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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천마신교는 이상하다-7화 (7/275)

제7화

제7장 가족 家族 (2)

“어서 와라, 내 아들, 위극신.”

저 양반이 진짜 미친 것일까.

나는 열리는 문 사이로 들려오는 천마의 목소리에 인상을 굳혔다.

우리가 언제부터 사이좋은 부자였다고 이렇게 친근한 인사를 한단 말인가?

상당히 불만스러웠다.

하지만 그 불만스러움도 잠시.

나는 무표정한 얼굴로 고개를 깊게 숙이며 입을 열었다.

“천세! 천세! 천천세! 위대한 지존, 교주님을 뵙습니다.”

평소 천마신교의 지존인 천마를 보지 못하는 하급 무사들이나 할 법한 극상의 인사.

아들이 아버지에게 하는 인사와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인사로 나는 고개를 숙였다.

“고개를 들어라.”

그런 나의 귀로 들려오는 천마의 목소리.

그 목소리에 나는 살짝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기분이 좋은 듯 웃음기 섞인 그의 목소리에 최소한 목은 졸리지 않겠다는 안도감이 들었던 것이다.

“!!”

하지만 그것도 잠시.

나는 고개를 들자 눈앞에 보이는 광경에 두 눈을 크게 떴다.

회귀 전, 나를 향해 절규하고는 스스로 목숨을 끊었던 어머니가 이곳에 와 있었기 때문이다.

놀란 나를 보며 안쓰럽다는 듯한 표정을 짓는 어머니.

그에 나는 당황한 것도 잠시, 천마에게 다가가기 위해 걸음을 옮겼다.

우뚝.

그리고 어머니의 옆에 섰다.

회귀한 첫날 만나고, 그 이후에는 만나지 못했던 나의 어머니.

차 한잔하며 이런저런 대화를 나누고 싶은 어머니였고, 또 너무나도 보고 싶고, 응석을 부리고 싶은 어머니지만 나는 무심한 표정을 지으며 어머니를 외면했다.

지금 천마의 앞에서 웃는 모습을 보이며 어머니에게 아는 척을 한다면, 나는 물론 어머니 또한 위험해질 테니 말이다.

“…….”

자신을 거들떠도 보지 않는 나의 행동이 실망스러웠을까?

어머니는 복잡한 표정으로 나를 가만히 바라보았다.

옆에서 느껴지는 어머니의 시선에 나는 마음 한구석이 아려 왔지만 애써 무시했다.

“뭐 하느냐?”

그때, 그런 나를 보며 천마가 비릿한 미소를 지으며 물었다.

“무엇을 말입니까?”

갑작스러운 천마의 물음에 내가 무표정한 얼굴로 묻자 천마는 씨익 미소를 지었다.

그러고는 등받이에 몸을 기대며 입을 열었다.

“옆에 네 어미가 있지 않느냐.”

어머니의 앞에서 굳이 그녀를 언급하며 묻는 천마.

너무나도 잔인한 천마의 물음에 나는 얼굴을 굳혔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나는 분노라는 감정을 애써 감추며 입을 열었다.

“……저는 어미가 없습니다.”

“!!”

그런 나의 대답이 너무나도 큰 충격이었을까?

어머니가 두 눈을 크게 뜨며 나를 바라보았다.

하지만 나는 그런 어머니의 시선을 외면했다.

너무 죄송하다.

하지만…… 지금은 이것이 최선이다.

내가 힘이 없고, 저 아버지라는 작자는…… 미친놈이었기 때문이다.

“푸하하!”

움찔!

그때, 천마의 웃음소리가 대전을 울렸다.

박장대소를 터뜨리는 천마의 행동.

도저히 짐작이 되지 않는 그의 행동에 나는 긴장 어린 표정을 지었다.

저렇게 큰 목소리로 웃다가 또 언제 나의 목을 조르고, 나를 죽이려 할지 모르기 때문이다.

“아들아.”

흠칫.

난 왜 저 ‘아들아’라는 단어가 무서운 것일까.

천마의 부드러운 부름에 움찔한 내가 조심스럽게 고개를 들었다.

그러고는 얼굴을 굳히고 있는 천마를 올려다보았다.

천마신공을 끌어 올렸는지 어느새 붉어진 천마의 두 눈.

그에 나는 직감했다.

무엇인가 잘못되었다고 말이다.

“화식을 하고 싶다고 들었다.”

“그렇습니다.”

나의 옆에 어머니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바로 본론을 꺼내는 천마.

그의 물음에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조금만 더 참는다면, 고금 최초로 십 대의 나이에 대주천을 이룰 수도 있다.”

고수의 경지라 불리는 절정.

그 경지를 이루기 위해서는 반드시 대주천을 이루어야 한다.

내가 생각하지도 못했던 이야기였으며, 마의가 지적해 주었던 이야기를 천마가 꺼내었기에 나는 당황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천마신교는 기본적으로 강자존이다.

천마의 아들인 내가, 강해지는 길을 포기하고 음식을 선택하겠다 하니 천마의 입장에서는 당연히 탐탁지 않을 것이다.

