의 대치를 눈치채고는 한 걸음 뒤로 물러섰다.
“흐음…….”
얼마 전, 전생의 경험으로 소주천을 이루어 이류의 경지에 오른 나다.
무림에서는 약 다섯 살에 수련을 시작한다면, 평균적으로 스무 살의 나이에 소주천을 이룰 수 있다.
하지만, 그것은 평균이고, 거대한 대문파의 제자들은 보통 열여덟 살, 뛰어난 천재에다가 뛰어난 무공, 그리고 각종 영약을 섭취한다면 열여섯 살에는 소주천을 이룰 수 있다.
그것은 중원 무림에서나 일어나는 일이고, 천마신교는 조금 달랐다.
본교에서는 평균적으로 열여덟 살의 나이에 소주천을 이룬다.
그 이유는 바로, 초반의 성취가 빠른 마공의 특성과 이차성징이 오는 약 열다섯 살 이전까지 선식을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내 앞에 있는 어린 소년들은 아직 열여덟 살이 되지 않았다.
즉, 아직 삼류의 경지에 머물러 있음이 분명하다.
그러다 보니 나는 자연스럽게 조금 조절하면서 내공을 끌어 올렸다.
하지만, 나의 내공을 견디지 못해 금방 얼굴을 붉힌 구양적을 보며 나는 실망했다.
족히, 열다섯은 되어 보이는 구양적이다.
오대마가의 후계이기에 뛰어난 무공과, 각종 영약을 제공받았을 텐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나이까지 소주천의 맛도 보지 못한 것이다.
오대마가의 후계라면 적어도 열여섯 살의 나이에는 소주천을 이루어야 할 텐데 아직 소주천은커녕, 내공 조절도 부족한 녀석을 보며 나는 안쓰러운 마음이 들었다.
오대마가의 후계로 태어나서 얼마나 눈치를 보며 살까?
녀석이 안쓰럽게 느껴진 나는 부드럽게 내공을 거두었다.
구양적에게 피해가 가지 않게끔 말이다.
“후욱, 후욱!”
내가 내공을 거두어들이자 거칠게 숨을 몰아쉬는 구양적.
나는 그런 녀석을 보며 부드러운 미소를 지었다.
“대공자 위극신이다, 잘 부탁한다.”
“…….”
여유롭고, 부드러운 미소를 지으며 내가 인사를 건네자 구양적이 고개를 들어 나를 바라보았다.
그렇게 나의 얼굴을 빤히 바라보며 호흡을 고르는 구양적.
나는 그런 녀석의 눈길을 피하지 않고 똑바로 바라보았다.
그렇게 잠깐 우리 둘이 대치했고 잠시 후.
“파하핫! 잘 부탁하오, 대공자!”
구양적이 큰 소리로 웃으며 나를 향해 고개를 숙였다.
자신의 패배를 인정하고 나를 강자로 인식한 것이다.
그에 나는 싱긋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파하핫! 공자는 나와 두 살밖에 차이 나지 않는데 아주 강하구려!”
응……?
그렇게 미소를 짓던 나는 나의 귀에 들려오는 구양적의 목소리에 그대로 굳어 버렸다.
두 살 차이라고?
열다섯 살은 되어 보이는 놈이 무슨?
“나는 다섯이다.”
나의 나이를 착각하는 놈을 향해 내가 정정하듯 말해 주었다.
“푸하하!”
그러자 녀석이 소리 내 웃었다.
그에 나는 가볍게 인상을 찌푸렸다.
저 자식, 조금 불쌍하게 봐주었더니 기어오르는 것 같았다.
아무래도 조금, 가볍게 손을 봐 주어야겠다.
“대공자.”
그때.
구양적을 향해 손목을 풀며 걸음을 옮기려던 순간 사마천이 나의 이름을 불렀다.
그에 내가 고개를 돌려 사마천을 바라보았다.
나의 눈빛에 어색한 미소를 지은 사마천.
