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9화
제9장 오리고기
“입에 맞지 않느냐?”
미치겠군.
음식이 코로 들어가는지 입으로 들어가는지 모를 정도로 식사에 집중을 하지 못하고 있는 나.
그런 나의 귀로 천마의 장난스러운 목소리가 들려왔다.
속으로는 지금 당장이라도 얼굴을 찌푸리고 욕설을 내뱉고 싶었지만, 그럴 수는 없었다.
“맛있습니다.”
나는 아직 죽고 싶지 않았으니 말이다.
무표정한 얼굴로 고개를 든 내가 천마의 두 눈을 바라보며 말하자 천마가 가만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고는 이번에는 고개를 돌려, 조용히 식사를 하고 있는 어머니를 바라보았다.
“그대는 입맛에 맞는가?”
“맞습니다.”
천마의 물음에 아무렇지 않게 대답하는 어머니.
나는 그런 어머니를 보며 내심 감탄했다.
어머니는 무공을 배우지 않았다.
비록 경지는 삼류에 불과했지만, 나의 눈과 기감은 화경의 고수와 같았다.
그런 나의 눈에 어머니는 무공은커녕, 내공을 배우지 않은 평범한 여인이었다.
내 눈이 틀릴 일은 없을 터인데 어머니는 어떻게 화경의 고수인 천마의 앞에서 아무렇지 않게 행동할 수 있을까?
신기하면서도 대단했다.
무공을 어느 정도 익히고, 전생에서 지금의 천마와 같은 화경의 경지에 올랐던 나였지만 그런 나도 지금의 천마 앞에서는 긴장이 되는데 말이다.
“위극신.”
그때, 가만히 국물을 떠먹던 나는 천마의 부름에 수저를 내려놓았다.
그러고는 짧게 대답했다.
“네, 교주님.”
“당장 내일부터, 오대마가의 아이들과 수련을 시작할 것이다.”
“네.”
처음이다.
오대마가의 미래인 후계들을 만나는 것 말이다.
전생에서 소교주 직위 박탈이 된 해.
열 살까지 나는 매일같이 장로들과 실전과 같은 수련을 해 왔었다.
그 당시 나는, 당연하게 선식을 해 왔으며, 또 당연하게 나의 무공 수련에 집중했다.
주변을 둘러볼 여유가 없었다는 뜻이다.
그리고, 나는 그 당시 이미 소교주였기에 오대마가의 아이들과 경쟁을 할 필요도 없었다.
그때의 나는 이미 그들의 주인이었으니 말이다.
헌데 현생에서는 다섯 살이라는 이른 나이에 그 아이들을 만나게 되었다.
조금은 걱정스러우면서도…… 솔직히 나는 기대되었다.
어린아이들이라면 아직 사상과 가치관이 제대로 자리 잡히기 전이다.
즉, 마도의 괴물이 되기 전에 인간으로 만드는 것이 더 쉽다는 뜻이다.
그렇기에 나는 내심 어서 빨리 내일이 되었으면 했다.
귀여운 아이들.
내가 아주 귀여워해 줄 것이다.
“공자?”
이런, 나도 모르게 입꼬리가 올라갔나 보다.
가만히 식사를 하던 어머니가 고개를 갸웃하며 나를 불렀고, 나는 서둘러 얼굴을 고쳤다.
그러고는 고개를 들어 어머니를 바라보았다.
“네, 어머니.”
이미 천마가 나의 앞에서 말했다.
이 여인이 나의 어머니라고 말이다.
그렇기에 나는 눈치 보지 않고 어머니를 어머니라고 불렀다.
물론, 천마의 앞에서 나는 어머니라는 존재를 부정했지만 그것은 한 번이면 충분하다.
그리고 무엇보다, 대전에서의 천마의 행동을 보면 내가 어머니를 어머니라고 부르고 존재를 인정해도 별로 상관하지 않을 것 같았다.
그렇기에 나는 아무렇지 않게 어머니라고 호칭했다.
그런 나의 호칭에 천마의 두 눈에서 이채가 떠올랐지만 아쉽게도 나는 보지 못했다.
아무튼, 그런 나의 대답에 어머니는 싱긋 미소를 지었다.
그러고는 내가 자주 집어 먹었던 오리고기 접시를 들어 나의 앞에 놔두었다.
“많이 먹어요.”
아…… 이것이 어머니의 사랑인가.
전생에서 이곳을 떠나, 스승님을 만나고 느꼈던 따뜻한 감정.
나를 바라보던 따뜻한 눈빛과, 배려감이 느껴지는 어머니의 말투가 스승님과 너무나도 비슷했다.
그에 나는 마음이 저절로 푸근해지는 것을 느꼈다.
