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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천마신교는 이상하다-8화 (8/275)

제8화

제8장 검마 劍魔

저벅, 저벅.

천마신교가 지배하고 있으며, 천마신교의 본전 本殿 이 있는 신강.

대명제국의 본토와는 조금 떨어져 있는 변방이지만, 드넓은 땅과 서역으로 통하는 무역길이 위치하고 있기에 황실에서도 주목하고 있는 그 지역에 수많은 가문이 존재하고 있었다.

수많은 가문 중에서도 천마신교의 시작과, 지금까지의 역사를 함께 만들어 왔으며, 항상 천마의 검이 되었던 검마 劍魔 의 가문, 마검단가 魔劍斷家.

역사와 전통이 깊은 마검단가의 장원에서 막 수련을 마친 듯 몸에서 열기를 내뿜는 한 소년이 검을 회수하지 않고, 바닥에 드리운 채 묵묵히 걸음을 옮기고 있었다.

속닥속닥!

그때, 옆에서 자기들끼리 속삭이는 작은 목소리가 들려왔다.

취침할 때도 긴장을 풀지 않으며, 매일매일 신체와 정신력의 한계까지 수련을 하는 소년이었기에 그 작은 목소리가 소년의 귀로 들려왔다.

그에 소년은 걸음을 멈추고는 고개를 돌렸다.

“히익!”

그런 소년의 행동에 자기들끼리 속삭이던 어린 시녀 두 명.

그 두 명은 자신을 쳐다보는 소년을 보며 화들짝 놀라고는 황급히 고개를 숙였다.

오른쪽의 앞머리를 길게 길러 한쪽 얼굴을 가린 소년.

저벅, 저벅.

그 소년이 천천히 걸음을 옮겼다.

자신을 바라보며 속닥거린 시녀들에게 말이다.

우뚝.

움찔.

걸음을 옮겨 시녀들의 앞에 멈추어 선 어린 소년.

그 소년이 자신들 앞에 멈추어 서자 시녀들은 움찔하며 두 눈을 질끈 감았다.

호통을 치며 자신들을 다그칠 것 같아 두려웠던 것이다.

“내가 두려우냐?”

하지만, 막상 소년의 입에서 나온 말은 시녀들의 예상과 달랐다.

시녀들을 전혀 혼낼 생각이 없는 듯한 낮은 목소리.

어린 소년의 입에서 나온 것이라고는 믿기지 않을 정도로 낮은 목소리였다.

“아니옵니다!”

그런 소년의 물음에 시녀 두 명은 황급히 고개를 깊게 숙이며 대답했다.

“고개를 들어라.”

스윽.

시녀들의 대답에 소년은 다시 특유의 낮은 목소리로 명령을 내렸다.

그런 소년의 명령에 시녀 둘은 서로의 눈치를 살피다가 이내, 조심스럽게 고개를 들었다.

그러자 보였다.

비록 한쪽 눈은 가렸지만 새하얀 피부와 뚜렷한 이목구비가 너무나도 인상적인 어린 소년이 말이다.

“아…….”

그런 소년의 외모에 두 명의 시녀는 두려움도 잊은 채 감탄했다.

자신들과 또래이면서도 너무나도 잘생긴 소년의 외모에 정신을 차리기 힘들었던 것이다.

“이번에 새로 들어온 아이더냐.”

“그렇습니다.”

소년의 물음에 멍한 표정을 짓던 두 명의 시녀가 얼굴을 붉히며 대답했다.

그에 소년은 고개를 끄덕였다.

“내가 잘생겼느냐?”

그리고 물었다.

내가 잘생겼냐고.

조금은 이상한 소년의 물음에 두 명의 어린 시녀는 이상함을 느끼지 못하고 얼굴을 붉혔다.

그러고는 힐끔힐끔 소년의 얼굴을 훔쳐보며 입을 열었다.

“제일 잘생기신 듯합니다…….”

“대공자님보다 잘생기셨을 것 같습니다.”

천마의 뛰어난 무예와 빼어난 외모를 모두 물려받았다고 알려진 천마신교의 대공자 위극신.

그를 언급하며 두 명의 시녀들이 소년을 극찬했다.

피식.

그런 시녀들의 대답에 소년은 피식 미소를 지었다.

움찔.

피식 미소를 지었음에도 불구하고 느껴지는 한기에 움찔한 시녀.

그 두 명이 긴장 어린 표정을 지으며 소년을 바라보았다.

스윽.

그에 조용히 손을 든 소년.

그 소년이 자신의 오른쪽 얼굴을 가리고 있는 긴 앞머리를 들어 올렸다.

“꺄아악!”

그러자 보였다.

흉측한 화상으로 인해 피부가 뭉개어져 버린 소년의 오른쪽 얼굴이 말이다.

새하얀 눈알을 제외하고는 멀쩡한 곳이 없는 소년의 오른쪽 얼굴에 시녀들이 화들짝 놀라며 날카로운 소리를 질렀다.

그런 시녀들을 보며 차가운 미소를 지은 소년.

그가 다시 입을 열었다.

