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나의 천마신교는 이상하다-3화 (3/275)

제3화

제3장 천마 天魔 (1)

쩝쩝.

아무 맛도 느껴지지 않았다.

접시 위에 덩그러니 놓여 있던 벽곡단을 집어 먹은 나는 인상을 찌푸렸다.

전생에서 나름 미식가라 불리었던 나다.

헌데 그런 나더러 고작 이런 벽곡단 하나 먹고 살아가라고?

도저히 용납할 수 없는 일이다.

“마령아.”

가만히 고개를 숙여 나에게 물잔을 건네던 마령.

그녀가 나의 부름에 고개를 들었다.

다시 봐도 어여쁜 아이이다.

헌데 어찌 이리 예쁜 소녀가 마령이라는 거북한 이름을 지니고 있는 것일까?

누가 지어 주었는지 몰라도 정말 무신경한 놈이다.

나를 바라보는 마령을 보며 나는 물잔을 받아 들었다.

그러고는 입을 열었다.

“너의 이름은 도대체 누가 지어 준 것이냐?”

진짜 짜증 난다.

이렇게 꽃다운 소녀에게 마귀의 영혼이라는 뜻을 지닌 마령 魔靈 이라는 이름을 주다니.

아주 몹쓸 놈이었다.

“공자님이 지어 주신 이름 아닙니까?”

푸우웃!

마령이 건넨 물잔을 들이켜던 나는 마령의 입에서 나온 뜻밖의 말에 마시던 물을 그대로 뱉어 버렸다.

빠른 순발력으로 그릇을 들어 내가 뿜은 물을 막은 마령.

그녀가 다시 그릇을 내려놓으며 예의 무표정한 얼굴로 나를 바라보았다.

“내…… 내가……?”

그런 마령을 향해 나는 놀란 표정을 지으며 손가락으로 나를 가리켰다.

정말로 내가 지어 준 이름이라고?

“네, 작년에 저를 보시고 마령이라는 이름을 주겠다고…….”

“하아…… 그런가…….”

미친.

나는 아주 몹쓸 놈이다.

천하의 나쁜 놈.

마령의 말에 나는 한숨을 내쉬며 고개를 끄덕였다.

누구를 탓하겠는가?

내가 못난 것을 말이다.

“왜 그러십니까?”

한숨을 내쉬며 내 탓을 하고 있으니 마령이 고개를 갸웃거리며 물었다.

그에 나는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가로저었다.

“…….”

그런 나의 미소에 마령은 다시 아무런 말도 하지 않고 지그시 나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그런 마령의 모습에 고개를 갸웃거린 나는 손을 들어 나의 볼을 만졌다.

“내 얼굴에 뭐가 묻었나?”

왜 그렇게 쳐다보고 그래?

의문 섞인 나의 물음에 마령은 고개를 가로저었다.

그러고는 입을 열었다.

“웃는 것…… 처음 봅니다.”

“그런가?”

마령의 말에 나는 멋쩍은 미소를 지었다.

그러고는 뒷머리를 긁적거리며 말하자 마령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 마령의 모습에 나는 다시 부드러운 미소를 짓고는 비어 버린 물잔을 내밀었다.

“이제는 매일 보게 될 것이다.”

내가 이 삭막하고 인간미 없는 천마신교를 바꿀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가장 첫 번째로. 바로 나 자신이 바뀌어야겠지.

나는 매일같이 웃으며 다닐 것이다.

그리고 주변 사람들에게 관심과 애정을 줄 것이다.

비록 그것이 나를 죽음으로 몰지라도 말이다.

아무튼, 각오 어린 나의 말에 마령은 살짝 놀란 표정을 지으며 나를 바라보았다.

“처음이구나.”

그런 마령의 표정에 나는 입꼬리를 올렸다.

처음이다.

회귀하고 내 방에 들어온 나의 전속 시녀 마령.

그녀가 예의 무표정이 아닌, 표정 변화를 보인 것이 말이다.

