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9화_마지막 전투(3)
검을 찔러넣었는데, 손끝에 느껴지는 건 몽둥이로 누군가를 때리는 느낌이었다.
아무리 태양신 헬리오스의 기운이라고 해도 파이몬의 가죽을 뚫을 수 없었던 거였다.
“한 방이 안 되면, 될 때까지다!!”
오른손은 칠성검을 왼손은 태양의 기운으로 만든 검을 들고 마구잡이로 휘둘렀다.
동굴이 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서 천장이 무너져 내렸다.
그렇지만, 떨어지던 돌은 내가 뿜어내는 열기에 증발되어 사라졌다.
“크아아아악!!”
괴성을 내지르며 휘두르는 검격에 파이몬을 가격하는 것은 느껴졌지만, 불안감이 감돌았다.
시간 안에 파이몬을 죽이지 못하면, 당하는 건 나를 포함해 밖에 있는 사람들이었다.
[포스] 능력을 소멸시켰고, 목숨을 건 능력 발현이었기에 더욱 성급함이 앞섰다.
콰아아아앙
마지막 일격을 먹이고, 검격을 멈췄을 때, 동굴은 존재하지 않았고, 푸른 하늘이 나를 비췄다.
파이몬이 있던 곳의 돌무더기가 들썩이더니, 순식간에 돌들이 사라졌다.
그리고 거기에서 낙타를 타고 있는 멀쩡한 모습의 파이몬이 천천히 걸어 나왔다.
“아무리 인간의 능력이 강하다고 해도 그 정도가 인간이 발휘할 수 있는 힘의 전부일 뿐이야. 넌 지금처럼 내게 아무런 상처를 낼 수 없을 거다.”
“이제 시작인데, 벌써 호언장담하면 안 되지.”
칠성검을 재빠르게 찔러넣었다.
터엉
낙타의 머리 앞에 보랏빛이 도는 방어막이 생성되더니, 칠성검을 막았다.
“내 공격을 막은 게 이거였군.”
“이거라니, 마계에서 나와 동등한 악마들도 뚫을 수 없는 방어막이라네. 그럼 이제 내가 공격할 차례군.”
파이몬의 등 뒤에 다섯 개의 에너지 체가 생성됐다.
“화염이네.”
에너지 체 중 하나가 내게 천천히 날아왔다.
그걸 베어내려다가 혹시 몰라 옆으로 몸을 날려서 피했다.
치이이이익
에너지 체는 등 뒤에 있는 바위와 닿았고, 이내 바위를 불태웠다.
순식간에 주변이 불꽃으로 뒤덮였다.
“뭘 모르나 본데, 내 기운은 불의 상위라고!”
검을 한차례 휘돌리며 이화 접목의 수법을 사용하자, 주변에 있던 불꽃들이 검 끝에 맺혔다.
“역시 태양신의 힘이었군. 그럼 이만!”
파이몬이 짧게 박수를 치자, 검에 맺혀 있던 불의 기운이 사라졌다.
“그럼 다음 것도 받아보게.”
날카로운 창 모양의 에너지 체가 빠르게 다가왔다.
아까는 느끼지 못했지만, 에너지 체가 다가오면서 수증기를 일으켰다.
불의 기운이 가득한 곳에서 수증기가 일어난다는 건 빙의 기운이라는 거였다.
가로 베기, 세로 베기 그리고 찌르기
세 번의 검격을 연달아 휘둘렀다.
중간에 에너지 체가 검격에 빠르게 소멸되었고, 이곳을 수증기로 가득 채웠다.
둘 다 앞이 보이지 않는 상황이었지만, 방심할 수는 없었다.
헬리오스의 기운을 더욱 끌어올릴 때였다.
콰지직
헬리오스의 기운에게서 날 지켜주던 신성력에 금이 가는 게 느껴졌다.
순간 기운을 끌어올리는 것에 멈칫했다.
그 사이 나와 파이몬의 사이에 작은 바람이 불어오더니, 거센 칼바람이 불었다.
챙 챙 채채챙
칼바람에 수증기는 날아갔지만, 그와 함께 공격되는 바람의 칼날을 칠성검을 이용해 가까스로 막을 수 있었다.
“오호~ 대단한데. 벌써 3개나 막다니 말이야.”
파이몬은 진정으로 감탄한 표정이었지만, 그게 화를 더욱 북돋웠다.
“태양신의 힘을 사용하는 것 같은데, 뭔가 부족하군. 뭐 그게 인간의 한계지. 그럼 다음 것도 막아보게.”
