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나 빼고 먼치킨-293화 (293/300)

293화_대도깨비 아람(3)

중국 화산에서 사용한 뇌전강림보다 더욱 강한 힘을 쏟아부었다.

그런데, 그때와 달리 몸에 힘이 남아있었다.

“나 강해지기는 했구나.”

콰르르르릉 쾅 쾅

계속 쏟아지는 번개가 마족들을 괴롭혔다.

하급 마족들은 단 한 방에 재가 되었는데, 상급 마족은 다르긴 달랐다.

그들은 번개를 두 번 세 번 맞아도 버텼다.

뇌전강림이 아류이기도 했지만, 상급 마족의 신체는 단단했다.

“좋아. 어디 한 번 해보자.”

한 방에 안 죽으면, 죽게 만들면 됐다.

블레이드 샷(뇌전)

가지고 있는 모든 뇌 속성 원소력을 일검에 담아 하늘 위로 올려보냈다.

순간 주변이 더욱 어두워졌고, 내리치던 번개가 잠시 잠잠해졌다.

그 사이 전열을 가다듬은 마족들이 나를 매섭게 노려봤다.

“인간. 할 수 있는 모든 방법을 다 사용한 것 같으니 이제 뒈져라.”

“뭐래? 너나 뒤져.”

게슈타인의 손짓에 마족들이 다시 내게 쏟아지듯 몰려왔다.

나는 침을 꿀꺽 삼키며 다가오는 마족들을 피해 땅의 원소력까지 끌어올리며, 땅을 파헤쳤다.

그런 다음, 포스와 원소력 거기다가 태극의 힘과 미르까지 배치했다.

“제발 버텨라!”

혼자 끊임없이 되뇌었다.

그때, 자신이 만든 방어막을 마족들이 두들기고 있는 걸 보게 됐다.

저들은 모를 것이다.

내가 이렇게 방어적으로 나선 건 마족들이 무서워서 그런 게 아니라, 정말 무서운 놈이 오기 때문이라는 걸.

쿠르르릉

전조 현상으로 하늘이 울었지만, 마족들은 거리낌 없이 내 방어막을 두들겼다.

“너희가 잘 모르는 모양인데, 뭐 어쩔 수 없지. 모르면 당해야지.”

번쩍

방어막과 마족들 때문에 제대로 보이지 않았지만, 마족들 틈으로 눈이 멀어 버릴 것 같은 번개가 내리쳤다.

쾅 쾅 쾅

쉴 새 없이 떨어지던 번개로 인해 내 주위에 있던 마족들이 순식간에 쓰러지기 시작했다.

그렇게 약 십 분간 지속된 번개였고, 저번보다 강했지만, 내게는 타격이 없었다.

날 공격하기 위해 몰려있던 마족들이 방어막이 되어주었다.

“운이 좋은데.”

뇌전에 감전되어 죽은 상급 마족의 사체를 미르에게 먹게 하고 위로 올라오자, 재미난 광경이 펼쳐졌다.

정확히 절반의 마족이 사라져있었고, 그 남은 절반도 온전한 상태가 아니었다.

“잘하면 도망칠 수 있겠는데.”

아무리 아류였지만, 생각보다 강한 위력의 뇌신강림이었다.

여기서 마족들을 다 쓸어 버리고 싶었지만, 상처를 입었어도 상급 마족이 오백이나 남아있었다.

최대한 마족이 없는 곳을 향해 몸을 날리며 앞을 가로막는 마족을 베어냈다.

“뇌신의 힘을 쓰는 인간을 막아라.”

다른 누구보다, 최상급 마족인 게슈타인은 번개에 맞아 죽기를 바랐다.

그렇지만, 저렇게 멀쩡한 모습으로 명령을 내리고 있었다.

다친 다른 마족들은 게슈타인의 명령에 비척비척 자리에서 일어났다.

블레이드 샷(풍, 화) - 화염폭풍

아직 땅의 축복에 버프가 남아있어서, 더욱 보강된 위력의 공격이 마족들을 덮쳤다.

화염폭풍이 일직선으로 마족들을 뚫을 줄 알았다.

그런데, 고작 세 개체의 마족을 재로 만들고 사라질 뿐이었다.