그런 나의 말에 마령은 언제 그랬냐는 듯 놀란 표정을 지웠다.

그러고는 무표정한 얼굴로 자리에서 일어났다.

“허면, 저는 이만 물러가 보겠습니다.”

“잠깐.”

자리에서 일어나 고개를 숙이는 마령을 불러 세운 나.

나의 부름에 마령은 고개를 들어 나를 바라보았다.

“그게…….”

그런 마령을 보며 볼을 긁적인 나는 멋쩍은 미소를 지으며 마령을 바라보았다.

“다시 이름을 지어 주어도 되겠느냐?”

“공자님은 저의 주인, 저는 그저 따를 뿐입니다.”

나의 물음에 가만히 고개를 숙이며 대답하는 마령.

마치 인형과도 같은 마령의 모습에 나는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

열세 살의 어린 소녀, 이 소녀가 나를 향해 미소를 지어 줄 날이 올까?

어쩌면 오지 않을지도 모른다.

아니, 아니다.

무조건 올 것이다.

전생에서 내가 변화했듯, 내 앞에 있는 마령 또한 변할 것이다.

나는 그렇게 굳게 믿고 있다.

가만히 고개를 숙인 마령을 빤히 바라본 나.

나는 그런 마령을 보며 싱긋 미소를 지었다.

“부드러운 꽃, 유화 柔花, 유화가 좋겠구나.”

* * *

“별일 없느냐.”

천마신교의 대공자인 위극신의 방에서 나오자마자 들려오는 낮은 목소리에 마령은 흠칫하며 몸을 떨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마령은 익숙한 사내의 모습에 예의 바르게 고개를 숙였다.

“별일 없습니다.”

“흐음…….”

마령의 말에 가만히 턱을 쓰다듬은 한 사내.

바로 천마신교의 교주인 천마의 수신호위 중 한 명인 이살 二殺 이었다.

턱을 쓰다듬으며 고민 어린 표정을 짓는 이살의 행동에 마령은 그저 가만히 고개를 숙였다.

잠시 후, 손을 내린 이살은 마령을 내려다보며 다시 입을 열었다.

“평소와 조금 달라졌다든가, 그런 것은 없느냐?”

달랐다.

아주 달랐다.

인형 같던 대공자는 자신을 향해 부드러운 미소를 지어 주었으며, 자신과 어울리지 않는 이름을 주었다.

분명 평소와 달라졌다.

그렇기에 마령은 입을 열었다.

“평소와 같으십니다.”

하지만, 마령의 입에서는 생각하고 있는 이야기와 정반대인 대답이 튀어나왔다.

“알겠다. 오늘 저녁에 교주님이 공자님을 보고 싶어 하신다.”

마령의 대답에 고개를 끄덕인 이살.

그가 몸을 돌리며 말했고 마령은 깊이 고개를 숙였다.

“전달하겠습니다.”

마령의 말이 끝나자마자 순식간에 사라진 이살.

마령은 이살이 사라졌음에도 불구하고 차 한 잔 마실 시간인 일다경이 지나서야 고개를 들었다.

그러고는 멍한 표정을 지으며 입을 열었다.

“유화…….”

오늘 공자에게 받은 마령의 새로운 이름, 유화.

이제부터는 유화라고 불릴 자신의 이름을 가만히 중얼거렸다.

* * *

“스읍.”

마령…… 아니, 유화가 나간 후 홀로 남게 된 나는 가부좌를 틀고 몸속에 잠들어 있는 마기를 건드렸다.

내가 건드리자마자 기다렸다는 듯이 폭발적인 기세로 나의 혈관에서 미쳐 날뛰는 마기들.

그에 나는 인상을 찌푸리고는 옛 기억을 떠올리며 마기를 진정시켰다.

그러고는 전생에서 교에서 쫓겨난 이후 사용할 수 없었던,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의 머릿속에서 잊히지 않았던 천마신공의 구결을 읊으며 마기들을 조심스레 움직였다.

이곳에서 태어나 쫓겨나기까지.

