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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빼고 먼치킨-282화 (282/300)

282화_정대원으로 가는 길(1)

앤드류와 함께 아마존 깊숙한 곳에 위치한 집에 도착했다.

도착과 동시에 앤드류를 소파에 눕혔다.

“폐인이 됐어.”

앤드류는 멍한 눈으로 천장만 바라보고 있었다.

“저렇게 나약한 놈이 파이몬님의 육체가 될 거라니…”

보통 마왕에 적합한 인물들은 강한 힘과 굳건한 정신력을 가지고 있었다.

그래야지, 마왕이 강림할 때, 버틸 수 있기 때문이었다.

“이제 그만 정신을 차릴 시간이다.”

손가락 끝에 마기를 모아서는 앤드류의 머리를 향해 쏘았다.

이마에 부딪힌 마기가 앤드류에게 천천히 흡수됐다.

얼마 지나지 않아서 앤드류는 멍한 눈빛에서 번쩍 눈을 뜨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하유신!!”

앤드류가 괴성을 내지르자 집이 흔들렸다.

그에게 다가간 후, 뺨을 올려쳤다.

한 대 맞은 앤드류는 살기 가득한 눈빛으로 나를 바라봤다.

“정신 차려라.”

마기를 내뿜어서 앤드류를 압박하자, 그는 저항했다.

아무리 앤드류가 마왕의 강림에 필요한 육체를 가졌다고 하지만, 아직 나에게는 부족했다.

“같은 편끼리 싸우자는 거냐?”

내 말에 앤드류는 인상을 쓰더니 살기를 없앴고, 그에 맞춰 압박을 천천히 풀었다.

“지금 우리끼리 싸워봤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

“여긴 어디지?”

“우리의 안식처 중 하나지.”

주위를 둘러보던 앤드류가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

“루이스는?”

“루이스는 죽었다.”

“죽어?”

“그래. 하유신에게 죽었지.”

앤드류가 이를 갈더니 다짐한 듯 외쳤다.

“지금 당장 파이몬님의 제단을 준비해라. 소환의식을 진행하겠다.”

“그 짧은 사이 정신이 날아갔군. 잘 들어라 앤드류. 제단은 사라졌다. 정확히는 하유신이 부쉈지.”

“그놈의 하유신. 하유신! 하유신!!!”

“제단을 다시 만들 수는 없지만, 루나가 하유신을 마족으로 만들어서 곧 데리고 올 거다. 그를 제물로 사용해 새로운 마왕을 만든 후에 파이몬님의 제단을 재건해야 한다.”

“하유신이 마족이 된다고? 그러면 내가 찢어 죽여 버릴 거다.”

이런 멍청한 놈한테 루이스가 심혈을 기울였다는 게 짜증이 솟구쳤다.

그때, 몸에 탈력감이 들면서, 강한 두통이 몰려왔고, 자신의 일부가 사라진 걸 느끼게 됐다.

이 감각은 루나의 소멸을 뜻했다.

혹시나 하는 생각에 마기를 일으켜서 루나에게 소통을 시도했다.

“루나.”

아무리 역소환이 되어도, 자신의 부름에는 답할 수 있는 게 루나인데, 아무런 답이 없는 걸 보니 소멸이 확실했다.

“분명 아무런 힘도 없었는데. 설마…힘을 숨기고 있었다고?”

“대체 혼자 무슨 말이야?”

앤드류의 질문을 무시하고, 생각에 빠졌다.

죽은 루이스에게 듣기로 하유신은 닫힌 게이트를 열 수 있는 마도구가 있다고 했다.

재빨리 자리에서 일어나 중요한 물건들을 아공간에 쓸어 담듯 챙겨 넣었다.

“대답해라. 갑자기 짐은 왜 싸는 거야?”

“떠나야 해. 이제 곧 이곳이 발각될 거야.”

“발각되어봤자, 오는 족족 다 죽여 버리면 된다.”

