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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빼고 먼치킨-294화 (294/300)

294화_공격은 최상의 방어(1)

아기 도깨비들이 마족의 사체를 옮기는 동안 아람에게 부탁하고 자리에 주저앉았다.

그리고 오랜만에 가부좌를 틀고, 포스 호흡을 하기 시작했다.

“후읍~ 파~”

호흡을 들이켜고, 뱉어내면서 외부에서는 포스를 받아들이고, 몸 안에서는 태극을 휘돌렸다.

중단전을 기준으로 아래에서는 포스가 그 위로는 원소력이 태극을 만들었다.

그렇게 두 개의 태극이 중단전에서 부딪힐 때마다 몸 안에 활력이 돌았다.

쾅쾅쾅

다른 이에게 들리지 않을 태극의 부딪힘이 귓가에서 울려 퍼졌다.

그렇게 부딪히던 두 개의 태극이 어느 순간 하나로 합쳐지더니, 몸 안에 거대한 태극을 만들었다.

태극은 어느 순간 무엇이 양이고 어떤 것이 음인지 모르게 섞였다.

그렇게 섞인 태극은 이제 하나가 되었다.

‘이게 노사가 추구했던 무극인가?’

음과 양이 뒤섞였지만, 절묘한 규칙하에 움직이던 그 기운들은 다시 태극으로 나뉘었다.

원소력의 태극과 포스의 태극으로 다시 나뉘고, 상단전과 하단전에 각기 자리를 잡았다.

그리고, 중단전에 있던 미르가 부르르 떨더니, 조용해졌다.

눈을 뜨자, 기다리고 있던 아람의 목소리가 들렸다.

“유신. 끝났으면 이동하자.”

아람의 부름에 주위를 둘러보자, 주위를 채우고 있던 상급 마족의 사체가 보이지 않았다.

그리고 마족들이 왔던 북서쪽을 바라봤다.

전에는 느낄 수 없었지만, 이번에는 확실하게 느낄 수 있었다.

저곳에 지금 내 수준으로는 감당하기 어려워 보이는 마기가 느껴졌다.

“그래. 가자. 이 싸움을 끝내러.”

북서쪽으로 발을 내디뎠다.

“무슨 소리냐? 거기로 왜가? 일단 다른 사람들과 합류해야지.”

“응? 합류?”

“그래. 합류. 유신. 착각하고 있는 게 있는데, 사신수의 분신과 네가 가지고 있는 모든 수를 다 써도 마왕에게 닿지도 못하고 마물의 먹이가 될 것이다.”

모르는 것은 아니지만, 이 전쟁은 최대한 빨리 끝내는 게 좋다.

“아람. 길고 짧은 걸 대봐야 해.”

“유신. 인간들의 속담에 이런 말이 있더라. 똥인지 된장인지 꼭 찍어 먹어봐야 아냐고? 지금 가봤자, 개죽음도 못 돼.”

“그래도 가봐야지.”

나를 빤히 바라보던 아람이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그래. 가자 가. 가서 개죽음 당한 후에, 인류는 마왕을 죽일 수 있는 최후의 무기인 널 잃게 되겠지. 물론 지구에 있는 인류가 반 이상 죽거나, 멸망 직전에 13기동 타격대가 와서 마왕을 죽이겠지만. 뭐. 복수는 확실히 해주겠네.”

아람의 말은 틀린 게 하나도 없었다.

“유신. 성급하게 움직이지 마라. 지금이야말로 천천히 생각하고, 고민해서 움직여야 한다.”

숨을 들이켠 후에 길게 숨을 내뱉었다.

마왕에게 죽는 건 두렵지 않았다. 아니. 정확히는 마왕을 죽일 자신이 있었다. 그런데, 혹여나 내 오만으로 인류가 반 이상 죽을 수도 있다는 것이 걸렸다.

그 절반 안에 분명 내가 아끼고 사랑하는 사람들이 있을 수밖에 없을 것이다.

“사람들이 어디로 모이고 있는지 알고 있어?”

“그걸 도깨비인 나한테 물으면 어떻게 하냐?”

“너도 모르는구나.”

“에헤이~ 무슨 섭한 소리. 나 아람이야. 대도깨비 아람. 사람들이 무의식적으로 모이는 곳이 있어. 그곳으로 가면 될 거야.”

“거기가 어딘데?”