그 고마움에 나는 살짝 고개를 숙였다.
그러고는 서둘러 젓가락을 집었다.
우리 어머니가 건네준 오리고기.
천마의 눈치가 보여, 환한 미소를 지으며 어머니에게 감사하다고 표현을 하지 못한다.
그러니 어머니 앞에서 맛있게라도 먹어야겠다.
그것이 못난 아들인 내가 할 수 있는 효도였으니 말이다.
스윽.
“……?”
그때, 나는 나의 눈앞에서 갑작스럽게 사라진 오리고기의 행방에 멍한 표정을 지었다.
귀신이 들고 간 것일까?
분명 나의 눈앞에 맛있는 냄새를 풍기며 존재하고 있던 음식이다.
헌데, 갑자기 사라지다니?
“맛있군.”
그때, 나는 옆에서 들려오는 목소리에 고개를 돌렸다.
“…….”
그러고는 그대로 굳어 버렸다.
나의 아버지이면서, 어머니의 지아비인 천마.
그가 그 많은 오리고기를 한입에 집어넣고 우물거리고 있었던 것이다.
뭘까?
저 피도 눈물도 없는 인간이 장난을 치는 것일까?
나는 어떻게 반응해야 할지 모르겠다.
역시 이 양반은 짜증 났다.
* * *
“부르셨습니까.”
천마신교의 본단을 지키기 위해 교대로 순찰을 도는 무인들을 제외하고는 모두가 잠든 깊은 밤.
천마신교의 군사이며, 마뇌 魔腦 라고 불리는 사마정이 천마의 집무공간인 천마대전 天魔大殿에 들어섰다.
천마대전에 들어서고 고개를 숙이며 인사를 올리는 마뇌의 행동에 천마는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고는 입을 열었다.
“오대마가들의 반응은?”
“모두, 그러려니 하고 있습니다.”
대공자 위극신의 선식 仙食 거부로 인해, 오대마가의 후계들에게 주어진 절호의 기회.
천마의 명으로 주어진 기회였음에도 불구하고 오대마가에서는 아무런 반응도 하지 않았다.
천마신교의 주인인 천마가 진심이 아닌, 형식상 내리는 명령이라고 받아들였기에 큰 반응을 하지 않았던 것이다.
그저, 흥분하지 않고 침착하게 주변 가문들을 살피며 자신들에게 피해가 오지 않을까 조심하고 있을 것이다.
시간이 흘러 오대마가는 변했으니 말이다.
“병X 같은 것들.”
그런 마뇌의 대답이 마음에 들지 않았을까?
천마가 인상을 와락 찌푸리며 욕설을 내뱉었다.
그러고는 다시 입을 열었다.
“본교는 강자존이다. 강자가 교주의 위에 오르는 것이 당연한데 어찌 싸워 볼 생각도 하지 않고 눈치를 살피는 것이지?”
“…….”
차가운 천마의 물음에 마뇌는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았다.
솔직히 대답할 필요가 없었다.
그 이유는 천마가 제일 잘 알고 있을 테니 말이다.
“본교에는 호랑이가 아닌, 늙은 너구리와 여우만이 자리를 잡고 있군.”
“당대는 그런 듯합니다.”
천마의 싸늘한 목소리에 마뇌가 동의한다는 듯 대답했다.
마뇌 또한 천마와 같은 마음이었다.
서로 전투를 하고 호적수로 생각하며, 더욱더 발전하는 강자존을 중심으로 모인 천마신교이다.
헌데, 지금은 오대마가, 중소마가 어쩌고 하더니 정파 나부랭이들처럼 명예를 내세우며 부귀와 명예를 탐하고 있지 않은가?
아마, 초대 천마와 초대 장로들이 지금 이 모습을 보았다면 지하에서 가슴을 치며 한탄할 것이다.
이러려고 자신들이 그렇게 노력했냐고 하면서 말이다.
아무튼, 마뇌의 대답에 천마가 고개를 돌렸다.
그러고는 고개를 살짝 숙이고 있는 마뇌를 바라보며 기대 어린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그대의 동생은?”
“소교주의 자리에는 관심이 없습니다.”
마뇌 魔腦, 사마정.
오대마가 중 한 곳인 사마세가의 가주이기도 한 그의 대답에 천마가 인상을 찌푸렸다.
그에 마뇌가 황급히 다시 입을 열었다.
“소교주로 모실 존재를 직접 선택하겠다고 합니다.”
“뭐라?”
마뇌의 입에서 나온 뜻밖의 말.
그에 천마는 다시 흥미로운 표정을 지으며 되물었다.
흥미로운 미소를 짓는 천마의 모습에 속으로 안도의 한숨을 내쉰 마뇌는 다시 입을 열었다.