나는 기억도 나지 않는 어린 시절부터 열 살까지 매일같이 천마신공을 수련해 왔다.

어찌 그 무공을 잊을 수 있겠는가?

내 머릿속에 각인된 듯 천마신공의 구결은 너무나도 선명했다.

아무튼 다행히도 마기는 주인인 나를 알아봤는지 나의 의지대로 움직였다.

아직 어린 나이에다가 화식을 하지 않아 노폐물이 전혀 없는 깔끔한 혈관.

미쳐 날뛰던 마기는 나의 인도하에 깔끔한 혈관을 통과했다.

그렇게 나는 막힘없이 중요 혈관을 통과했고, 이윽고 소주천을 성공할 수 있었다.

회귀한 이후 첫 운기.

그 운기에서 소주천을 달성한 나는 두 눈을 뜨며 진한 미소를 지었다.

시작이 좋았다.

내 나이 다섯 살.

아무리 성숙하더라도 경험이 없는 다섯 살이 내공을 운기해 봤자 얼마나 차오르겠는가?

하지만, 화식을 하지 않은 깨끗한 도화지 같은 신체에다가 서른 살까지 살았던 경험과 사황이라는 지고한 자리에 올랐던 경험이 있다면?

가히 사기적이었다.

소주천을 할 때 나는 솔직하게 신이 났었다.

내가 생각하는 대로 모든 것이 흘러갔으니 말이다.

그에 나는 전생의 경험을 살려 천마신공의 운공을 성공리에 마쳤다.

똑똑.

그때, 가부좌를 풀고 자리에서 일어나 가볍게 몸을 풀던 나는 문에서 들려오는 소리에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러고는 방 중간에 마련된 의자에 앉으며 입을 열었다.

“들어와.”

벌컥.

나의 허락이 떨어지자마자 열린 문.

나는 열린 문 사이로 들어오는 유화를 보며 싱긋 미소를 지었다.

“무슨 일이야 유화?”

멈칫.

나의 물음에 나를 향해 걸어오던 유화가 멈칫했다.

아무래도 아직 유화라는 이름이 익숙하지 않은가 보다.

뭐, 그것은 차차 익숙해질 것이다.

내가 매일같이 그녀의 이름을 부를 것이니 말이다.

아무튼 나의 물음에 잠시 멈칫한 것도 잠시, 유화는 이내 특유의 무표정으로 나를 향해 고개를 숙였다.

“천마신교의 위대한 지존, 교주님께서 찾으십니다.”

아…… 드디어 올 것이 왔다.

유화의 입에서 튀어나온 말에 나는 이마를 짚으며 한숨을 내쉬었다.

인간의 감정이라고는 일도 없는, 정말 강시와도 같은 인간 천마.

나의 아버지를 만나야 된다는 생각에 나는 절망했다.

만나면 대화를 어떻게 꺼내야 할까?

아버지의 앞에서는 조심해야 했다.

유화에게 구는 것처럼 미소를 짓는다면 아버지는 분명 왜 웃냐며 나의 입을 찢어 버릴 것이다.

조금 과장된 것 아니냐고?

아니다, 그 인간은 정말 그럴 인간이다.

정말, 피도 눈물도 없으며 자식인 나의 이름도 모르는…… 아버지의 자격이 없는 인물이다.

아무튼, 그런 아버지가 나를 찾는다는 말에 나는 의자에서 몸을 일으켰다.

“지금 당장 가야 하나?”

“네.”

나의 물음에 유화는 고개를 숙이며 대답했고 나는 가만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고는 방구석에 위치한 동경 앞에서 옷매무새를 정리했다.

그러고는 몸을 돌려 아직도 고개를 숙이고 있는 유화를 바라보았다.

“가자.”

* * *

“후우…….”

천마신교의 대전 문 앞에 도착한 나는 후들거리는 다리를 진정시키며 한숨을 내쉬었다.

그러고는 회귀 전, 소교주 시절 늘 내가 짓던 차가운 표정을 지었다.

“열어.”