“이길 수는 있고?”

내 말에 앤드류의 얼굴이 사정없이 구겨졌지만, 부정하지는 않았다.

필요한 짐을 다 챙기고 주변을 둘러봤다.

연인이었던 탐 탄테오와 친구 베드 미다스와의 추억이 깃든 장소를 떠나려고 하니 화가 났다.

그렇다고 언제까지 추억에 잠겨 있을 수는 없었다.

“탐의 말대로 피해를 각오하고서라도 하유신을 없애어야 했어.”

실수를 인정하고 게이트를 열려고 할 때, 두통이 몰려왔다.

자신과 연결된 최상급 마족들이 사라졌다는 거였다.

아무리 하유신이 강하다고 해도 루나를 죽이고 이렇게 순식간에 최상급 마족을 없앤다?

‘절대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아.’

마리 엘렌시아라면 몇 마리 정도는 죽일 수 있었겠지만, 이렇게 순식간에 전멸시킬 수는 없었다.

그렇다면, 이 모든 건 13기동 타격대의 짓이 분명했다.

우리가 모르는 사이에 13기동 타격대의 인원이 지구에 들어온 것이다.

돌아가서 확인해보고 싶지만, 정말 일루시안에 있어야 할 13기동 타격대라면, 호기심에 목숨을 거는 것과 마찬가지다.

“빠르게 움직일 거다. 잘 따라와.”

앤드류는 아무런 말 없이 고개만 끄덕였다.

우선 게이트를 열고는 그 안으로 앤드류와 함께 들어갔다.

“따라와라.”

꽤 멀리까지 직접 움직이고는 다시 게이트를 열었다.

평소라면 이렇게 귀찮게 움직일 필요가 없지만, 지금은 꽤 복잡하게 이동해야 했다.

‘정말 13기동 타격대라면 이것도 부족해.’

그렇게 총 열다섯 번을 게이트로 이동한 후에 목표 지점에 도착했다.

“여기까지 올 줄이야.”

생각보다 멀리 왔지만, 이곳에 도착하고 나서야 안도의 한숨이 나왔다.

“여기가 마지막 장소다.”

앞에 보이는 동굴로 들어갔다.

그동안 앤드류는 어떤 불평도 내뱉지 않고, 계속 따라왔다.

깊은 동굴 속으로 계속 이동하다 보니, 거대한 공동에 도착했다.

공동에 들어선 이후, 마신석을 꺼낸 다음에 복합 문양에 맞게 배치했다.

마기가 공동에 가득 들어차니, 끝에 있던 거대한 바위가 무너지듯이 내려앉았다.

바위 뒤에는 커다란 제단이 하나 있었다.

“제단? 아직 파이몬님의 제단이 있는 거야?”

“미안하지만, 저건 파이몬님의 제단이 아니다. 구시온의 제단이지.”

“그럼 이제 내가 파이몬님의 소환의식을 거행하면 되는 거냐?”

“아니. 문양을 바꿔야 한다. 일단 될지는 모르겠지만, 해봐야지.”

앤드류는 파이몬의 강림에 맞게 개조되었다.

그렇지만, 파이몬의 제단은 부서졌고, 다른 방법으로 구시온의 제단 문양을 바꾼 후, 파이몬을 소환하는 거였다.

“파이몬님이 인정해주셔야 하는데…”

이 상황을 역전하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이 도박해야 했다.

아공간을 열어서 모든 마신석을 꺼냈다.

그런 다음, 마신석에 있는 마족의 기운을 뭉치고 뭉쳐서는 제단에 있는 구시온의 문양을 지우고, 파이몬의 문양으로 바꿨다.

“앤드류. 제단 위에 누워라.”

앤드류는 딱히 거부감을 가지지 않고, 제단에 누운 다음에 입을 열었다.

“하나만 묻지.”

“뭐냐?”

“파이몬님이 소환되면, 나는 정말 더 강해져서 전설들과 하유신을 죽일 수 있냐?”