“오대마가의 후계들과 대공자를 직접 만나 보고, 천마의 위에 어울리는 자를 선별하여 주군으로 모시고, 천마로 만들겠다고 합니다.”
전면이 아닌 뒤에서 인형놀이를 하듯 조종하여 지고하고 위대한 천마를 만들겠다는 광오한 말.
그런 마뇌의 말에 천마는 씨익 미소를 지었다.
그러고는 입을 열었다.
“그대의 동생이 그대보다 낫군.”
사마세가의 소가주이면서, 가주인 사마정의 친동생인 사마천.
천마가 그를 언급하며 말하자 마뇌는 어색한 미소를 지었다.
그러고는 고개를 숙이며 입을 열었다.
“솔직히, 제 동생이 나이가 열 살만 더 많았다면, 가주는 제 동생이었을 것입니다.”
아직 열다섯 살의 어린 나이에 불과하지만, 제갈량의 후예라는 제갈세가의 호적수이면서, 모든 혈족이 뛰어난 머리를 지니고 있는 사마세가 역사상 최고의 천재라고 불리는 존재가 사마천이다.
가끔씩 서른 살이 넘는 자신에게 조언을 해 주고, 때때로 가르치는 동생을 떠올리며 마뇌가 솔직하게 대답했다.
그에 천마는 씨익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고는 입을 열었다.
“술 한잔, 하겠나?”
“!!”
처음이었다.
스무 살의 나이에 군사의 자리에 올라, 약 십오 년간 당대의 천마가 소교주인 시절부터 모셔 왔다.
그 십오 년간 마뇌는 술 대작은커녕, 함께 식사도 하지 못했다.
헌데 갑작스럽게 술을 권하다니?
전혀 예상치 못한 천마의 행동에 마뇌가 놀란 표정으로 천마를 바라보았다.
“왜, 싫어?”
그런 마뇌의 표정에 인상을 찌푸린 천마.
그가 불편한 음성으로 말하자 마뇌는 황급히 고개를 가로저었다.
그러고는 고개를 깊이 숙이며 입을 열었다.
“가문의 영광이옵니다!”
아마, 자신이 처음일 것이다.
당대 천마와 함께 술을 대작하는 존재가 말이다.
“준비해.”
그런 마뇌의 말에 가볍게 고개를 끄덕인 천마.
그가 고개를 돌려 문 앞에 시립해 있던 시녀를 보며 말했고 시녀는 고개를 깊게 숙이고는 물러났다.
“앉아.”
“실례하겠습니다.”
아직까지 서 있는 마뇌를 보며 천마가 말하자 마뇌는 고개를 숙이며 대답했다.
그러고는 천마가 턱으로 가리킨 빈 의자에 앉았다.
잠시 후.
아까 방을 나섰던 시녀가 술상을 들고 안으로 들어섰다.
조심스레 술상을 들고 천마와 마뇌의 사이에 놓아둔 시녀.
그 시녀가 고개를 숙이며 물러났고 천마는 술병을 들었다.
그러고는 마뇌를 바라보았다.
“한 잔 받지.”
“…….”
혹시 자신이 큰 잘못을 하였을까?
그래서 이렇게 술 한 잔 주고 자신을 죽이려는 것일까?
너무나도 적응이 되지 않아 두려웠다.
“걱정 말고, 받아.”
그런 마뇌의 마음을 알았을까?
천마가 피식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그에 마뇌는 어색한 표정으로 잔을 들었다.
그 목석같고 괴물 같았던 인간이 술을 따라 주다니? 어안이 벙벙할 정도이다.
아마 장로들이나 다른 간부들에게 이야기해도 믿지 않을 것이다.
“감사합니다.”
너무나도 믿기지 않는 이 순간.
마뇌는 진심으로 영광이라는 표정을 지으며 대답하고는 고개를 숙였다.
쪼르르.
그리고, 그런 마뇌의 술잔에 천마가 들고 있던 술이 떨어졌다.
잠시 후, 술잔을 가득 채운 천마가 술병을 내려놓았다.
꿀꺽.
그리고 마뇌가 고개를 돌려 술잔을 모두 들이켰다.
“안주도 들어.”
그 많은 술을 한 번에 들이켠 마뇌를 보며 천마가 말했고 마뇌는 웃으며 고개를 숙였다.
그러고는 젓가락을 들었다.
“…….”
술상에 위치한 수 가지의 음식.
그 음식 모두가 오리로 만들어진 요리였다.
아무래도, 자신의 주군인 천마는 오리고기를 좋아하나 보다.
미리 외워 두어야겠다고 생각하며 마뇌는 오리고기를 한 점 집어 먹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