그렇기에 긴장되었다.

솔직히, 나에게 관심이 없는 천마였기에 마의가 건의하면 금방 허락해 줄 것이라고 생각했다.

내가 강해지건 말건, 별로 신경 쓰지 않는 양반이었으니 말이다.

헌데, 아무래도 내가 생각이 짧았었나 보다.

음식을 먹고 싶다는 일념 하나로, 성급하게 일을 처리한 나 자신이 원망스러웠다.

아무래도, 오늘도 죽을 위기를 넘겨야 할 듯했다.

너무나도 두려웠다.

하지만, 나는 나의 감정을 밖으로 티 내지는 않았다.

평소와 같은 무뚝뚝한 얼굴로 고개를 든 나.

그런 내가 천마의 붉어진 두 눈을 똑바로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화식을 해도 가능합니다.”

그렇다.

나는 이미 절정, 아니 그 이상의 경지인 초절정을 넘어 반선의 경지인 화경에 올랐던 무인이다.

그 경지를 이미 겪어 보았기에 나는 자신이 있었다.

고금 최초로 십 대의 나이에 대주천을 이룰 자신이 말이다.

그런 나의 대답이 마음에 들었을까?

다시 원래의 색깔로 돌아온 눈을 한 천마가 한쪽 입꼬리를 씨익 올렸다.

그러고는 고개를 들어, 우리의 뒤에 있던 마뇌를 바라보았다.

“마뇌, 들었는가?”

“들었습니다.”

천마의 물음에 깊이 고개를 숙인 마뇌.

그가 대답하자 천마는 살짝 흥분된 목소리로 말했다.

“모든 가문들에게 서신을 돌려라. 초대 천마, 위진강의 후손이 아니더라도 소교주가 될 수 있다고.”

“!!”

“교주님!”

너무나도 충격적인 천마의 말.

그에 나는 두 눈을 크게 떴고 마뇌는 화들짝 놀라며 언성을 높였다.

“명령이다.”

쿠웅!

언성을 높이는 마뇌를 보며 인상을 살짝 찌푸린 천마.

그의 낮은 목소리와 함께 뿜어져 나오는 매서운 기세에 마뇌는 깊이 고개를 숙였다.

천마의 명령을 수행하겠다는 뜻이다.

“왜 두려우냐?”

너무나도 충격적인 내용에 무표정한 얼굴도 잊어버리고 멍한 표정을 지은 나.

그런 나의 귀로 들려오는 천마의 목소리에 나는 퍼뜩 정신을 차렸다.

그러자 보였다.

흥미로운 표정을 지으며 나를 바라보고 있는 천마가 말이다.

그에 나는 다시 예의 무표정한 얼굴로 입을 열었다.

“변하는 것은 없습니다.”

표정만큼이나 무감정한 나의 목소리.

그 안에서 느껴지는 자신감.

너무나도 당당한 나의 대답에 천마는 재미있다는 듯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 다음 거대한 태사의에서 몸을 일으켰다.

“그럼, 첫 식사는 같이 하도록 하지.”

이런 미친.

자리에서 일어나 같이 밥을 먹자 하는 천마의 말에 나는 경악했다.

저 양반, 진짜 미친 것이 틀림없다.

같이 밥 먹자고?

내가 왜?

나 밥 먹다가 얹혀서 죽으라고?

영광스러운 나의 첫 식사다.

너무나도 소중하고 중요한 첫 식사를 절대로 천마와 함께하기 싫었다.

“교주님, 저는 괜찮…….”

“그대도 같이 가지.”

너무나도 싫은 마음을 애써 숨기며, 부드러운 목소리로 거절을 하려던 찰나.

천마는 그런 나의 말을 끊고 옆에 가만히 서 있던 어머니를 바라보며 말했다.

그런 천마의 말에 나는 물론 어머니 또한 놀란 표정을 지었다.

“나의 거처인 천마각의 식당으로 와라.”

너무나도 놀라 멍한 표정을 짓고 있는 나와 어머니를 두고 천마는 대전을 나섰다.

천마와 대공자인 나, 그리고 두 명의 호법이 있는 천마신교의 최상위 거주지, 천마궁.

그곳의 가장 안쪽에 있는 천마대전의 문이 닫혔다.

쾅!

천마대전의 문이 닫히자 그제야 나는 정신을 차렸다.

그러고는 황급히 고개를 돌렸다.

그러자 보였다.

아직도 믿기지 않는다는 표정을 짓고 있는 어머니가 말이다.

나는 그런 어머니를 보며 어색한 미소를 지었다.

그러고는 천마대전으로 오는 길에 만났던 마의가 건네어 준 소화제를 품속에서 꺼내어 어머니에게 건네었다.

“드십시오, 어머니.”

“…….”

나의 낮은 목소리에 그제야 정신을 차린 어머니.

그녀가 고개를 돌려 나를 바라보았다.

그에 나는 어색한 미소를 지었다.

“소화제입니다.”

“아…….”

그런 나의 말에 이해했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신 어머니가 고개를 가로저었다.

