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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빼고 먼치킨-280화 (280/300)

280화_초월자(5)

솔직히 미르가 막힐 때는 놀랐다.

미르는 전설급에 비해서 속도가 늦지만, 적재적소에 사용하면 언제나 큰 힘이 되었는데, 오늘만 벌써 몇 번이나 막혔다.

‘그에 반해 앤드류가 멍청했던 거지.’

전체적인 능력은 꽤 강하지만, 아직도 자신의 힘을 제대로 사용하지 못했다.

“우리가 이 의식을 얼마나 고대했는데… 감히 그걸 망쳐?!”

루이스가 그림자들 사이에서 버럭 외쳤다.

그제야 정신을 차리고 그림자들을 둘러봤다.

전설들의 외형과 함께 그들의 기술을 따라 하는 그림자들.

하나하나가 정말 무시 못 할 위력을 선보였다.

그렇지만…

“분석이 끝났다고 했잖아.”

“분석? 말로만 떠드는 건 허세에 불과할 뿐이지.”

“잘 들어. 형상과 기술을 따라 한다고 전설은 아니지.”

포스를 일으켜서 벽에 박힌 몸을 빼냈다.

“허세가 넘쳐흐르는구나.”

“허세가 아니라 사실을 말한 거지.”

“그 두 눈이 뽑히고, 온몸이 자근자근 박살 나도 그딴 소리를 할 수 있는지 두고 보마.”

“그건 내가 할 말이지.”

그때 리암의 불꽃이 내게 덮쳐왔다.

예전이야, 이 불꽃이 무시무시했지만, 진정한 리암의 불에는 미치지 못했다.

얼음벽이 솟아올라 불꽃을 막았다.

순식간에 수증기가 가득 찼고, 얼음벽이 깨지며 크리스의 거대 주먹이 다가왔다.

크리스는 이제 공격할 때 몸집을 크게 하지 않는다.

근육을 압축하고 압축해서, 일점에 모든 힘을 담는다.

그렇지만, 그림자는 예전 크리스처럼 덩치만 부풀릴 뿐이다.

세로베기

거대 주먹을 가르며 그림자들에게 다가갔다.

그때, 아스본 레스넌의 대검이 내 얼굴을 향해 찔러 들어왔다.

카피 마스터 아스본 레스넌의 검격은 이렇게 무식하지 않다.

그는 완벽한 자기관리와 컨트롤로 남들의 기술을 사용하기에 카피 마스터로 불리는 거다.

세로베기 역 – 올려치기

튕겨 나간 아스본 레스넌의 뒤로 로저 시거의 거검이 들어왔다.

세상 사람들이 아는 가장 많은 포스를 지닌 인물이자 용병왕.

그 많은 포스를 사용해 폭발적인 힘을 쓰는 게 로저 시거였다.

그에 반해 상대는 과장된 모습이었다.

기간틱 블레이드

콰아아앙

힘과 힘에 대결에서 로저 시거의 그림자가 연달아 뒤로 물러났다.

아까와는 다르게 내가 그림자들에게 우세하자, 루이스의 당황스러운 표정이 보였다.

“그림자들은 전설이 아니야. 그저 전설들을 따라 하는 것이 전부일 뿐이지.”

내 말에 루이스는 제단을 부쉈을 때보다 더욱 강한 살기가 피어 올렸다.

“까드득. 하유신. 널 절대 그냥 두지 않겠다.”

지팡이를 내리치는 그의 모습에 자동으로 중단세 자세를 취하고는 그대로 검을 찔러넣었다.

이자벨 로메의 방패가 검을 막았고, 에반 히스터의 마법이 다가왔다.

“따라 하는 것도 정도 것이지!”

양손으로 칠성검을 잡고 오비탈 블레이드를 생성해서 한차례 검을 휘둘러, 이자벨 로메의 방패를 옆으로 튕기고, 에반 히스터의 마법을 갈랐다.

벨라가 무언가를 하려고 했지만, 애써 무시하고는 오비탈 블레이드 위로 순수한 원소력을 덮어 씌우고는 그대로 휘둘렀다.

가로베기

그림자들의 상하체가 갈라졌고, 기가 죽어 있던 미르가 빠르게 빠져나와서는 앞에 있는 이자벨 로메를 흡수했다.

그렇지만, 그림자들은 엉겨 붙듯 다시 몸을 합치기 시작했다.

