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나의 천마신교는 이상하다-6화 (6/275)

제6화

제6장 가족 家族 (1)

“헤헤.”

방으로 돌아온 나.

나는 방으로 들어오자마자 미소를 지었다.

바보같이 헤실헤실하면서 말이다.

그런 나의 모습에 고개를 갸웃거린 유화.

그녀가 나에게 다가와 새로운 옷을 입혀 주며 물었다.

“좋은 일 있으십니까?”

그런 유화의 물음에 나는 빙긋 미소를 지었다.

그러고는 유화를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비밀.”

“네, 알겠습니다.”

응?

내가 원하는 반응은 이런 게 아닌데.

장난스러운 나의 말에 유화는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너무나도 식상하고 재미없는 유화의 반응에 당황한 나는 잠깐 멍한 표정을 지었다.

그러고는 다시 입을 열었다.

“궁금하지 않아?”

“비밀이라고 하시지 않았습니까.”

나의 물음에 예의 무표정한 얼굴로 대답하는 유화.

나는 그런 유화를 바라보며 다시 입을 열었다.

“네 마음은 어떤데? 궁금하지? 그렇지?”

너 궁금하잖아.

근데 애써 궁금증을 참고 있는 거잖아.

이 오빠…… 아니, 양심적으로 이 삼촌은 다 알고 있단다.

음흉한 미소를 지으며 끈질기게 질문을 하는 나의 모습에 유화는 당혹스러웠는지 잠시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그녀가 고개를 끄덕였다.

“……궁금한 것으로 하겠습니다.”

“…….”

누가 애인 줄 아나.

전생에서 서른 살까지 살아온 나다.

왜 열세 살 소녀에게 말리는 듯한 기분이 들까?

너무나도 재미없는 유화를 보며 나는 가볍게 한숨을 내쉬고는 침대에 걸터앉았다.

절대 안 가르쳐 줘야지.

평생 비밀로 할 거다.

아주 그냥 흥이다!

“나 잘 거야.”

“네, 주무십시오.”

어느덧 평범한 사람들이 깊은 잠에 빠질 시간이 되어 버린 지금.

내가 조금은 토라진 목소리로 말하자 유화가 고개를 숙였다.

“유화.”

“네.”

방을 나서기 위해 문 앞에 선 유화.

그녀가 나의 부름에 몸을 돌리며 대답했다.

그런 유화를 보며 싱긋 미소를 지은 나는 손을 들었다.

“잘 자.”

그러고는 가볍게 흔들며 인사를 건네었다.

“…….”

그런 나의 모습에 살짝 당황한 표정을 지은 유화.

아싸, 성공이다.

유화의 얼굴은 매일같이 변함없는 무뚝뚝한 얼굴이다.

어떠한 감정도 지니지 않은 인형처럼 말이다.

그러다 보니 그런 얼굴에서 한 번씩 나타나는 표정 변화는 너무나도 재미있었다.

“안녕히 주무십시오.”

당황한 표정도 잠시.

다시 무표정한 얼굴로 돌아간 유화가 고개를 숙였다.

그러고는 방을 나갔다.

“하아!”

그제야 홀로 남게 된 나.

나는 편한 자세로 침대에 누웠다.

스르륵.

그러고는 바로 잠에 들었다.

오늘 한 일이 너무나도 많아 피곤했던 것이다.

* * *

다음 날.

“대공자의 화식 火食 허락?”

이른 아침부터 천마에게 보고를 올리기 위해 천마대전을 찾아온 마의.

그의 보고에 천마신교의 당대 천마가 미간을 살짝 찌푸리며 되물었다.

“예, 이미 소주천을 이룬 대공자입니다. 본인이 원하는 대로 화식을 시켜도 상관이 없다고 생각됩니다.”

“해서, 마의인 그대가 직접 이곳으로 찾아와 나에게 보고를 올린다고?”

천마 다음의 지위, 호법들과 오 장로도 한 수 접어 들어갈 정도로 천마신교에서 대선배인 마의 윤무진이다.

천마신교의 모든 무인이 그런 마의에게 상처를 치료받아 왔으며 목숨을 구명받았다.

호법, 장로들은 물론 일반 무사들까지 모두 빠짐없이 말이다.

그러다 보니 자연히 모든 무인들에게 감사한 마음을 받으며 깍듯하게 선배 취급을 받아 오는 인물이다.

그만큼 천마신교에서 파급력이 강하면서도 천마가 아프지 않은 이상 이곳에 방문도 하지 않는 그가 직접 찾아와 대공자의 안건에 대해서 보고를 하니 천마로서는 상당히 신선한 기분이 들었던 것이다.