“그렇다. 그러니 의심하지 말아라.”

“알았다.”

가지고 있는 모든 마기를 사용해서 제단을 움직였다.

이제 짧게는 일주일 길게는 한 달 안에 소환의식이 끝날 거다.

파이몬님이 많은 문제점을 수긍하고 소환의식에 응하면, 드디어 원하는 결과를 얻게 된다.

그리고 앤드류도 강한 힘을 얻게 된다.

단지, 지금 그의 육체에 파이몬님이 스며들고, 영혼은 파이몬님께 흡수되니 거짓말을 하지는 않았다.

***

“휴~ 할 수 있는 건 대부분 다 할 것 같군.”

“성녀님 고생 많으셨습니다.”

“아니에요. 여러분들이 더 고생이 많았죠.”

주위에 있는 교황청 치료사들은 눈이 퀭하게 들어가고, 모두 지쳐있었다.

‘성녀의 축복 받은 포션’을 시작으로 할 수 있는 모든 포션과 회복 마법을 퍼부었다.

그렇다고 유신의 몸이 멀쩡한 것은 아니었다.

“일단 깨어나야 더 확인할 수 있을 것 같네요.”

“일단 모두 쉬어요.”

“알겠습니다.”

혹시 모를 상황에 대비해서 최소한의 치료사만 남기고 모두 각자의 방으로 돌아갔다.

그렇게 치료실 방을 나서니, 전설들이 자신을 기다리고 있었다.

“유신은? 하유신은 괜찮나?”

“갑자기 인체발화라니?”

“깨어났나?”

이 자리에 있는 모든 이들이 한마디씩만 해도 질문이 끝이 없을 것 같아서 손을 들어서 질문을 막았다.

“지금 위험한 것은 넘어갔습니다.”

“그럼 깨어난 건가?”

“노사님. 아직 깨어나지는 못했습니다.”

“대체 그 힘은 무엇이기에?”

대충 예상은 됐지만, 자신도 정확히 알지는 못했다.

그렇다고 이들에게 묻는다고 달라지는 건 없었다.

“그건 제가 더 알아본 후에 차차 설명해 드리겠습니다. 그래도 인체발화가 일어나자마자 바로 응급처치하고 치료해서 다행입니다. 조금만 늦었으면, 죽었을 수도 있었습니다.”

“내가 유신에 대해서 좀 봐도 되겠나?”

에반 히스터의 말에 고개를 가로저었다.

“지금은 절대 안정을 취해야 하니, 나중에 확인해.”

“알았어.”

그렇게 전설들을 돌려보내고 나자, 제이미 레스넌과 쟌 아르켄시스가 치료실 앞에 그대로 서 있었다.

“지금 유신은 면회가 불가능하단다.”

“알고 있습니다. 단지 병간호라도 하고 싶어서…”

“제이미 레스넌. 네 마음은 알겠지만, 지금은 전문 치료가 필요하단다. 나중에 손이 필요하면 그때 도움을 요청하마. 쟌 아르켄시스. 너도.”

그 둘은 뭔가 더 말하고 싶었지만, 이내 아랫입술을 질겅질겅 씹다가 고개를 푹 숙였다.

“알겠습니다. 성녀님의 말에 따르겠습니다.”

“네. 그렇게 하겠습니다.”

그녀들은 대답을 끝내고, 돌아갔다.

그렇게 모두 돌아가자, 유신이 이렇게 쓰러진 것에 대한 해답을 해줄 수 있는 사람과 연락하기 위해 교황청 게이트 관리소로 향했다.

“성녀님. 오셨습니까? 무슨 일이신지?”

“라스베이거스로 보내줘.”

“알겠습니다.”

미켈 모르네는 얼마 지나지 않아서 게이트를 열었고, 그 안으로 들어갔다.

그렇게 도착한 다음, 여러 절차를 거쳐서 일루시안의 통로 앞에 서게 됐다.