“당연히 가짜가 진짜가 될 수는 없지.”

연속으로 검을 휘둘러서 그림자들을 더욱 잘게 쪼갰다.

“진짜 전설들은 지금도 발전하거든.”

쪼개진 그림자들을 미르에게 맡기고 루이스에게 다가갔다.

“이만 끝내자, 위에 있는 멍청한 앤드류도 처리해야 하거든.”

살기 가득한 시선으로 날 바라보던 루이스가 곱씹듯 말했다.

“그건 두고 볼 일이지.”

오늘은 정말 미르의 활약이 미약했다.

그림자들에게 튕겨 난 미르를 회수하고는 뒤를 돌아봤다.

그곳에는 전설들의 모습이 엉망이 된 채 커다란 몸 하나에 섞인 채 서 있었다.

유성 찌르기

순간 폭발력으로 그림자들을 꿰뚫고 지나쳤다.

그런 다음, 몸을 다시 돌려서 그림자와 루이스를 바라봤다.

그림자는 커다란 구멍이 뚫린 채 앞으로 고꾸라졌다.

넘어지는 소리가 들리지 않았다.

그저 땅에 닿자마자 루이스에게 흡수됐다.

“하유신. 네가 이렇게 크기 전에 없애야 했는데, 지금까지 방만했어.”

“조금 더 방만해도 돼.”

“이제는 그럴 수 없지.”

루이스가 자신의 지팡이를 바닥에 꽂아 넣었다.

그러자 지팡이를 시작으로 그림자가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곧바로 연달아 검을 찔러 넣었지만, 그림자에 검이 막혔다.

약간 뒤로 물러나서 중단세를 취하려고 할 때였다.

솟아난 그림자들이 루이스의 몸에 덕지덕지 붙었다.

“얼룩소가 되고 싶었던 거야?”

“죽은 이후에도 그 입만 둥둥 뜨는지 확인하고 싶군.”

루이스를 중심으로 그림자의 회오리가 쳤고, 회오리가 멈췄을 때는 나와 똑같이 생긴 그림자가 있었다.

“지금 날 따라 한 거야?”

“따라 한 게 아니라, 네가 된 거지.”

“그게 따라 했다는 거야.”

“죽일 놈!!”

칠성검을 들어서 중단세를 취하자, 그림자도 똑같은 자세를 취했다.

날 따라하겠다는 건데, 그건 한참 잘못 생각한 거였다.

뻗어 나간 유성 찌르기가 서로에게 다가갈 때, 동체시력을 이용해, 검끝이 서로 부딪히게 했다.

쩌엉

서로의 검끝에서 부딪힌 충격파가 공간을 울렸다.

그 상태에서 몸을 회전하며, 검을 연달아 휘둘렀다.

챙챙챙

검이 서로 부딪히면서 맑은 검명을 토해냈다.

“오랜만에 이렇게 싸우니 정말 좋기는 한데, 바빠서 이만 마무리 짓자.”

“그 자신만만함이 언제까지 가는지 두고 보자.”

“이제 끝이야.”

처음 검 끝이 부딪힐 때 알았다.

루이스는 절대 내가 될 수 없고, 따라 하는 것에 한계가 있다는 것을.

그걸 확실히 알려주기 위해 검을 앞으로 찔러넣었다.

또다시 서로의 검 끝이 부딪혔지만, 처음과는 달랐다.

촤아아악

칠성검의 날카로움이 그림자로 이루어진 검을 가르고는 그대로 치켜들어서 팔을 통째로 날렸다.

“크으윽…”

뒤로 물러나는 그림자에게 다가가며 그대로 쉴 새 없이 검을 휘둘렀다.

가로 베기, 세로 베기, 연달아 찌르기 등 무작정 휘둘렀다.

규칙성도 없고 그냥 본능에 이끌려서 검을 움직였고, 칠성검의 마지막 종착점은 루이스의 가슴 한가운데였다.

“크헉…”

루이스의 신음과 함께 그를 덮고 있던 그림자가 무너지듯 사라졌다.

“어…어떻게 이길 수…있었지?”

“나는 이미 날 한 번 이겼거든.”

“그게 무슨…?”

“평소라면 그 말에 대답해주겠지만, 지금은 바빠서 말이야.”

가슴에 박힌 검을 빼내자, 피가 쏟아졌고, 그 피가 바닥에 떨어지기 전에 루이스의 목을 날렸다.