“최후의 성벽.”

***

다가오는 최상급 마족을 건블레이드로 단숨에 찢어 버린 후, 저 멀리 떨어져 있는 마왕 이포스에게 마력탄을 발사했다.

타앙

마력탄에 이포스의 왼쪽 팔이 날아갔지만, 마기로 인해 순식간에 복구됐다.

“다리우스!”

옆에서 힘으로 미끄럼풀을 찢고 있던 다리우스가 내 뜻을 알아듣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강문. 이리로!”

다리우스에게 달려가자, 그는 무식하게 발목을 잡은 후에 이포스에게 날 집어 던졌다.

수십 마리의 마족들이 이포스와 내 사이를 가로막았지만, 능력을 사용할 거리에 들어왔다.

사신의 발걸음

순식간에 이포스의 앞에 도착한 후, 건블레이드를 이용해 수십 조각으로 몸을 나눠버렸다.

그렇게 이포스를 죽이자, 주위를 흉흉하게 막아서던 거대한 미끄럼풀들이 사그라들었다.

“지금이다.”

내 외침에 뒤에서 대기하고 있던 인간과 이종족 연합이 진격하며, 마물과 마족들을 공격하기 시작했다.

거기다 미끄럼풀에 의해서 움직이지 못하던 다리우스의 본 드래곤들이 몸을 일으키며, 마왕군을 짓밟기 시작했다.

그때, 주위로 검은 오라와 함께 살기가 솟구쳤다.

“이포스가 마계로 돌아가니까, 이제야 나타나는 거야?”

수십 개에 달하는 파괴광선이 날아왔지만, 건블레이드의 총알은 충분했고, 방아쇠에 검지를 걸었다.

난사

제자리에서 회전하며 방아쇠를 당겼고, 총알과 파괴광선이 부딪히며 소멸했다.

그렇게 파괴광선을 처리하고, 최상급 마족에게 가려고 할 때였다.

목덜미를 서늘하게 만드는 기운이 느껴졌다.

사신의 발걸음

최상급 마족의 뒤로 이동해서 마족을 분쇄한 후에야, 자신이 서 있던 곳에 차원이 다른 파괴광선이 내리꽂혔다.

“강문이라고 했나? 감이 좋군.”

악마들의 왕인 바알이 천천히 내려서고 있었다.

“우리 대장한테 당한 상처는 다 나았나 봐?”

“낫지 않았지. 그래서 너희를 시작으로 그놈. 김무혁에게 복수의 시작을 알릴 거다.”

건블레이드를 강하게 움켜쥐었다.

바알을 상대하는 건 무섭지 않았지만, 이기지 못한다는 사실은 충분히 알고 있었다.

그리고 이길 필요는 없었다.

아주 잠시만 버티면 됐다.

“그런데 말이야. 오늘은 그냥 인사를 하러 왔을 뿐이다.”

“인사? 마계의 왕이 인간에게 도망치는 건가?”

“뭐 좋을 대로 생각해라. 그래도 이렇게 만났는데, 내가 좋은 정보를 하나 주지. 지금 지구에 파이몬이 강림했다.”

“파이몬 따위에 지구가 무너질 것 같아?”

내 말에 바알은 야릇한 미소를 지었다.

“봉인의 구슬에 군단을 담아갔지. 그럼 다음에 보자고.”

“가긴 어디가?!”

건블레이드를 최대 출력까지 올린 후에 그대로 바알을 향해 쏟아냈다.

그렇지만, 단지 손을 드는 것만으로 바알은 내 공격을 손쉽게 막았다.

“인사는 여기까지 하지. 그리고 가기 전에 하나 말해주지. 이딴 함정은 통하지 않아.”

공중으로 몸을 띄운 바알이 차원의 왜곡으로 들어갔다.

그러자, 어두워진 하늘에 번개가 내리꽂히고는 무혁대장이 내려섰다.

“내가 한발 늦었나?”

“죄송합니다. 바알을 붙잡으려고 했지만, 능력이 부족했습니다.”

“아냐. 처음부터 통하지 않을 거라는 건 예상하고 있었잖아. 그럼 나머지는 내가 처리하지.”

번개가 되어서 주변에 있는 마족들과 마물들을 상대하는 무혁 대장을 보며 생각에 잠겼다.

지구가 위험하다는 말을 해야 할지 아니면, 이대로 조용히 있을지 고민됐다.