그런 천마의 반응에 마의는 싱긋 미소를 지었다.

“저는, 대공자의 주치의입니다. 주치의로서 소견을 말씀드리는 것뿐입니다.”

“대공자가 그대를 제대로 홀렸군.”

웃으며 말하는 마의를 보며 천마가 씨익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그에 마의는 부드러운 미소를 지으며 선선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럴지도 모르겠습니다.”

하루 만에 바뀐 대공자.

인생을 즐길 것이라며, 탈마의 깨달음을 얻은 어린 대공자.

그가 기대되었다.

그리고 보고 싶었다.

그가 어떤 즐거운 인생을 살아가는지, 또 이 삭막한 천마신교를 어떻게 바꾸는지 말이다.

“알겠다, 대공자와 이야기해 보지.”

미소를 지으며 대답하는 마의를 보며 천마는 고개를 끄덕였다.

자신의 할아버지인 전전 대 교주부터 모셔 온 마의.

아무리 자기 멋대로 하는 천마더라도 그를 최소한은 존중해 주었기에 긍정적인 답변을 들을 수가 있었다.

“감사합니다, 교주님.”

그에 마의는 깊이 고개를 숙이며 감사를 표했다.

“그래, 그러면 은퇴는 하지 않는 것인가?”

움찔.

그때, 고개를 숙인 마의의 귀로 들려오는 천마의 장난스러운 물음.

그 물음에 마의는 움찔하며 고개를 들었다.

“알고 계셨습니까.”

그러고는 어색한 미소를 지으며 물었다.

그에 천마는 피식 미소를 짓고는 의자에 눕다시피 몸을 기대며 입을 열었다.

“이곳은 나의 집. 모든 곳에 나의 눈과 귀가 있다.”

“…….”

“그리고, 대공자가 요새 방긋방긋 잘 웃고 다니는 것도 알고 있지.”

아…….

역시 천마다.

새삼 천마의 두려움을 느낀 마의는 가만히 고개를 숙였다.

“그대는 물러가고, 이살.”

“네, 지존.”

마의에게 축객령을 내리고, 천마의 수신호위 중 하나인 이살을 부른 천마.

그의 부름에 이살이 천장에서 떨어진 다음 무릎을 꿇으며 대답했다.

“대공자 데리고 와.”

“네, 알겠습니다.”

싸늘한 천마의 목소리.

그에 이살은 깊이 고개를 숙였다.

그리고 마의는 그런 둘을 보며 두 눈을 감았다.

‘대공자…… 힘내라.’

* * *

“교주님께서 찾으십니다.”

이 양반이 뭘 잘못 먹었나.

아니, 일 년에 한 번 만날까 말까 하는 소원한 사이가 우리다.

헌데 연속 이틀 나를 부른다고?

도대체 왜 그러는 건데?

정말 너무 싫다.

“공자님?”

베개를 부여잡고 강하게 몸부림치는 나의 모습에 유화가 고개를 살짝 갸웃거리며 나를 불렀다.

그에 나는 깊은 한숨을 내쉬고는 베개를 옆으로 던졌다.

그러고는 침대에서 몸을 일으킨 다음 유화가 가져온 세숫물로 얼굴을 씻었다.

“고마워.”

유화가 건넨 수건을 자연스럽게 받아 든 나.

그것으로 얼굴을 닦은 나는 다시 유화에게 수건을 건네며 한숨을 내쉬었다.

“하아…….”

정말 만나기 싫었다.

아니, 우리 원래 화목하고 매일같이 인사하는 그런 부자 사이는 아니지 않은가?

왜 이렇게 나를 부르는 것일까.

진짜 가기 싫었다.

“공자님, 가시지요.”

“그래.”

한숨을 내쉬며 유화의 도움을 받아 옷을 갈아입은 나.

천마를 만나러 가는 것을 재촉하는 유화의 말에 나는 한숨을 내쉬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고는 억지로 발걸음을 옮겼다.

아아아! 정말 만나기 싫었다!

* * *

“흐음, 그대가 나를 찾아온 것은 처음이군.”

대공자 위극신을 기다리던 천마신교의 주인, 천마.

그는 자신의 앞에 똑바로 서서 자신을 바라보는 여인을 보며 비릿한 미소를 지었다.

“부탁이 있어요.”

비릿한 미소를 짓는 천마의 시선에도 굴하지 않고 당당하게 입을 연 여인.

그런 여인의 모습에 천마는 흥미로운 표정을 지었다.

그러고는 여인을 가만히 바라보며 생각했다.

요새 무슨 일이 일어나는 것일까?

감정이 없으며, 그저 강시처럼 무공만 수련하던 대공자가 변했다.