“이래도 내가 잘생겼느냐?”

오들오들.

그런 소년의 물음에 두려움에 질려 전신을 벌벌 떠는 두 명의 시녀들.

소년은 그런 시녀들을 보며 고개를 갸웃거렸다.

“내가 잘생겼다고 하지 않았느냐?”

“소…… 송구하옵니다!”

소년의 물음에 고개를 깊게 숙이며 용서를 구하는 두 명의 시녀.

소년은 그런 두 명의 시녀를 가만히 내려다보았다.

스윽.

그러고는 다시 손을 내렸다.

“병X 같은 것들.”

그러고는 시리도록 차가운 목소리로 두 명의 시녀에게 욕설을 내뱉었다.

그런 소년의 모진 욕설에도 그저 두려움에 몸을 부르르 떠는 두 명의 시녀들.

소년은 그런 시녀들에게서 시선을 돌렸다.

저벅, 저벅.

그러고는 다시, 걸음을 옮겼다.

잠시 후.

“오셨습니까.”

걸음을 옮겨 거처에 도착한 소년은 자신을 향해 깊게 고개를 숙이는 사내를 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도련님.”

“뭐지?”

고개를 끄덕인 소년이 방에 들어서려던 순간.

고개를 숙인 사내가 불러 세우자 소년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소년의 대답에 고개를 든 사내.

그가 다시 입을 열었다.

“가주님께서 와 계십니다.”

“알겠다.”

사내의 보고에 고개를 끄덕인 소년.

그가 자신의 손에 들린 검을 거두었다.

탁.

맑은 소리를 내며 제집으로 돌아간 소년의 검.

그와 동시에 소년은 옷매무새를 가볍게 정리했다.

그러고는 살짝 호흡을 고른 다음 이내 방문에 손을 얹었다.

벌컥.

그러고는 손잡이를 잡아당겼다.

“앉아라.”

손잡이를 당기고, 열린 문 사이로 들어선 소년.

그런 소년의 귀로 차가운 목소리가 들려왔다.

아무런 감정도 느껴지지 않는 차가운 목소리.

그에 소년은 고개를 끄덕인 다음 걸음을 옮겨 사내의 맞은편에 앉았다.

“…….”

“…….”

소년이 자리에 앉고, 잠시간의 침묵이 흘렀다.

아무런 말도 하지 않고 소년을 바라보는 사내와 눈을 살짝 낮추어 사내의 눈길을 피하는 소년.

그렇게 아무런 말도 하지 않고 시간 흘려보내기를 잠시.

“고개를 들어라.”

차가운 사내의 목소리가 다시 들려왔다.

그런 사내의 말에 그제야 소년은 고개를 들어 사내를 바라보았다.

차가운 인상을 지녔음에도 불구하고 너무나도 잘생긴 중년인.

소년의 멀쩡한 왼쪽 얼굴과 닮아 있는 중년인이었다.

“앞머리 치워라.”

“…….”

앞머리를 길게 길러 한쪽 얼굴을 가린 소년이 마음에 들지 않았을까?

사내가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

그런 사내의 명령에도 불구하고 소년은 아무런 행동을 취하지 않았다.

앞머리를 치우기 싫다는 소년의 표현이었다.

그런 소년의 행동에 사내는 인상을 찌푸렸다.

그러고는 손을 들어 소년의 목을 강하게 움켜쥐었다.

“크윽!”

“아비의 말이 말 같지 않더냐?”

소년의 아비이자, 천마신교의 일장로인 검마 劍魔.

그의 차가운 물음에 소년이 고개를 가로저었다.

“커억!”

그에 다시 소년의 목을 놓아준 검마.

“앞머리, 들어 올려라.”

숨을 몰아쉬며 괴로워하는 소년을 내려다보며 검마는 다시 차가운 목소리로 명령을 내렸다.

그런 검마의 명령에 소년은 결국.

벌벌 떨리는 손을 들어 억지로 앞머리를 들어 올린 다음 고정시키기 위해 뒤로 묶었다.

그 누구에게도 보여 주기 싫은 자신의 끔찍한 모습.

그것을 공개하자 검마는 그제야 마음에 드는 듯 고개를 가볍게 끄덕였다.

그러고는 다시 의자에 앉으며 입을 열었다.

“단진.”

“네, 아버님.”

여전히 차가운 검마의 목소리.

그의 부름에 소년, 아니 마검단가의 魔劍斷家 유일한 후계자인 단진이 대답했다.

그의 예의 바른 대답에 가문의 주인인 검마가 다시 입을 열었다.

“천마께서 위씨 일가가 아닌, 다른 이들에게도 소교주의 지위에 도전할 수 있다고 친히 말씀을 내리셨다.”

“…….”

검마의 말에 가만히 고개를 들어 무표정한 얼굴로 검마를 바라본 단진.

검마는 그런 단진을 보며 다시 입을 열었다.

“앞으로, 대공자와 함께 장로들에게 수련을 받게 될 것이다.”

“오대마가의 후계들 모두가 말입니까?”

검마의 말에 고개를 끄덕인 단진.