네 번째 에너지 체가 날아왔다.
에너지 체를 잘라 버리려고 하는데, 밑으로 꺾인 에너지 체가 바닥에 흡수되듯이 들어갔다.
그러더니, 땅이 울렁이기 시작했다.
“이미 발동했으니 알려주지. 네 번째는 땅의 기운을 사용하는 거라네.”
뾰족한 송곳 같은 돌들이 바닥에서 튀어나오기 시작했다.
뒤로 물러나면서 돌들을 피하다가 높게 점프한 후, 바닥을 향해 내려찍듯이 진각을 밟았다.
콰앙
솟아오른 돌들이 뭉개졌지만, 벽면과 주변에 있던 돌들이 치솟으며, 감옥처럼 나를 옥죄었다.
태양의 열기가 돌들을 순식간에 녹여버렸고, 그 상태에서 파이몬에게 달려들며 검을 휘둘렀다.
콰앙
낙타 앞에 생성된 방어막을 가격했고, 낙타의 얼굴이 볼기짝을 맞은 것처럼 옆으로 살짝 돌아갔다.
“그렇게 서두를 필요 없다니까.”
파이몬의 말과 함께 마지막 에너지 체가 날아왔다.
목덜미를 스치는 불안감에 검을 휘저으며, 뒤로 물러났다.
그런데, 지금까지의 에너지 체와 다르게 이번 것은 갈라지지 않았고, 스펀지가 물에 흡수되듯이 내게 들어왔고, 암흑이 몰려왔다.
호신강기
그레이트 실드
그 외에도 검을 연달아 휘둘러서 검막을 일으키고, 포스를 뿜어낸 후, 헬리오스의 태양의 힘까지 사용했다.
가지고 있는 모든 방어 수단을 활용했고, 혹시 몰라 충격에 대비까지 했다.
그렇지만, 내게 느껴지는 것은 없었다.
“쯧쯧쯧. 그런다고 막아지는 게 아니야.”
“응? 우웩~”
피를 한 움큼 뱉어내고 나니 시력이 돌아왔다.
마지막 에너지 체에 시야를 잃었지만, 딱히 몸에 타격이 온 적은 없었다.
“어떻게 한 거지?”
“그걸 알려주면 재미없지.”
재수 없이 말하는 파이몬을 잠깐 노려본 후, 서 있던 곳을 훑어봤다.
아무리 바닥을 확인해도 움직인 흔적은 없었다.
“그렇다면, 이제 뒤지게 맞을 차례네.”
칠성검을 움켜쥐며, 파이몬에게 달려들려고 할 때였다.
“세상 일이 다 자신의 뜻대로 되는 건 아니지.”
파이몬의 뒤에 수십 개의 에너지 체가 떠올랐다.
“이제 나도 제대로 할 생각이네. 그럼 각오하게.”
“각오라…”
그렇다. 각오가 부족했다.
혹시나 하는 생각과 함께 능력을 잃더라도 살 수 있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상대는 악마이며, 마계 서열 9위의 파이몬이었다.
아무리 헬리오스라는 태양신의 힘을 가지고 있다지만, 각오가 부족했다.
“고맙다! 덕분에 내가 뭐가 부족했는지 알았어.”
신성의 구슬에서 흘러나와서 헬리오스의 기운으로부터 날 보호하던 신성력을 강제로 끌어모았다.
그렇게 모은 거대한 신성력을 원소력이 모여있는 상단전으로 강제로 이동했다.
움직이지 않으려는 신성력이었지만, 지금 그 신성력의 주인은 다른 누구도 아닌 나였다.
콰아아앙
그렇게 신성력과 씨름을 하는 동안 파이몬이 때를 놓치지 않고, 에너지 체를 내게 날리기 시작했다.
몸이 불타고, 얼고, 갈라지며, 꿰뚫렸다.
시야는 몇 번이나 반전됐고, 힘을 버티지 못한 몸은 벽까지 날아갔다.
“끄으윽…”
공격당해서 흘러나온 신음이 아니었다.
신성력이 상단전으로 이동하면서 헬리오스의 기운에 온몸이 불탔기에 나오는 신음이었다.
“내가 바로 마계의 파이몬이며, 마계 최고의 마도사다!!”
에너지 체를 퍼붓는 파이몬의 외침이 들려왔지만, 그딴 건 제대로 귀에 들어오지 않았다.
상단전이 가득 찰 정도로 신성력을 이동시켰지만, 구슬에서는 끊임없이 신성력을 뿜어냈다.