유성 찌르기(풍)

쾌속으로 움직이는 찌르기는 마족의 팔뚝에 막혀 한 개체도 제대로 뚫어내지 못했다.

그동안 마족들이 부상을 일부 털어내고 내 주위로 몰려들었다.

오백이든 천이든 내게는 너무 버거운 숫자였던 거였다.

‘정말 이대로 죽는 건가?’

아직 치명상은 없지만, 다수의 상급 마족을 상대하다 보니 조금씩 상처가 늘어갔다.

뇌전강림을 다시 펼치고 싶어도 이미 소비된 원소력이 아직 회복되지 않았다.

절단검 – 가로베기

무엇이든 베어내는 절단검이 마족들을 베어내기는 했지만, 고작 두 개체를 완벽히 자르고, 세 번째 마족은 상처만 주고 힘을 다했다.

몸은 점점 지쳐가면서 각오를 다질 준비를 할 때가 됐다.

미르에게 언제든지 신호만 하면 날 삼킬 수 있게 했다.

“이런이런 더러운 족속들이 여기에 한가득이군요.”

“응?”

방금 들린 목소리에 시간이 멈춘 줄 알았다.

익숙하면서 반가운 말투에 고개를 들자, 그곳에 턱시도를 걸친 아람이 중절모와 지팡이를 들고 서 있었다.

“유신. 이 대도깨비인 아람의 마스터로서 너무 약한 거 아닙니까?”

“정말 아람이야?”

“이거 아무리 마스터라고 해도 이 상황에서 구출해주면 대가를 톡톡히 받아야겠는걸요.”“콜!!”

칠성검을 쉼 없이 휘두르며 크게 외쳤다.

아람은 내 목숨이 위험한 상황에서 중절모를 벗으며 최대한 예의 있게 인사했다.

“계약 성립입니다.”

솔직히 아무리 아람이 대도깨비가 되어서 돌아왔다고 하지만, 이 많은 상급 마족들을 다 상대하지는 못할 거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그 모든 것은 내 착각이었다.

“금 나와라. 뚝딱!”

지팡이를 휘두르자, 아람의 등 뒤에서 다섯 개나 되는 차원의 문이 열렸다.

크롸롸롸롸롸

첫 번째 차원의 문에서는 전설에서나 볼 수 있었던 용이 나타났고, 용이 꼬리를 한 번 휘두를 때마다 마족들이 쓸려나갔다.

삐이이익

두 번째 차원의 문에서는 온몸이 불로 이루어진 불사조가 나왔다.

불사조는 생긴 거와 다르게 입에서 불을 뿜어냈다.

쿠웅

세 번째 차원의 문에서 나온 거북이는 내 앞에 떨어져서는 마족들의 공격을 모두 튕겨냈다.

어흐응

네 번째 차원의 문에서는 백호가 튀어나오더니, 앞발로 상급 마족을 쳐내고, 입으로 물어서 던져 버렸다.

이렇게 되니 마지막 차원의 문이 기대됐고, 그곳에서 나온 것은 아기 크기만 한 도깨비들이었다.

도깨비들은 주변에 죽어 있는 상급 마족의 사체들을 챙겨서 다시 차원의 문으로 돌아갔다.

“어? 저건 내가 죽였는데…”

“이런이런 대가일 뿐입니다. 대가.”

어느새 내 옆으로 다가온 아람을 바라봤다.

아무리 최상급 마나석을 받아 갔다고 해도 본인 말로는 대도깨비가 되지 못한다고 했다.

그런데, 이렇게 자신의 옛 지휘를 찾아서 돌아올 줄 몰랐다.

“신수가 훤해졌는데?”

“유신은 완전 꾀죄죄하군요.”

간단한 인사말을 주고받은 후, 말없이 서로를 바라보다 너털웃음을 지었다.

“아람. 그동안 무슨 일이 있었던 거야?”

“말하면 깁니다. 일단 저놈들을 다 해결하고, 느긋해지면 그때 이야기하지요.”

아람이 지팡이를 치켜들고는 게슈타인에게 달려들었다.

지금까지 가만히 있던 게슈타인은 서늘한 눈빛으로 우리를 노려봤다.