그가 구양적을 한번 힐끔 보더니 이내 입을 열었다.
“믿기지 않겠지만, 구양 공자는 일곱 살입니다.”
“……?”
“대공자님과 두 살 차이가 맞습니다.”
미친.
저 덩치가 일곱 살이라고?
열다섯 살인 사마천보다 덩치가 더 큰 놈인데?
그런 놈이 일곱 살?
아니, 무슨 일곱 살이 저런 애늙은이 같은 말투를 사용한단 말인가?
도저히 믿기지가 않았다.
그에 내가 고개를 돌리자 가만히 나를 바라보던 단진과 눈이 마주쳤다.
“맞습니다.”
나와 두 눈이 마주친 단진마저 사실이라고 알려주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에 나는 그대로 굳어 버렸다.
세상이 나를 속이는 것인가?
아니면 내가 구양적의 외면에 속고 있는 것인가?
“파하핫!”
그런 나의 모습이 웃겼을까?
일곱 살 구양적이 괴상한 웃음소리를 내었다.
그에 나는 살짝 한숨을 내쉬었다.
“크크크, 시끄럽군.”
그때, 나는 옆에서 들려오는 또 다른 목소리에 고개를 돌렸다.
구석에 혼자 쭈그려 앉아 괴상한 웃음소리를 내는 한 소년.
나는 그 소년을 바라보았다.
암울한 분위기를 뿜어내는 소년의 모습은 정상적이지 않았다.
“야율창가의 야율민입니다.”
야율창가의 가주이자, 삼장로인 창마 槍魔의 아들 야율민.
그가 어두운 분위기를 연출하며 쭈그려 앉아 있었다.
그런 녀석을 대신해서 사마천이 소개해 주었고, 그에 나는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고는 걸음을 옮겨 야율민에게 다가갔다.
“반갑다.”
“크크, 나는 미개한 인간과 대화를 나누지 않는다.”
나의 인사에 괴상한 웃음소리와 말투로 대답하는 야율민.
나는 그런 녀석을 보며 설마 하는 표정을 지었다.
전생에서 본 적이 있었다.
십 대 초반과 중반에서 일어나는 무서운 병.
세상에서 자기가 가장 강한 줄 알고, 주변 사람들을 무시하다가 주변 사람들에게 맞아 죽는 심각한 병.
삼 년간 그렇게 바보 같은 시기를 보내고, 성인이 되어 머리를 부여잡고, 이불을 걷어차며 괴로워하는 시기의 병을 말이다.
특히, 사파인들에게서 자주 보이는 병이었기에 나는 잘 알고 있었다.
그에 나는 혹시나 하는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혹시, 네 왼팔에 용이 잠들어 있나?”
“응? 야룡 夜龍이를 알고 있는 것이냐?”
어이고, 이름도 있다.
심각한 중증으로 보이는 야율민의 대답에 나는 한숨을 내쉬었다.
그러고는 고개를 돌려 단진을 바라보았다.
차가운 놈이다.
그리고 다시 고개를 돌리자 사마천이 보였다.
음흉한 놈이다.
능글맞은 미소를 짓고 있는 사마천을 보고 가볍게 혀를 찬 내가 다시 고개를 돌렸다.
그러자 일곱 살의 구양적이 보였다.
단순 무식한 놈이다.
파하핫거리며 웃고 있는 녀석을 무시하고 나는 다시 고개를 돌렸다.
그러자 보였다.
“크크크.”
괴상한 소리를 내며 웃는 야율민.
바로, 왼팔에 용이 잠들어 있는 놈이다.
“하아…….”
그에 나는 탄식을 내뱉었다.
그러고는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복잡한 나의 마음과 달리 구름 한 점 없이 맑은 푸른 하늘.
그에 나는 두 눈을 감았다.
아무래도 내가 천마신교를 너무 과소평가했나 보다.
어린아이라고, 사람으로 만들기 쉽다고 생각했다니…….
나 자신이 너무나도 어리석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