깊게 숨을 내쉰 후에 차원문으로 발을 내디뎠다.

“누구냐? 성녀님?!”

차원문을 지키던 엘프가 날 알아보고는 겨냥했던 무기를 내려놨다.

“보급일도 아닌데 어쩐 일이십니까?”

“대장과 연락할 수 있는 수단을 가지고 와주세요.”

“네?”

“김무혁 대장과 연락할 수단이요. 어서요.”

“아…알겠습니다.”

주위를 지키던 엘프 중 한 명이 서둘러 밖으로 나갔다가 수정구를 하나 들고 돌아왔다.

엘프는 그 수정구를 내 앞에 놓더니, 일루시안의 마나를 넣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서 수정구에는 무혁 대장의 얼굴이 보였다.

[마리? 무슨 일이지?]

“대장께 물어보고 싶은 게 있어서요.”

[내게? 뭐지?]

“어제 있었던 일인데요…….”

자신이 직접 본 일들을 전혀 과장을 보태지 않고 객관적으로 설명했다.

그 설명을 다 들은 무혁 대장은 턱을 쓰다듬더니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

“대장이라면, 유신에게 무슨 일이 생긴 것인지 알 수 있나요?”

[자신에게 맞지 않는 힘을 쓰게 돼서 그런 거야.]

“자신에게 맞지 않는 힘이요?”

[그래. 자세한 것은 내가 유신에게 직접 설명하겠다. 다행히 근처라서 며칠 안으로 그곳으로 가겠다. 그러니 지구 시간으로 하루 안에 유신을 이쪽으로 데리고 와라. 지금 일루시안을 떠날 수 없는 상황이다.]

“알겠습니다.”

[그럼. 그때 보도록.]

수정구의 통신이 끊어졌다.

엘프에게 수정구를 돌려주고는 그대로 차원문을 넘어섰다.

일루시안에는 지구의 신성력이 없어서 답답했는데, 지구에 돌아오니 충만한 신성력에 기분이 좋아졌다.

“이럴 시간이 없어.”

지구와 일루시안의 시간은 다르게 흐른다.

최대한 빠르게 교황청으로 돌아간 후, 유신이 있는 치료실에 도착했다.

그리고 문을 열었을 때, 유신이 깨어나 있었다.

“어? 마리 선배.”

“넌 정말…”

깨어난 것에 대한 안도감이 들었지만, 그것도 잠시였다.

자세히 보니, 유신의 몸이 잘게 떨리고 있었다.

신성력으로 유신의 몸을 어루만지자, 유신은 아주 잠깐 떨림을 멈췄을 뿐이고, 힐이 끝나자, 다시 서서히 떨렸다.

“너 아직 회복되지 않았구나.”

“헤헤~ 어떻게 아셨어요?”

“일어설 수는 있어?”

“당연하죠.”

유신은 말과 함께 자리에서 일어났다.

서 있는 꼴을 보니, 억지로 버티는 것 같았지만, 내색하지 않았다.

“갈 데가 있어. 가자.”

“어딘데요?”

“일단 따라와라.”

“넵.”

그렇게 유신을 데리고 최대한 빨리 일루시안의 차원문 앞에 도착했다.

유신은 차원문을 바라보더니, 감격에 젖은 눈빛을 보였다.

“뭐해? 들어가자.”

“제가 일루시안으로 가는 건가요?”

“응. 그래. 시간 없으니 빨리 가자.”

“네.”

깊게 숨을 내쉰 유신이 일루시안의 차원문에 발을 내디뎠다.

차원문 안으로 사라진 유신을 보고 곧바로 차원문으로 뛰어들었다.

“어?”

고작 유신과 10초 정도 떨어져 있었다.

그런데, 일루시안에 먼저 도착한 유신이 한 명의 엘프의 목에 오러를 겨누며 외치고 있었다.

“더 다가오면, 이 자의 목숨은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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