인생의 대부분을 일루시안에서 보내기는 했지만, 지구는 자신들의 고향이었다.

“대충 처리가 다 됐군.”

무혁 대장이 순식간에 마족들을 처리하고 돌아왔다.

그의 얼굴을 다시 보자, 지금까지의 고민이 사라졌다.

스스로 무언가를 하기보다는 그에게 조언을 구하면 됐다.

“대장. 지구에 파이몬이 봉인의 구슬을 가지고 강림했습니다.”

다짜고짜 내뱉은 말에 무혁 대장이 고심하더니 이내 입을 열었다.

“지구에도 우리 13기동 타격대가 있다. 그들을 믿으면 된다. 우리는 우리가 할 일인 바알과 마족들을 일루시안에서 몰아내며 된다.”

“알겠습니다.”

무혁 대장의 말을 듣고 있자, 하유신의 얼굴이 스치고 지나갔다.

지구에는 마리도 있지만, 하유신이 가장 먼저 떠올랐다.

몇몇 동료들이 지구를 잠시 방문할 때마다 하유신의 근황을 전했다.

그 말들만 종합해보면 이제 하유신도 어엿한 13기동 타격대의 막내였다.

‘그래. 유신아 널 믿으마.’

건블레이드의 탄창을 갈아 끼우고는 무혁 대장을 쫓아갔다.

***

최후의 성벽은 인류가 가이아에게 능력을 받기 이전에 인간이 쌓아 올린 성벽이었다.

성벽의 두께는 10미터에 높이는 50미터가 넘는 어마어마한 성벽으로 인첸트 능력자들이 능력을 부여하기까지 했다.

“베네트릭님 자이언트 웜들이 다가오고 있습니다.”

부관의 말에 저 멀리서 먼지구름을 피우며 다가오는 마물들을 바라봤다.

“오늘 성벽이 무너질 수도 있겠어.”

아무리 최후의 성벽이라고 해도 저런 대형 마물을 막을 수는 없을 거다.

“아직도 연락되지 않나?”

“네. 인터넷, 무전, 통신구, 게이트까지 모든 수단이 막혔습니다.”

파발마를 보내서 이곳의 상황을 알리고 싶지만, 성벽을 둘러싸고 있는 마물 군단을 뚫을 능력자가 없었다.

“자이언트 웜의 공격에 모두 대비해라. 자이언트 웜이 성벽을 공격하는 순간, 몬스터들이 움직일 것이다.”

“알겠습니다.”

지금까지 성벽을 에워싼 몬스터들로부터 우리를 지켜온 최후의 성벽이 제발 자이언트 웜의 공격을 막아내기를 바랄 뿐이었다.

자신과 부하들이야 군인이기에 전쟁 중에 죽는 게 당연하지만, 이 안에는 전국 각지에 퍼져 있던 다수의 피난민이 있었다.

“어떻게 해서든 이번 고비도 넘겨야 해.”

스스로 의지를 다지고 있을 때였다.

매의 눈으로 자이언트 웜을 정찰하던 부하 중 한 명이 활기찬 목소리를 내뱉었다.

“베네트릭님 헌터들입니다. 헌터들이 지원 왔습니다.”“헌터들의 수는 어떻게 되지?”

내 물음에 부하가 헌터들을 유심히 바라보다가 울상을 지었다.

“천 명이 조금 넘습니다.”

천 명의 헌터.

분명 많은 수였지만, 상대는 거대 몬스터 자이언트 웜이었다.

저기에 있는 헌터들은 자이언트 웜을 발견하고, 이곳으로 오거나, 도망칠 줄 알았다.

그런데, 자이언트 웜을 발견한 헌터들이 득달같이 자이언트 웜에게 달려들었다.

“왜…?”

헌터들의 선두에 있던 자가 높게 뛰어올라, 자이언트 웜을 향해 수차례나 검을 휘둘렀다.

분명 그자의 검기가 자이언트 웜의 질긴 가죽을 뚫지 못하고 튕겨 나올 거라고 예상했지만, 검을 휘두를 때마다 자이언트 웜이 조각났다.

“저게 가능하다고?”

한 번도 생각해본 적 없었다.

마법도 원소력도 아닌 검으로 자이언트 웜을 조각내는 것을.