그런 대공자가 변하자, 그의 시녀 마령…… 아니 이제는 유화였던가?

아무튼 그녀는 물론이고 현 교에서 가장 대선배인 마의 또한 변했다.

그리고 마지막.

자신을 세상에서 제일 혐오하면서도 두려워하는 부인.

천소화가 변했다.

“극신이와 자주 만나게 해 주세요.”

천마의 부인 천소화.

그녀가 굳건한 눈빛으로 천마를 바라보며 이곳을 찾아온 용건을 꺼내었다.

그런 천소화의 용건에 천마는 흥미로운 미소를 지었다.

그러고는 가볍게 손을 들었다.

움찔.

천마가 손을 들자 천소화는 움찔하며 긴장한 표정을 지었다.

무림에서 천마라 불리며 무림에서 가장 강한 십대고수 중 수좌를 다투는 천마의 기세를 무공을 배우지 않은 천소화가 감당하기에는 무리가 있었으니 말이다.

그러다 보니 천마의 작은 행동 하나에도 천소화로서는 움찔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그녀는 움찔만 할 뿐, 물러서지 않았다.

더욱 굳건한 눈빛으로 천마를 바라볼 뿐이다.

그런 천소화의 눈빛에 천마가 두 눈에 이채를 띠었다.

그러고는 손을 내렸다.

“갑자기 그 아이는 왜 찾는 것이냐.”

“가능성이 보였습니다.”

자신의 아들이지만, 천마신교의 대공자로 자라와 이제까지 얼굴을 제대로 보지 못했던 아들 위극신.

그는 어미로서 자격이 없는 자신을 한 눈에 알아보고 미소를 지어 주었다.

어미임에도 천마가 두려워 위극신을 버리다시피 하고, 위천만을 키우며 살아온 천소화다.

헌데, 자신보다도 훨씬 어리고, 괴로운 시간을 보내고 있는 다섯 살의 아이가 자신을 바라보며 웃었다.

그리고 어머니라고 불러 주었다.

그런 아이인데, 어머니인 자신이 어찌 가만히 있을 수 있겠는가?

목숨을 걸고서라도, 자신의 아들 위극신을 저 악마의 손에서 구할 것이다.

그리고 그 아이를 조금이라도 평범하게, 행복하게 해 주고 싶었다.

그런 마음이 가득한 천소화였기에 천마가 두렵지가 않았다.

어머니는 강하다.

그 한 문장만이 지금 천소화의 모습을 표현할 수 있을 것이다.

“미치겠군.”

비록 일성의 힘이었지만, 천마신공의 기운에도 버티고 당당하게 서 있는 천소화의 모습에 천마는 피식 미소를 지었다.

말은 미치겠다고 하지만 그의 얼굴은 웃고 있었다.

마치, 재미있어 죽겠다는 어린아이처럼 말이다.

“교주님.”

그때, 문 앞에서 가만히 대기하고 있던 마뇌가 밖에서 들려오는 소리에 천마의 이름을 불렀다.

“마뇌.”

“예, 교주님.”

마뇌의 부름에 되레 마뇌를 부른 천마.

그의 부름에 마뇌가 고개를 깊이 숙이며 대답했다.

“그대는 내가 어떻게 행동했으면 하는가?”

갑작스러운 천마의 물음.

그에 마뇌는 잠시 당혹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항상 자신의 이야기를 듣고 고민을 하다가 결정을 내리는 천마다.

헌데 자신에게 먼저 질문을 하다니?

처음 있는 일에 당황한 것도 잠시.

가까운 곳에서 천마를 오랫동안 모셔 왔으며, 뛰어난 머리로 책사인 군사의 자리까지 오른 마뇌는 서둘러 입을 열었다.

“대공자를 먼저 만나 보셔야 할 것 같습니다.”

마뇌의 조언에 고개를 끄덕인 천마.

그가 고개를 끄덕이고는 미소를 지으며 천소화를 바라보았다.

그러고는 장난스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그렇지? 들어오라고 해.”

“네, 교주님.”

천마의 명령에 깊이 고개를 숙인 마뇌.

그가 고개를 돌려 한 마인을 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끼익.

마뇌의 고갯짓과 동시에 열린 천마대전의 거대한 문.

그 문이 열리는 동안 천마는 천소화를 계속해서 바라보고 있었다.

설마 하는 표정을 지으면서 급격하게 떨리고 있는 천소화의 두 눈.

그런 천소화의 두 눈을 보며 천마는 진한 미소를 지으며 입을 열었다.

“어서 와라, 내 아들, 위극신.”

처음이다.

아버지인 천마와, 어머니인 천소화.

그리고 아들인 위극신이 한자리에 모이는 것은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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