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나의 천마신교는 이상하다-4화 (4/275)

제4화

제4장 천마 天魔 (2)

“크으…….”

괴롭다.

정말 죽을 것 같았다.

목에서 느껴지는 강한 아버지의 손아귀 힘에 나는 숨이 쉬어지지 않는 것을 느꼈다.

그에 괴로워하며 아버지를 바라보았지만.

“크크.”

아버지는 그저 재미있다는 듯 미소만 지을 뿐이다.

핏빛처럼 붉은 두 개의 눈에서 자비를 찾지 못한 나는 인상을 찌푸렸다.

그리고 떠올렸다.

과거, 아버지의 지X맞던 성격을 말이다.

“크윽!”

“교주님!”

그렇게 괴로워하면서도 억지로 떠올리려는 그때, 가만히 아버지의 뒤에 있던 군사, 마뇌가 황급히 아버지를 말렸다.

하지만 아버지는 미동도 하지 않았다.

그저 나를 바라보며 흥미로운 미소를 지을 뿐이다.

그에 나는 결심했다.

우웅!

나의 단전에 잠들어 있던 천마신공을 끌어 올리기로.

미약하지만 천마신공이다.

소주천을 이룬 나의 단전에는 순수하면서도 정순한 마기가 자리 잡고 있었다.

자리 잡고 가만히 잠들어 있던 마기가 나의 의지로 인해서 깨어났다.

그러고는 나의 의지에 반응하듯 천천히 움직이기 시작했다.

“크윽!”

내 몸을 돌며 나에게 힘을 주는 마기에 힘입어 나는 나의 목을 쥐고 있는 아버지를 노려보았다.

죽을 때 죽더라도 절대로 굴하지 않겠다는 나의 의지였다.

그런 나의 눈빛에 진한 미소를 지은 아버지.

털썩.

그가 나의 목을 쥔 손에 힘을 풀어 나를 놓아주었다.

“재미있구나.”

아버지만큼 진하지는 않지만, 어느 정도 붉어진 나의 두 눈.

그런 나의 두 눈을 본 아버지는 미소를 지었다.

그에 나는 안도했다.

살았다.

저 인간 같지도 않은 아버지에게 나는 장난감처럼 흥미로운 모습을 보여 주고 나서야 겨우 살아남았다.

만약, 오늘 내가 소주천을 이루지 못했다면?

흥미 없는 장난감에 불과한 나는 죽었을 것이다.

그에 나는 새삼 다시 느꼈다.

내 아버지, 아니, 천마는 인간이 아니라는 것을 말이다.

잠시 동안 호흡을 고른 나는 바닥에서 일어나 다시 예를 갖추었다.

“일성을 이루었구나.”

“천마신의 은총 덕분입니다.”

대전을 울리는 낮은 아버지의 목소리.

그에 나는 예의 바르게 고개를 숙이며 대답했다.

지금은 아버지의 눈에 벗어나는 행동은 절대 하지 않아야 한다.

내 본능이 그렇게 경고하고 있었다.

절대 아버지의 심기를 거스르지 말라고 말이다.

아무튼, 모든 공을 신에게 돌린, 정석과도 같은 나의 대답에 아버지는 가만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고는 고개를 돌려, 놀란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고 있는 마뇌를 바라보았다.

“대공자의 나이가 몇인가?”

“다섯입니다.”

아버지, 아니 지금의 나에게는 천마신교의 주인 천마이다.

천마의 흥미 섞인 물음에 정신을 차린 마뇌가 정중히 고개를 숙이며 대답했다.

그런 마뇌의 대답에 씨익 미소를 지은 천마.

그가 다시 나를 내려다보았다.

“재미있구나.”

“더, 노력하겠습니다.”

천마의 말에 나는 고개를 숙이며 대답했다.

그에 천마는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고는 다시 나를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어미를 만났다지?”

“그렇습니다.”

“동생도 만났고.”

“그렇습니다.”

천마의 물음에 나는 그렇다라고 대답할 수밖에 없었다.

혹여나 다른 말꼬리를 잡힐지 모르기 때문이다.

그에 가볍게 고개를 끄덕인 천마는 고개를 돌려 마뇌를 바라보았다.

“다섯 살의 나이에 이 정도 성과를 이루게 해 준 장로들에게 금을 하사하도록.”

“명을 받듭니다.”

대공자인 나의 스승인 다섯 명의 장로.

그들 모두에게 금을 하사하라는 천마의 명에 마뇌는 깊게 고개를 숙이며 대답했다.

“물러가라.”

그리고, 축객령이 들려왔다.

천마의 축객령에 나는 속으로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이 망할 대전.

정말 다시는 오고 싶지 않았다.

그리고…… 저 아버지라는 존재도 다시 보고 싶지 않았다.