“아스본 레스넌입니다. 세계헌터협회 협회장 아스본 레스넌님이 우리를 구하러 왔습니다.”

전설이 왔다는 말에 희망이 샘솟았다.

그렇게 아스본 레스넌과 헌터들이 자이언트 웜을 상대할 때였다.

주위를 포진하고 있던 몬스터들이 최후의 성벽을 공격하기 시작했다.

“모두 다가오는 몬스터를 막아라. 성벽에서 떨어뜨려!”

급박한 외침에 성벽 위에 올라가 있던 부하들이 몬스터들을 향해 능력을 사용하기 시작했다.

“천사…?”

뜻 모를 말에 인상을 구기며 하늘을 바라봤다.

그곳에는 빛의 날개를 단 천사들이 이곳으로 향하고 있었다.

천사들은 몬스터들 위에서 배회하더니 몬스터들을 향해 신성 공격을 퍼부었다.

쾅쾅쾅

성벽을 오르던 몬스터들이 피곤죽이 되어 떨어지기 시작했다.

그때, 가장 강한 신성력을 가진 천사가 성벽 위에 안착했다.

신성 창조 – 신을 위한 신전

그녀가 내민 오른발을 시작으로 최후의 성벽을 감싸고도 남을 신성력이 퍼지더니, 이내 성벽 근처에 있는 몬스터까지 감쌌다.

‘신을 위한 신전’은 그렇게 최후의 성벽보다 높게 솟아났다.

이 신전이 우리를 지켜줄 것 같았는데, 신전에 잔금이 가더니 깨져나갔다.

“응?”

신전이 깨져나가서 허탈한 마음이 들어야 하는데, 지친 몸에 활력이 돌았다.

방금 자신이 본 신전이 환상이라고 생각할 때였다.

“베네트릭님 성벽 밑을 보십시오.”

“성벽 밑?”

고개를 내밀어서 아래를 바라보자, 놀랄 수밖에 없었다.

주위에 있던 몬스터들이 잠이라도 든 것처럼 모두 쓰러져 있었다.

“이게…대체…무슨?”

“몬스터들이 다 죽었습니다.”

만 단위가 넘는 몬스터가 한순간에 죽어 있다는 게 이해가 되지 않았다.

그래도 혹시 몰라 부하가 들고 있는 열감지기를 확인했지만, 몬스터들이 있던 주변이 빠르게 식어가는 게 보였다.

“기적…?”

놀라서 더는 말이 나오지도 않을 때였다.

기적을 일으킨 아름다운 천사가 내게 다가왔다.

“당신이 이곳의 책임자인가?”

“…네?”

질문에 제대로 대답하지 못하자, 천사가 인상을 구겼다.

그러자 정신이 번쩍 들었다.

자신들을 구해준 천사 앞에서 추태를 부린 걸 파악하고는 황급히 대답했다.

“네. 그렇습니다. 제가 여기 책임자인 베네트릭입니다.”

“나는 교황청의 총책임자 마리 엘렌시아라고 한다.”

“마리 엘렌시아…?”

어디서 들어본 것 같았지만, 곧바로 떠오르지 않았다.

그렇지만, 이내 앞에 있는 자가 누구인지 떠올랐다.

“최후의 성벽 관리자 베네트릭이 이 지구를 지켜주셨던 전설 중 한 명이 성녀님을 뵙습니다.”

“예의는 거기까지. 한시가 급하다. 베네트릭. 당신이 이곳의 관리자라고 하니 묻겠다. 혹시 이곳에 교황청의 검 하유신이 다녀갔나?”

“하유신이요? 아니요. 이곳에 오지 않았습니다.”

“그렇군.”

성녀가 미간을 찌푸릴 때였다.

반대편에서 거대한 먼지구름이 피어올랐다.

“저거 뭐지?”

“데스…데스 웜입니다!!”

부하의 보고에 모두가 놀랄 때였다.

아무리 전설들이 이곳에 두 명이나 있다고 하지만, 데스 웜은 차원이 다른 존재였다.

그때, 빠르게 다가오던 데스 웜이 먼지로 이루어진 버섯구름을 일으키더니 그대로 쓰러졌다.

“이게 어떻게 된 거지?”

알 수 없는 상황에서 놀라고 있을 때, 답은 성녀에게서 나왔다.

“빌어먹을 하유신. 이제야 얼굴을 비추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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