지구와 인간들을 괴롭힌 마족 숭배자 장로의 최후에 걸맞는 초라한 죽음이었다.

이제 앤드류를 잡으러 갈 시간이다.

그대로 바닥을 박차고는 위로 솟구쳤다.

거기에는 앤드류가 어떤 여인과 함께하고 있었다.

“시리 시온?”

“날 아나? 아니 이런 질문 자체가 잘못됐군.”

“그렇죠. 옛날에는 지구를 지키는 전설이었고, 지금은 지구를 해하는 마족 숭배자의 장로니까요.”

“아주 자세히 아는구나. 네가 하유신?”

“네.”

아까 버프를 사용해서 지금은 땅의 축복이 주는 버프를 할 수 없었다.

땅의 축복이 빠르게 회복하고 있다지만, 아직 한참 모자랐다.

이대로 시리 시온과 맞붙으면 이길 수 있을까?

아무리 생각해봐도 불가능에 가깝다는 생각만 들 뿐이었다.

‘그렇다고 이대로 물러나는 것도 말이 안 되지.’

어떻게 해서든 저들을 이 자리에서 끝장내야 했다.

중단세 자세를 취한 후, 모든 힘을 칠성검에 집중하고 있을 때였다.

“그만하지?”

“뭘 그만하라는 겁니까?”

“검을 휘두르는 순간 더는 나도 봐줄 수 없어. 지금까지 많이 참았거든.”

“참아요?”

“그래. 내 친구 베드 미다스를 죽이고, 나의 연인 탐 탄테오를 죽게 일조한 너를 공격하지 않는 게 내가 참고 있다는 방증이지.”

내가 칠성검을 꽉 쥐자, 시리 시온이 미간을 찌푸렸다.

“정말 끝까지 하고 싶은 거니? 난 앤드류를 데리고 떠나기만 하면 돼.”

“오늘 여기서 마무리를 지을 겁니다.”

절단검 – 찌르기

검을 앞으로 천천히 찔러 넣었다.

그때 시리 시온 앞에 마신석이 솟구쳤다.

콰앙

마신석이 깨져나갔고, 마기 섞인 액체가 뿜어졌다.

액체인 거 보니, 최소 상급 마족이었다.

그렇지만, 지금은 저것에 신경 쓸 겨를이 없었다.

발을 움직이고는 칠성검에 뇌전의 힘을 일으켜서 시리 시온에게 찔러 넣었다.

콰르릉

번개가 떨어졌지만, 시리 시온의 손짓에 뇌전이 애꿎은 바닥에 내리쳐졌다.

그렇게 칠성검으로 시리 시온과 무의미한 격돌을 하면서 슬금슬금 앤드류 쪽으로 움직였다.

‘미르 준비해.’

오비탈 블레이드로 시리 시온을 뒤로 물러나게 한 후, 몸을 돌려서 겁에 질려 있는 앤드류에게 검을 휘둘렀다.

오비탈 블레이드 – 탄

시리 시온의 손짓에 깨진 마신석에서 나온 상급 마족이 대신 공격에 적중되고는 흩어졌다.

그때 앤드류에게 슬라이딩하듯 미끄러져서는 왼손을 앞으로 뻗었다.

“지금!”

준비하고 있던 미르가 커다란 입을 벌려서 앤드류를 삼키려고 했다.

분명 내 뒤에 있었는데, 어느새 다가온 시리 시온의 강격이 내 옆구리를 가격했다.

내 몸은 반대편까지 날아갔고, 나와 연결된 미르는 앤드류를 먹지 못하고 허공을 삼켰다.

“꽤. 강하시네요. 옆구리가 얼얼해요.”

“마족은 전투 종족에 어울리는 최강의 신체거든. 왜? 관심 있으면 말해. 너라면 내가 특별히 신경 써서 앤드류와 같은 최상급 마족으로 만들어줄 수 있어.”

“머리에 뿔이 달리고, 박쥐의 날개를 가지고 싶은 생각은 없습니다.”

“아까워. 그렇지만, 우리 편이 되지 못한다면, 어쩔 수 없지. 이제 제대로 상대해주마.”

말을 끝낸 시리 시온이 수십 수백 개의 마신석을 꺼내서 주위에 띄웠다.

“베드 미다스는 지구 최고의 드루이드였고, 탐 탄테오는 최강의 에고 제작자여서 전설이 될 수 있었단다. 그리고 나는 정령술사란다. 우리가 왜 지구와 이곳의 사람들을 배신한 지 아니?”