물론, 시간이 흐르면 천마도 성격이 변할 것이다.

회귀 전 내가 그랬듯 말이다.

하지만 그건 약 4년 후.

스승님의 여동생과 혼인을 한 이후이다.

그 전까지 나는 절대, 천마의 눈에 띄는 행동을 하지 않을 것이다.

그저…… 내 주변 사람들을 바꾸는 데 집중할 것이다.

“그럼, 소자는 이만 물러가겠습니다.”

천마의 축객령에 정중히 고개를 숙인 나는 자리에서 일어나 뒷걸음치며 물러났다.

그리고, 드디어 천마대전의 문에 다다랐을 때.

나는 문에서 벗어나기 위해 몸을 돌렸다.

“고생했다, 위극무.”

그때.

몸을 돌린 나의 귀로 천마의 낮은 목소리가 들려왔다.

처음으로 듣는 아버지, 천마의 격려였다.

그에 나는 그대로 굳어 버렸다.

또다.

전생에서 내가 가장 실망했던 일.

그것이 다시 내 눈앞에 펼쳐졌다.

너무나도 자존심이 상했다.

“공자님……?”

대전의 문 앞.

문을 잡고 가만히 멈추어 서 있는 나의 모습에 문을 지키고 있던 무사가 고개를 갸웃거리며 나를 불렀다.

그에 정신을 차린 나는 몸을 돌렸다.

그러고는 태사의에 드러눕다시피 앉아 있는 천마를 바라보았다.

“소자의 이름은 위극신입니다. 앞으로 실망시키지 않도록 노력하겠습니다.”

그리고 천마의 실수를 교정시켜 주었다.

본능이 말했다.

절대 이런 말을 해서는 안 된다고 말이다.

하지만 나는 본능에 맞서, 결국 내뱉고 말았다.

충동과도 같은 나의 행동.

그에 마뇌는 얼굴을 굳혔고, 대전 문을 지키던 무사들이 황급히 뒤로 물러났다.

나의 말에 조용해진 대전 안.

숨 막힐 듯 조여 오는 대전의 끔찍한 공기에 나는 두 눈을 감았다.

어쩌면…… 지금 죽을지도 몰랐다.

왜 그랬을까.

회귀한 이후 내 삶은 물론 천마신교를 바꾸기로 다짐했다.

헌데 이런 멍청한 실수를 하다니?

회귀를 했더니 정신연령도 어려진 것인가?

그것도 참지 못하고, 맞받아친 나 자신이 너무나도 미웠다.

“푸하하하!”

하지만, 자책감도 잠시.

대전을 쩌렁쩌렁하게 울리는 천마의 웃음에 나는 놀란 표정을 지었다.

인간 같지 않은 천마가 저렇게 크게 웃는다는 것이 믿기지 않았던 것이다.

전생과 현생을 통틀어 처음 보는 천마의 모습에 나는 불안한 표정을 지었다.

천마는 그 이후에도 계속 소리 내 웃었다.

마치 미친 사람처럼 말이다.

우뚝.

그리고, 거짓말처럼 천마의 웃음이 멈추었다.

웃음을 멈추고 나를 가만히 바라본 천마.

나의 눈에 비친 그의 핏빛 눈이 섬뜩했다.

“그래, 내 아들 위극신. 기대하겠다.”

오싹.

나의 이름을 부르는 천마의 눈빛과 목소리는 너무나도 오싹했다.

* * *

“미친놈, 미친놈!”

방으로 돌아온 나.

방 안에 들어서고 유화가 문을 닫자 홀로 남게 된 나는 나의 머리카락을 쥐어뜯으며 자책했다.

거기서 왜 맞받아친단 말인가?

만약 천마의 변덕스러운, 즉 뭐 같은 성격이 아니었다면 나는 그 자리에서 바로 죽었을지도 몰랐다.

“하아…… 자중하자…….”

아직, 천마는 사람이 아니다.

이렇게 까불다가는 제명에 못 살 것이다.

“하아…….”

아버지인 천마를 만나고 온몸에 진이 빠진 나는 힘없는 걸음으로 침상으로 다가가 그대로 엎어졌다.

아무래도 조금, 쉬어야겠다.

“……님!”

으음…….

뭐지?

희미하게 들려오는 목소리에 나는 의문이 들었다.

“도련님!”

“흐음…….”

그때, 다시 나의 귀로 또렷하게 들려오는 목소리.

그에 나는 두 눈을 떴다.

그러고는 신음을 흘리며 몸을 일으켰다.

아무래도 깜빡 잠들었나 보다.

“수련 시간입니다.”

“응?”

나를 깨운 유화가 뒤로 물러서며 말하자 나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러고는 고개를 돌렸다.