다섯 살의 어린아이에게서 나올 수 없는 낮고도 무감정한 목소리.

그런 나의 목소리에 익숙한 듯 대전 문을 지키고 있던 두 명의 무인이 고개를 숙인 다음 문을 열었다.

쿠웅.

두 명의 무인에 의해 활짝 열린 대전 문.

나는 대전 중간에 깔린 붉은색의 장판을 밟으며 걸음을 옮겼다.

우뚝.

그러고는 한곳에 멈추어 서서 고개를 들었다.

나의 아버지이자, 천마신교의 주인이며 무림에서 천마라 불리는 마인.

위관악이 나른한 표정을 지으며 거대한 의자에 앉아 있었다.

“천마신교의 지존, 교주님을 뵙습니다.”

그런 아버지를 한번 올려다본 나는 한쪽 무릎을 꿇으며 정중히 고개를 숙였다.

아버지에게 올리는 인사가 아닌, 주군에게나 올릴 법한 인사였다.

모르는 사람이 봤다면 아들이 아버지에게 이렇게 인사를 올리는 것에 의문을 가질 테지만 천마신교에서는 이것이 당연한 것이다.

애당초 천마신교에는 가족 간의 정이 별로 없었으니 말이다.

아무튼, 그런 나의 인사에 나른한 표정을 짓고 있던 아버지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고는 입을 열었다.

“네 어미를 만났다고 들었다.”

나른하면서도 차가운 아버지의 목소리.

그런 아버지의 목소리에 나는 입술을 강하게 깨물었다.

네 어미?

누가 들으면 남인 줄 알겠다.

자신의 부인인 어머니를 어찌 저렇게 표현할 수가 있단 말인가?

사람들은 말한다.

사람을 아무리 미워하더라도 세월이 지나면 미워하는 마음이 무뎌지고 오히려 그때를 그리워하며 자신이 잘못했다고 반성한다고 말이다.

하지만 개뿔.

나는 전혀 그러지가 않았다.

구 개월간 나를 배 속에 품으시고, 아파하시며 나를 낳았던 어머니.

그러나 어머니는 그렇게 힘겹게 낳은 나를 한 번도 안아 보지 못하고 아버지에게 빼앗겼다.

그리고 나는 그때부터 장로들에게 키워졌다.

무공 수련이라는 이름하에 아주 잔인하고 혹독하게 나는 살인 병기가 되었다.

그리고, 아버지는 그런 나의 존재를 까먹고 있었다.

나의 이름까지 모르며 말이다.

그리고 어머니는 자살하였고, 내 동생 위천은 나로 인해 끔찍한 삶을 살았다.

그리고 시간이 흐른 후.

아버지는 스승님의 여동생과 결혼 후 달라졌다.

인간이 가지는 감정이라는 것을 알게 된 것이다.

하지만 지금 생각해 보면 그것도 짜증 났다.

내가 태어났을 때 그런 감정을 지녔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아버지가 진심으로 미웠다.

아버지의 밑에서 괴물이 되어 버린 나와, 아버지의 무관심과 잔인함, 그 냉대에 슬퍼 결국 스스로 목숨을 끊은 어머니가 생각났다.

이 모든 것이 아버지의 잘못이다.

그에 나는 고개를 들어 아버지를 바라보았다.

“호오?”

나른한 표정을 짓고 있던 아버지는 그런 나의 눈빛에 흥미로운 표정을 지었다.

그러고는 손을 허공으로 들었다.

우웅!

그와 동시에 나의 몸 주위에서 공기가 일렁이기 시작했고,

덥석!

“커억!”

곧, 나의 몸이 허공으로 떠올라 아버지의 손을 향해 날아가 버렸다.

한 손으로 나의 목을 강하게 움켜쥔 아버지.

나는 고통에 신음을 흘리면서도 아버지의 두 눈을 똑바로 바라보았다.

천마신공의 내공을 끌어 올려 붉어진 아버지의 두 눈.

그런 아버지의 두 눈에는 흥미로움이 가득했다.

“건방진 놈이로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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