물론 신성력이 내 몸을 보호하고 있는 건 알고 있지만, 그로 인해 헬리오스의 기운과 동조를 이루지 못해, 완벽하게 발휘하지 못하고 있었다.
‘수박 겉핥기였지.’
어둠의 정령 루나와 싸울 때 느꼈던 것과는 달랐다.
처음에는 같은 줄 알았지만, 기운을 사용할 때마다 확연히 알 수 있었다.
헬리오스의 기운이 움직임보다 늦었고, 위력도 떨어졌다.
다른 싸움이었다면 모르겠지만, 지금은 초월자 간의 싸움이었다.
찰나가 이 승부를 그리고 지구의 운명을 좌지우지한다.
“아공간 지정. 가이아의 구슬.”
아공간 팔찌에 깨진 구슬을 집어넣었다.
몸을 보호하던 신성력이 사라지자, 태양신의 힘이 온몸으로 느껴졌고, 몸이 붕괴되기 시작했다.
그때, 화염의 기운을 뿜은 에너지 체가 보이기에 왼손으로 에너지 체를 잡았다.
“크크. 불타오르고 싶어서 미쳤군.”
“내가 말했지. 가장 강한 불은 태양이고, 이딴 지옥의 불은 내 하위 호환일 뿐이라고.”
으스러지게 주먹을 쥐자, 에너지 체가 터져나갔다.
그다음으로 얼음의 기운이 다가왔지만, 수증기도 뿜어내지 못하고, 헬리오스의 기운에 소멸됐다.
“이익!!”
끝없이 태우는 불꽃도, 모든 걸 얼리는 얼음과 날카로운 바람 그리고 꿰뚫는 땅도 무용지물이었다.
그저 무차별 타오르는 태양에 녹아내릴 뿐이었다.
시야를 잃게 하는 암흑의 에너지 체는 생성되자마자 사라질 뿐이었다.
“왜 선배들이 그런 말을 한 지 이제야 알겠네.”
약한 자들이 이런저런 모든 수를 다 사용해봤자, 진정한 강자 앞에서는 어린아이의 장난으로 밖에 느껴지지 않는 거였다.
“최고의 마도사? 최고라는 수식어는 아무 때나 붙이는 게 아니야.”
칠성검을 으스러지게 쥔 후 그대로 헬리오스의 기운을 담아서 파이몬을 향해 내질렀다.
콰아아아아앙
파이몬이 타고 있는 낙타의 얼굴이 크게 돌아갔지만, 그게 다였다.
지금까지와는 비교도 되지 않는 공격이었지만, 방어막을 뚫지는 못했다.
“네가 이 방어막을 뚫을 수 없기에 내가 최고라는 거다.”
다시 한번 검을 내리그었지만, 낙타의 얼굴이 돌아갈 뿐이었다.
“신의 힘도 막는 이 방어막이 있으니, 넌 아무것도 할 수 없을 거다.”
한발 뒤로 물러났다. 그러자, 파이몬의 눈빛이 재수 없게 빛나고 있었다.
“앤드류의 몸을 통해 강림해서 그런지 정말 재수 없군.”
서로에게 피해를 줄 수 없다면, 내가 불리한 것은 당연했다.
상대는 시간이 지날수록 회복될 테지만, 나에게는 시간제한이 있었다.
그렇기에 칠성검을 양손으로 부여잡은 후, 길게 호흡을 내뱉었다.
절단검 – 가로 베기
절단검의 위력에 태양의 힘이 실려서 그대로 방어막을 가격했고, 낙타 위에 타고 있는 파이몬의 출렁일 정도로 낙타의 상체가 돌아갔다.
절단검 – 세로 베기
그대로 내리쳐진 검격에 낙타의 머리가 바닥에 닿았다.
절단검 – 찌르기
찔러넣은 검에 낙타가 뒤로 밀려났다.
그 상태에서 칠성검을 어깨 뒤로 최대한 끌어당긴 후, 가지고 있는 모든 힘을 쏟아부으며 내질렀다.
콰직
보랏빛 방어막을 뚫고 칠성검이 박혔다.
파이몬과 낙타에게는 아무런 타격이 없는 것처럼 보였지만, 이거면 충분했다.
“미르!”
미르가 순식간에 손을 타고 칠성검으로 넘어간 후, 헌신해서는 거대한 입을 벌렸다.
위기감을 느낀 파이몬은 미르의 입을 보고는 몸을 뒤로 날렸다.
덥석
낙타의 절반 정도가 미르에게 먹혔다.