“어디서 냄새나는 마족 따위가 그따위로 쳐다봐! 유신. 거기 그냥 있으십시오. 저놈은 제가 처리하겠습니다.”

아람은 대답도 듣지 않고 움직였다.

청염으로 화한 아람이 게슈타인과 부딪혔다.

그렇게 최상급 마족 게슈타인과 대도깨비 아람이 부딪히고 떨어지기를 반복했다.

마족과 싸우면서 이렇게 여유로웠던 적은 처음이었다.

“하~”

사신수가 상급 마족들과 싸우고, 최상급 마족인 게슈타인은 아람과 부딪히고 있었다.

물론, 하급 도깨비들이 죽은 상급 마족의 사체를 챙기는 게 조금 걸리지만, 저건 도깨비와의 대가였다.

그렇다고 가만히 있을 필요는 없었다.

땅의 축복이 걸어준 버프가 남아있는 동안 한 마리의 마족이라도 더 상대해야 했다.

칠성검을 고쳐잡고, 오비탈 블레이드를 일으켜서는 상급 마족에게 달려들며 기합을 내질렀다.

“하압!!”

오비탈 블레이드가 사신수 때문에 방심한 마족의 몸을 갈랐다.

그 상태에서 중단세 자세를 취한 후, 상급 마족들이 몰려있는 곳으로 몸을 날렸다.

유성 찌르기

상급 마족의 몸을 꿰뚫은 후, 그 상태에서 사방으로 오러를 날렸다.

마구잡이로 날린 오러여서, 상급 마족들을 처치할 수는 없었지만, 귀찮게는 할 수 있었다.

상급 마족 입장에서는 평소에 손쉽게 피하거나 파훼할 수 있는 오러였지만, 사신수를 상대하고 있어서 여간 성가실 수밖에 없을 거다.

“인간!!”

그때 주변에 있던 다섯 개체의 상급 마족이 내게 달려들었다.

이들은 사신수 때문에 잊고 있는 게 있었다.

예전이라면 모르겠지만, 다섯 개체 정도야 충분히 상대할 수 있었다.

그렇기에 오비탈 블레이드 위로 절단검의 비기를 섞어서 그대로 상급 마족에게 휘둘렀다.

서걱

오비탈 블레이드 자체가 상급 마족에게 타격을 줄 수는 있었다.

절단검은 발동이 까다로웠고, 많이 사용할 수 없었지만, 상급 마족까지 무난하게 잘라낼 수 있었다.

그 둘을 섞자, 예상보다 더욱 예리한 검이 되었다.

“그래. 내가 숫자에 밀렸지. 너희한테 밀린 적은 없어.”

상급 마족의 공격을 막을 필요도 없었다.

손으로 공격하면 손을, 검으로 공격하면 검 자체를 베어내며, 마족들을 갈라버렸다.

그렇게 순간적으로 다섯 개체를 상대한 후, 자신만만한 상태에서 다른 마족들에게 달려들려고 할 때였다.

사라라락

땅의 축복이 준 버프가 풀렸다.

거인들을 순간이동 시킨 후에 땅의 축복을 충전하지 않아서 예상보다 버프가 짧았다.

여기서 더 싸울 수 있지만, 일단은 뒤로 물러났다.

동료를 믿는 것도 필요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지쳤다.

뇌전의 원소력은 이미 텅텅 비었고, 다른 원소력도 바닥을 보이기 시작했다.

“가장 힘든 건. 정신력이지.”

절단검도 절단검이지만, 버프가 풀리면서 급격한 피로도가 몰려왔다.

그래도 아직 포스가 남아있어서 쓰러지지 않고 버틸 수 있었다.

눈이 감겨 왔지만, 포스와 조금이라도 남은 원소력으로 각기 태극을 돌려서 부딪히게 했다.

태극의 격돌로 몸에 활기가 샘 솟게 해서 조금이라도 정신을 일깨웠다.

그런 다음, 전장을 훑어봤다.

크르르르

백호가 마지막 남은 상급 마족의 얼굴을 앞발로 후려쳐서 터트리는 것으로 상급 마족은 전멸했다.

“이런이런 더러운 마족이 끝까지 귀찮게 하네.”