그러고는 나를 바라보았다.

자식인 나에게 양보를 하려는 어머니의 모습에 나는 빙긋 미소를 지으며 입을 열었다.

“제 것도 따로 있으니 어머니가 드십시오.”

“…….”

아까 천마의 앞에서 그녀의 존재를 부정하였을 때와 다른 나의 모습이 낯설었을까?

미소를 지으며 어머니라 부르는 나의 모습에 어머니는 당황한 표정을 지었다.

“아까는 죄송했습니다.”

그런 어머니를 보며 나는 어색한 표정으로 사과를 건네었다.

“왜 그랬던 것이냐.”

역시, 기분이 많이 상했나 보다.

나의 사과에 얼굴을 굳힌 어머니.

그녀가 나를 향해 물었다.

그에 나는 어색한 표정으로 머리를 긁적이며 입을 열었다.

“혹여, 제가 어머니와 가까운 모습을 보이면 어머니가 위험해지실…….”

와락.

나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

나는 나를 강하게 끌어안는 어머니의 행동에 말을 멈추었다.

그러고는 놀란 표정을 지으며 입을 열었다.

“어머니……?”

“미안하다……. 정말 미안하다…….”

나의 부름에 그저 나를 강하게 안으며 사과만 반복하는 어머니.

그런 어머니의 행동에 나는 어색한 표정을 지었다.

나쁘지 않은 기분이었다.

* * *

“서둘러라!”

“네!”

천마신교의 주인인 천마의 식당을 관리하는 대숙수.

그는 자신의 주방에서 바삐 움직이는 숙수들을 보며 큰 목소리로 호통을 쳤다.

그런 대숙수의 호통에 큰 목소리로 짧게 대답하며 바삐 움직이는 숙수들.

대숙수는 그런 숙수들의 행동을 날카롭게 하나하나 확인하며 걸음을 옮겼다.

“이 새끼야! 생선 상태가 이상하잖아!”

아직 살아 있음에도 불구하고 눈알에 힘이 약한 푸른 생선.

그것을 발견한 대숙수가 욕설을 내뱉으며 호통을 치자 생선을 손질하려던 숙수가 허리를 구십 도로 숙였다.

“죄송합니다! 바꿔 오겠습니다!”

그러고는 큰 목소리로 사죄했다.

“어서 다른 걸로 들고 와!”

“네!”

그런 숙수를 보며 다시 호통을 친 대숙수.

아직 어린 숙수는 고개를 숙이며 짧게 대답한 다음 생선을 들고 몸을 돌렸다.

“뛰어!”

“네!”

타닥!

뒤에서 들려오는 무서운 호통 소리에 황급히 걸음을 옮긴 숙수.

그런 숙수를 노려보던 대숙수가 다시 고개를 돌렸다.

움찔!

대숙수가 고개를 돌리자 움찔거리는 여러 명의 숙수들.

그에 대숙수가 두 눈을 강하게 뜨며 소리쳤다.

“모두 집중해!”

“네!”

무섭게 다그치는 대숙수의 호통에 숙수들은 바짝 긴장한 표정으로 대답했다.

그리고 대숙수는 다시 걸음을 옮기며 숙수들의 요리 상황을 하나하나 지켜보았다.

평소 음식을 즐기지 않는 천마다.

그렇기에 비교적 한산한 시간을 보내던 천마각의 숙수들.

하지만 오늘은 달랐다.

평소 음식은커녕, 술도 즐기지 않는 천마가 가족들을 데리고 식사를 하겠다고 알려 온 것이다.

평소와도 너무 다른 지금 이 상황이 믿기지 않았던 대숙수였지만 그것도 잠시였다.

본교의 주인이자, 하늘인 천마.

그리고 그의 뒤를 이을 대공자와 천마의 부인인 대부인.

그 셋의 첫 가족 식사를 맡게 되었다.

너무나도 영광스러운 자리였기에 대숙수는 책임감을 가지고 제자들을 다그쳤다.

평소 아버지와 같이 인자하여 존경을 받았던 대숙수와는 너무나도 다른 모습.

그런 대숙수의 모습에도 제자인 숙수들은 아무런 불평도 하지 않았다.

그들도 알고 있었던 것이다.

지금 이 상황이 얼마나 영광스럽고, 또 조심스러운 상황인지 말이다.

“나와!”

이제야 똑바로 된 생선을 들고 온 가장 젊은 숙수.

땀을 흘리며 생선을 올려놓는 막내 제자를 보며 대숙수는 호통을 쳤다.

그런 대숙수의 호통에 화들짝 놀란 막내 숙수가 황급히 뒤로 물러섰다.

“잘 보도록 해!”

어린 시절, 칼 쥐는 법부터 하나하나 모든 것을 직접 가르친 막내 제자.

가장 애정이 많은 막내 제자를 보며 대숙수가 말하자 막내 제자가 고개를 끄덕였다.

챠라라락!

그리고, 너무나도 화려한 칼솜씨로 생선을 손질하는 대숙수를 보며 막내 제자는 멍한 표정을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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