꽈드득 꽈드득
처음으로 미르에게서 무언가를 씹는 소리가 들렸고, 얼마 지나지 않아서 파이몬의 낙타는 형체도 없이 사라졌다.
그와 동시에 파이몬의 에너지 체가 내게 수도 없이 다가왔다.
낙타로는 부족했는지 미르가 에너지 체를 삼키기 시작했다.
“이딴 괴물 녀석이 다 있어?!”
파이몬의 주먹질에 미르가 옆으로 날아갔다.
지금은 미르를 생각할 때가 아니기에 앞으로 나아간 후, 파이몬의 날카로운 주먹을 회전해서 피한 후, 그대로 검을 휘둘렀다.
촤아아악
파이몬의 가슴이 길에 베어지며, 붉은 피가 뿜어져 나왔지만, 내가 뿜어내는 열기에 피가 순식간에 증발했다.
그 상태에서 한 발 더 앞으로 내딛고는 연달아 검을 찔러 넣었다.
순식간에 파이몬의 상체를 걸레짝으로 만들었는데, 가만히 당하고 있을 파이몬이 아니었다.
언제 모았는지 파괴광선이 내 눈앞에 있었다.
콰아앙
파괴광선이 이마를 가격하자, 쇠망치로 두들겨 맞은 충격에 몸이 뒤로 날아가고 정신이 혼미했다.
그때, 상단전에 있던 신성력이 뿜어져 나오면서 정신을 일깨웠지만, 반대로 헬리오스의 기운이 다시 약해졌다.
‘안돼! 돌아가!’
정신을 집중해서 신성력을 다시 상단전에 쑤셔 박고는 발에 힘을 주며 앞으로 치달렸다.
연달아 날아오는 파괴광선마다 검을 찔러넣어서 터트렸다.
‘조금 더. 조금 더.’
헬리오스의 기운을 더욱 끌어올리자, 피에 젖은 옷이 순식간에 마르더니, 움직이는 속도를 버티지 못하고 바스라졌다.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몸이 자연스럽게 움직이며 파이몬을 향해 검을 움직였다.
가로 베기, 세로 베기 그리고 찌르기
자세를 낮추고, 일검 일검에 내가 낼 수 있는 최선의 힘을 담았다.
칠성검이 지나간 길에 불의 기운이 머물 정도로 빠르게 움직였고, 그러면서 파이몬에게 한 발씩 천천히 다가갔다.
“크아아악! 죽어! 죽어!”
뒤로 몰린 파이몬이 쉴 새 없이 에너지 체와 파괴광선을 발사했지만, 태양신의 힘을 뚫지는 못했다.
검결과 태양신의 힘에 파이몬의 양손이 불에 타서 재가 되었다.
뒤늦게 이길 수 없다는 것을 느낀 것일까? 파이몬이 도망치기 위해, 살짝 무릎을 굽히는 게 보였다.
그 순간 먼저 짧게 점프해서는 파이몬이 날아오를 수 없게 막으며 검을 휘둘렀다.
콰앙
콰아아아아앙
땅에 처박힌 파이몬의 몸에 태양신의 힘이 들어가기 시작했다.
그렇다고 파이몬은 죽은 게 아니었다.
지구의 멘탈을 파고들며 계속 검을 휘둘렀고, 외핵을 부수고, 내핵까지 파고들 기세로 움직였다.
“허억 허억…”
얼마나 땅속으로 파고들었는지 모르겠지만, 신의 힘을 빌렸는데도 육체가 지쳤다.
그리고 눈앞에 보이는 거라고는 작은 살덩이 하나였다.
“끝내자…”
내 몸의 열기로 인해 밝게 빛나는 땅속 지하에서 중단세 자세를 취한 후, 꿈틀거리며, 회복하는 작은 살덩이를 향해 검을 찔러 넣었다.
푹
화르르륵
순식간에 살덩이는 불에 타서 재도 남기지 못했다.
“끝났다.”
그 어떤 사악한 기운도 느껴지지 않았다.
그래도 혹시나 오면서 놓친 작은 세포라도 있을 수 있기에 온몸에 불의 기운을 일으켜서는 지하를 빠져나왔다.
사람 하나 겨우 지나갈 정도의 작은 굴을 빠져나오자, 지름 5미터 크기의 굴이 되었다.
그렇게 하늘 위로 올라서자, 주변이 보였다.
“전쟁은 끝…….”
사람들에게 파이몬이 죽었다는 걸 알리려고 했지만, 그럴 수 없었다.
끝도 없이 몰아치는 마족 때문에 사람들이 죽어가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