아람의 목소리에 고개를 돌리니, 청염으로 불타오르는 게슈타인이 파괴광선을 뿜어내려고 마기를 모았다.

그렇지만, 아람이 지팡이를 들어서 자연스럽게 게슈타인의 심장을 찔러넣었다.

푸욱

파괴광선의 힘이 서서히 줄어들었고, 게슈타인의 고개가 앞으로 꺾였다.

아람은 무심히 지팡이를 뽑았고, 이내 게슈타인은 아래로 떨어졌다.

그 모습을 끝까지 지켜본 후, 아람을 향해 씨익 미소를 지어주고, 나 또한 앞으로 고꾸라졌다.

포옥

땅바닥에 그대로 넘어질 줄 알았는데, 포근한 게 날 받아줬다.

이대로 잠이 들고 싶었는데, 포근한 무언가에게서 따뜻한 힘이 내게 전달됐다.

그러자, 몸에 활력이 돌면서 정신적인 피로도가 풀려서 슬쩍 눈을 떴다.

흰 털에 검은 줄이 그어진 백호였다.

“백호?”

“나는 저 위대한 사신수 백호님의 분신이다. 네가 알고 있는 백호님과 같으면서 다른 존재지.”

“아…”

차원의 수호자 백호님이 지구를 위해서 분신을 내려준 거였다.

그때, 내 주위로 몸체를 줄인 청룡과 주작 그리고 현무도 다가왔다.

“네가 하유신이군.”

“도깨비를 어떻게 부하로 만들었지?”

“호감.”

사신수들이 한마디씩 거들었지만, 대답도 대답이지만 지금은 다른 게 중요했다.

백호의 품에서 일어난 후, 한 걸음 뒤로 물러난 다음 허리를 숙였다.

“절 살려주셔서 감사합니다.”

“하유신. 번지수를 잘못 찾았습니다. 당신의 목숨을 살린 건 다름 아닌 대도깨비인 아람. 바로 저입니다.”

“그래. 아람 너도 고맙다.”

“흥! 말로만.”

아람은 그렇게 말하면서 입가가 실룩 실룩 위로 솟구쳤다.

“우리는 계약으로 인해 지구에 오래 머물 수 없단다. 차후에 마족이 나타나면, 그때 다시 불러주면 될 것이다. 그럼 이만.”

백호는 말을 끝내고 차원의 문으로 다시 들어갔고, 그 뒤를 청룡과 주작. 마지막으로 현무가 들어갔다.

그렇게 사신수가 돌아가자, 아람과 마주할 수 있었다.

“아람. 돌아와서 반가워.”

“유신. 제가 말했지요. 다시 돌아온다고. 그러니 홀로 모든 걸 짊어질 필요는 없습니다.”

아람의 말이 든든하게 들렸다.

그렇지만, 방금 상급 마족을 때려잡은 사신수들의 분신이 강하다는 건 알고 있지만, 그들도 마족을 상대하면서 상처를 입을 수밖에 없었다.

마왕이 얼마나 강한지 모르겠지만, 그들과 함께 하더라도 이길 수 있을지 없을지 장담할 수 없었다.

일단은 속마음을 겉으로 표현하지 않고, 그저 아람 앞에서 미소를 지었다.

***

“게슈타인이 죽었다.”

“네?”

앞에 있는 시리 시온의 되물음에 기분이 나빠져 그대로 발을 뻗어서 차버렸다.

멀리 날아간 시리 시온은 입에서 피를 흘리면서 다가와 무릎을 꿇었다.

“죄송합니다.”

기분도 나쁜데, 그냥 죽여버리고, 마기를 흡수하려고 했는데, 좋은 생각이 떠올랐다.

“안 되겠다. 지금 지구에 있는 72악마의 제단을 모두 모아와라. 새로운 동료를 불러야겠다.”

“아.알겠습니다.”

평소라면 이 정도까지 하지 않았을 거였고, 다른 악마들에게 공을 나눠줄 일은 없을 거였다.

그렇지만, 반마족 시리 시온의 일 처리는 너무나 부족했고, 바알의 신신당부가 있었다.

아직 2만 9천에 달하는 마족이 있지만, 변수는 없는 게 좋았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