전부터 궁금했었다.

원한다면 모든 부귀영화를 손에 쥘 수 있는 이들이 왜 배신을 한 걸까?

“알려주실 건가요?”

“못 알려줄 건 없지. 하지만, 지금은 아니야. 그 이유를 알고 싶으면, 마족이 되면 된단다.”

더는 들을 필요가 없기에 그대로 검을 들어서 중단세를 취했다.

그때, 마신석이 깨지지도 않았는데, 마기를 뿜어내더니, 커다란 형상을 만들었다.

그 형상은 온몸에 뱀이 달린 여성 형상이었다.

“소개할게. 널 죽일 어둠의 정령 루나야.”

그렇게 루나가 모습을 드러내자, 중단전에 기죽어 있던 미르가 마구 날뛰기 시작했다.

조금이라도 집중해야 하는 이 상황에서 미르가 날뛰자, 집중하기가 힘들었다.

‘그래. 차라리 풀어 버리자.’

왼손을 앞으로 뻗어서 미르를 풀었다.

냉막한 표정의 루나가 잠시 놀란 표정을 지었고, 미르는 루나에게 소리치듯 다가갔다.

그렇지만, 루나의 손짓에 미르는 저만치 날아가더니, 이내 다시 중단전으로 돌아갔다.

“루나는 네가 데리고 있는 그걸 아는 모양이구나. 더욱 궁금해졌어. 루나. 죽이지 말고 데리고 와.”

시리 시온이 아직도 벌벌 떨고 있는 앤드류를 데리고 뒤로 물러났다.

“거기서!”

앞으로 나서려고 하는데, 루나의 뱀 중 하나가 내 앞에 있는 바닥에 내리꽂혔다.

“하유신. 곧 다시 만날 거니까 그렇게 안달하지 마. 다시 만났을 때는 우리는 같은 팀이 되어 있을 거야.”

정신이 나가 있는 앤드류와 함께 시리 시온이 사라졌다.

그들을 뒤쫓고 싶었지만, 앞에 있는 어둠의 정령 루나가 만만치 않아 보였다.

“그래. 어디 한 번 해보자.”

일단 다른 것 보다, 루나에 집중하기로 생각했다.

몸속에서 원소력과 포스를 태극의 흐름에 맞춰서 움직였고, 두 개의 태극이 중단전에서 부딪힐 때마다 힘이 솟아났다.

오비탈 블레이드 – 원소력

압축된 힘에 칠성검이 연기를 뿜어냈다.

그 상태에서 루나에게 달려들었다.

루나의 뱀들이 직선으로 다가왔지만, 몸을 움직여서 피하고는 그대로 오비탈 블레이드를 루나에게 꽂아 넣어갔다.

꽈악

오러와 루나 사이에 약 30센치의 거리만 남겨두고 내 몸이 멈췄다.

나도 모르는 사이에 사지가 뱀에 칭칭 감겨있었다.

이 정도 거리면 충분했기에 압축된 힘을 루나에게 뿜어냈다.

콰르르르르릉

세상을 울리는 힘이 뿜어졌고, 루나의 뱀들이 풀렸다.

땅에 내려섰지만, 온몸에 힘이 없었다.

정말 오랜만에 모든 힘을 사용했기에 탈진하게 됐다.

지금 빨리 쫓아가면 된다는 생각에 아공간에서 게이트 강제 오픈 단검을 빼 들려고 할 때였다.

꽈악

없앤 줄 알았던 루나가 내 몸을 부여잡고 있었다.

인상을 쓴 루나가 내 몸을 결박하고는 새로운 뱀에서 이상한 구슬을 하나 꺼냈다.

그다음 뱀을 통해 강제로 입을 벌리려고 했다.

여기서 벗어나려고 했지만, 아까의 한 수로 인해 힘이 하나도 없었다.

강제로 벌린 입안으로 구슬이 떨어지려고 했다.

‘그래. 차라리 이렇게 마족이 될 바에 세상에서 사라지자.’

중단전에 있는 미르에게 강한 염원을 뿜어냈지만, 미르가 거부했다.

‘미르. 내가 이대로 마족이 되면, 지구에 있는 사람들 모두 힘들어져. 이런 부탁 해서 미안한데, 제발 부탁해.’

내 말에 미르가 가슴에서 솟아나더니, 그대로 날 삼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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