동그란 달이 떠 있는 한밤중이다.

헌데 이 시간에 수련을 한다고?

내가 고개를 갸웃거리며 정신을 차리지 못하자 유화는 다시 입을 열었다.

“검마 劍魔 장로님께서 기다리십니다.”

오 장로 중 하나이며, 오대마가 중 마검단가 魔劍端家의 가주 家主인 단악선 端惡宣.

그의 이름이 유화의 입에서 튀어나오자 나는 번쩍 정신이 들었다.

무표정한 얼굴로 나를 극한까지 몰아치던 검술 스승.

매일 나의 몸에 검으로 그림을 새겼던 자이다.

어찌 잊을 수 있겠는가?

그에 나는 침대에서 몸을 일으켰다.

그러고는 유화를 바라보았다.

“찬물을.”

“여기 있습니다.”

나의 말에 기다렸다는 듯이 세숫물을 건넨 유화.

유화가 건넨 세숫물에 손을 넣고 얼굴을 가볍게 씻은 나는 유화가 건넨 수건을 받아 들었다.

그러고는 얼굴을 닦으며 입을 열었다.

“검마 장로가 온 지 얼마나 되었지?”

“한 식경(30분) 정도 되었습니다.”

“기다리게 만들어 버렸군.”

생각보다 많이 늦었다.

유화의 대답에 나는 가만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고는 서둘러 연무장으로 걸음을 옮겼다.

지금, 검마를 자극하면 나만 손해이니 말이다.

* * *

“늦으셨습니다.”

연무장에 나서자마자 나의 귀로 중후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에 나는 소리가 난 방향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연무장 한가운데 팔짱을 낀 채 서 있는 서늘한 안광의 사내.

바로 나의 검술 스승이었던, 아니 스승인 검마 단악선이었다.

듣기만 해도 기온이 내려갈 정도로 차가운 그의 목소리에 나는 고개를 들었다.

그러고는 차가운 표정으로 그의 서늘한 두 눈을 바라보았다.

“미안하군.”

미안한 감정이 전혀 없는, 형식적인 나의 말.

속으로는 이런 말투를 사용하는 것이 불편해 죽을 것 같았지만 검마에게는 이 모습으로 대해야 한다.

차가운 표정에, 감정 없던 애가 하루 만에 생글생글 웃으면서 죄송합니다~ 하고 예의 바르게 사과하면 너무 수상하지 않은가?

그렇기에 나는 억지로 연기를 했고 다행히 이상한 것을 못 느꼈는지 검마가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뭐, 상관없습니다. 검을 뽑으십시오.”

연무장에 도착하자마자 검을 뽑으라는 검마의 말에 나는 인상을 찌푸렸지만 이내 포기했다.

내가 뭘 바라겠는가?

에휴. 내가 참아야지.

속으로 한숨을 내쉰 나는 연무장 한곳에 마련된 검을 뽑아 들었다.

스르릉.

듣기 좋은 소리를 내며 뽑힌 날카로운 검.

아직 어린 나를 위해 특별 제작되어 검신이 짧은 검을 보며 나는 피식 미소를 지었다.

누가 믿을까?

다섯 살의 나이를 지닌 어린아이가 진검으로 수련을 한다는 것을 말이다.

아마, 일반적인 상식을 지닌 사람들이었다면 경악할 것이다. 아니, 믿지 않을 것이다.

검도 제대로 들지 못하는 아이에게 진검을 들게 하는 것은 죽으라는 소리와 마찬가지였으니 말이다.

하지만 이곳은 천마신교 天魔神敎이다.

일반적인 상식이 통하지 않는 집단 말이다.

“준비되셨습니까?”

검을 뽑은 나를 바라보며 검마 단악선이 특유의 차가운 표정으로 물었다.

그에 나는 검을 들어 자세를 취했다.

그러고는 날카로운 눈빛으로 검마를 바라보았다.

“들어오라.”

오랜만이다.

나에게 처음으로 검을 쥐는 방법을 알려 주었던 검술 스승.

검마와 검을 맞대는 것이 말이다.

타앗!

어린 나를 상대하기에 아주 조금의 내공을 끌어 올린 검마.

그가 나에게 달려들었다.

그런 검마의 모습에 나는 씨익 미소를 지었다.

전생에서 사황 邪皇이라 불렸던 나에게는 전부 보였다.

이 정도는 가볍게 피할 수 있다.

어쩌면 오늘, 상처를 입지 않을 수도 있겠다.

나의 두 눈에 훤히 보이는 검마의 경로에 나는 손에 쥐어진 검을 강하게 쥐었다.

그러고는…….

퍼억!

검마의 발길질에 그대로 날아가 버렸다.

진짜 너무 아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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