그가 낮은 목소리로 묻자 검마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고는 예의 차가운 목소리로 다시 입을 열었다.

“우리는, 초대 천마님에게 은혜를 받아 지금까지 존재하고 있다, 초대 검마인 단천 시조처럼 추후에 천마가 될 대공자의 검이 되어라. 헛된 꿈을 꾸지 말고.”

“알겠습니다.”

욕심을 부리지 말고, 소교주의 검이 되라는 검마의 명령.

그에 단진은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어린 시절부터 세뇌되다시피 교육을 받아 왔기에 대공자의 검이 되는 것에 거리낌이 없었던 단진이었다.

“그리고, 혹시라도 대공자에게 반항하는 아이가 보인다면 수련을 핑계로 굴복시키고 복종 하게 만들거라.”

“알겠습니다.”

시조인 초대 검마의 재림이라고 불릴 정도로 뛰어난 검술 천재 단진.

또래에는 적수가 없을 정도로 강한 자신의 아들을 보며 검마가 짧게 명령을 내렸고, 단진은 고개를 숙이며 대답했다.

“그래, 쉬어라.”

그런 단진의 대답에 고개를 끄덕인 검마.

그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스륵.

검마가 자리에서 일어나자 단진 또한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러고는 고개를 깊이 숙였다.

“살펴 들어가십시오.”

“그래.”

정중히 고개를 숙이는 단진을 보며 가볍게 고개를 끄덕인 검마.

그가 몸을 돌렸다.

그러고는 걸음을 옮겼다.

멈칫.

문 앞에 도착하고, 손잡이에 손을 얹으려던 순간.

검마가 행동을 멈추었다.

그러고는 등도 돌리지 않은 채 입을 열었다.

“내 앞에서는 흉터를 숨기지 말도록 하라.”

그 누구에게도 보이기 싫은 자신의 끔찍한 상처.

그것을 굳이 보이라는 검마의 명령에 단진은 이를 악물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그가 다시 예의 낮은 목소리로 짧게 대답했다.

“……알겠습니다.”

벌컥.

단진의 대답을 듣고 나서야 검마는 손잡이를 잡아당겨 방문을 나섰다.

콰앙.

검마가 밖으로 나가고.

홀로 남게 된 단진이 고개를 돌렸다.

그러자 보였다.

동경 속에 비치는 자신의 끔찍한 얼굴이 말이다.

정말…… 이 끔찍한 상처를 보이라는 아버지가 미웠다.

* * *

“아직도 보름달이 뜨는 날에는 괴로워하는가?”

단진의 방을 나선 검마.

그가 자신을 향해 고개를 숙인 사내를 보며 물었다.

그런 검마의 물음에 단진의 호위무사인 일검 一劍 이 입을 열었다.

“네, 보름달만 뜨면 발작…… 괴로워하십니다.”

검마의 물음에 순간적으로 발작이라는 단어를 사용할 뻔한 일검.

그 순간 느껴지는 검마의 날카로운 기세에 그가 황급히 말을 고치며 대답했다.

그런 일검의 대답에 가만히 고개를 끄덕인 검마.

그가 입을 열었다.

“마의 선배가 보내 준 연고는?”

“공자가 목욕을 한 이후에 바를 예정입니다.”

“그래.”

검마가 직접 찾아가 부탁한 화상 연고.

그 연고를 언급한 검마는 들려오는 일검의 대답에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고는 다시 입을 열었다.

“아이가 불편해하는 것이 있으면 언제든 말하라, 사소한 것 하나까지라도.”

“네.”

“그리고.”

움찔.

일검의 대답에 고개를 돌린 검마.

그가 움찔거리며 두려움에 질려 있는 두 명의 시녀를 바라보았다.

“네년들이 죽고 싶구나.”

감히 마검단가의 후계자인 단진을 괴물 취급하고, 욕보인 두 명의 어린 시녀.

그 두 명을 보며 검마가 분노하자 두 명의 시녀가 황급히 무릎을 꿇었다.

“용서해 주십시오!”

그러고는 용서를 구했다.

“단진의 흉터가 두렵더냐?”

“송구합니다!”

시리도록 차가운 검마의 물음에 두 명의 시녀들은 대답 대신, 그저 두 손이 닳도록 빌며 용서를 구했다.

검마는 그런 시녀들을 차가운 눈빛으로 내려다보았다.

“단진의 흉터는 그저 상처일 뿐, 두려울 것 도, 이상할 것도 없다. 헌데 네년들은 상처가 있는 내 아이를 괴물 취급하며 상처를 주었구나.”

“요…… 용서…….”

콰드득!

검마의 말에 다시 용서를 구하는 시녀들.

그런 시녀들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검마는 시녀들의 목을 비틀어 버렸다.

추욱.

목뼈가 돌아가 목숨을 잃고 만 두 명의 어린 시녀.

검마는 그런 시녀들을 내려다보며 차가운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그 누구도, 내 아들에게 상처를 준다면 용서할 수 없다.”

그것이 설령, 자신과 조상들이 모셨고, 또 모시고 있는 천마일지라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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